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22 임인년이 저물고 희망과 영광이 가득할 2023 계묘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말이지 모든 게 이루어질 새해라 믿으니 아무래도 새해 첫 해맞이는 마고할매와 함께 하여야 할 거 같습니다.
아무리 실지실견悉知悉見하신 마고할매라고 하더라도 정중하게 부탁의 말씀을 직접 올리는 게 예의일 거라는 생각에서이죠.
금요일 (2022. 12. 30.) 13:20 버스로 인월로 내려갑니다.
산수 대장님 내외와 고남 형님이 기다리고 계시는군요.
여기에 마침 산청에 내려와 있던 친구친구님도 곧 오신다고 하고....
이래저래 두 명이어야 할 팀이 5명으로 늘었습니다.
인월 산골식당에서 맛나는 흑돼지 오겹으로 저녁을 먹고 고남 형님집에서 이야기보따리를 풀고는 따끈한 집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마지막 날인 12. 31.
내일 산행에 대비하여 워밍업으로 바래봉이나 오르자고 합니다.
길게 걷는 거 보다 가볍게 바래봉 정상만 다녀오기로 하고.....
양이 안 차기는 하지만 지형정찰이라 생각하고.....
용산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다녀오기로 합니다.
멀리 대간 길의 수정봉과 인사를 나눕니다.
그냥 도로를 따라 오르는 길은 밋밋하고 싱거우니까 운지사 옆길로 오르기로 합니다.
오기실음 관두등가?
'오기 싫으면 관두든가'라는 의미는 아니겠고......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좌측으로 요사채가 하나 더 생겼고......
가난한 절집이었는데 많이 바뀌었습니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탑이라고 합니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오릅니다.
이 길로 다니는 사람은 특별한 분들 말고는 거의 없을 것인데 앞서 가시는 분이 한 분 보이는군요.
그냥 평소처럼 산인사를 건네고 지나치는데 어디서 많이 뵌 분입니다.
모자를 눌러쓰고 넥워머까지 했으니 찰나에 알아보기는 힘들었던 상황.
잠시 쉬면서 뒤따라오시는 그분을 다시 보니 황산 아래 비전마을에 사시는 권이장 님이시로군요.
항렬로는 저에게는 조카뻘 되시는데 80의 나이에도 사회와 산행 활동을 활발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고남 형님과도 반가운 악수를 나누고 여러 얘기를 나누다 보니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이제 일행은 여섯 명으로 늘었습니다.
정규등로로 올라서고.....
쌓인 눈을 밟으며 겨울 산행을 만끽합니다.
눈꽃.
오랜만에 아이젠을 차고 걸으니 기분이 업이 되는군요.
세동치 방향으로도 러셀이 되어 있어 가보고는 싶으나 오늘은 그저 워밍업만 하기로 했으니 좌틀하는데 만족합니다.
늘 그리던 길.....
생각보다 눈은 많이 녹았군요.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그런데 바래봉으로 오르자 바람이 거세지며 구름이 몰려옵니다.
반야봉조차 보이지 않으니......
산객들이 줄을 서서 기념 촬영을 하는데 .......
평소와 다르게 우리도 정상석 인증을 남깁니다.
내려오면서 봐도 반야 방향은 걷힐 생각을 하지 않고....
바람이 너무 세서 기다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그냥 하산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좋은 곳.
저렇게 버티니 나뭇가지가 뿌려지지.....
권이장 님께서 짜장면이나 먹고 가자고 하시는군요.
마다할 이유가 없어 운봉삼거리에 있는 용문객잔에서 짬뽕에 고량주로 하산주에 갈음합니다.
설화雪花.
내려오니까 맑아지는군요.
이른 저녁을 먹고는 목욕재계를 하고 신년 첫 일출산행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만 왜 잠이 안 오는 것인지.....
03:40
이튿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는 백무동 터미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마침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온 분들과 산행 준비를 합니다.
오늘 일출 예정 시간은 07:42
천왕봉까지 3시간 반 정도 걸릴 것이니 여기서 04:00에 출발하기로 합니다.
한신루트를 버리고 장터목 루트로 오릅니다.
이 야심한 새벽 더욱이 이곳은 조망조차도 없는 장터목 루트.
그저 소지봉까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올라가기만 하면 되죠.
500 고지 정도의 백무동에서 1499.1m의 소지봉까지 조망이라고는 전혀 없으니 말입니다.
참샘을 지나고....
음용불가라고 합니다.
대장균이 많이 검출됐다나 뭐라나.....
05:17
창암능선에 오르고....
그냥 이대로만 오르면 제시간에 천왕봉에 오를 수 있겠군요.
05:56
소지봉을 지납니다.
천왕봉까지는 3.2km 남았으니 앞으로 1시간 반 정도는 예상하여야 합니다.
장터목 대피소에 이르자 거센 바람과 낮아진 대기의 기운이 온몸을 얼게 만듭니다.
취사장 안으로 들어가니 라면 먹는 이들, 간식 먹는 이들....
북새통입니다.
땀으로 범벅이 된 바람막이를 벗고 파커로 갈아입습니다.
장갑도 두꺼운 걸로 바꾸고......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
우선 된비알이 호흡을 거칠게 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전문산악인들이 히말라야의 고봉을 오르는 거나 우리가 지금 이 된비알을 오르는 거나 진배없을 겁니다.
유달리 손가락이 예민한 현오.
과연 이 상태에서 사진 한 장이나 제대로 건질 수 있을까?
제석봉 우측 사면을 주시합니다.
드디어 붉은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남해 바다 위로 올라오는 저 붉은 태양과 함께 영광과 희망이 가득 찬 한 해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제석봉 우측 모퉁이를 돌자 드디어 천왕봉이,
남한 최고봉이자 우리 민족의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 천왕봉이 드디어 그 위용을 드러냅니다.
등로를 따라 열심히 스틱질을 하며 오르고 있는 저 앞의 산꾼들의 소망 모두 같을 겁니다.
발을 옮길 때마다 붉은 기운이 더 짙어집니다.
천왕봉에 오르니 일월대의 바위들이 사람의 형상처럼 보입니다.
이 바위들 마저 희망찬 새해 첫 해돋이를 보려 일렬로 줄 서 있는 듯싶습니다.
암아일체巖我一體!
천왕봉 뒤로 붉은 기운이 오를 때 잠깐 뒤를 돌아봅니다.
가장 높은 곳으로 붉은 기운이 돌고.....
곧 일출이 시작된다는 얘기이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냥 마구잡이로 오를 수는 없는 노릇!
장갑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뺍니다.
지리에 와서, 그렇게도 보고 싶은 겨울 지리에 와서 이 모습을 담지 못한다는 것은 마고 할매에게 욕을 얻어먹을 짓이지!
좌측 삼신봉을 보고 일출봉과 연하봉을 보면서 그 뒤의 촛대봉과 시루봉 그리고 영신봉까지 관찰을 합니다.
아!
내가 새해 벽두에 지리에 들긴 들었구나.
그것도 계묘년 새해 아침에 올해 처음 뜨는 희망찬 태양을 보려 이 사랑하는 지리에 온 게 맞긴 맞는구나.
다행히 제석봉 뒤 묘봉 뒤로 우리의 반야가 희미하게나마 그 위용을 드러냅니다.
07:32
드디어 중앙으로 올해의 첫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천천히...
아주 천천히 게묘년의 해는 떠오르고 있습니다.
다시 소망을 빌어봅니다.
다 알아서 해주시겠지만 우리 가족은 물론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마고 할매께 그 부탁을 올립니다.
07:37
아!
드디어.......
이 시각 치악산 비로봉에서는 그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꾼들이 일출을 기다리고는 있으나 태양의 기운은 구름에 가려져 있고...
다행히 인근 황산에는 그나마 이렇게라도 일출을 볼 수 있었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말입니다.
그 모진 바람 속에서 이제 일출 행사는 끝났고......
이제 모두들 자기 갈 곳으로 갑니다.
가슴에는 행복한 지리산의 기운만을 갖고....
제석봉과 일출봉, 연하봉, 촛대봉 등 주릉 라인과 좌측의 삼신봉도 아쉬움에 한 번 더 눈을 주고....
그리고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중봉과 하봉의 영랑대 그리고 그 뒤의 두류봉은 보고 가야죠.
우측으로 초암능선과 두류능선으로 보고....
중앙으로 창암산을 보고 그 뒤의 삼봉산이나 금대봉은 마음으로만 봅니다.
천왕봉을 다시 보고.....
하산하는 사람들의 모습보다는 정작 찍고자 하는 것은 연하봉이지만 바람 때문에 도저히 서 있는 것 조차가 쉽지 않습니다.
그저 이렇게 제석봉의 고사목이나 담으면서,
후일을 다시 기약합니다.
중앙 연하봉.
하산하면서 본 여러 가지 풍경.
천천히 줄을 맞춰서 그대로 하산하면 되거늘 그저 빨리 내려가려고 추월을 하는 등 비매너인 분들이 목격되더군요.
결국은 부상을 당해 119까지 출동을 하게 만들고....
새해 첫날부터 그 지경이니 올해 액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삼필사설....
죽어가고 있는 산죽,
저 자리에는 새로운 개체가 자리를 잡겠죠.
지루한 하산길.
여기까지 오면 다 온 거죠?
백무동 야영장 바로 전의 대나무밭.
이렇게 올해 해맞이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새해 복많이들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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