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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2009. 3. 17.~2009.9.13.)

백두대간(제19구간, 벌재~부리기재) 나홀로 산행 13.6km, 하산구간2km

OO 휴게소 즉 민박집에 도착하여 샤워를 하고 소맥으로 정신을 흐려 논 다음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전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긴장을 했기 때문인지 한 시간마다 눈이 떠진다.

아침에 먹고 갈 라면과 밥 한 공기 그리고 계란을 미리 준비해 주었기 때문에 3시 정도에 일어나서 먹고 나서면 될 텐데 10시에 들은 잠은 매시간 나를 기상 시킨다.

어쩔 수 없이 뒤척이다 3시에 일어나 라면을 끓여서 밥을 말아 보았으나 어제 먹은 술 때문인지 밥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대강 먹고 짐을 챙기고 나서면서 주인집에 전화를 걸으니 사장님이 나와서 시동을 걸고 몇 분을 달려 벌재에 도착한다.

 

해발 625m.

금방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숫자이다.

 

 

사장님과 작별을 하고 좌측 팬스 뒤로 올라선다.

 

 

04:03.

무척 가파른 경사다.

마루금이 절개지 옆으로 그어져 있을 정도여서 당연히 그 경사도는 미루어 짐작을 할 수 있을 정도 일 것이리라.

 

 

 

그런 가파른 경사를 오르자 04:11 헬기장에 도착하는데 왼쪽으로는 동로면 면소재지인 적성리의 민가 불빛이 부지런한 집을 위주로 켜져 있고 하늘엔 진행방향으로 보름달이 아직도 빛을 잃지 않고 있다. 

 04:40.

920고지에 이르지 오른쪽에서 선명하게 길이 나 있는데 아마도 이 길은 마루금이 아닌 우회도로인 것 같다.

 

 

 

 

04:54.

850고지 정도에 이르자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나오고 XX산악회에서 방향 표지지를 그 방향으로 해 놓았다.

페맥이재이다.

아마도 낮에 산행을 하고 있던 이 산악회에서 벌재에서 감시를 하고 있는 국공파를 피해 부득이 새마을 방향으로 하산을 하기 위하여 방향을 마루금이 아닌 우회로를 택한 것 같다.

그렇다면 위 산악회는 결국 마루금을 걷지 못한 채 이 구간을 지났다는 이야기인데 참으로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홀대모의 어느 분은 악착같이 호남정맥의 마루금을 밟기 위하여 호남고속도로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횡단을 하였다고도 하는데...

 

 

 

 

아직도 서쪽의 산 위로 보름달이 환하게 대간을 비추고 있고 이내 날이 밝아지면서 05:18 918고지의 전망이 좋은 곳에 이르자 내가 걸어온 815고지와 그 뒤로 옥녀봉 능선이 보이고 왼쪽으로 공덕산과 적성리 마을 등이 보이며 진행 방향으로 치마바위와 그 뒤로 아직도 빛을 잃지 않은 보름달이 보인다.

 

 

 

05:28.

아까 본 치마바위 위를 걷고 있는데, 아래서 본 바와 같이 바위 위를 걷게 되어 있고 당연히 조망은 좋다.

예쁜 소나무들이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그 바위 길은 이내 잡목 사이로 이어지고, 뒤를 돌아보니 그 잡목들 사이로 햇살이 들어온다.

 

 

 

 

05:41.

925고지 정도에 이르러 조망이 터지자 마루금은 돌과 바위의 연속이며 뒤로 태양이 떠오르며 그 태양의 햇살로 감투봉과 황정산의 색깔이 자기 것이 아닌 약간은 퇴색한 색깔을 띤다.

 

 

 

 

 

05:58.

돌로 축대를 쌓아 놓은 듯한 석벽을 지나 금방 지난 암봉을 오르자, 뒤로 황장산과 투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왼쪽으로는 다시 여우재로 오르는 길과 대미산이, 그 여우재 왼쪽으로는 811고지와 그 연봉이 아름답다.

 

 

06:05

헬기장에 도착하자 이제 바로 앞이 감투봉이다.

햇살은 아직도 비스듬히 봉우리 사면을 비출 정도로 완전히 떠오르진 못한 시각이다.

06:11.

비탈길을 내려서자 바로 황장재이다.

동로면 생달리의 토사골과 문안골을 잇는 이 황장재의 문안골에는 고구려의 성으로 추정이 되고 있는 작성(鵲城)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고려의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 때 이곳으로 피난을 오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공민왕은 관문 안의 문화원, 하늘재 그리고 이 곳 등을 거쳐 봉화로 피신을 하였다는 것인가?

 

진행방향에서 여자들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기마부대의 말발굽 같은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서 40여명 되는 대부대가 먼지를 내며 이동한다.

경상도 목소리로 떠들며 지나가고 있는 이 일행들을 보노라니 희한하게 대간을 산행하는 사람들의 대부분 경상도 목소리이지 전라도 목소리들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대간 접근의 용이성 때문인가?

이는 사실 표지띠만 보아도 대부분 구미, 대구, 부산, 울산 등지에서 온 산악회가 대부분이고 광주의 한 곳, 전주의 한 곳 이외에는 별로 기억에 없다.

 

 

 

 

황장재부터는 무지 가파른 사면을 나무뿌리와 로프 그리고 돌을 잡고 올라야 한다.

그러다보면 여우목고개 쪽으로 저수지가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감투봉을 지나가게 되고 암릉 위를 조심스럽게 타고 지나가야 겨우 그것도 힘들게 황장산에 도착한다.

 

 

 

06:45.

작성산이라고도 불리는 이 황장산(1077m)은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으로 잡목 때문에 조망이 되지 않아 소백산이나 도락산을 촬영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황장산의 황장(黃腸)은 조선시대의 질 좋은 소나무의 대명사인 황장목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는데 흔히 춘양목이라고 불리는 이 황장목은 나이테가 누렇게 황금색을 띈다하여 그 이름을 얻었고 그 나무의 뒤틀림이나 갈라짐이 없어 궁궐의 목재나 왕실의 관이나 배를 만드는데 주로 쓰였다고 한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코스 즉 황장산, 대미산 그리고 그 끝의 포암산을 보면 크게 골산과 육산 그리고 다시 육산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이 황장산이 골산의 대표적인 산이라는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바로 비위를 옆으로 타고 돌면서 다시 그 큰 바위 덩어리를 타고 내려가는 실로 무시무시한 코스에 다다른다.

그리고 아까 국공파의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간판이 무색하게 문경시에서는 "이왕 온 것이라면 다치지 말고 즉 다치는 바람에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당하지 마시고 조심해서 운행하시라."는 취지의 팻말이 절벽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 위에 부착되어 있다.

 

 

그 길로 내려가면 흐름은 직진이나 급좌회전하는 곳에 이른다.

왼쪽으로 표지띠도 되어 있으나 의심스러워 직진 방향의 바위 뒤로 가 보았으나 길이 불분명하여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였고 그 길은 너무나 선명하게 내리막이다.

그러나 이상하게 표지띠가 보이지 않는다.

계속 내리만 이지만 어디서도 표지띠를 찾아볼 수 있다.

불안한 마음에 잡목 사이로 오른쪽 사면을 응시해 본다.

그 사면 역시 오른쪽으로 급강하하고 있어 그 것이 투구봉으로 가는 능선인지 뭔지 도대체 가늠이 되지를 않는다.

지도를 펼쳐보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나의 현 위치를 판단하기란 불가능하다.

표지띠.

표지띠를 찾아야 한다.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에 다시 몇 분을 뒤돌아 올라가 보았으나 분명 좌회전 하던 길에서 직선 코스를 보았고 그 길에는 분명히 표지띠가 없었으며 분명 지도상에도 크게 좌회전을 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리도 없다.

그리고 길이 너무도 선명하지 않은가!

만역 이 길이 건너마을 어디로 가는 길이라면?

작은 차갓재로 살짝 올라가나?

Que sera sera.

그냥 무조건 내려간다.

되돌아가서 확인하기에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07:17.

드디어 표지띠 하나가 보인다.

그런데 대간표지띠가 아닌 일반산악회 표지띠다.

그것도 절 산악회....

 

조금 더 가니 대간띠 하나가 높은 가지 위에 매달려 있고 생달리 마을이 보인다.

 

 

 

07:33.

낙엽송 숲을 지나고 헬기장을 지나자 적이 안심이 된다.

드디어 표지띠가 보이기 시작하며 내가 내려 온 길이 마루금임을 확인하여 준다.

다행이다.

 

 

 

바로 작은차갓재 표지목이 나오고 07:48 관리하여 주지 않아 덩치만 큰 묘지를 통과하자 07:52 차갓재에 도착한다.

 

 

 

이곳이 백구대간 남한 구간 중간 지점이란다.

'백두대장군'과 '지리여장군' 장승이 참 보기 좋다.

몸은 지쳐가고 보속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지금 내가 내려 온 길이 표지띠가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 본다.

이 길은 북진 코스에서 보면 너무나 명백하고 길을 혼동할 염려도 전혀 없는 외길임이 분명하다.

그런 길을 표지띠가 주렁주렁 내달려 있지 않아도 운행에 아무런 지장을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선답자들은 표지띠를 달지 않고 그냥 운행을 하였던 것이고 또 그러했기 때문에 후답자들도 아무런 애로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주의를 줄 필요도 없었던 것 같았다.

오미자 구조물을 통과하면서 또 오르막이다.

점점 힘들어진다. 

 

 

08:10.

철탑을 지나자 지저분한 안부에 도착한다.

전봇대까지 서 있는 이곳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이 너무 지저분하다.

08:44.

잡목 사이로 1,051고지 갈림길이 보인다.

부리기재까지 10시에 도착하려던 계획은 이미 절단난지 오래다.

 그 길을 지나면서 바로 '평택 여산회'에서 설치한 '백구대간 중간지점' 표지석이 나타난다.

문경산악회에서 설치한 것과 위치적으로 조금 차이가 나나보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 무거운 것을 지고 온 정성도 그렇고 그 조그마한 차이를 용서하지 못하고 새롭게 측량한 자료를 가지고 제 위치를 찾으려는 노력을 저리도 아끼지 않다니...

 

 

 

08:53.

배가 고파온다.

바나나 두 개와 귤 한 개로 배와 목을 축인 후 다시 출발.

발이 천근만근이다.

길은 대미산 일대가 가까워오는 것을 알려주는 듯 부드러운 길이다.

이제 버스를 탄다는 것은 완전포기하고 히치할 생각으로 머릿속을 정리해 본다.

 

이내 헬기장을 지나자 삼각점이 박혀있고 새목재(826.4m)가 나온다.

 

 

 

그 오르막을 허덕거리며 오르자 헬기장을 지나고 1051고지 삼거리가 나온다.

10:00.

경상북도와 충청북도를 구분하는 이 길 오른쪽으로는 문수봉(1161.5m)이 이어지고 나는 왼쪽으로 급좌회전 하면서 대미산을 향한다.

 

길은 좁은 오솔길로 바닥은 낙엽이 깔려 있어 푹신한 감을 느끼며 평평한 그 곳을 나는 편안하게 지난다.

 이윽고 눈물샘이 나온다.

 

 

마루금에서 심마니 골로 70m를 내려가야 마실 수 있는 눈물샘은 물이 충분할 경우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인구에 회자되는 그 맛있는 물맛을 한번 느껴 보기 위해서 그리고 그 눈물샘의 유래를 한번이라도 음미해보기 위해서 나는 기꺼이 비탈길을 내려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더욱이 버스는 이미 놓쳤지 않는가!

원래 이 위에 있는 대미산은 지금 통용되는 大美山이 아니고 黛眉山으로 즉 검푸른 눈썹 산으로 '산경표'에 기록되어 있음을 착안하여 누군가가 눈썹 밑에서 나는 물 즉 눈물, 그곳이 나오는 원천이니 눈물샘으로 작명을 하였으니 참으로 멋들어진 작명이다.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빵 조금과 마지막 남은 바나나와 귤 1개를 먹고 다시 아까 내려온 마루금을 오른다.

 

 

 

 

 

대미산에 오르는 길은 밋밋한 오솔길이고 그곳을 오르니 정상석(1115m)이 서 있고 출입금지판은 여기도 여전하며 이곳이 김룡사로 유명한 운달산(1097.2m)으로 이어지는 운달 지맥의 기점임을 날려주는 표지판도 걸려있다.

11:00.

 

 

 

 운달지맥이 조망되고 밋밋한 길을 따라 내려가자 어제 반대 방향에서 바라보았던 박마을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는 부리기재이다.

11:28.

 다시 하산 길이다.

 

부리기재에 접어들자 나물을 캐러 온 사람들이 눈에 띄며 묘지를 지날 즈음에는 나와 같이 하산하는 남녀 각 두 명의 일행도 지나친다.

내려오면서 대미산을 바라본다.

 

 

마을로 접어들면서 다시 사과 과수원을 지나치며 중편초교 앞에 매달린 표지띠를 거쳐 매점에서 맥주를 시키면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12:10.

하산주로 맥주를 하나 마시면서 장비를 챙기는데 아까 만났던 나물꾼 일행이 아는 체를 하면서 그들이 시킨 손두부를 같이 먹자고 한다.

문경방향으로 간다고 하는 그들의 호의로 손두부와 나물 거기에 그들의 차까지 동승하는 혜택을 입고 문경에 도착하여 14:10에 출발하는 동서울행 버스를 타고 귀경할 수 있었다.

이제야 나는 나의 대간 코스를 일반화 할 수 있게 되었고 다음 산행은 덕유산부터 삼마골재에 이르는 구간을 땜빵 처리한 다음 2주후 정도에는 다시 벌재로 가서 소백의 품에 안길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운행거리 : 마루금 13.6km, 하산거리 2km

오늘 운행시간 : 마루금 7시간 25분(휴식시간 포함), 하산시간 4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