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있을 지리산 동계훈련(?)을 앞두고 묘향암에 시주할 것을 구매는 해놨는데 이것을 지고 갈 일이 문제입니다.
드론을 띄울 수만 있다면 모든 게 간단해지기는 하는데....
얘기인즉슨 반야봉 아래에 있는 우리나라 최고지의 암자인 묘향암에서 스님이 공양을 하시는데 필요한 취사기구의 연료 조달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월 1회 정도 공단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물자들을 운반을 할 때 이용하는 헬기로 암자에서 필요로 하는 LP가스를 한 통씩 날라주었다는데 언제부터인가 이게 끊겼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하는 수없이 휴대용 가스 버너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이 버너의 연료인 부탄가스가 필요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 개스통을 순전히 인력에 의해서만 운반을 해야지 달리 다른 방법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개스가스 한 통이 내용물만은 220g이지만 포장재인 가스통까지 따지면 거의 400g은 훌쩍 넘어버립니다.
한 박스가 28통이니 그렇다면 14kg 정도를 지고 가야 한다?
11월 15일부터 산방 기간이 시작되니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억지로 하루 시간을 빼 23:00에 출발하는 성삼재행 버스에 오릅니다.
단풍 시즌이라 그런지 평일인데도 만원이군요.
대단하신 분들.......
2022. 11. 01. 02:40
버스에서 내려 성삼재 휴게소에 들어가 컵라면 하나를 먹습니다.
아무래도 어두운 시간에 스님을 뵙는 것보다 그래도 해가 뜬 다음 뵙는 게 나을 것이니 여유를 부려보기 위함입니다.
함께 내리신 분들은 이미 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셨고....
저는 할 거 다 하고 제일 마지막으로 출발합니다.
03:24
불 꺼진 초소....
오늘은 산행을 하는 거라 보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혼자서 늦은(?) 시간에 초소를 통과합니다.
천천히 볼일을 다 보고 가도....
04:19
노고단 고개 초소를 통과합니다.
여기까지는 짐의 무게를 느끼고 올라왔지만 이제부터는 조금 달라지겠죠.
노고단 마고 할머님께 문안을 여쭙고 본격적으로 지리 안으로 듭니다.
길상봉 정상 그러니까 노고단에서 내려오는 정식 대간길.
누군가 과감하게 표지띠를 붙여놨군요.
이분도 블랙리스트black list에 곧 등재가 되겠군요.
지리는 늘 이렇게 처연하지 않은 그러면서도 고요하고 조용하게 싱그러운 새벽 분위기를 줍니다.
돼지령을 지나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검선사님에게서 전화가 오는군요.
어디쯤이냐는 얘기죠.
"돼지령이다"
주절주절....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면서 "이따가 반야를 넘어 이리로 빽해서 피아골 단풍을 봐야지!"라는 홀로의 중얼거림을 남깁니다.
임걸령(천호샘)은 필히 들러서 목을 축여야 하는 곳.
그나저나 노루목으로 올랐는데 시간이 너무 이릅니다.
할 수 없이 무거운 배낭을 지고 반야봉을 넘어 묘향암으로 갈 수밖에 없군요.
반야봉 삼거리를 지나면서 그냥 우틀해 내려가서 원래 계획대로 할까?
그건 아니지.....남자가 쪽팔리게.... 내가 멧선생도 어니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배낭을 다시 짊어지고 올라갑니다.
아!
동쪽으로 붉은 기운이 돕니다.
천왕봉과 중봉 그리고 그 좌측으로 영랑대와 소년대가 보이니 하봉입니다.
조금 당겨봅니다.
그 아래는 운무가 가득 찼군요.
바람이 셉니다.
조망터 역할을 하는 데크를 오르면서 지리의 남부를 감상합니다.
바로 앞이 불무장등 우측 줄기가 왕시루봉.
그리고 그 좌측이 섬진강 건너에 있는 호남정맥의 도솔봉 ~ 한재 ~ 백운산 라인....
사성암이 있는 오산 우측의 섬진강 위로는 운해가 가득하고....
조금 더 붉어지고....
조금 더 올라갑니다.
길상봉(노고단)과 종석대에서 성삼재를 건너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라인이 선명합니다.
그 뒤가 서시(견두)지맥.
이 정도면 오늘 본전을 뽑았습니다.
천왕봉 라인뿐만 아니라 그 앞으로 영신봉 ~ 촛대봉 ~ 연하봉 라인도 뚜렷하고......
눈에 삼삼했던 것들을 직접 확인합니다.
이래서 반야봉이지!!!!
당겨보니 그 라인이 더욱 뚜렷해지고....
노고단 ~ 종석대
섬진강은 아직도 운해로 가득 찼고.....
06:48
반야봉으로 오릅니다.
사실은 여기가 중봉이죠.
묘봉 ~ 명선봉 ~ 삼각고지 ~ 덕평봉 ~ 칠선봉 ~영신봉 ~ 촛대봉 라인이 명백합니다.
그 우측으로 낙동정맥과 횡천지맥.
센 바람이 운무를 대간길 북쪽에서 남쪽으로 넘깁니다.
순간 만복대를 놓쳤습니다.
이미 운무 속으로 잠겼고.....
아!
잠깐 걷힌 사이에!
찰칵!
성공했습니다.
만복대.
일출이 진행 중인 천왕봉을 한 번 더 보고....
남쪽도 한 번 더 보고...
이 장면들은 다음을 기약합니다.
물론 그때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반야 주봉으로 가는데 우측이 심상치 않습니다.
뭐 색깔이 갑자기 저래?
이미 해는 떴는데 구름 때문에....
북극지방 부근에서 볼 수 있다는 백야白夜가 이런 현상인가?
영화도 있었죠?
소련의 발레리노가 미국으로의 탈출을 그린 약간은 정치적인 냄새가 가미되어 있던 할리우드 영화로 기억이 되는데....
그 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노래가 바로 Lionel Richie의 Say you, say me였죠?
그 영화의 그 음악을 듣고는 바로 그 LP를 사서 즐겨 듣던 기억이 나는군요.
07:13
반야 주봉의 연안김씨 묘소를 지나 직진합니다.
며칠 전 '산이조아', '아모르', 분당사랑' 님 일행 세 분이서 이곳을 지나셨는데....
그분들은 어떤 모습의 반야를 보면서 지나셨을까?
이제 단풍도 끝물.
실망입니다.
심마니 능선.
그 뒤로 바래봉, 덕두산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멀리 감투봉을 지나 임천지맥의 삼봉산까지.....
우측 지리북부능선.
07:45
그러고는 묘향암妙香庵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이 노란 지붕을 보니 힘듦이 다 없어지는군요.
스님을 도와 처사 한 분이 절벽 위 소나무와 앞마당 소나무에 로프를 걸고는 지붕 도색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는데....
정면으로는 묘봉을 넘어 명선봉 뒤로 천왕봉까지 보이는 곳이니 과연 이곳은 명당 중에 명당입니다.
스님이 안 계셔서 몇 번을 부르니 일광이가 먼저 대답을 하고 스님이 산책을 마치시고 들어오시는군요.
그동안 있었던 얘기를 나누고 ....
2시간 반이 훌쩍 지납니다.
눈 오자마자 오겠노라고 말씀을 올리고 자리를 뜹니다.
10:19
스님은 또 수행에 전념하실 것이고...
금강굴과 빨리 인연이 되시길....
12. 24. 뵙겠습니다.
축대 아래 있는 태양광발전기가 스님의 휴대폰 전원 충전용으로 쓰이는 것이고.....
홀쭉한 가방이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폭포수 골로 내려갈까?
아니지....
국골 트라우마 때문에 그냥 주등로를 이용합니다.
좌측으로 터지는 조망을 보면서,
10:54
묘향암을 빠져나와 이제 백두대간인 지리 주릉에 접속합니다.
소금장수 묘를 보면서 바로 아래 토끼재를 지납니다.
노고단 라인.
반야.
11:01
날라리봉 즉 삼도봉에 오릅니다.
고남형님께 전화가 옵니다.
"어디야?"
"삼도봉입니다."
"그러면 12시 반이면 도착하겠군. 알았어 와운교에 있을게."
불무장등.
화개골도 이제는 누름과 붉음이 함께 합니다.
"형님. 아무리 그래도 한 시간 반에 어떻게 와운교까지 갈 수 있습니까!"
화개재까지만 해도 1km에 와운교까지가 9.2km - 2.1km = 7.1km 그러면 8.2km인데요!
어쨌든 부지런히 내려가겠습니다.
옛 뱀사골 산장 있던 자리.
단풍이 다 말라버렸고.
화개교 부근은 조금 나아졌네.
억지로 가을의 정취를 느낍니다.
이끼폭포 오르는 길.
얼마 전 사망사고가 있던 곳.
빨리 걷되 볼 건 보고.....
호젓하고....
물소리 양호!
올라오는 산객들과 산인사를 나누면서 걸음을 채촉합니다.
붉음이 오리지널로 보이기 시작하고.....
만산홍엽滿山紅葉.
우리나라만 이렇게 알록달록 하겠죠?
음......
제법 잘 찍었고.
만추로 가는 뱀사골.
소沼와 단풍의 어울림.
홀로 산꾼
아름답습니다.
와우!
기다리다가 결국 고남 형님이 올라오시는군요.
300여 m 함께 걸어 내려옵니다.
2주 전에 단풍이 한창이었다는군요.
그때 형님은 홀로 반선 ~ 뱀사골 ~ 삼도봉 ~ 피아골로 다녀오셨다는군요.
얼마나 좋았을까?
좋은 데만 골라서 가셨으니.......
인월로 나와 산골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귀경합니다.
고남 형님은 내일(11. 02.) 가거도와 만재도를 1박 2일로 다녀오신다는군요.
무탈하게 잘 다녀오십시오.
사진도 많이 찍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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