우리나라 26개의 국립공원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설악산국립공원은 총면적 398,237㎢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로 다양한 식생이 분포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인 산양을 비롯한 여러 동물들도 서식하고 있는 보전가치가 높은 공원입니다.
유네스코에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을 정도이니......
북으로는 고성군 토성면, 동으로는 속초시, 남으로는 인제군 기린면 그리고 서로는 인제군 북면에 접하고 있으며 그 중심을 종縱으로 백두대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즉 북으로는 백두대간의 대간령과 남으로는 북암령을 잇는 도상거리 약 41.7km구간이 여기에 해당이 됩니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그림이 떠돕니다.
태극모양의 능선을 따라 걷는 이른바 태극종주 코스입니다.
태극종주코스
이곳에서 좌측으로 작은 샛길 하나가 보인다. 이른바 덕유태극종주코스 중 장수 방향 루트다. 간단하게 ‘덕태’라고도 부른다. J3클럽이라는 중장거리 산행을 하는 모임을 만든 ‘배병만 방장’이 개척한 코스다. 수승대~갈미봉~백암봉~덕유서봉~영구산~학선교를 잇는 약 50.3km에 달하는 거리다. 참고로 태극종주코스는 이곳 덕유태극 코스와 지리태극, 설악태극, 속리태극, 소백태극, 영남알프스태극 등 여섯 개의 코스가 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태극이란 단어가 들어가니까 대강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태극종주에 대해서 얘기 좀 해 줘.”
“그러자. 앞으로도 계속 나올 테니까. 태극종주는 말 그대로 태극 문양 중 음과 양의 경계선인 ‘~’ 모양의 능선을 이어가는 것을 말하는 거야. 이게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경 전후였지. 지리산부터 시작됐어. 지난번 얘기한 지리의 서부능선+주릉+동부능선의 이음이라고 보면 돼. 그런데 처음 그려진 이 ‘지리태극종주’의 그림을 보면 모양이 좀 일그러진 것을 발견하게 되지. 그래서 동부능선 방향으로 조금 더 수정을 하여 수양산~사리 마을로 가는 지금의 지리태극코스를 확정하게 됐지. 배병만이 그 코스를 새롭게 개척한 게 아마 2001년 경일 거야. 그다음에 나온 게 설악태극 종주 즉 설태, 덕유, 속리, 소백이 계속 이어졌지. 영남알프스 태극종주만큼은 배병만이 아닌 울산의 모 산악회 작품이고.”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128쪽 이하
설악산국립공원을 동과 서로 횡단하는 듯한 모양의 설악태극종주 코스는 인제군 북면 한계리의 모란골 ~ 속초시 대포동 소재 해맞이공원을 잇는 도상거리 약 53.7km의 이른바 extreme 코스입니다.
그런 무지막지한 코스는 별로 내키지 않는 저이기에 그런 게 있다는 것만 알고 있지 별 관심이 없어 부분적으로는 대부분 지난 코스이기는 하지만 한방에 그 코스를 답사한다는 것은 사실 언감생심입니다.
최근 지리산에 비가 와도 너무 오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결국 08. 19. 1무1박 3일로 예정했던 묘향암 방문 일정은 자연스레 뒤로 미루어집니다.
그러자 홀가분 대장으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설태 구간 중 모란골 ~ 안산 구간을 새벽에 진행했기에 전혀 기억에 없거덜랑요.
그렇기도 하거니와 한계천 건너 가리봉 ~ 주걱봉 ~삼형제봉에서 이어지는 면계능선도 기억에 없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요지는 "같이 가자."는 얘기입니다.
"알았네. 그러면 반더룽으로 예약해서 가세"
거기에 이번 묘향암 팀 멤버였던 산수대장과 날다람쥐님이 자연스럽게 합류합니다.
홀가분 대장이 얘기한 구간(모란골 표지석 ~ 안산)은 사실 거리로 따지면야 9km 정도에 불과하지만 거듭되는 up-down은 설악의 명성답게 그 난이도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2022. 08. 20. 23:20에 출발하는 반더룽 산악회 버스를 타기 위하여 사당역으로 갑니다.
연합 산행으로 진행을 하나 봅니다.
홀가분 대장은 복정역에서 타고......
잠시 잠을 자고.....
장수대에 내리니 산수대장과 날다람쥐님은 이미 도착하여 배추전과 수육 그리고 옥수수막걸리를 펼쳐놓고 있군요.
"요새도 술 마시는 사람 있나? 그러면 오늘만 딱 먹고 내일부터는 금주일세!
앞으로 내게는 술 권하지 말게나!"
03:00가 되자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군요.
모두 전자제어시스템입니다.
1주일 만에 또 오르는 낯익은 계단.
하현달은 나이키 상표같이 보이고.....
소리만 들리는 대승폭포.
바로 이 모습인데......
그래도 랜턴을 모아서 보니 육안으로는 대강 볼 수 있더군요.
그러고는 대승령 코스 중 가장 운치가 있는 곳을 지납니다.
이 얘기 저 얘기하다 보니 대승령입니다.
정상목과,
4등급삼각점(설악402)을 확인하는데 뒤에서 4명이 올라오는군요.
복장을 보니 설태 아니면 적어도 대청까지는 갈 태세입니다.
몇 마디 쓸데없는 얘기를 나누고는 우리는 안산 방향으로, 그들은 귀청 방향으로 찢어집니다.
마등봉 쪽에서 붉은 기운이 흐릅니다.
12선녀탕 3거리 방향으로 가던 중 좌측으로 조망이 터집니다.
좌측 구름이 덮인 점봉산 그리고 우측 중앙 가리봉1518.5m과 주걱봉1386.0m이 시선을 잡습니다.
그리고 서북능선 동쪽 방향으로는 귀떼기청봉1576.4m이 우뚝하고 그 앞의 큰감투봉1408.2m이 좀 왜소하게 보입니다.
그 좌측 뒤로 중청과 대청도 그 윤곽을 드러냅니다.
그러고는 12선녀탕 3거리입니다.
우리는 그저 직진을 합니다.
참으로 예쁘다!
그러고는 대한민국 봉 바로 아래 조망터로 진입합니다.
"와우!!!!"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감탄사가 튀어나옵니다.
바로 뒤를 따라오던 날다람쥐님과 홀대장은 제가 곰을 만난 줄 알고 무슨 일이냐고 깜짝 놀라 묻습니다.
"이걸 보게나!"
"와!!!"
가리봉 능선의 연봉들이 펼쳐지고 그 뒤의 기린면은 운해에 잠겼습니다.
그 우측으로 면계능선 너머 인제읍 방향도 마찬가지.....
점봉산은 여전히 구름에 덮였고....
대청봉 등을 보기 위하여 서둘러 대한민국봉으로 오릅니다.
아!
아쉽습니다.
대한민국봉으로 오르는 동안 일출이 터졌군요.
마등봉 위로 해가 솟았습니다.
우측 중앙으로 화채봉까지 보이고 ....
조금 전 오른 대승령에서 큰감투봉 ~ 귀청 그리고 중청과 대청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뚜렷합니다.
그 우측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점봉산이 구름에 가렸으니 당연히 망대암산은 보이지 않고....
그 앞줄 그러니까 백두대간의 1004.9봉에서 가지를 친 줄기가 가리봉1518.5m을 향해 올라옵니다.
그러고는 바로 우측의 주걱봉1386.0m과,
삼형제봉1232.3m으로 이어지는 게 보입니다.
"그런데 현오님, 무식한 질문 하나 하겠는데 이 봉우리가 왜 대한민국 봉이예요?"
날다람쥐님이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아.....제가 사전에 설명을 안 드렸군요. 죄송하나이다. 뒤에 있는 석물을 보세요."
그냥 말뚝 같은 것에 이제는 색깔은 퇴색된 채로 희미하게나마 그래도 글씨가 보이긴 합니다.
"예. 이 말뚝에 대한민국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어 그냥 대한민국 봉이라 부르는 겁니다. '해발 몇 미터 봉'으로 부르려 해도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그 숫자가 표기되어 있지 않아서요."
"아 그렇군요. 아까부터 궁금했었어요."
진행 방향을 보니 중앙에 드디어 안산1430.4m이 보입니다.
한자로는 鞍山이라고 표기하니 어디 안장같이 보입니까?
발아래로 숲을 에워싼 철조망이 보입니다.
저 철조망을 바깥으로 돌면 좌측의 암봉으로 올라 진행하여야 하므로 조망은 좋겠으나 조금 위험할 수도 있는 루트이고 안쪽으로 돌면 조망은 없으니 그냥 편하게 암봉으로 올라서서 진행할 수 있는 루트입니다.
대한민국 봉을 떠나기가 너무 아쉬워 다시 뒤를 돌아봅니다.
마등봉 위로 태양이 떠오르니 그 좌측이 백두대간의 걸레봉과 황철봉이 되겠고, 그 우측이 공룡능선의 나한봉과 1275봉이 되겠으며 그 뒤가 화채능선의 화채봉 그리고 대청, 중청이 이어지며 귀청과 큰감투봉이 이리로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명백합니다.
그 우측으로 백두대간의 망대암산 라인과 점봉산이 보이고,
가리봉 등의 연봉이 시각을 자극합니다.
"형. 그러면 저 능선은 어디까지 가는거야?"
또 무엇인가를 유도하려는 듯 홀대장이 산줄기 이야기를 꺼냅니다.
"얘기가 길어지는데....계략이 숨어 있는 듯도 하고..... 그런데 산수 대장 나으리. 우리가 한강지맥 할 때 오대산 두로봉에서 시작을 했는데, 그때 한강지맥 좌측으로 흐르는 물은 다 남한강의 본류로 들어간다고 했잖아. 그러면 그 오른쪽으로 흐르는 물은?"
"글쎄요. 갑자기 물어보니...."
"어렵게 생각할 거 없어. 내린천이지. 점봉산에서 내려오는 물인 귀둔천이나 아니면 가리봉에서 내려오는 가리천, 방내천 등 한강지맥 북쪽과 백두대간 서쪽으로 흐르는 물들은 다 내린천이 되어 인제군 인제읍 합강리 합강교 방향으로 흘러오지.
한편 좀 복잡하긴 하지만 강원도 금강군에 있는 백두대간의 매자봉1144m에서 소양지맥(도솔지맥)이 분기할 때 그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줄기가 바로 인북천이거든.
그런데 그 인북천이 남진하면서 북천이나 요 바로 앞의 한계천 등을 흡수하고는 아까 얘기한 저 합강리에서 내린천을 만나서는 소양강으로 명찰을 바꿔달고 소양댐으로 흐른 다음 춘천에서 북한강에 합수되잖아.
그러니 이 내린천을 커버하는 산줄기들 가운데 한강지맥 북쪽으로 분기하는 여러 산줄기 중에서 이 두 강의 합수점으로 가는 게 바로 이 줄기가 되는데, 이 줄기가 다른 자잘한 줄기보다도 사실 도상거리는 더 길기도 하지.
한번 그어 볼까?
그러니까 아까 얘기한 한계령 옆의 백두대간 상에 있는 1004.9봉에서 가리봉 ~ 주걱봉 ~ 삼형제봉 ~ 1228.3봉 ~ 장승고개 ~ 한석산 ~ 984.8봉 ~548.0봉을 지나 합강리로 떨어지게 되는데, 그 도상거리는 약 25.6km가 돼. 여기서 좀 다행스러운 점은 장승고개 ~ 한석산 까지는 물론 한석산 ~ 합강리까지도 인제군에서 등로를 잘 관리해 놔서 진행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 점이지. 관건은 1228.3봉부터 장승고개까지 일거야. 거긴 나도 안 가봤으니까...."
"그럼 언제로 날을 잡을까유?"
"10월 첫째 주나 마지막 주로 잡아야 할 거야. 내가 베트남 출장이 있으니까."
그렇게 간단히 다음 스케쥴이 잡힙니다.
그러면서 중앙 뒷줄의 한석산1119m을 봅니다.
각설하고.....
철조망이 쳐진 숲 속을 지나 암봉을 올라서자 앞으로는 고양이 바위와 그 뒤로 치마바위가 우리를 반깁니다.
이따 저 고양이 바위 앞을 지나면서 왜 고양이 바위인가 알려주소.
나는 도저히 그림이 안 그려져서....
"지금 06:09. 앞으로 3시간 정도면 저 운해가 싹 사라질 것이니 지금 많이 보아두소!"
"재들도 우리가 곧 숲으로 들어가면 보기 어려울 것이니 가슴에 잘 담아두시고....."
"고양이 같이 보이는가?"
"글쎄요 앞이 머리이고 등이 굽었으며 꼬리까지 있는 걸 보니 그럴듯한데요."
날다람쥐님은 진짜같이 얘기하시네....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네요.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12선녀탕 갈림길에서 조금 더 진행하는 능선인 에서 갈라진 응봉1221m.
그리고 한계천 너머 매봉산1271.1m이 보이니 그 우측 뒤가 군시설물이 있는 바로 남한의 백두대간 최북단인 향로봉1287.4m입니다.
향로봉은 대동여지도나 산경표에는 마기라산磨耆羅山이라고 표기되어 있죠.
오늘 정말로 대단한 조망입니다.
그렇다면 그 뒷줄 라인은?
그렇죠!
바로 금강산이죠.
저 금강산의 백두대간길을 도대체 언제나 걸어볼 수 있을까!!!
아쉬운 마음에 금강산을 당겨봅니다.
고양이 바위 앞을 지납니다.
"상상들 해보세요."
좌측으로 가도 되고 우측으로 우회해도 되는 곳.
이곳을 지나자마자 너른 쉼터가 나오는데 여기서 우틀하면 12선녀탕 계곡으로 바로 진행할 수 있는 삼거리입니다.
그러고는 드디어 안산으로 오릅니다.
그 사이에 금강산 정상부가 구름에 덮였습니다.
비로봉1638.2m만 간신히 보일 정도.....
점봉산도 아직 그대로....
아!
정말 좋다!
대한민국 봉.
정상에 있는 2등급 삼각점(설악24)을 봅니다.
지금 시간 06:50.
이제 2시간 정도 남았고 우리는 이제 곧 숲으로 들 테니 이게 마지막이겠군요.
힘도 장사인 산수 대장이 옥수수 막걸리를 꺼내고 배낭 안에서는 그럴듯한 안주가 나옵니다.
세상에 안산에서 홍어삼합을 먹게될 줄이야....
"칠레산이요?"
"아니요. 흑산도산이예요!"
진행할 능선을 봅니다.
암봉이 곁들여진 모습인데 UP-DOWN이 심하군요.
고생 좀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이건 또 무슨 그림!
설악 서북능선과 공룡능선 그리고 중앙 뒤로 화채능선까지 감상합니다.
이렇게 하면 미시령 건너 석봉까지....
대청까지....
50분 정도 정상에 머무르다 하산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안산에 어느 분이 정성스럽게 갖다 설치해 놓은 정상석을 어떤 못된 인간이 훼손을 시켰네요.
참으로 그 심보 하나 존경할만하군요.
하산 길은 여럿이지만 우리는 능선을 고집합니다.
안산.
좌측 멀리 향로봉.
다 대간길이죠.
북면이 온통 운해.
마음속에 깊이 담아둡니다.
안산과 그 뒤로 대한민국 봉, 우측으로는 치마바위......
오르락내리락.....
로프는 상태를 세심하게 체크하고.....
안산에서 최소 32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하니 대단한 줄기입니다.
약 9km에 32개 봉?
설악태극하는 사람들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내린단맥의 위용!
운해가 점점 걷히고 있습니다.
작은감투봉에서 응봉으로 흐르는 능선.
조심조심.....
빙하시대의 산물.
여기서는 좌틀.
직진하면 12선녀탕으로 직행.
그나저나 도대체 이 동네에는 웬 파리들이 이렇게도 많나요?
아주 팔뚝이고 목이고 가리지 않고 덤빕니다.
이렇게 파리들에게 시달리기도 처음.
땀을 워낙 많이 흘렸으니 녀석들이 좋아하는 냄새로 포장을 해서 그런가!
또 오르고.....
많이 내려오긴 했는데 고도는 그다지 빠지지 않습니다.
09:54
깨끗해졌습니다.
북면 원통리까지도 말끔해졌네요.
대단한 자연의 신비를 느낍니다.
1076봉.
좌틀합니다.
등로 상태는 이 정도면 좋은데 문제는 파리와 빨래판이라는 점.
여기서는 직진.
고도를 급강하시킵니다.
대단한 된비알입니다.
차 소리들이 시끄럽고.....
드디어 속세로 돌아옵니다.
민가가 나오고...
이곳이 모란골입니다.
구룡동천九龍洞天이라는 표지석이 이 동네 이름을 말해주고....
택시를 부릅니다.
장수대로 가서 차를 회수 헤서는 적당한 곳에 가서 땀에 전 몸을 씻고 황태정식을 먹으러 용대리로 갑니다.
맛집인 부흥 식당에서 하산주를 마시고 산수 대장 내외를 보내고 우리는 용대리 버스정류장으로 갑니다.
슈퍼 주인아주머니는 아직도 건강하게 잘 계시고......
50년을 한 자리에서 저렇게 장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인데....
17:30이 되니 여지없이 버스는 오는데...
귀경길이 너무 밀립니다.주중에 지리산에 한 번 갔다 와야 하는데 비소식은 끊일 줄 모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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