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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2009. 3. 17.~2009.9.13.)

백두대간(제20구간, 벌재~죽령) 나홀로 산행, 26.24km

2009. 6. 13.

그 동안 찝찝하게 나의 산행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덕유산 땜빵 구간을 마무리하고 다시 제 코스로 돌아오는데 또 2주가 걸렸다.

덕유의 장쾌한 능선을 걷는 느낌은 소백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백에 대한 나의 그리움은 더욱 컸으리라.

이번 구간은 아무리 생각해도 단양을 통하여 대강면의 황장산휴게소까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할 것 같아, 부득이 차를 가지고 벌재로 들어가서 전에 묵었던 황장산 쉼터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 일찍 일어나 밥을 지어 점심까지 준비하여 죽령에서 산행을 마치고, 죽령에서 1박을 하고 다시 고치령까지 진행을 하여 귀경을 한다는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다소 차량 회수의 문제가 있기는 하나 벌재에서 문경을 통하여 귀경을 하게 될 경우 시간도 크게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간상의 이점도 작용하였다.

8시에 서울을 출발하면서 쉼터 사장님께 황장산 쉼터에는 11시경에 도착할 것이라고 미리 전화를 해 두었다.

중앙고속도로를 통하여 단양까지는 별 무리없이 도착하였으나 단양에서부터는 초행길인 그곳을 아예 문경을 통해서 갔었을 것을 하는 후회가 될 정도로 굴절이 많은 길이었었는데 단양IC에서 나와 단양시내 첫 초입 사거리에서 바로 죄회전을 하여 지도를 따라 가면 크게 어려운 길이 없는 그것이기는 하지만 밤길에 그것도 초행이라 약간의 긴장은 있었다.

하지만 도예촌을 찾고 문경 가는 길을 따라서 가다보면 바로 황장산쉼터가 나온다.

차에 놓고 가면 되기 때문에 장비를 많이 챙겨 갔고, 악착같이 오랜만에 밥을 하느라 03:30에 일어나 밥을 하여 도시락을 챙기고 카레덮밥까지 먹는 호강을 하고는 04:50 벌재에 도착하여 아직은 날이 덜 밝은 시작한 시간에 '벌재' 표지석을 찍고 들머리인 문경의 명물 오미자 터널로 들어선다.

 

 

 

 

 

바로 벌재 쉼터가 나오며 그 쉼터의 재료도 황장산의 황장목으로 만들었다는 친절한 안내판까지 부착되어 있다.

04:55.

산행을 시작한다.

 

 

돌계단을 따라 오르는데 마루 너머 날은 밝아오고 있지만 아직은 사위가 그리 밝지는 않다.

 

 

그렇다고 랜턴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어서 랜턴과 쟈켓을 벗자 다시 내리막 길이고 콘크리트 도로가 나온다.

월악농원 가는 길이다.

 

 

 

문복대가 4km 라는 표지기는 다시 오미자 터널을 가리키고 있으며 그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자 이내 낙엽이 푹신하게 깔린 가파른 산길이 나온다.

 

 

 

 

돌계단이 나오고 그 위를 오르자 작은 '나리뭔지'하는 풀이 길 옆을 지키고 있으며 나뭇가지 위로 백두대간 표지띠가 일렬로 바람에 날리고 있는데 확실히 대간길에서 보는 표지띠는 공해가 아닌 대간꾼들의 길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있는 길잡이 역학을 하는 고마운 안내자리는 것을 나는 대간 산행을 통하여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

 

 

 

 

잡목이 내가 올라가는 곳의 시야 확보를 방해하지만 해뜨기 전에 보이는 숲 속의 짙은 녹색과 짙은 갈색의 조화도 나름대로 그 격을 스스로 높이고 있는 것 같다.

잠깐 저 위로 문복대로 보이는 봉우리가 나뭇가지 사이로 살짝 고개를 내민다.

문복대로 이르는 길의 양 옆을 차지하고 있는 주목(主木)은 여기도 역시 낙엽송이다.

쓸모없는 낙엽송으로 인해 발이 딛는 감각은 푹신해서 좋지만 일제강점기 때 아무 생각 없이 식재하였다는 낙엽송의 그 효용가치를 생각해 볼 때 계획적인 조림의 필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05:18

들목재에 도착한다.

옛길로서 벌재를 통하는 신작로가 생기면서 예전에 눈등마을과 중간마을 있던 자신의 역할을 다 마치고 이제는 거의 잊힌 길이 된 것 같다.

 

 

 

이 곳도 작은 풀이 언덕 사면에 깍 차 있고 문복대로 오르는 길 양 옆으로도 마찬가지이다.

 

 

또 낙엽송으로 울창한 숲을 지난다.

 

 

 

05:49

아까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던 봉우리에 섰으나 이 봉우리 역시 자기 이름은 가지지 못하는 무명봉에 불과한 것이 그 정상부에 표지석을 세울 만 한 아니면 하다못해 조망을 할 수 있는 바위라도 하나 가지고 있으면 누군가라도 'XX봉'이라는 명칭을 부여해 주었을 법도 한데 여기는 그저 나무와 돌 하나만 있는 그저 그냥 지나쳐야만 하는 그러니까 잡목 때문에 조망도 할 수 없는 그런 곳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황장산 쪽을 바라보지만 역시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그래서 표지띠를 따라 바로 그곳을 지나치면서 내려가게 된다.

 

 

 

09:56

안부로 내려서게 되는데 그 곳도 무슨 '재'로 불려도 될 만한 곳으로 푹 파여진 곳으로 바위가 듬성듬성 꽂혀 잇는 듯한 곳을 오른다.

 

 

 

그 오르는 길에 오른쪽으로 조망이 터진 곳이 나온다.

이쪽에서 보이는 곳은 동로 쪽의 마을과 석항리 쪽의 마을인 거 같은데 흐름이 연결이 되지 않아 확실치는 않은 것 같다.

 

 

다만 동로 방향의 부봉 같이 생긴 것이 지난 산행 시에 보았던 동로의 그것인지 자료를 통해 다시 확인해 본다.

 

 

이곳부터 문복대까지는 정글과 같이 낮은 관목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고역인 것은 거미줄과의 싸움이다.

얼굴에 와 닿아 끈적거리며 달라붙는 그 감촉은 정말이지 지겨움의 연속이다.

 

 

06:18

드디어 문복대(1074m)에 선다.

보통 '대(臺)'라 함은 높게 쌓아올려 사방을 둘러볼 수 있게 만든 곳이라 할진대 이 곳은 단지 돌만 몇 개 갖다놓고 그 위에 정상석만 갖다 놓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만 다행히 한 곳만은 조망이 되는데 아직도 그곳이 어디인지는 확실히 가늠할 수가 없다.

 

 

 

06:40

1010고지를 돌아 표지기를 따라 진행을 한다.

그런데 여기 문제가 있다.

분명히 '소백따라 100km' 안내판에는 좌회전은 도락산 방향, 우회전은 대간방향 임을 분명히 보여 주는데 진행방향으로 직진인 곳이 도락산이고 관심을 가지고 우측을 보아야 대간길이다.

성질 급한 나는 눈에 보이는 표지띠를 보고 만연히 진행을 하다 길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을 보고 섬뜩한 생각한 즉 하늘재로 내려오던 망령이 떠 올라 황급하게 다시 오던 길을 되짚어 올라 조금 전의 상황을 다시 확인하고 제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약 5분간 알바.

다시 한 번.

길이 희미해지면 일단 의심을 해보자.

낡은 표지띠만 몇 개 너울거리고 있는 길 그것도 글자를 알아 볼 수 없는 표지띠만 보인다면 그때도 마찬가지다.

 

 

많은 수의 표기띠가 날리고 있는 곳을 지나면서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06:48

바위가 바닥에 박혀 있는 갈림길에 도착하게 되는데 왼쪽 길은 선명하지만 그곳은 내리막길이라 대간길은 흐름상 오른쪽이다.

 

 

 

 

 

 

정상이라고 해 보았자 또 아무 것도 없는 조그만 봉우리인 그곳을 내려오면 오미자 터널이 보이고 860고지에 위치한 장구재로 내려온다.

06:58

임도인 이곳은 나중에 진행을 하면서보면 산허리를 크게 휘돌고 지나가는 곳으로 약간은 흉측스럽기도 하지만 산불 진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만들었을 것이니 그저 그렇게 이해하기로 한다.

 

 

길 건너 왼쪽 언덕에 나뭇가지에 표지띠가 붙어 있다.

그곳으로 오른다.

 

 

07:05

930고지를 지나면서 폐헬기장 같이 보여 가까이 와서 보니 무덤 터이다.

 

 

 

잡목 사이로 촛대봉(1080m)이 보인다.

 

 

 

그곳을 헤치고 나오니 해맞이 제단석이 나오고 이내 저수령(850m)이다.

지도에는 옥녀봉을 지나온 것으로 되어 있는데 오는 도중 봉우리란 봉우리는 샅샅이 뒤졌음에도 그런 표지석은 본 기억이 없으며 다만 무명봉은 많이 보면서 푸념도 많이 했음에 비추어 그 것들 중 하나였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 생각을 접는다.

 

 

그런데 저수령에서 내가 내려오는 곳을 가리키는 '용두산'은 어딜까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이곳 아랫마을이 용두리이므로 예천군청 혹은 그 마을에서 위의 어느 고지 중 임의로 용두산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 그렇다면 조그만 정상석 혹은 표지판이라도 올려다 놓으면 시간이 흐른 다음 그것이 산을 다니는 사람 그리고 국립지리원으로부터도 공인을 받을 산이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주유소는 이미 폐쇄되어 있고 지금은 돌과 석부작과 목부작에 관심이 많은 분이 정착해 살고 있는 구(舊) 저수령 휴게소에 들러 물 한 모금 마시고 시원하게 속을 비우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리와 경상북도 예천군 상리면을 나누는 저수령의 유래를 읽어본다.

 

 

'낮은머리고개'라는 의미의 저수령은 해발 850m나 되는 고개이니 결코 낮은 고개는 아니다.

오늘의 마무리 구간인 죽령이 그렇게 높게 보여도 고작 689m 밖에 되지 않으니 소백산군에서는 낮은 축에 끼는 고개라 하여 저수령이라고 했다는 설(說)은 사실과 다른 듯하다.

다만 그 비 아래에 새겨진 글에서 보듯이 이 고개를 넘는 왜적들은 모두 목이 잘려 죽었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설(說)은 우리 민초들의 어쩌면 가련한 희망사항을 보는 듯하지만 그래도 이곳을 지나는 백성들이나 상인 혹은 괴나리 봇짐을 진 예천의 선비들이 다리품을 팔면서 고개를 숙이며 힘들게 오르느라 고개를 숙였다는 설(說)이 우리 같은 산객들에게는 설득력 있게 들려온다.

바람이 세다.

 

 

20여분을 지체하다 오르는 길에 산딸기를 본다.

정말 오랜만이다.

하지만 아직은 덜 익은 듯한 생각에 따서 먹는 것은 자제한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단양농협에서 직영하는 소백산관광목장의 전경이 소와 함께 보인다.

 

 

 

07:24

저수령에서 본 봉우리에 올라서자 왼쪽으로 턴을 하게 되어있다.

산 너머에 있던 햇빛이 눈에 들어온다.

눈이 부시다.

 

 잡목 사이로 내가 올라야 할 곳인 촛대봉(1080m)이 보인다.

 

 

 

07:49

2002. 10. 18. 산림청 헬기의 지원을 받아 어렵사리 이곳까지 운반하여 설치한 정상석이 몰지각한 산꾼들이 그곳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다가 그랬는지 반이 깨진 상태로 나를 맞는다.

멋진 정상석이 흉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소백산관광목장의 팬션이 보이며 그 뒤로 투구봉, 황장산 연봉이 이어지고 있고 그 뒤로는 문수봉 등이 보인다.

 

 

 

07:56

그 봉우리에서 조금 빠져나와(600m) 4분이 지난 08:00 그 유명한 'XX봉' 표지목이 나타나고 이내 투구봉(1110m)이다.

08:04

거리에 비해 운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

분명 이정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강한의심을 지울 수 없다.

시루봉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멀리서 이곳을 조망할 수 없는 관계로 지금 이곳의 생긴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이름으로 미루어 보아 어떤 모자나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이 위가 뾰족하지 않은 약간은 부드러운 선을 가진 그것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더욱이 아까 지나 온 봉우리가 촛대봉이라 하였으니 그것과 비교하여 더욱 그러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으리라.

 

 

 

그 투구봉에서 전망이 터진 용두리 방향의 마을을 바라본다.

지독한 산간 마을임을 알 수 있고 진행방향으로는 조망이 잘 되지 않고 멀리 이름 모를 봉우리만 고개를 살짝 내밀고 있다.

 

 

함께 있으면서도 고도 표시가 다른 엉터리 표지목 뒤로 나 있는 길로 들어선다.

 

 

 

08:21

조그만 봉우리를 하나 지나 크게 왼쪽으로 돌자 나타나는 부드러운 오솔길이 대간길이다.

 

 

그 오솔길을 약 20m 정도 따라가면 경사가 급한 내리막이 시작된다.

 

 

08:23

그 길을 내려가는 데 이상한 냄새가 풍겨온다.

산에서 나는 냄새라는 것이 그저 풀냄새나 나무의 그것 혹은 태양의 열로 인하여 낙엽이나 바닥의 흙에서 올라오는 약간은 풋풋한 냄새 정도일 텐데 이건 그런 게 아니다.

무슨 냄새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가는데 길이 많이 파여 있다.

그 흙은 지금 막 땅속에서 나온 새 흙으로 그 양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아 큰 동물 아마도 멧돼지가 파 놓은 그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자 지금 이 부근에서 나는 냄새가 바로 멧돼지일 것 이라고 생각을 하며 다시 그 냄새에 신경을 쓰면서 맡아보자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 놈들이 어디 있는지 굳이 찾을 필요가 없으니 빨리 이곳을 탈출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리라.

그런데 100m를 지나지 않아 또 그 흔적이 나타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서둘러 그 지역을 빠져나오니 1035고지 정도에 위치한 폐헬기장을 지나게 된다.

08:35

보도 블록 같은 시설물 위로 이제는 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관리를 할 필요가 없어서인가 아니면 이제는 그런 시설물이 필요가 없어서인가?

 

 

낙엽송이 울창한 오름을 오른다.

 

 

또 봉우리 하나가 나온다.

재미있다.

이렇게 대간은 오르는 이가 힘들만 하면 봉우리 하나를 내 주어 쉴 공간을 조그마하게 마련해 주거나 주위를 조망할 시간을 주고 그렇지 못한 무명봉에서는 바로 내리막으로 안내를 하여 잠시 내려가면서 쉴 여유를 준다.

이는 대간 마루금이 우리에게 확실하게 약속을 해 준 것이다.

 

 

 

그 봉우리는 1084봉(08:42)으로 우측으로 방향을 약간 틀어 배재를 향해 낙엽속 사이를 걷는다.

 

 

08:52

이윽고 배재다.

싸리재는 1.2km 전방에 위치해 있으며 오른쪽으로 가면 용두리의 야목 마을, 왼쪽으로 가면 단양유황온천이 있는 남조리이다.

 

 

그 남조리로 향하는 하산길이 이렇게 선명한데도 표지목에는 그 표시가 없다.

 

 

 

싸리재로 가는데 갑자기 왼쪽 그러니까 남조리 방향으로 탁 트인 바위 하나를 만난다.

09:05

그 위로 올라서서 파브리카 하나와 밤 식빵 한쪽을 먹으면서 북서쪽을 바라본다.

 

* 얼마 전 TV를 통해서 파브리카가 우리나라에서도 비닐 하우스에서 무공해로 대량 재배되어 일본 등지로 수출도 되는 작물로서 수분도 많고 비타민도 풍부한 식품이라고 해서 먹어보았는데 부피가 오이에 비해서 좀 커서 그렇지 무게는 훨씬 작고 먹기도 편하여 이번 산행에 휴대를 해 보았는데 그런대로 괜찮았던 것 같아서 앞으로는 파브리카를 애용할 생각이다.

 

 

 

멀리 도솔봉과 삼형제봉 능선이 보이며 그 앞으로는 묘적봉으로 이르는 봉우리와 계곡 쪽이 보인다.

남조리 마을 뒤로 장정리까지 보이며 고압선 철탑의 전선이 멀리서 내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09:17

한참이나 경치에 눈을 빼앗기다 그 바위 위에서 내려와 조망이 되지 않으며 키가 큰 나무들로 인해 햇빛이 닿지 않아 모자를 쓸 필요조차 없는 숲속으로 다시 들어선다.

 

 

09:26

그 길을 열심히 걷다보니 벌써 싸리재다.

 

 

여기서 한 번쯤은 꼭 가고 싶은 단양유황온천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며 반대방향으로는 원용두로 내려가는 길이다.

 

 

 

바로 뒤로 폐헬기장이 나오며 지나온 곳을 뒤돌아보자 봉우리가 보인다.

 

 

09:40

1005고지에 올라섰는데 그 봉우리에는 바위 덩어리 외에는 아무 표시도 없고 정선에서 온 사람이 버리고 간 김밥천국 나무젓가락 포장지만이 그 바위 앞에 떨어져 있다.

 

 

09:45

오른쪽으로 난 길 옆에는 누가 빨랫줄을 걸어놓았는지 그 줄 위에 가지런히 기념 표지띠(?)를 잘도 걸어 놓은 길을 지난다.

참 보기 좋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추억을 하나하나 담고 이곳을 지났으리라...

 

 

 

09:56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는 흙목산에 도착한다.

 

 

엉터리 표지목에는 성의 없게 1070m라고 쓰여 있으나 실제는 1033.5m인 흙목산을 지난다.

 

 

낙엽이 두텁게 깔린 길을 내려가고 또 올라간다.

10:02

갑자기 앞에서 홀로 대간을 타는 산객과 조우한다.

오늘 처음 산에서 만나는 사람이다.

죽령에서 출발했다고 하는 산객은 벌재까지 운행하기 위하여 05:00에 죽령을 출발했다고 하니 내가 벌재에서 출발한 시간과 같음을 볼 때 이제 딱 반을 왔다는 얘기가 된다.

2분 정도 서로의 반가움을 이야기하다 서로 갈 길을 간다.

우리는 서로가 누구인지 몰라도 된다.

어디서 사는 사람이며 다음에 만나서 산행을 함께 하자든가 소주나 한 잔 하자든가 그런 사치스러운 이야기를 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설악에서 만나든 지리에서 만나든 아니면 대간 끝내고 어느 정맥에서 마나든 우리는 산에서 분명히 만나면서 운 좋게 서로의 얼굴을 기억한다면 더 기쁘고 반가운 마음에서 막걸리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니까...

 

 

 

10:08

언제 달아 놓았는지 모를 '산불조심' 현수막이 찢긴 채 바람에 흩날리는 작은 봉우리를 지나자 아까부터 들리던 이상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 소리가 더 커지고 무슨 소리인지 의아스럽다고 생각할 때 송전탑이 나타난다.

고압선이 흐르는 소리였다.

10:13

이 송전탑은 대간을 타는 산객들에게는 또 다른 point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아까와 같은 푹신한 길 덕에 발이 피곤한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깊은 곳에서는 혹시나 발이 삘 염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풀숲이 너무 우거져 지나는데 약간 지장이 있을 정도이다.

 

 

 

10:31

헬기장이 나온다.

초항리로 내려가는 삼거리인 것을 보면 여기가 뱀재이다.

 

 

 

태양이 따가워 헬기장 정면 왼쪽으로 난 숲으로 들어간다.

숲이 아니고 정글로 표현하는 것이 나을 정도다.

 

 

오랜만에 오르막을 오르는데 그런 숲 속을 몇 분이나 지난 다음에야 고속도로 같은 너른 길을 만나게 된다.

참으로 이 마루금은 빨래판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고만고만한 길을 오르내리면 이름을 가지고 있는 봉우리가 나오고 그 봉우리를 내려가면 또 자신만의 명칭이 있는 안부나 재, 령이 나온다.

하다못해 아까 그 고압선 철탑마저도 '송전탑'이라는 보통명사로 다른 고유명사들을 대신하여 하나의 포인트 혹은 포스트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10:56

봐라.

벌써 솔봉(1102.8m)이다.

비록 갈 때의 거리와 올 때의 거리가 엉터리로 적혀 있기는 해도 거리에 관계없이 그런 표지기나 표지목 하나 있는 것이 나에게 아니 산객들에게는 체력관리나 시간 산정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할 것이다.

비록 그 표지목이 서 있는 곳이 진정한 포스트를 나타내는 곳에 위치해 있지 않더라도 나뿐만이 아니라 산객들은 경험에 의해 그 위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고 또 모두들 그 곳을 오를 수 있으므로...

 

 

정상적인 그 정상으로 오른다.

 

 

 

10:58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는 진짜 솔봉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공단이나 지자체에서 설치한 것보다 항상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던 '낙동산악회'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솔봉의 높이를 1021m로 잘 못 표기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 같았다.

생각건대 ‘1102’라는 숫자를 타자할 때 혹은 제대로 타자를 하였으나 이를 표지판 제조업자의 실수로 '1'이라는 숫자의 순열이 잘 못 된 채로 납품이 된 표지판을 대원이 확인하지 않고 가져와 그냥 설치한 것 같았다.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는 솔봉에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는 바로 내려 오는데 그 길은 나무 계단이다.

 

 

11:14

모시골 마을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있는 1010고지 아래에 있는 안부에 도착한다.

이른 시간이지만 배가 고파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파리가 냄새를 맡았는지 주위에 있는 놈들이 다 집합을 하여 달려든다.

손으로 이들을 내치면서 밥을 먹느라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이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모시골 계곡에서 나더니 14명 정도의 산객들이 올라온다.

또 저수령에서 출발했다는 남자 산객 한 분이 지나가 산 인사를 나누면서 "식사하고 가시죠."하였더니 "많이 드세요."하면서 뒤에 일행들이 많이 따라온단다.

11:36

먼지가 날 염려도 있어 서둘러 밥을 먹고 진행 방향으로 간 사람들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20분 정도 만에 밥을 먹고 쉬지도 않고 서둘러 움직였기 때문인지 약간 숨이 차오른다.

고개를 하나 오르자 벤치가 두 개씩 놓여 있고 먼저 간 일행들이 거기서 쉬고 있다.

그런 벤치는 두 곳이 더 있었고 그렇게 밥 먹기 좋은 곳이 있는 것을 모르고 먼지 나는 곳에서 파리와 함께 먹었으니...

 

 

 

11:52

벤치가  있는 곳을 내려가니 산딸기와 취나물에 관한 설명이 되어 있는 안내판을 지난다.

 

 

12:02

묘적봉이라는 곳에 도착을 하였으나 아직 묘적령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묘적봉이라니...

 

 

사실은 이곳은 단지 모래재로 내려가는 삼거리인 묘적령 전에 있는 단순한 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12:03

그 진짜 묘적령은 진입금지 표지판 뒤의 조그만 봉우리를 넘어서면 바로 그  아래 안부에 나타난다.

 

 

 

 

사동리로 내려가고 반대로는 옥녀봉으로 가는 길인데 이제는 입산금지가 해제되어 로프가 풀어진 곳으로 오른다.

 

 

 

오랜만에 너럭바위가 나오고 그 위에서 지나온 길을 바라본다.

임도가 난 길 위로 마루금이 장쾌하고 사동리가 조망이 된다.

 

 

 

12:15

길이 갈린다.

나는 당연히 오르막인 오른쪽으로 오르니 묘적봉(1148m, 표지목에는 1156m로 되어 있는데 이 역시 오기임)이다.

 

 

12:32

아까 산악회에서 왔다고 하면서 홀로 앞서가던 분이 혼자서 식사를 하고 있으며 반대방향에서 내려오는 분은 간식을 먹고 있다.

케언을 한 번 찍고 사과 하나를 간식으로 먹으면서 인물사진을 하나 부탁하여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출발한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로프를 만난다.

 

 

13:01

0.7km 지났다는 표지목을 지난다.

 

 

나무 사이로 멀리 도솔봉이 보인다.

 

 

 

 

뒤로 묘적봉, 가짜 묘적봉 그리고 솔봉이 보인다.

솔봉 뒤로 송전탑도 보이며 보는 방향의 오른쪽으로는 수리산, 황정산 연봉 등이 보인다.

 

 

 

13:14

도솔봉이 0.7km 남았다는 표지목을 지나자 나무계단이 나온다.

 

 

 

 

13:16

그 계단 중간쯤 오르자 드디어 풍기시내가 보인다.

풍기읍은 완전히 분지임을 이곳에서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도솔봉을 바라본다.

반대방향에서 재려오던 분이 사진 촬영에 열중이다.

도솔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하나 부탁한다.

 

 

헬기장이 있는 도솔봉에서 산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13:34

그곳을 지나쳐 진짜 도솔봉으로 오른다.

추락 위험도 있는 도솔봉(1314.2m)은 소백산을 배경으로 정상석을 가지고 있으며 이때까지만 해도 여유가 있었던 나는 인물사진을 다시 한 장 남긴다.

케언도 촬영하고 소백산의 철탑도 조망해보고 연화봉도 바라본다.

거기서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켠다.

음성메시지가 와 있다.

확인을 하자 긴급전화이다.

거기서 삼형제 봉을 거쳐 죽령까지의 6km를 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정신없이 뛰어 내려온다.

-사실 이곳은 별로 조망도 되지 않는 곳이기는 하다.-

죽령을 1.2km 못 미친 곳에 있는 샘물에서 목을 적시고 물을 조금 받는다.

15:24

죽령에 도착하여 죽령주막에 부탁하여 택시를 불러 차를 회수하여 서울로 서둘러 올라온다.

구간거리 : 26.24 km

소요시간 : 10:29 (점심시간, 휴식시간 포함)

* 서울로 올라와보니 그리 급한 일도 아니었었는데 내가 하는 일이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그들 특유의 조급증이 발동되었던 듯하다.

하는 수없이 소백산 구간은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