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이나 되었군요.
지난달 5일이니까 음력으로는 10. 12.이었습니다.
달이 하도 밝아 그날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그날은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한 결과적으로 실패한 산행이었고 산행 나아가 독도에는 일가견이 있는 후배들과의 산행이어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날 이후.......
늘 오매불망 저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일.
죽변산으로 내려서서는 제1 임도까지의 루트 그리고 121.9봉 ~ 운봉산 구간까지를 제대로 이었을 때 그 루트는 도대체 어떤 루트였을까 하는 그리움, 기대감, 아쉬움 등 때문이었습니다.
절치부심, 와신상담 그날을 기다립니다.
"형님. 죽변산 가야죠? 도대체 일이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믿음직한 후배 푸우 님의 전화 내용입니다.
"그래? 하긴.... 꾼이라면 그게 정상이지! 그래, 언제 시간 되는데?"
"저는 주중이 더 좋은데...."
그래서 잡은 날이 12. 08.
마침 제가 잡은 그날이 푸우님으로서는 충무로에서 송년회가 있는데 이를 마다하고 "형님과의 산행이 더 중요하죠!" 하면서 날짜를 잡습니다.
12. 07. 23:55
푸우님이 먼거리를 수고하십니다.
저희 집을 출발해서 12. 08. 02: 15 새벽에 문을 여는 식당이 없는 고로 원통 시내의 공용주차장에서 잠을 자고는 04: 20 기상하여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고 진부령으로 갑니다.
오늘의 들머리는 북진을 할 경우 최종 기착점이자 남진을 할 경우 제1구간 시작점인 백두대간의 진부령입니다.
그 진부령의 상징적인 시설인 알프스 스키장.
어쩌다.....
문이 닫힌 폐가 상태의 알프스 스키장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두고 산행 준비를 합니다.
지도 #1
오늘도 달이 참 밝습니다.
오늘 산행의 시작은 온전하게 고성군 간성읍 흘리입니다.
백두대간 완주를 기념하는 표지띠들이 바람에 날리는 곳을 지나 잘 정비된 등로를 오릅니다.
그러고는 마산봉 삼거리입니다.
여기서 고성군 토성면을 만나 토성면과 간성읍의 면계를 따라 걷습니다.
그러고는 마산봉1052m입니다.
사실은 그냥 마산이죠.
마산의 유래
마산봉을 정면으로 보며 내려간다. 삼거리를 지나 우측으로 샘물 표시가 되어 있다. 마시기에 별로 적합해 보이지 않는 물이다. 안전시설이 되어 있는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마산 삼거리를 지나 2004년 이설 된 2등급삼각점(간성24)이 있고 정상석 두 기가 서 있는 마산(1052.0m)이다.
마산(馬山)은 ᄆᆞᆯ산에서 왔다. 말(馬)은 중세 국어에서는 ‘ᄆᆞᆯ’이었다. 그런데 고대국어 체계에서는 뒤에 모음이 있는 경우 두 음절로 말하는 ‘개음절어’ 체계여서 고려시대 이전에는 ‘말’의 경우 ‘ᄆᆞᄅᆞ’로 발음되었을 거라고 한다. 따라서 이 ‘ᄆᆞᄅᆞ’는 말(馬) 말고도 ‘마루’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지금의 ‘산마루’와 같이 ‘꼭대기’ 혹은 ‘높은 곳’의 의미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의미의 잔재가 馬峴, 馬山, 馬嶺 등이다. 그러니 보통 지명의 유래나 전설 등이 얘기하는 것과 같이 ‘말의 형태를 닮았다.’는 등의 동물 말(馬)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 이 마산도 생김새와는 관계없는 단지 ‘높은 산’이라는 의미를 가진 산에 불과하다.
- 졸저 '현오와 걷는 지리산' 564쪽
달이 너무 밝습니다.
보름달입니다.
우측의 향로봉 부대 불빛.
그 보름달과 우측의 향로봉을 봅니다.
실루엣으로나마 향로봉 라인을 읽습니다.
진부령 에서 직선으로 올라간 곳에서 처음 만나는 칠절봉1172.2m.
그리고 향로봉 좌측으로 다섯 번째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둥글봉(圓峰)1276m.
그렇게 말입니다.
지금 시간이 05:57.
이 시간에 일출을 보기 위하여 나머지 약 1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이 추위를 견딜 재간이 없고.....
2등급 삼각점(간성24)만 확인하고 자리를 뜹니다.
이 정도면 마산에서의 분위기는 충분히 느끼고 감상했으니 ......
군사시설을 지나자마자 바로 내리막이 시작됩니다.
여기서부터는 골 하나하나가 중요합니다.
이런 갈림이 심한 곳 그리고 등고선이 촘촘하게 그려진 곳에서는 한 발자국만 잘못 들여놓으면 그냥 알바입니다.
처음에는 그게 보이질 않습니다.
골이 안 보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능선을 회복한 다음에는 엄청난 거리의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그걸 회복하려면 골에서 능선으로 사면을 치고 올라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맥이 빠지고......
오늘은 야간이지만 독도를 촘촘히 그리고 꼼꼼하게 하면서 진행합니다.
바위가 많은 구간을 우회하면서도 흐름을 놓치지 않습니다.
향로봉 라인으로 넘어가는 달을 봅니다.
그 시각.
반대방향인 동해에서는 한창 붉은 기운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바통 터치!
다시 향로봉은?
달뜨기능선인가?
아니 달지기능선......
향로봉의 군 시설물이 떠오르는 햇빛으로 인해 유난히 밝아 보이고 저 보름달은 오늘 밤을 기약하며 둥글봉 좌측으로 저뭅니다.
아!
저 향로봉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은 어떤 마음으로 저 달을 바라볼까?
이제 랜턴은 벗어서 가방 안에 넣고.....
내려온 지도 #1의 '가'봉을 봅니다.
만약 저 봉우리에서 맨 왼쪽 가지를 탔다면 바닥에 내려와서는 한 골谷 차이로 약 40m 능선으로 치고 오르는 수고를 감수하여야 했을 겁니다.
그러나 꼼꼼하게 독도를 한 결과 우리는 뭉툭한 우측 봉우리에서 내려와 이 능선을 회복하게 된 것이죠.
뿌듯한 맛.
이 맛에 이런 능선을 타는 것이죠.
779.7봉을 지납니다.
카프님과 동행한 행운님 산패를 봅니다.
지난번 산행을 할 때 달아놓은 우리 3인의 표지띠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해는 떠오르고.....
잡목 사이로 금강산을 봅니다.
800고지 정도는 올라야 금강산을 볼 수 있으렷다!
857.6봉은 두 개의 봉우리로 나뉩니다.
아까 산패가 달려 있던 오리지널 857.6봉
그리고 군 시설물이 널려 있는 바위봉.
이 바위봉에서의 조망이 압권입니다.
멀리 향로봉 라인과 바로 앞 814.2라인을 볼 수 있고....
그리고 우측 중앙으로 금강산을 볼 수 있습니다.
향로봉을 당겨보고,
그리고 금강산도 당겨봤습니다.
죽왕면 일대....
선유실리 저수지...
멀리 북천.
우리나라 최고의 산줄기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계신 자하 신경수 선생님.
존경하는 형님께 문안 인사를 올립니다.
오늘도 묵묵히 어느 단맥을 소화하고 계시겠죠.
J3 배병만 방장, 박성태 선생님, 준희 선생님, 죽천 선생님, 정병훈 선생님.....
지도 #2
지도 #2의 '나'를 지나면서 이제는 간성읍을 버리고 죽왕면과 토성면의 면계를 따라 걷습니다.
진행방향 좌측으로 죽변산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아!
우측으로는 드디어 신선봉입니다.
금강산 12,000개의 봉우리 중 가장 남쪽에 있는 봉우리인 저 신선봉.
특히 설악산의 여러 봉우리 중 나름 가장 애착을 갖고 있던 저 신선봉.
이제는 집착을 버려야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봉우리들이 다 아름답고 신선하고 신성하거늘 굳이 저 신선봉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눈을 조금 좌측으로 돌리니 설악 서북능선의 여러 봉우리들과 한계천 너머의 가리봉과 주걱봉까지 시야에 들어옵니다.
우측 끝은 안산.
그 가리봉과 주걱봉을 당겨봅니다.
대단합니다.
지나온 능선을 봅니다.
좌측으로는 병풍바위가 있는 1054.6봉이 뾰족하게 보이고 그 우측으로 마산에서 가진 친 능선이 명백합니다.
조금 전 우리가 내려온 능선이죠.
소나무 숲을 지납니다.
8지 소나무 정도는 될까?
그러고는 753.2봉을 오릅니다.
지난번에는 이 표지판을 장착한 나뭇가지가 부러져 바닥에 떨어져 있어 발견을 하지 못했었군요.
오늘은 용케도 푸우님이 찾아냅니다.
2020. 10. 31. 붙인 이 산패를 가접한 채로 사진 촬영을 하고.....
아!
동해.
새이령.
857.8봉
오늘은 마지막인가?
저 향로봉을 볼 수 있다는 게.....
저 금강산도.....
697.6봉에서 변곡점을 찍고 크게 좌틀합니다.
구멍바위.
드디어 이따 오를 운봉산이 얼굴을 드러내고 그 우측의 부대들을 봅니다.
상당한 규모의 부대로군요.
우리야 그 뒤로 진행할 것이니.....
죽변산 전위봉에서 뒤를 돌아보고,
신선봉 좌측으로 달마봉과 울산바위.
그리고 그 뒤로 화채능선의 화채봉과 대청봉까지......
신선봉 우측으로 안산이 보이고 새이령의 움푹 파인 골이 보이고 그 우측의 병풍바위의 1054.6봉.
그리고 오늘 지나온 697.6봉이나 753.2, 857.6봉 등 지나온 봉우리들이 관찰이 되고,
그 우측으로 향로봉이 아직까지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울산바위와 화채 그리고 대청을 당겨봅니다.
상당한 낙엽입니다.
된비알을 내려와 마지막 봉우리인 죽변산을 향합니다.
죽변산680.3m에 오릅니다.
전에 붙여놓았던 표지띠를 확인하고,
3등급삼각점(간성314)도 확인합니다.
인증사진 한 장 찍으시고.....
간신히 향로봉과,
금강산,
그리고 운봉산을 보면서 ,
진행방향을 확인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통과하려고 했던 이 부대 규모가 장난이 아닙니다.
축구장과 너른 연병장 하며 아파트 두 동이 넘는 관사 그리고 능선을 따라 철책 같은 게 보이고 봉우리에는 초소까지.....
어쨌든 바로 하산을 결행합니다.
사실은 적당히 바람이 덜 들어오는 곳에서 점심을 먹기 위함이죠.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
가지고 온 마가목주를 따끈하게 나눠 마시고.....
1시간 정도를 점심 시간에 할애하고 자리를 텁니다.
참고도 #2
여기부터가 중요합니다.
여기서부터 지난 알바구간을 버리고 왼쪽으로 붙습니다.
지도의 골을 피하고 능선을 찾는데 현장에서는 골과 능선의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능선을 찾고 그 걸 따라 내려가다 보면 그게 또 골이 되고.....
두어 번을 사면치기하며 내려가다 보니 가랑이가 뻐근해질 정도입니다.
또 그 길의 잡목 상태는?
된비알에 잡목이라!
11월 ~ 3월 초까지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산행 불가한 지역입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제대로 독도를 하여 올바른 능선을 찾아 진행을 합니다.
시간은 돌부처 이창호가 장고를 하듯 물 흐르듯 흐르고....
희미하게 길이 보이는 곳도 있긴하지만 의미 없는 길이고....
바위봉 '다'는 적절하게 우회를 하고,
그 와중에도 우리나라 산줄기 마일리지 2위인 죽천 선생님을 뵙니다.
여기까지 오셨다니!
역시 죽천 선생님이십니다.
그러고는 임도로 떨어집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는 하지만 이제부터 2라운드가 펼쳐집니다.
지도 #3
이제부터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지난번 야간에 군부대 후문 해프닝이 있던 곳입니다.
북변산을 보고 오름을 시작합니다.
조망터가 나오는군요.
신선봉.
이번에는 화채능선과 대청봉까지.....
잡목 숲을 뚫고 전진하고 있는 푸우님.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 숲을 뚫고 전진하였지만,
커다란 벽에 가로막힙니다.
우리가 진행할 능선은 부대 철챡이 가로막고 있었고 그 철책의 끝마다 초소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죽변산에서 관찰한 그대로였고 일반 지맥에 있는 군부대와는 달리 이 철책의 바깥쪽은 바위 혹은 낭떠러지이니 도저히 접근 불가입니다.
어쩔 수 없이 능선은 포기하고,
회군하여 지난번 같이 개울을 건너려 그 참혹한 가지치기 현장을 또 지납니다.
좌측 봉우리를 올라,
예의 그 양근 함 씨 음택을 지나,
개울을 건너니 어떻게 된 게 복수혈전이 아니 되돌이표가 되고 말았습니다.
"형님, 어떻게 지난번에 그렇게 제대로 그 능선길을 포기하고 이쪽으로 오실 생각을 하셨어요?"
푸우 님이 생각해도 지난번 그 현명한 판단이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누가 그 능선이 그럴 줄 알았어? 다만 그 능선길이 시간이 너무 소요되었고 우리 모두들 힘들어하는 거 같아 그냥 빨리 탈출하려고 했던 거지."
"결과적으로는 신의 한 수였어요."
"그래, 대감이 앞에서 잘 뚫고 가기도 했었고...."
"그러고 보니 그때 대감이 다운로드하여온 그 트랙."
"예."
"그 트랙이 결과적으로 보면 그 사람이 이 부근을 알고 일부러 온 거 같아. 그리고 죽변산 아래 구간부터는 일부러 능선을 고집하지 않은 거 같고.... 다만 이 철책은 그 사람도 몰랐던 거 같아. 이 능선으로 오르다가 안 되니까 다시 빽하여 이 개울을 건넜다며?"
"맞아요."
"그 사람은 알바의 대가가 아니고 오룩스를 제대로 보면서 산행을 나름 할 줄 아는 사람인 거 같아. 자기 딴에는 그 길이 최선으로 알고 찾아갔던 거고, 우리는 우리대로 오늘 우리 길을 찾아온 것이고..... 오늘 길보다 그때 길이 비록 두 차례 물을 건너긴 했지만 산줄기 산행이 아니었다면 그 사람 운행 방식도 존중해 줘야 할 거 같아."
"그러니까 그 카페에 올렸겠죠."
운봉산을 향합니다.
주상절리.......
돌강도 보면서 걷습니다.
미륵암에서 우틀.
운봉산을 오르면서 죽변산을 봅니다.
산신령님.
오늘 무지 힘들었지만 너무 귀한 산행 교훈을 얻었습니다.
앞으로는 독도를 하거나 트랙을 그릴 때 엉성하게 막 긋지 않고 꼼꼼하게 골과 능선을 확실하게 그어 다니겠습니다.
대단한 규모의 동강을 보고 다시 되돌아 나옵니다.
정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아!
22사단이었군요.
북한군 귀순 사건 당시 경계근무에 허점을 보인 그 사단.
운봉산 정상에 오릅니다.
정상석을 보고....
오늘 진행한 죽변산과 그 친구들.....
설악의 전모.
속초시내.
센스쟁이 푸우님.
2등급삼각점(오호21)을 보고 하산을 합니다.
유래도 읽어보고.....
푸우님이 아는 택시를 불러 진부령으로 돌아옵니다.
뒤풀이는 용대리의 부흥 식당에서 더덕정식으로 합니다.
푸우님은 운전을 해야 하니 저 혼자 반주를 곁들이고....
오늘 산행 평가를 마치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푸우님의 말을 들어 22사단 정문 쪽으로 내려올 걸 ......
차를 회수하면서 마산봉 줄기 뒤에서 떠오르는 오늘의 달을 푸우님이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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