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1주일이 너무 빠르게 지나갑니다.
어제 지리산 갔다 오니 오늘이 벌써 금요일.....
2주 전 거래처에서 설악산 단풍 산행을 가고 싶다고 하면서 좋은 곳 안내를 부탁합니다.
만경대? 아니면 안산으로 올라 십이선녀탕 계곡이나 감상할까?
아니면 독주폭포나 구경시켜줄까.....
아니면 한계령으로 올라 대청을 찍고 천불동 구경이나 해?
몇 가지 안을 제시하니 양폭 ~ 만경대 ~ 화채 ~ 칠성봉 ~ 토왕성상폭 ~ 피골서능선 ~ C지구 안을 선택하는군요.
그럽시다.
총 8명이나 되는군요.
다음매일 산악회로 예약을 합니다.
요즘은 관광버스 기사님들이 워낙 앱에 의존하다 보니 알바가 다반사입니다.
지난번 산수산악회 기사님은 오가면서 알바를 하더니 이분도 장수대에서 오색을 왕복하시는 등 한 시간을 길거리에서 시간을 낭비하시는군요.
어쨌든 설악동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을 했는데 04:00기 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 소공원 출발시간이 17:30이었는데 18:30으로 한 시간 늘어납니다.
04:21
산행 준비를 마치고 일주문을 들어섭니다.
비선대 초소를 통과하고....
모든 산꾼들은 다 우회전하여 공룡으로 오르지만 저희 팀과 몇몇 사람들은 직진합니다.
그런데 석주길 갈림길을 조금 지나다 보니 국공직원 3명이 저희를 앞질러 올라갑니다.
근무교대는 아닐 텐데.....
아무래도 요즘이 시즌이다 보니 사고 발생을 대비해서 위험지역 순찰하러 올라가는 중이겠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국공직원들과 원치 않는 산행을 같이 합니다.
날이 밝아오면서 설악도 문을 엽니다.
다 눈에 익은 그림들이지만 오늘은 붉고 누름누름을 더합니다.
적어도 이곳만큼은 만추라는 얘기겠죠.
만추晩秋....
이만희 감독의 영화가 떠오릅니다.
물론 제가 본 것은 김수용 감독 버전이고 남은 기억이라면 어느 호숫가에서 흩날리던 낙엽이 전부이지만....
오련폭포五連瀑布...
다섯 폭포의 이음이라는 말이겠죠.
만경대 능선을 올려다봅니다.
조금 있으면 저 위를 노닐겠지.
오르는 도중 천당카페에 들러 저 천당능선도 바라볼 수 있겠지!
그런 희망을 가슴에 품고 양폭대피소로 오릅니다.
양폭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어라....
양폭에서 만경대 오르는 길은 낙엽이 다 떨어져서 훤하게 보이고...
아까 그 국공직원들은 양폭대피소에서 보일러실도 살피고 청소도 하는 등 연신 대피소를 들락거리는군요.
"일단 여기서 아침을 먹고 상황을 지켜봐야겠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한 대원이 가지고 온 복분자주를 떡을 안주로 마시면서....
40여 분이 지났는데 그 국공직원들은 가방을 메고는 오히려 만경대 방향을 시잔을 찍으면서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이 사람들 오늘 순찰 지점이 만경대 방향이구나.' 하는 짐작을 하게 됩니다.
'그럼 저들과 함께 걷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
자세한 업무계획을 물어보려 했지만 이내 그만 둡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는....
바로 진행방향을 바꿉니다.
"어쩔 수 없으니 오늘 루트는 희운각에서 우틀하여 바로 공룡으로 진입합니다. 그러고는 공룡을 타면서 서북능선 방향과 용아장성 그리고 만물상이나 구경합시다."
천당폭포를 보고....
붉음이 진 천불동千佛洞.....
온통 바위뿐인 천당능선.
'사니조은'님은 오늘 저 위에 없으신가?
마지막 폭포?
있으면 응답하라!
천당능선 4봉인가?
희운각 3거리가 다가오고.....
08:39
후미팀만 오면 비로 공룡능선으로 진입합니다.
공룡에서 4시간 마등령 하산 시간 2시간 소공원까지 한 시간 식당까지 30분....
그러면 16시까지 충분히 하산 가능.
샤워하고 하산식하고..... OK!
그러고는 대청, 중청 소청입니다.
백두대간의 이박사 능선으로 눈이 따라오면 그 아래 희운각대피소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고....
그리고 용아 초입의 바위들이 뒤로 중앙의 귀청.
설악 서북능선의 맹주죠.
그러고는 서둘러 신선대 3봉으로 오릅니다.
제일 먼저 시선이 가는 곳.
좌측의 1275봉 형제들과 우측의 천화대가 시작되는 범봉을 보고, 그 뒷줄의 마등봉과 세존봉, 그 뒷줄의 황철 1, 2봉, 그 뒷줄의 상봉과 신선봉까지.....
좌측의 서북능선의 대한민국봉과 두 번째의 뾰족한 안산.
그거고는 귀떼기청봉.
용아장성龍牙長城.
설악의 최고봉인 좌측의 대청봉과 그 동생인 중청과 소청.
우측으로 울산바위까지....
그리고 그 뒤의 좌측의 죽변산680.3m과 우측 외로이 솟아있는 운봉산.
안산을 당겨봅니다.
범봉도....
어릴 때 이발소에 가면 늘 걸려 있던 달력의 모델이었던 범봉.
이발소 의자에 깔판을 올려놓고 신발을 벗고 그 깔판에 앉아 거울을 보면 늘 맞은편 흰 벽에 걸려서 자태를 뽐내던 저 범봉.
너무 예뻤다는 기억만....
설악을 처음 배울 때 쌀 한 말을 배낭에 지고 마등령에 올라 마등령에서 매점을 하던 '마귀'형 텐트에서 그 대가로 하루 자고 삼지구엽초로 만든 술을 마시고는 그 다음날 저 1275봉을 지나면서 1275 매점에서 짙은 향의 당귀차를 얻어먹으면서 "이 봉은 절대 '천이백칠십오 봉'이라 부르면 무식하다는 얘기를 들으니 반드시 '일이칠오'라 불러야 한다."는 엄명을 받고는 지금껏 그렇게 부르고 있는 저를 봅니다.
음...
울산바위와 달마를 한꺼번에 봅니다.
울산바위 뒤 우측의 운봉산도....
2주 후, 후배들과 화암사에서 상봉 ~ 신선봉 ~ 마산봉을 거쳐 사진 좌측의 죽변산과 저 운봉산을 이어서 걸을 것을 생각하니 당장이라도 뛰어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죽변산에서 운봉산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다시 봅니다.
공룡은 이런 곳이죠.
좌측으로 용아의 흐름과 서북능선의 흐름도 살피면서 걷는 것이죠.
바람이 몹시 드셉니다.
그런데 이 바람은 이상하게 겨울을 재촉하는 찬 바람이 아니고 봄바람의 훈풍처럼 느껴집니다.
1275 오르기 전 샘터 옆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습니다.
많이들도 싸오셨군요.
막걸리 4통을 비우고 일어납니다.
이제 화채능선의 화채박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신선대도 다시 보고....
만경대 능선의 흐름도 포착되고....
그러고는 바로 1275입니다.
1275와 그 좌측 봉우리 사이로 열심히 올라가는 산객들의 모습도 보이고....
지나온 기암괴석 사이로 이리로 향하고 있는 산객도 그리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대청과 중청의 라인도 감상합니다.
용아.....
색깔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1275로 오릅니다.
늘 여기를 오를 때에는 물이 조금씩이라도 흘러내렸었는데....
가뭄인가?
1275로 오릅니다.
나한봉의 위용.
좌측으로는 안산 1430.4m이 대한민국봉과 1257봉을 거느리고 있고....
1280.1봉은 좌로 틀어 진행하고......
세존봉.
수렴동 계곡 방향으로 조망이 있는 곳.
뒤로는......
앞에 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니 긴 머리가 출렁이고 늘씬한 각선미에 하이힐까지 신어 궁금증을 자아내던 여인네.
친구 녀석은 걸음을 빨리하여 힐끗 그 여인네를 보고서는.....
1275의 뒷모습을 봅니다.
대청과 소청까지 넣어서....
이제 나한봉만 지나면 됩니다.
아무래도 마등령의 주인은 저 세존봉입니다.
Y계곡을 나오면서 중앙의 범봉과 우측의 1275 그리고 뒷라인의 화채를 한 세트로 봅니다.
또 다른 각도.
세존봉과 울산바위 달마봉 그리고 만물상과 집선봉을 하나로 넣어서....
마등봉 좌측의 황철봉.
너덜지대가 나오고,
그러고는 마등령입니다.
아쉬움에 세존봉과,
범봉과 1275 그리고 천화대와 대청, 중청을 다시 한번 보면서 하산길을 서두릅니다.
하산길에 앞서 내려가는 산악회의 리본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
그런데 토산 산악회?
그 리본에는 경기도 광주라는 접두어(?)가 붙어 있습니다.
몇 명을 추월하여 내려가는데 ":어머! 해밀의 현오 작가님 아니세요?"
"저는 기억에 없는데 죄송하지만 저를 어떻게 아시는지....?"
전혀 기억에 없는 분들 이어서 죄송스럽지만 이렇게 반문하자,
"현오님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현오님은 저희를 당연히 모르시겠지요. 저희가 해밀에는 전에는 자주 나갔었는데 요즘은 안 나가니...."
"그래요?: 혹시 닉이 ...?"
"저는 '초미니'이고 저분들은 '가을이 1, 2'예요. 그러잖아도 오늘 내려오면서 현오님과 한검 대장님 얘기를 하면서 오늘은 어디를 들으셨나 했는데...... "
"아....가을이님...명산팀 참석자 명단에서 본 거 같네요...."
하긴 설악이나 지리에 들면 꼭 아는 분들을 뵙게 되긴 하니....
천불도 계곡을 보고.....
드디어 비선대입니다.
16:03
시간이 남는다고 어영부영 거렸더니만.....
여기서 설악동까지 3km, 설악동에서 B지구까지 약 2km.
후미 기다리는데 약 20분.
시간이 빠듯하군요.
기다리는 동안 비선대의 장군봉과 우측의 적벽을 봅니다.
천불동 계곡.....
경보 선수 같이 걸어 설악 B지구에 도착하니 5시 40분 잽싸게 샤워를 하려는데 이건 C지구의 전주식당 샤워실 같지 않고 영......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시설.
다른 이들은 샤워 포기.
이왕 물을 묻힌 거니 할 수 없이 한 것이니....
옷을 갈아입을 시설조차 안 되어 있으니.....
밥을 먹고 싶지도 않지만 1인 당 15,000원짜리 불고기 백반을 먹고 18:30 출발했는데 우리 기사님이 무슨 약을 드셨나....
또 알바를 하시네요.
아마 이 코스는 처음인데 엡에 입력을 잘못하신 것인지......
맨 뒷자리에 앉은 저는 단잠에 들어 저간의 사정을 몰랐었는데 사과의 말씀을 하셔서 나중에 알게 되었다는....
운전은 BD이시니....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B지구 식당의 샤워실만큼은.....
또 B지구에서 귀경길 차량을 이용한다면 이제 다음 매일은 피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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