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한 번씩 친구들과 만나 산행을 하여야 하는데 좀처럼 참석할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발이 맞지 않기도 하거니와 녀석들은 적당히 산행을 마치고 뒤풀이를 중시하는 반면 저는 할당량(?)을 채워야 하니....
그래도 서너 달에 한 번쯤은 참석을 하는 편이니 그다지 욕을 얻어먹을 일만도 아닙니다.
10월 공지가 뜹니다.
소요산 단풍놀이.....
좋지!
경기 북부 최고의 단풍명소입니다..
일찌감치 필히 참석하겠노라는 전갈을 하고.....
10월 마지막 주 토, 일요일은 모든 행사를 거둡니다.
그런데 녀석들의 산행코스는 뻔합니다.
아침 10시 소요산역에서 만나 공원 진입도로 주차장에서 좌측 능선으로 올라 팔각정 ~ 하백운대 ~ 자재암 ~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코스일 겁니다.
물론 싸가지고 온 먹거리를 안주로 막걸리 두 당 한 통 정도는 비어야겠죠.
저는 좀 일찍 가서 길게 한 바퀴를 돌으려 합니다.
08:24
소요산역에 내립니다.
이 소요산 공원 진입로를 버리고 동두천 방향으로 직진합니다.
그렇게 차도를 따라 약 500m를 내려가면 상봉암 일반산단이 나옵니다.
여기서 좌틀합니다.
고엽枯葉에게서 가을의 향취를 물씬 느낍니다.
우측으로 마차산588m을 보고....
이내 포장도로는 끊기고 비포장도로를 타고 오르게 됩니다.
그러다 민가를 몇 채 지나면 다시 포장도로와 만나게 되고 ....
좌측으로는 극락암,
그리고 정면으로는 원각사가 나옵니다.
조용한 휴일 아침입니다.
08:50
좌틀하여 원각사 우측을 지납니다.
무말랭이와,
도토리를 말리고 있군요.
마당에는 큰 은행나무가,
절집 전체가 그림입니다.
음.......
색깔의 조화......
등로 주변도.....
길바닥까지....
길은 아주 널찍합니다.
09:37
좌측에서 길 하나가 올라옵니다.
이 루트는 바로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루트로군요.
입장료 2,000원을 내고 싶지 않은 산객들은 이 루트로 올라오면 되겠군요.
자재암에서는 이 길을 막아버리고 싶은 심정일 텐데......
그러고는,
헬기장이 있는 441.7봉에 오릅니다.
두 분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제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는 조금은 놀라 눈치입니다.
이곳으로 올라오는 분들의 거의 없을 거라는 짐작을 합니다.
안부를 지나,
만추의 소요산을 만끽합니다.
입장료 2,000원을 내고 올라오는 길을 만납니다.
올라오시는 분들은 다들 땀으로 범벅입니다.
09:42
공주봉입니다.
예전에는 이름도 없었는데 갑자기 요석공주가 출연하여 공주봉이 되었습니다.
"산 아래 머물면서 남편을 시모했다....."
고귀한 사랑이라면 스님의 성불을 위하여 노력해야 했을 것을....
오히려 반대인가?
그리고 남편?
스님이라고 쓰셔야지....
그런데 정작 그런 일화를 갖고 있다고 하는 이 소요산에 의상봉은 있는데 원효봉은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집니다.
10시가 가까워지자 단톡방에 글이 뜨기 시작합니다.
"난 도착."
" 나는 다음 열차..."
그런데 숨차는 "난 틀렸다. 너희들 먼저 산행하고 있어라...."
오늘 새벽에 귀가를 해서는 토막 잠자고 오느라 좀 늦을 거 같다는 얘기인데...
마치 전장에서 부상을 당한 병사가 동료들을 무사귀환시키기 위해 자신을 내버려두고 너희들이나 목숨을 부지하라는 병사의 말투를 흉내를 낸 거 같은데....
건방진 녀석 같으니라고!!!
숨차 얼굴을 떠올리면서 혼자서 얼마나 우습던지.....
"나는 지금 공주봉에 있으니 하백운대 올라오는 도중 있는 팔각정에서 연락해라."
주변을 둘러봐야죠.
중앙 공장 굴뚝에서 올라오는 수증기가 구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좌측 칠봉산507m 우측으로 수락산이 그리고 그 우측으로는 도봉산740m이 보이고 도봉산 앞이 불국산466m이 보입니다.
그 우측 뒤가 노고산487m.
좌측으로는 신천(왕방)지맥의 국사봉755m과 그 우측의 푹 꺼졌다 올라간 왕방산736m이 보이는군요.
예전 지맥을 할 때 저 국사봉 정상의 미군부대를 피해 철조망 좌측으로 우회한 기억이 나는군요.
그리고 노고산 우측으로는 한강봉475m에서 앵무봉621m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흐름도 읽을 수 있군요.
공주봉에서 치마바위 쪽으로 가는 길은 폐쇄되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군삼각점이 있고.....
공주봉 좌측으로 간신히 감악산675m을 보고....
아쉬움에 수락산과 도봉산 그리고 우측의 삼각산의 인수봉과 백운대를 당겨봅니다.
불국산은 더 확연해지는군요.
한북정맥.
우측 파평산490m......
소요산 정상(의상대)을 향합니다.
바로 중앙이 의상대죠.
좌측으로 상백운대.
바로 앞이 중백운대.
중백운대로 내려서지 않고 그냥 직진하면 중앙 뒤의 덕일(감투)봉537.1m으로 해서 수동천을 건너 종현산을 지나 5사단 정문까지 진행을 했었는데.....
동두천 6산을 할 때에는 저 덕일봉에서 좌틀하여 초성리역까지....
참 무식하게 산행을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중앙 라인이 소요산에서 갈라지는 소위 소요지맥.
소요지맥은 뒤로 이어 국사봉까지 이어집니다.
소요지맥은 정식 명칭이 아닙니다.
그저 소요산이라는 명산을 두고 지나치는 줄기가 아쉬워서 붙여진 이름이죠.
계속 고도를 떨어뜨립니다.
의상대를 보면서.....
안부로 떨어지자 단풍이 보입니다.
돌 하나 얹어놓고.....
의상대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돌아온 길을 좀 당겨봅니다.
아 공주봉 뒤로 마차산과 감악산이 일렬로 선 모습이 보이는군요.
바로 이거죠.
그 뒤 좌측으로 파평산이 오똑하고.....
국사봉과 왕방산.
중앙에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게 운악산935m인가?
숨이 멎을 거 같습니다.
10:21
그러고는 소요산의 최고봉 의상대587.5m입니다.
공교롭게도 마차산보다 9m 낮습니다.
반올림하면 둘 다 똑같이 588m가 되고.....
나한대 ~ 상백운대 ~ 칼바위......
그리고 덕일(감투)봉.
이전 정상석을 보고 움직입니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합니다.
이제 산행을 막 시작했다는데 팔각정을 오르느라 거의 호흡 정지 일보직전 같습니다.
"그래 하백운대까지만 와라."
소요산도 정말이지 악산입니다.
맨 바위 덩어리이니.....
상백운대 가는 길에 지나온 의상봉을 돌아보고.....
다시 나무계단.
지맥 삼거리입니다.
여기서 우틀하면 국사봉으로 진행을 하여 신천(왕방)지맥과 연결이 됩니다.
저는 직진합니다.
상백운대.
하산길 3거리를 지나,
중백운대를 지나고,
거기서 좌틀 나한대와 우측 의상대를 봅니다.
11:21
그러고는 하백운대.
아직도 도착을 안 했군요.
전화를 겁니다.
"거의 다 왔다고?"
아무래도 녀석들끼리 막걸리를 다 해치우고 있다는 강력한 의심이 듭니다.
아이스케이크를 2,000원에 사서는 입에 물고 녀석들이 올라 오고 있을 아니 게기고(?) 있을 곳을 향해 치닫습니다.
500여m 정도 가니 세 명이 올라오고 있군요.
5명이 결국 두 개 조로 나뉘었습니다.
우선 막걸리 한 통을 까고 짐을 들어주기 위해 병참대를 찾으러 내려갑니다.
또 500m 정도 내려갔는데 보이지를 않는군요.
올라오는 분들에게 물어봅니다.
"혹시 저 아래 삐쩍 마른 사람 하나 하고 머리가 허연 사람 보지 못하셨나요?"
" 두 사람은 못 봤는데요...."
할 수 없이 전화를 해보니 조금 전 우리가 앉았던 곳을 우회하여 지나갔다는군요.
하백운대로 다시 올라갑니다.
12:34
결국 한 시간 만에 원점 회귀를 합니다.
병참조가 사람들 없는 곳에 턱 하니 자리 잡고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군요.
"추워 죽겠다. 왜 그렇게 늦어!"
호령을 듣습니다.
"죄송합니다."
가지고 온 먹거리들을 풀어놓고 막걸리 한 사발씩을 나눕니다.
오래 앉아 있으려니 땀이 다 식습니다.
40분 정도 앉았다 일어납니다.
13:19
기념 촬영 한 방 하고.....
자재암 쪽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데크로......
나한대와 의상대.
예전에는 이 길로 힘들게 올라왔던 기억이.....
자재암과 단풍.
단풍 속에 숨은 삼성각.
...............
청량폭포.
제법 수량이 있네요.
백운계곡.
물은 낙엽이 다 덮어버렸고....
마른 단풍.
묵언 수행 중.
오늘 수고 많았네....
누렇고 붉은 기운이 도는 소요산.
명불허전.
일주문 나가는 길.
단풍.
햇빛에 더욱더 붉어지는 거 같고.
........
65세 이상은 안 받았는데 이제는 70세 이상으로 올렸다고?
문화재도 없으면서 복사본 갖다 놓고 문화재라고 하니......
단풍이나 보자.
여기에 이성계 행궁이 있었다고?
그런가?
몰랐었네....
하긴 이 길이 원산, 함흥으로 가는 길목이었으니.......
오랜만에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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