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을 보려면,
공룡을 예찬하려면,
그리고 공룡에 대해서 알기를 원한다면,
그러려면 화채에 가라.
화채에 가면 공룡이 보이고,
화채에 가봐야 비로소 공룡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고,
화채에 가야 공룡을 알게 되고,
그리고...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화채에 가야 한다.
제가 화채능선 아니 좀 더 자세히는 외설악의 만경대를 얘기할 때 늘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화채 예찬의 저변에는 반드시 공룡능선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설악 공룡능선!
예전에는 공룡능선을 간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산행 인구가 많이 늘어나고 공단의 역할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안전시설도 대폭 강화가 되고 위험지역을 통제하면서 그 루트도 많이 단순화되었고 그러다 보니 산행시간도 짧아지고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즉 도전 → 탐방이 되었습니다.
저의 거래처 중 한 분이 한마음이라는 산악회 총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 산악회 대원들은 열심히들 산행은 하고 있는데 산악회 짬밥이 일천하다 보니 개개인이 아닌 산악회 전체가 난이도 있는 산행은 하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동참을 구합니다.
자기들 끼리 못 가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참석하여 산행 도우미 역할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뭐 같이 가면 이것저것 귀동냥할 것들이 있지 않겠냐 하는 말로 듣습니다.
그리고 산행을 하는 요령이나 그 산 주위 것들을 관찰할 수 있는 방법도 알고자 함이라 이해합니다.
그들이 훌쩍 던져 놓은 곳.
설악의 공룡능선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총무라는 분은 첫 설악 산행 때 저로 인해 이미 그 공룡을 맛본 분입니다.
2022. 06. 11. 23:00
대림역을 출발합니다.
버스가 아주 럭셔리합니다.
한숨 자고 나도 목이 아프지 않고....
02:12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산악회 버스는 딱 한 대만이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 대원들이 몸을 풀고 있군요.
산행 준비를 마치고 할인요금 4,000원씩의 입장료를 내고 설악의 품으로 듭니다.
입장료 수입만해도 상당할 것입니다.
공수래공수거이거늘 그 돈 갖고 다 무엇에 쓸꼬?
03:01
비선대 초소에 도착하니 막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올라가신 분들이 몇 분 되시는 거 같습니다.
마등령까지는 3.5km.
계속 오르막이죠.
낮에 오르면 지옥이지만 이런 이른 새벽에는 딱입니다.
조망할 것도 없으니 그저 묵묵히 걷기만 하면 되니까 말입니다.
이 이정표가 있는 곳이 딱 쉬기 좋게 약간 너른 공간이 있습니다.
이 정도 오르면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죠.
누군가 가방을 열어 오이와 방울토마토 등을 꺼냅니다.
가방을 가볍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럴 때면 조금은 시끄러워지기 마련입니다.
자고 있는 설악의 주인인 동식물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제 늦게까지 비가 왔는지 새벽 공기가 후덥지근하고 땀은 비 오듯 합니다.
04:58
날은 밝아졌고.....
좌측에 있는 바위로 올라갑니다.
겨우 세존봉과,
마등 암봉 정도만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따 우리는 저 암봉들 아래로 진행을 하게 되죠.
그 뒤가 그 이름도 거창한 백두대간.
바위 뒤로 마등령이 살짝 얼굴을 드러내고.....
'나무지게' 님 친구는 오늘 허탕이라네요.
한 장도 못 찍었답니다.
금강문을 지납니다.
낙석 주의!
데크를 오릅니다.
우측 골을 따르면 마등봉 1326.7m으로 오르게 되죠.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세존봉으로 잘못 표기되어 있습니다.
너덜지대를 지나,
마지막 계단을 오릅니다.
05:49
여기서 백두대간을 만납니다.
듣기만 해도,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저려오는 단어 백두대간.
우틀하면 마등봉 ~ 황철봉 ~ 미시령 ~ 진부령을 거쳐 금강산 ~ 백두산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죠?
물을 건너지 않고 오로지 능선만 걸어서 말입니다.
그럼 이 삼거리를 뭐라고 불어야 하나요?
마등령 삼거리라 불러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름이 없죠.
좌틀합니다.
오히려 이곳을 마등령 삼거리라 표기하여 놓았군요.
저는 여기서 우틀하면 오세암으로 내려갈 수 있고 이 길은 하산길이나 탈출로로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니 오히려 그냥 '마등령' 혹은 '오세암 삼거리'로 부르고 싶은데....
어쨌든 좀 억울하죠.
좌측의 1275나 중앙의 대청봉 그리고 그 우측의 중청은 물론,
조금 전 지나온 마등의 암봉,
나아가 집선봉 일대의 만물상과,
세존봉과 그 바로 우측의 달마봉도 감상하지 못했으니까 말입니다.
서북능선의 귀때기청봉의 역할도 보면서,
나한봉이 어떤 것인가도 살피면서,
공룡의 흐름도 읽으면서 대청봉은 물론 1275와 범봉까지도 봤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그러면 대청에서 좌측으로 흘러내리는 화채능선을 읽은다는 것은 그저 보너스 정도....
삼각김밥의 화채봉까지도...
이른 아침에 찬바람 맞으며 아침을 먹는데 다행히 주먹밥이었으니 망정이지....
본격적으로 공룡으로 듭니다.
너덜지대를 지나는데.....
세상에...
이런 것을 가지고 탄성을 질러야 하다니.....
귀청이 살짝 그 정상부만 보여줍니다.
그 정도만 보여준 것도 감지덕지입니다.
우리가 거의 1빠이다 보니 여기가 텅텅 비었습니다.
여기서 이걸 보고 싶었었는데....
즉 1275, 천화대, 범봉, 화채봉, 만경대를 한 세트 말입니다.
지나온 마등령 방향을 조망합니다.
중앙 마등봉1326.7m, 우측 세존봉.
세존이시여!!!!
이 중생을 제도하여 주옵소서.....
희운각 대피소까지 아직 3.9km 남았네요.
천천히...
천천히...
그나저나 뭐 볼 게 있어야지.....
얽히고섥히고....
올라오는 사람 혹은 내려오는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 곳.
멀리서 볼 때 그저 암봉 중 하나일 것....
이런 모습....
뒤돌아 보면 이런 모습....
이건 또....
......
여러 갈래 길 누가 말하나
이 길 뿐이라고
여러 갈래 길 누가 말하나
저 길 뿐이라고
여러 갈래 길 가다 못 갈 길
뒤돌아 바라볼 길
여러 갈래 길 다시 걸어갈
한없이 머나먼 길
여러 갈래 길 다시 만날 길
죽기 전에라도
여러갈래 길 다시 만날 길
죽은 후에라도
https://youtu.be/UiwviFDjbDg
......
.....
..............
설악골.....
턱돌이.....
여기서는 울산바위도 조망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울산바위는커녕 바로 앞 봉우리도 안 보이니......
1275봉.
어서 올라오슈 아우님.
1275봉 쉼터.
그 옛날.
설악을 처음 배울 때 그러니까 1980년 대 후반 경 마등령 마귀 형님과 이곳에서 매점을 열고 있던 실명씨 등 두 분들로부터 삼지구엽초로 만들었다는 술을 많이도 얻어 마셨었는데.....
물론 쌀을 한 말 지고 가야....
1275봉 내려가는 길 좌측에 있는 촛대바위.
다시 교행을 해야 하는 곳.
울진에서나 볼 법한 소나무.
공룡능선 유일의 샘터.
오늘은 빗물일 테니 그냥 통과.
대구 팔공산악회에서 많은 분들이 반대방향에서 오고 있었고.....
이곳을 지나면서,
이 그림 하나 건졌다고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오늘은 저 대청봉의 이박사 능선은 고사하고 중청 ~ 소청 라인도 하나 안 보이니....
이건...
이거고.....
범봉, 울산바위도 못 보고....
이 안전지대를 지나면,
그렇죠.
드디어 신선암 혹은 신선대 갈림 3거리입니다.
원래 백두대간 길은 여기서 좌측 바위로 올라,
암봉 3개를 넘어 진행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의식을 하든, 의식을 하지 않든 그저 여기서 등로를 따라 직진을 하여 산자분수령에 어긋나게 물을 건너게 되는 것이죠.
조금 이따 그 합류점을 보죠.
말이 나왔으니 예전 사진을 하나 들고 옵니다.
이박사 능선이 보고 싶어서.......
속초에서 병원을 운영하시던 이박사라는 분이 주축이 되어 개척한 루트인데 그 길이 결국 알고 보니 희운각에서 대청봉을 오르는 백두대간길이 된 것이죠.
그 대간길 좌측이 죽음의 계곡이고 능선 너머가 염주골.
소청 우측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이 현재의 등로로서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등산객들이 걷는 곳(지도상 ‘나’의 곳)이다. 그리고 그 왼쪽. 사실은 저 대청에서 바로 흘러내리는 능선이 백두대간 길로 이른바 속칭 ‘이박사 능선’인데 지금은 폐쇄되었다. 그 입구가 지금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곳이다. 하는 수 없이 대간꾼들은 부득이 저 소청 방향으로 진행(지도상 ‘다’의 노란선)을 하여 희운각대피소로 가면서 부득이 물을 건너게 되는 것이다.
저 대간길인 이박산 라인 좌측의 골이 예전에는 ‘고요의 계곡’이라는 이름을 가졌었다. 그러던 것이 1969년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동계훈련을 하다 눈사태로 열 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로는 ‘죽음의 계곡’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다음 골짜기, 그러니까 이 화채능선으로 줄기가 가지를 치면서 생기는 골짜기가 바로 염주골이다. 이 염주골에서 발원하는 물은 죽음의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에 합쳐져 천불동 계곡의 본류가 된다. 그러고는 저항령과 황철봉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들을 받아 쌍천이 되어 동해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똑같이 대청봉에서 흘러내리는 물도 저 이박사 능선 좌측으로 흘러가면 가야동계곡으로 흘러 북천이 된 다음 소양강이 되어 북한강을 이루고는 양수리에서 한강이 되어 서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게끔 되어 있다. 그러니 한 끗 차이로 좌측으로 간 물방울 하나는 서해로 가고 우측으로 간 다른 물방울은 그 물방울과는 절대로 단 한 번의 만남도 없이 동해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이게 바로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기본 원리이고 그 기준이 바로 백두대간이다. 대간은 우리나라를 동서로 양분한다는 얘기를 바로 저 이박사 능선이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것을 이 설악에 대입시켜 본다면 그 대간 라인 즉 공룡능선을 중심으로 내설악과 외설악이 구분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청에서 저 이박사 능선으로 진행을 하여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 즉 백두대간 길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다 보니 반들반들하게 되었고 나무의 뿌리들이 다 드러날 정도였다. 그래서 공단은 자연휴식년제로 막아놓았는데 이번 기간은 2017년 2월 28일에 종료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안내판마저 철거해놓았으니 사실 언제 열릴지 기약이 없는 실정이다.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521쪽
지나온 것을 다 볼 수 있고,
대청봉은 물론 서북능선 방향도 다 볼 수 있는 곳이죠.
바로 안전시설이 나오고...
예전에는 쇠줄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이 지역을 내려서자마자 좌측으로,
이 골짜기를 건너게 됩니다.
물줄기를 건너게 된다는 것이죠.
이 물은 당연히 영실천이 되어 백담사 쪽으로 내려가겠죠.
이것으로 이 루트가 정확한 백두대간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고는 이곳에서 다시 대간길을 회복하게 됩니다.
알거나 말거나.....
무슨 관심?
그저 걷기만 하면 되는데.....
11:10
희운각 삼거리입니다.
가방털이를 한답니다.
직진하여 희운각 대피소로 갑니다.
희운각 대피소는 공사 중.
희운각 대피소
‘희운각 대피소’의 이름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이 ‘희운’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1969년 2월 15일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동계훈련을 하던 ‘고요의 계곡’에서 열 명의 대원이 눈에 묻힌 사건이 있었다. 당시에 이 사건은 신문 호외로 알릴 정도의 커다란 사건이었다. 이때 ‘희운(喜雲) 최태묵’이라는 이가 이곳에 변변한 대피소가 하나 없어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하여 사재를 털어 원정대원들이 동계훈련을 할 때 베이스캠프 정도로 쓰일 대피소를 만들어서 이를 기부했다. 이것을 기리기 위해 그의 호 ‘희운’을 따 이름을 지었다는 설이 그 하나다. 또 하나는 그 이전부터 어떤 이유로 ‘희운각’이라는 팔각정자가 있어서 그 자리에 대피소를 만들면서 그 정자의 이름을 따서 ‘희운각 대피소’가 되었다는 설이다.
그런데 사실 어느 분이 상당한 돈을 출연하여 대피소를 만든 것은 맞는 거 같다. 기록에 의하면 1965년 5월에 이 자리에 이미 희운각이라는 팔각정이 있었다. 그러니 어쨌든 그 정자의 이름을 따서 희운각 대피소라고 한 것만큼은 확실하다.
- 졸저 전게서 535쪽
남은 음식물을 다 먹고 다시 돌아 나옵니다.
우측으로 만경대 능선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만경대.
또 오르고 싶군요.
비선대로 올라 양폭 ~ 만경대 ~ 화채 ~ 은벽길 ~ 설악동 코스를 그립니다.
비 온 다음 날이면 좋겠는데.....
칠선을 생각합니다.
확실히 설악이 아니 천불동이 예쁘긴 합니다.
지리는 앙탈 부리는 설악과는 달리 자주 가지 않아도 용서해주는 산이라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림받을 때는 오라고 했다. 잠에서 막 깬 채로 있는 수염 그대로 가지고 와도 된다고 했다. 고달프고 지쳐있을 때, 다른 데서 눈길을 주지 않을 때 은근하게 생각나면 와도 된다고 했다. 수줍은 시골 새색시를 보고 싶은 마음으로 오라고 했다. 지리 아무 데나 앉아서, 하염없이 아무 데나 바라보고 싶을 때는 오라고 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수족이 힘들어할 때에는 꼭 찾으라 했다. 가만히 앉아서 하염없이 울고 싶을 때 그때는 반드시 오라고 했다.
- 졸저 '현오와 걷는 지리산' 서문 중에서
확실히 이럴 때 설악은 받아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태풍 때 유실되었던 안전시설.
폭포.....
그 물줄기.....
소沼.....
양폭대피소.
아쉬움......
.......
물소리 들으며.....
얘도 턱돌이?
귀면암鬼面巖.
설악산의 대개의 명친이나 이름들은 다 금강산에서 가져온 것이죠.
이 귀면암도 마찬가지이고....
그나저나 아래쪽이 귀신 얼굴인가?
아니면 위쪽이 그런가?
계단을 올라....
망중한.....
비선대 장군봉.....
13:56
아침에 올랐던 곳으로 다시 원점회귀.
놀며, 쉬며 정확하게 10시간 55분 걸렸군요.
공단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초소 옆을 빠져나갑니다.
2주 후에 다시 보자꾸나.
비선대의 장군봉과 적벽.
자세히 보면 금강굴이 보이죠.
2주 후에 저 구름이 가린 곳을 거닐 것을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뜁니다.
또 봅시다.
여기서 대원들을 기다립니다.
목이 말라 옆에 있는 매점에 들어가 캔맥주를 하나 사려는데 4,000원이라고요?
예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캔맥주 하나에 4,000원이 뭐야!
하산 시 샤워를 하던 C 지구의 허니문 모텔이 문을 닫았습니다.
바로 위에 있는 투게더 모텔은 5,000원을 받는군요.
깔끔하게 씻고 막걸리로 뒤풀이를 하고는 귀경차량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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