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휴가 같은 나날인데 남들이 휴가 간다고 하니 저도 남들처럼 집을 나섭니다.
여기저기 물난리에 매일 장마같은 날씨니 갈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속도 좋지 않은 거 같아 방동약수로 가서 약수도 좀 마시고 가리골로 들어가려니 불어난 물로 통제를 하는군요.
그러면 오랜만에 서북능선이나 거닐까?
근처 야영장에서 하루 머물고 다음날 05:00 한계령으로 가니 이미 한계령 주차장 주변은 만차.
불법주차를 할 수 없어 장수대로 내려갑니다.
숙취가 아직 좀 남아 있군요.
차에서 한숨 더 잡니다.
잠에서 깨니 07:00.
맑은공기와 함께 한계천 건너 삼형제봉이 저를 맞아줍니다.
백두대간의 한계령 옆에 있는 1004. 9봉에서 분기하는 단맥이죠.
그 단맥에는 가리봉1518.5m, 주걱봉1386.0m, 삼형제봉1232.3m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느 분들은 1228.3봉에서 장승고개를 넘어 한석산1191.1m까지 진행하여 합강교까지 갔다고 하는데 무슨 124군 부대도 아니고.....
저는 조용히 장수대에서 대승령으로 올라 대한민국봉을 지나 안산까지 간 다음 거기서 어디로 하산할지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장수대將帥臺라는 이름은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있던 이곳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영령을 위로하기 위하여 명명한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예전에는 이곳을 들머리로 많은 산객들의 탐방이 줄을 이루고 있었는데 안내산악회가 활성화된 요즘은 좀 뜸해진 느낌입니다.
하기야 그 당시의 교통수단은 을지로 6가 시대 이후 마장동이나 상봉동 시대를 지나 현재의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가 주였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만 지금은 어디 그렇습니까?
그 버스들의 설악 첫 기착점이 원통을 지나서는 바로 이 장수대였으니 그 번잡함이란.....
그렇다고 해도 이 장수대는 산객들의 드나듦과는 별개로 장수대분소까지 설치되어 있을 정도이니 시설만큼은 예전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잘 다듬어진 등로.
얼마나 오랫동안 작업을 한 것인지 기억도 나질 않는군요.
그물망 다리를 건너면,
흰 반석 위를 희디흰 계곡물의 굉음이 귀를 자극합니다.
"그동안 많이도 닳았구나...."
잘 정리된 바위 계단.
"1985년 동규가 미국으로 이민 가기 전 '이민 기념 서북능선 걷기'로 이곳을 올랐을 때 그때는 무척 거칠었었는데...."
그랬었습니다.
상봉동을 출발한 버스를 타고 장수대에 내려 그 무거운 배낭을 지고 손에는 그 큰 랜턴을 들고 올랐던 이곳.
텐트를 치기 위해 물가를 찾는다 찾았던 곳이 바로 대승폭포 상단부.
그때는 줄을 잡고 바위도 기어오르고 그랬었는데.....
주걱봉과 가리봉 일대는 여전히 구름에 덮여 있고.....
저 실 폭포는?
가리봉에서 바로 떨어지는 실 폭포를 좀 당겨봤습니다.
아!
그렇죠.
그동안 하늘벽도 잊고 살았었네.
원래는 학서암이라고 불리던 곳.....
좀 멀리 크게 잡아보았습니다.
그 오래전에 올랐던 저 연봉들을 다시 오르겠다는 열정이 많이 식은 거 같습니다.
중앙 우측 한계령 뒤로 백두대간의 흐름이 이어지고....
진행방향 우측으로는 서북능선에서 흘러내려 빚어진 955.6봉이니 1090.8봉이니 하는 암봉들이 솟아 있습니다.
예전의 그 위험구간들은 이제 다 데크로 안전을 확보하였고.....
예쁘기도 예쁜 적송의 색깔에 맞춰 페인트도 그 색을 선택한 듯싶습니다.
드디어 대승폭포 상단부가 보이는군요.
지금 같은 우기가 되어야 그나마 볼 수 있는 대승폭포.
토왕성, 독주와 함께 설악 3대 폭포 중 하나죠.
추억 속의 옛길입니다.
그 옛길에 이렇게 새 길을 잇기도 하였지만 바위 구간을 오르는 것은 과감하게 새로 데크를 설치하였죠.
이 사업의 용역을 맡은 업체에서는 이렇게 주위 조망을 고려하여 탁월한 설계를 한 거 같습니다.
그렇죠.
이 구천은하 각자를 보고는,
거기서 이 대승폭포를 감상할 수 있죠.
건너편 주걱봉 일대는 요지부동!
시원스러운 물줄기를 이리로,
저리로 찍어봅니다.
이제 대승령까지는 1/3 왔습니다.
또 올라가야죠.
오르면서 그 모습을 또 보고.....
태풍으로 아작 난 대승폭포의 상단부.
정말이지 설악산에서 적송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이 대승령 주변 같습니다.
아름다운 돌길.
1000고지 정도 되는 곳에 이런 부드러운 등로가....
낮은 키의 나무와 돌길.
너무 멋진 조합입니다.
2/3 지점을 지납니다.
아이러니컬한 한 장면.
조선의 사대부들은 자신들이 그렇게도 경멸해 마지않던 절이나 암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유람을 했다는 것이죠.
당연하다고 생각한 걸까?
큰감투봉1408.2m.
숲으로 들어가 고도를 높이니 이내 대승령입니다.
구조물을 보고,
삼각점도 확인합니다.
황철봉 부근도 구름에 시야가 막히긴 마찬가지....
여기서 우틀하면 큰감투봉 ~ 귀청 ~ 한계령 갈림 ~ 끝청 ~ 대청봉으로 이어지고 좌틀하면 12건녀탕 계곡으로 진행하여 남교리로 떨어지거나 안산을 지나 모란골로 진행을 하기도 하죠.
큰 얼개만 봤을 때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대승령 정상부의 날씨가 보통 매서운 게 아닙니다.
금방 한기가 느껴집니다.
안산까지 가는 거야 문제가 아닌데 오한이 올 정도이니....
비도 곧 올 거 같고....
저체온증의 위험도 있을 거 같고.
가지고 온 여벌 옷도 없으니 바로 하산을 결정합니다.
내려올 때의 조망은 또 다르군요.
데크의 연결도 보고....
소나무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봅니다.
온통 적송.
하늘벽.....
적송.
이런 것까지도 아름다워 보이니....
나뭇가지 사이로 폭포를 보면서 오늘 짧은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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