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을 마치고 바로 작성을 하였어야 하였는데, 종주를 완료하지 못한 그 날의 운행이 기간이 너무 짧아서 뒤로 미루었다가 그 구간의 운행을 재개하면서 작성하려다 보니 기억력의 한계로 소구간의 시간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산행을 하면서도 한 구간을 걸렀다는 게 자꾸만 마음에 걸리고 더욱이 그곳이 덕유산 구간이었기 때문에 신경에 거슬린다.
덕유산(德裕山) 즉 그 이름과 같이 크고 넉넉한 그 산의 장쾌한 마루금에 대한 그러한 그리움으로 산방기간이 끝난 다음에 육십령 ∼ 빼재, 빼재 ∼ 삼마골재를 잇는 일정을 기다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국공파들의 동향도 살피고 기회가 되면 종주를 감행할 겸 그 구산의 운행을 결행키로 하였다.
2009. 4. 3. 24:00 동서울 터미널에서 함양으로 가는 심야고속버스를 예약했다.
예상외로 그 버스에는 백무동으로 가는 지리공파(智異公派)들로 가득차 있었는데 심지어 서서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03:20 함양터미널에 도착하여 하차하는 사람이라고는 나 하나에 민간인 세 명뿐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 백무동까지 가는 등산객들이었다.
터미널 옆 해장국집에서 선지해장국을 먹고 예약해 놓은 택시를 타고 육십령으로 향한다.
노란 비닐로 출입금지 구역이고 그런 기간임을 알려주고 있었으나, "혼자 다니는 사람은 괜찮다더라."는 선답자와 택시기사의 조언을 굳게 믿고 04:10 그 라인을 당당하게 넘어선다.
할미봉을 향하는 길은 너무나 잘 나 있으나 제법 가파르다.
표지목을 지나고 헬기장을 지나 한참이나 땀을 흘리고 나자 할미봉 (1,026.4m)에 도착하였으나 아직도 사위가 어둡다.
덕유의 남쪽을 지키고 있는 할미봉은 제법 옹골찬 모양새로 주변을 조망할 수 있게 터 놓았는데 아직 주위가 어두워 삼각점과 표지판만 확인하고 서봉 즉 장수덕유산(1,510m)을 향한다.
고도는 점차 높아지고 이내 덕유교육원 갈림길에 들어섰는데 그 동네에서 짓는 개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을 보면 그 동네 사람들은 잠도 자지 못할 것만 같다.
또 다른 삼거리를 지나 헬기장에 이르자 이제 날은 다 밝았다.
남덕유산 뒤로 해가 떠오르려 색깔을 붉게 하고 있으며 교육원 쪽의 마을 정경과 걸어 온 할미봉 마루금이 힘 있게 뻗어 있다.
해가 남덕유 위로 솟아오르고 있으며 서봉 즉 장수덕유에서 남덕유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부드럽다.
암봉에 오르자 서봉에 이르는 마루금이 뚜렷하고 등과 얼굴에 땀이 뒤범벅이 되자 장수 덕유산으로도 불리는 서봉(1,492m)이다.
지금 내가 걸어온 이 마루금이 경상남도와 정라북도를 구분하고 있으며 서봉에서 1,403m로 이어지는 능선은 장수군 계내면과 계북면을 나눈다.
남덕유에서 삿갓봉을 넘어 무룡산 줄기가 그 위용을 뽐내고 있으며 그 곳을 어서 달려가고 싶은 생각에 철계단을 내려간다.
머리가 벗겨질 것 같이 날씨는 따가운데 음지쪽은 아직도 얼음이 그대로 있다.
삼거리가 나오는데 별다른 표지기는 없으나 위로 오르는 길이 남덕유로 가는 길이고 이 길은 다시 얼마 뒤에 합류가 되므로 나는 햇살이 눈부신 위로 향한 길로 오른다.
다시 삼거리가 나오고 그 삼거리는 위쪽으로 오르는 길이 남덕유 그리고 왼쪽으로 가는 길이 아까 오던 길과 합류함을 알려준다.
이곳은 거창군의 극서점이라는 삼각점이 박혀 있는데 본의 아니게 사진 속에 담배꽁초들이 보인다.
참으로 몰지각한 사람들이다.
이윽고 남덕유산(1,507m)이다.
교육원 일대와 할미봉 마루금 그리고 그 너머로 깃대봉이 보인다.
서봉도 바로 코앞에 있으며 예의 덕유의 장쾌한 능선 내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 하고 가고 싶어 하던 그 덕유의 마루금이 길게 향적봉을 향해 뻗어 있다.
음지쪽에는 여전히 얼음이 나직도 남아 있으며,
지금 내가 나온 삼거리는 아까 갈라졌던 길과 합류하는 곳이고 이곳에 예전 안내 표지목이 이채롭게 서 있는데 나름대로 상당히 자세하고 간략하게 표시되어 있다.
그 옆에는 몇 명이 둘러앉아 식사도 가능할 법한 너른 공터가 있으며,
이내 월성재(월성치라고도 불림, 1,240m)이다.
이곳에서 황점마을로 하산하는 길이 있으며 오르막을 따라 오르다보면 길고 곧게 뻗은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가 걸어 온 길을 돌아 본다.
남덕유와 서봉으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이 한없이 부드럽고 그것을 싸고 있는 나무의 색깔이 솜털이 난 혹은 그런 것으로 만든 옷을 살짝 입은 것 같은 사람이나 동물의 신채 어느 한 부위를 보는 것 같이 포근한 느낌이다.
오늘 처음으로 본 산죽길이다.
이제 체력에 겨워오고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픈데 삿갓재 대피소는 아직도 2.1km나 남았다.
삿갓봉에 이르기 전에 볼록 솟은 봉우리를 안고 돌자 바위산으로 오르게 되는 길이 한폭의 그림 같다.
남덕유와 서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참으로 힘차다.
삿갓봉이 보이고 삼거리에 도착한다.
300m 밖에 되지 않는 거리인데 체력이 그 오름을 허용하지 않는다.
삿갓재에서 밥을 먹고 다시 오르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타협안에 승복하고 만다.
그런데 1km라는 거리가 장난이 아닌데 언제 그걸 다시 돌아오겠냐는 질책에는 할 말을 잃는다.
삿갓봉에서 내려오는 삼거리 합류점을 다시 만나니 무룡산 오름길이 삿갓재 위로 보인다.
무룡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기암이 보이는 곳을 지나자 이제 삿갓대피소이다.
10:30.
그곳에서 국공파를 만나게 되고 나는 황점으로 하산을 하게 된다.
바로 아래에 있는 샘터에서 밥을 먹고 푹 쉬었다 쉬엄쉬엄 내려오면서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하고 내려오다 보니 12:15에 황점마을에 도착한다.
버스가 막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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