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유에서 바라 본 장쾌한 백두대간 마루금
산행개요 -1
1. 일 시 : 2010. 2. 19.
2. 산행 코스 : 육십령 ~ 삿갓재대피소
3. 산행거리 : 12.72km
4. 동행한 사람 : 비슬님
5. 시간 기록
지 명 |
구간거리 |
실제거리 |
출발시간 |
누적소요시간 |
특이사항 |
육십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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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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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4봉 |
1.5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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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
58분 |
첫 이정표 |
헬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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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
0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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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봉 |
2.2km |
2.28km |
10:50 |
01:30 |
삼각점 |
아랫삼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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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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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삼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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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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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
5.8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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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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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유2km |
장수덕유 |
6.8km |
7.04km |
14:45 |
05:25 |
서봉 |
남덕유삼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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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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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유산 |
8.3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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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 |
06: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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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치 |
9.7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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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8 |
07: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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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
10.6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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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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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재2km |
삿갓재대피소 |
12.6km |
12.72km |
18:30 |
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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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2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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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 10분 |
휴식,간식시간 |
산행기록
부쩍 산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취미 생활을 공유하겠다는 의지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도 이해해 봅니다.
아니면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산을 시작했다가 자신의 체력과 적성에 맞아 쉼 없이 이어가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어떤 이들은 건강을 위해서 산행을 시작했다가 그것을 끊기가 힘들 정도로 중독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진지한 사람들은 역사의 현장을 산행을 하면서 되짚어보고 그 길을 따라 가면서 그 흔적을 느껴본다고도 합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은 들꽃과 희귀나무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촬영하여 그 이름들을 인터넷에 산행기로 올려주시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래도 하산주(下山酒)를 마시기 위하여 가는 속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요즘 산행에 빠져 거의 매주 산행을 즐기는 이 즉 비슬님이 덕유산 종주를 청해 왔습니다.
덕유산 종주라....
여러 차례 이 길을 운행하였고 최근 산행으로는 작년에 대간을 하면서 지났기 때문에 너무 자주 덕유에 드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청하는 이의 간곡한 요청을 거부하기가 쉽지만은 않군요.
그렇다면 북덕유에서 남덕유로 향하는 것 보다는 전체적인 덕유의 주릉을 감상하기 위해서라면 그래도 남덕유에서 북덕유로 향하는 코스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남덕유로 오르는 코스는 ① 영각사로 올라 남덕유를 거쳐 북덕유로 이어지는 코스도 생각할 수 있고, ② 황점마을에서 바른골로 올라 남덕유로 오르는 코스도 있으나 이왕 종주 산행이라면 대간코스로 가는 것이 정석이라는 생각입니다.
즉 ③ 소위 육삼종주라는 육십령에서 시작하여 할미봉, 장수덕유를 거쳐 남덕유로 이어지는 코스가 정통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여기 시간의 함정이 있습니다.
이 코스를 겨울이 아닌 계절에 오르는 시간과 겨울에 오르는 시간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미리 염두에 두고 시간 계획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물론 체력이 좋고 폐활량이 넉넉한 분들은 무박산행도 가능할 것이나 일반인들이나 일행의 기량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 포함된 산행이라면 삿갓재 대피소를 일박 장소로 이용하는 것이 무난한 산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더욱이 헤드랜턴에 의지하여 할미봉 부근과 장수덕유를 내려가는 긴 비탈과 암벽구간은 초보 산행자들에게는 아이젠이 바위 사면에 미끄러질 경우 치명적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항상 겨울 산행에 자만(自慢)은 금물입니다.
육십령에 가장 가까운 곳은 아무래도 전라북도 장계일 것입니다.
남서울 터미널에서 첫차가 9시20분에 있고 막차가 14:35이니 이 차를 이용하여 접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는 수없이 전주에 도착하여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지낸 다음, 다음날 아침 첫차 편으로 장계로 이동할 계획을 세웁니다.
2. 18. 22:20
전주에 도착하여 택시 기사님의 안내로 깨끗한 분위기의 찜질방에 도착합니다.
다음날 아침 인터넷에서 본 대로 07:20에 있는 첫차를 예상하고 그 시간에 맞춰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눈이 날리고 있군요.
전주의 명물 콩나물 국밥을 먹고 차를 기다립니다.
터미널이나 역사 부근의 음식점은 다 그 맛이 그 맛이라는 통념을 이 터미널 안의 식당은 깨어주는군요.
그런데 이게 웬일 입니까.
분명 첫차가 07:20이라고 봤고 요금표와 시간표가 기재되어 있는 큰 안내판에도 그렇게 씌어져 있는데 막상 개찰구 앞에 있는 시간표에는 06:15에 첫차가 있는 걸로 나와 있습니다.
진안을 거쳐 장계에 도착합니다.
장계에서는 육십령까지 미터 요금으로 운행을 합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택시기사 김윤상님(011-653-1660)으로부터 논개와 덕유산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육십령 고개를 굽이굽이 돌아 올라갑니다.
김윤상님은 24시간 언제라도 예약만 된다면 차량 운행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산객들의 이용을 부탁하는군요.
12,000원이 왔습니다.
육십령에 도착합니다.
경남 함양과 전북 장수를 잇는 이 육십령은 원래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다고 합니다.
두 나라의 국경이었으니 이 고개에 얽힌 유래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첫째 이야기는 함양의 감영에서도 이곳까지가 60리 길이고, 장수 감영에서도 이곳까지의 거리가 60리 길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고, 또 다른 이야기는 이 고개를 60번 돌아야 넘어 갈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후자의 말을 신뢰하였었습니다만 최근에 책을 보고서 알게 된 이야기 즉 이 고개에는 도적이 많아 최소한 육십 명 정도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올라야 무사히 지날 수 있다는 데서 유래하였다는 설(說)도 있더군요.
그 육십령(734m)에서 산행을 준비합니다.
눈이 와서인지 차량 통행이 거의 없습니다.
등산안내도 뒤쪽에 예전의 소박한 등산 안내표지판이 남아 있군요.
지금도 삿갓재 대피소까지 뿐만 아니라 백암봉이나 송계사 하산길에도 늘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옛 표지판인데 눈에 파묻혀 있어서 그런지 이번 산행에서는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09:20
나무 계단을 오릅니다.
언제 이 나무계단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6년 전만 해도 이 나무계단 없이 그저 나무로 흙을 받쳐 놓았던 계단으로 올랐음을 기억합니다.
눈은 그쳤으나 하늘은 잔뜩 흐려있어 조망은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희미하게 나 있는데 눈으로 덮여 있더라도 나무 사이의 간격이 조금 넓은 부분이 등로일 것입니다.
그리고 국공파들이 표지띠란 표지띠들은 다 제거해 놓았지만 그래도 가끔씩 눈에 띄는 표지띠들이 등로를 안내해 줄 것입니다.
그런데 그 표지띠를 보며 진행하다 낯익은 이름들이 눈에 띕니다.
객꾼님과 뚜버기님이 자신들의 딸들과 함께 6명이서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이곳을 지난 것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2009. 6. 13. 07:40경에 이 자리를 지나며 매어 놓은 것입니다.
조금 있으면 속리산권에 접어들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사히 진부령에 서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09:50
비상구조목을 봅니다.
나무 사이로 난 길이 대간 주릉이므로 별로 어려운 점은 없고 이런 바윗길을 지나도 명백하게 로프가 길 안내를 해주므로 역시 문제없습니다.
10:15
돌계단을 오르는데 아무래도 이쪽은 남향인 양지쪽이기 때문에 눈이 그다지 두텁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젠이 돌에 닿는 소리가 영 기분 좋지 않습니다.
10:18
934봉에 도착합니다.
중간에 옷을 다시 챙기고 넥워머도 벗느라 시간을 많이 지체합니다.
이 934봉은 바위 구간을 오르며 처음 맞는 안부로 진행방향을 보며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10:26
헬기장입니다.
눈이 덮여 무슨 곳인지 그저 넓은 공터로만 여겨질 법한 곳입니다.
선행자의 발자국을 따라 진행을 합니다.
앞에 할미봉이 보이는데 눈으로 조망이 영 시원치 않습니다.
10:37
로프구간을 만납니다.
경험을 해보셨겠지만 이런 바위 구간은 올라가는 게 내려오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합니다.
그저 로프를 잡고 오르거나 아이젠을 바위 틈 위에 고정하고 스틱에 힘만 주면 오를 수 있습니다.
계속 로프 구간이기는 하나 로프에 의존하지 않아도 눈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군요.
10:48
한참이나 오른 것 같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뒤를 돌아보니 비록 시계(視界)는 좋지 않아도 대간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각사 방향을 조망하는데 바위 덩어리가 잘 어울리는군요.
10:50
드디어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는 할미봉(1026m)입니다.
덕유의 남쪽을 지키고 있는 산이지요.
덕유(德裕)라는 말 자체가 크고 넉넉함이라는 말이므로 덕유산은 그렇게 넉넉함으로 산객들을 항상 맞이하여 주는데 이 할미봉 부근만큼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선 할미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시계(視界)와 관계없이 이렇게 편안합니다.
자, 이제부터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진행을 하여야 합니다.
산에 관한 몇 가지 격언(?)이 있지요.
먹은 만큼 간다는 것과 올라간 만큼 내려가고 내려간 만큼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이제 힘들게 올라왔으니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갔다가 다시 1500고지 가까이 되는 장수 덕유까지 올라가야 하니 그다지 반가울 일만도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즐기러 온 것이니 마음으로 그런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보아 지금은 아직 겨울이고 최근에 눈도 많이 온 상황이라 내리막길이 많은 이 구간을 잘 해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는 우중(雨中)산행을 할 때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10:53
맛배기식으로 반송마을 삼거리를 지납니다.
그곳을 지나자마자 바로 내리막 계단이 시작됩니다.
실제로 이렇게 가파르기 때문에 아이젠 뒷축이 고무 깔판에 걸리지 않게 발을 크게 뜁니다.
진행하여야 할 마루금인데 이런 날씨 속에서는 이렇게 아름답게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장수덕유나 남덕유가 시계에 들어오지는 않을지라도.....
10:55
이 로프구간은 정말로 최악의 구간입니다.
배낭을 메고 스틱을 든 채 이런 좁은 구멍을 통해서 빠져나가야 하는데 디딜만한 곳이 없고 오히려 아이젠은 바위 위로 미끄러지므로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그곳을 빠져나왔다 싶으면 이렇게 가파르고 긴 내리막을 떠 만나게 됩니다.
11:03
보십시오.
오른쪽 나무계단을 내려와서 그 바위틈을 타고 내려 온 것입니다.
사진 맨 오른쪽 위에 계단 보이시지요.
그 옆 골 바위틈을 타고 내려 온 것입니다.
이제 겨우 한 구간을 마쳤습니다.
지칠만하면 덕유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내려가는 나무계단에서 바라보니 아까보다는 시계가 많이 트인 모습입니다.
장수덕유는 아직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날씨이기는 하나 좌우로 다른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나무계단을 보니 앞 봉우리가 더욱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교육원 부근을 바라보는데 하늘이 조금 밝아지는 것 같습니다.
장수군 방향에서 함양군 방향으로 바람이 무척 세게 불고 있습니다.
눈이 상당히 쌓여있습니다.
11:40
이제 장수덕유 구간을 따질 때 딱 절반 왔습니다.
2시간 20분 정도 왔는데 홀로 걸을 때나 봄철에 올 때보다는 상당히 시간이 지체되고 힘이 많아 듭니다.
11:51
500m를 더 진행하자 경남교육청교육원 삼거리가 나옵니다.
그 쪽으로는 산객들의 출입이 뜸한지 등로에 발자국이 보이지를 않는군요.
12:27
교육원 윗삼거리입니다.
산죽밭 사이로 난 길을 지나자 이제는 완전히 상고대가 완연한 지역이 시작됩니다.
이제 1200고지가 넘어가니 그 아래와는 생태계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12:42
길이 넓어지면서 바로 헬기장이 나옵니다.
사위(四圍)는 온통 백색이고 바람이 불어 눈가루가 날려 제대로 주위를 조망할 수 없군요.
앞서가는 산객들의 발자국도 날리는 눈 때문에 완전히 덮여 이제는 제가 소위 러셀(Russel)이라는 걸 해가며 나아가야 합니다.
참고로 러셀은 제설차를 고안해 낸 사람의 이름으로 일반적으로 제설차를 뜻하지만 등산용어로는 심설을 헤치고 길을 내면서 가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적설량에 상관없이 선두에 서서 맨 먼저 발자국을 내며 가는 것도 넓은 의미의 러셀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국의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이 떠오르지만 말입니다.
얼마 전 지리산 산행 시 보았던 상고대를 다시 감상하는 것 같습니다.
13:24
조망이 안 돼 어느 정도 가야 장수덕유에 이를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 없는데 이 때 멀리 보이는 바위 덩어리 부근에 가면 무언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하지만 그 바위에 도착을 해 보아도 별반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그저 둥그런 봉우리 하나만 눈에 들어올 따름입니다.
그 바위 옆 틈 사이로 조심스럽게 내려갑니다.
어렵사리 그 틈을 지나 아까 본 그 둥그런 봉우리로 향합니다.
로프를 잡고 계속 내려갑니다.
정면으로 보이던 그 둥그런 봉우리가 이제 고개를 들고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높이 있고 이제는 조금 날씨가 개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면 오른쪽의 남덕유 쪽 봉우리에 햇빛이 조금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쪽 사면은 이렇게 온통 하얗습니다.
맞습니다.
저 멀리 봉우리 정상 부근이 구름에 갇혀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그곳이 남덕유임에 틀림없습니다.
힘에 몹시 부쳐 쉴 겸 뒤를 돌아봅니다.
할미봉을 지나 915봉 그리고 깃대봉까지 눈에 들어오는군요.
이때 고개를 들어 바로 위를 바라보니 어느새 하늘이 파랗게 변해 있습니다.
그 심하게 불던 바람이 구름을 함양 쪽과 거창 쪽으로 다 밀어냈습니다.
쪽빛 보다 푸른 하늘이라고 하면 이런 하늘빛을 말하는 걸까요.
그러나 할미봉 방향의 하늘에는 두꺼운 구름이 아직도 조망을 가로막습니다.
아무러면 어떻습니까.
그 방향의 이런 분위기는 지금 아니고서는 도대체 언제 감상할 수 있을지 모르지 않겠습니까.
지금의 분위기에 모든 아쉬움을 담습니다.
조금 당겨보니 그 강한 바람에 눈가루가 날리는 것이 확연하게 보입니다.
영각사 방향으로도 조망을 해봅니다.
다시 뒤 돌아 봅니다.
아!
그런데 이게 뭡니까.
제가 도대체 어디에 와 있는 겁니까.
여기가 장수덕유입니까.
아니면 히말라야 혹은 알프스의 어디입니까.
갑자기 저 봉우리만 오르면 “이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베이스캠프에 있는 대원들에게 하여야 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남덕유는 아직도 자신의 모습을 내놓지 않는군요.
배는 고파오지만 그저 이런 풍광에 미쳐 힘든 걸음을 재촉합니다.
비슬님은 힘들어 하면서도 잘 따라 오는군요.
이런 분위기를 보고 싶어 자신의 의지로 온 것인데 불만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 모습도 이번 겨울에는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자신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아마도 지금 발걸음이 더딘 것은 이런 광경을 놓치기 싫어 일부러 천천히 주위를 감상하느라 시간이 지체되는 것 같습니다.
바쁠 이유가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서두르고 바삐 살았으면 산에 와서나마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인인 산(山)도 그것을 바랄 것입니다.
손님인, 아니 잠시 들렸다 가는 나그네인 산객(山客)이 마치 주인처럼 시끄럽게 굴거나 “도대체 산에 왜 왔는지 모르겠다. 너무 힘들다.”는 투정은 산(山)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누가 언제 오라고 했습니까.
14:01
남덕유가 2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납니다.
14:12
아까 올려다보던 돌무더기 지역에 다다릅니다.
이 산이 바로 장수덕유입니다.
그리고 백두대간의 3대 난 코스 중 한 곳이기도 한 곳입니다.
하늘과 대비 시켜보니 선경에 온 것 같습니다.
선(仙)이 별 것이겠습니까.
사람(人)이 산(山)에 들면 곧 신선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이 방향에서 할미봉, 깃대봉을 바라보니 아까 저 아래에서 조망하던 것과 또 다르지 않습니까.
남덕유에서 뻗어나간 진양기맥을 조망해 봅니다.
정상이 가까워져도 이렇게 눈이 깊습니다.
다행히 신발이 고어텍스라 방수 능력이 뛰어납니다.
14:25
정상을 오르는 길인데 제가 러셀을 해 나갑니다.
도대체 앞으로 진행이 안 됩니다.
나아가다 돌아보고, 돌아보고는 옆을 보고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고....
14:31
이제야 장수덕유가 눈앞에 섭니다.
이어서 남덕유도 자기 모습을 드러냅니다.
장수덕유에서 남덕유로 이어지는 가늘고 긴 목선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이런 정경을 카메라로 담아 이렇게 표현하고 글로 옮긴다는 것이 어쩌면 자연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할 때도 가끔 있습니다.
저 혼자 그냥 느끼면 되는 것이지 어떻게 사람마다 느끼는 감흥이 다를진대 제 졸필로 이런 광경에 대한 감정을 얼마나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이렇게 끼적거리고 있는 것인지....
자, 그 장수덕유로 오릅니다.
그러나 오르면서 못내 아쉬워 남덕유를 다시 봅니다.
14:40
장수 덕유의 표지판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남덕유 쪽에서는 내려오는 사람도, 올라가는 사람도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내려오는 분들은 네 분이고 올라가는 분은 두 분입니다.
저 두 분 덕에 오늘 산행이 그나마 힘이 덜 들었던 것이군요.
14:42
남덕유 이정표가 있고 뒤로는 케언(cairn)이 있습니다.
뒤로 1082고지가 있고 그 뒤로 연봉들이 즐비하군요.
너무 꾀까다로운 것 같지만 백두대간의 마루금은 이정표 뒤로 발자국이 없는 곳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14:45
그러면 바로 서봉이라는 팻말이 있는 즉 장수덕유산에 오릅니다.
해발 1492m로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지도에는 1510m로 표기 되어 있어 확인을 요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1492m.
내일 진행할 무룡산도 같은 높이지요.
1492.
콜롬부스가 서인도 제도를 발견한 해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장수덕유는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과 전라북도 장수군 그리고 장수군 중에서도 장계면과 계북면의 도계(道界)와 면계(面界)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까지 쉬엄쉬엄 오는데 5시간25분이 걸렸군요.
그런데 어느 산행지도를 보면 육십령에서의 소요시간 역시 3시간 30분으로 표기 되어 있는데 경험자는 물론 초보자의 사기를 너무나 꺾는 표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이정표에 표기되어 있는 소요시간은 평균인의 즉 전문가도 초보자도 아닌 중간인 정도의 사람들의 평균시간의 대강을 나타내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가령 J3 같은 산을 나르는 분들이 걸리는 시간도 이 구간이 보통 3시간 정도이고 ‘홀대모’에서 대간을 타는 분들도 보통 4시간 ~ 4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이 구간을 스스럼없이 3시간 30분이라고 한다면 시간 예측을 하고 등반을 하는 산객들에게 커다란 위해를 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겨울이 아닌 계절에 하산을 하는 경우라면 좀 다르긴 할 겁니다.
제 생각에는 평균 4시간 반 정도로 잡으면 일반 산님들도 편하게 올라올 수 있는 적당한 시간 표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뒤를 돌아봅니다.
할미봉도 보이고 깃대봉 넘어 백운산까지도 조망이 됩니다.
장쾌한 대간 마루금입니다.
오늘과 내일 진행할 대간 마루금입니다.
멀리 북덕유 즉 향적봉까지도 확실하게 보이는군요.
우리나라에는 덕유 이름을 붙인 봉우리가 4개가 됩니다.
장수덕유, 남덕유(1507.4m), 북덕유(향적봉,1614m) 그리고 좀 생소하신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송계삼거리에서 갈라지는 대간 줄기를 타고가다 보면 빼재 너머에 덕유삼봉(1254m)이 있습니다.
제가 대간종주 할 때인 작년 6월에 찍은 덕유삼봉 사진입니다.
14:52
자, 이제 남덕유로 가야지요.
남덕유로 가려면 긴 철제계단을 내려가야 합니다.
이 계단입니다.
경사가 상당히 가파릅니다.
주의를 요하는 구간입니다.
계단을 내려오면 왼쪽 사면 즉 음지 쪽을 지나게 되는데 다행히 파란 하늘을 바라볼 수 있어 피로가 덜 합니다.
오늘 산행은 밥을 싸오지 않는 바람에 허기가 져 곶감과 과자부스러기 등으로 곡기를 갈음하려 하니 그만큼 운행 속도가 늦습니다.
두리번 거리며 풍광을 즐깁니다.
남덕유도 이제는 지척입니다.
15:37
이곳이 남덕유 올라가는 삼거리입니다.
발자국이 선명한 부분이 남덕유로 올라가는 길이고 희미한 부분이 남덕유를 거치지 않고 그냥 월성치로 가는 길입니다.
이 두 길은 얼마가지 않아 합류하게 됩니다.
오는 길에 장수덕유로 진행을 하는 4분을 만나 잡담을 나누다 보니 시간이 좀 지체되습니다.
남덕유를 오르는 길에 잠시 뒤를 돌아봅니다.
남덕유 아래에 있는 너른 공터입니다.
(2009. 4. 촬영 분)
원래 이곳은 거창군의 극서점 표지석이 있는데 눈 때문에 보이지 않는군요.
다시 장수덕유와 덕유 주릉입니다.
데크가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 남덕유에 다 왔습니다.
이곳으로 가면 진양기맥으로 이어집니다.
진양기맥은 백두대간의 이 남덕유에서 분기하여 월봉산, 금원산을 지나 진주의 진양호로 이어지는 약 159km의 기맥을 말합니다.
이 계단을 통하여 영각사 방향과 황점골로도 하산이 가능합니다.
이 기맥이 거창군과 함양군의 군계가 됩니다.
16:02
남덕유 정상에 서서 기념 촬영을 합니다.
마침 두 분의 산님을 만나 신세를 졌는데 서울에서 오셨다는 두 분은 상당히 힘들어 하는군요.
남덕유 정상에서 북덕유까지 펼쳐진 마루금입니다.
이러니 제가 덕유 종주를 즐기지 않겠습니까.
너무 멋있습니다.
장수덕유를 다시 바라보고,
멀리 지리 주릉이 희미하게나마 보이는군요.
지난 번 지리 종주때 천왕봉에서 이곳을 깨끗하게 조망을 했었는데....
이 사진이 3주전 천왕봉을 오르면서 지금 이곳을 바라보던 사진입니다.
중간에 뾰족하게 나온 부분이 지금 이 남덕유입니다.
그 덕유를 당겨보니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군요.
다시 지리능선을 바라보지만 개스가 끼어 뿌옇기만 합니다.
누군가 백련사 까지는 17km,영각사까지는 3.2km라고 음각을 해 놓았군요.
바람이 하도 세고 차가와서 고드름같이 얼음이 얼어 있는데 저는 이것을 입에 넣고 먹으면서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하기도 하였습니다.
16:10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삿갓재로 가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배가 고파 안 되겠습니다.
이곳을 다시 지나야 갈림길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16:18
남덕유 삼거리입니다.
아까 갈림길에서 남덕유 방향을 놓치게 되거나 그냥 지나치면 이곳을 지나게 됩니다.
여기서 다시 남덕유로 오르게 되면 그만큼 더디게 되고 반복하여 진행을 하게 되는 결과가 되므로 표지판이 없어도 예습만 잘하면 그런 우(愚)를 피할 수 있으실 것입니다.
삼거리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공터입니다.
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여럿이서 식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벌써 많이 걸어왔습니다.
음지 쪽인 이런 목제계단은 그냥 눈만 밟으며 지나게 됩니다.
16:35
덕유산에는 이런 무인무선전화 통신기가 세 개가 있습니다.
긴급전화이므로 장난 전화는 사절이라고 합니다.
16:38
남덕유에서 1km 진행을 했습니다.
삿갓재까지는 3.3km, 동엽령까지는 9.5km 남았으니 가까스로 해가 떨어질즈음 삿갓재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양지 쪽은 눈이 없군요.
해발 1240m인 월성재 혹은 월성치입니다.
이곳에서 황점마을로 하산이 가능한 곳입니다.
오랜만에 나타난 산죽 길입니다.
길도 넓고 편안합니다.
진행하여야 할 구간의 고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어느덧 해는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는군요.
힘들긴 할 것 같지만 별로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산을 언제 또 와봅니까.
눈에 가득 담으면서 진행합니다.
황점 방향입니다.
삿갓봉같이 생겼지만 삿갓봉은 아직 멀었습니다.
17:10
월성재에서 800m를 진행하였는데 22분이나 걸렸습니다.
이런 경치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는 허기를 이길 수 없나 봅니다.
산줄기의 오른쪽으로 가면 훤한데, 왼쪽으로 가면 어두워 지는 것을 보면 시간이 상당히 된 것 같습니다.
덕유산에는 이렇게 오래 된 철제 구조물을 자주 봅니다.
최소한 25년은 넘은 구조물들입니다.
사면 옆으로 남덕유를 바라 봅니다.
17:33
삿갓재가 2km 남았으니 남덕유에서는 2.3km 진행한 셈입니다.
무척 더딘 걸음입니다.
요상하게 생긴 나무를 봅니다.
저 계단만 오르면 삿갓봉이고 그 걸 지나면 삿갓재 대피소입니다.
즐거운 상상으로 허기를 이기려 노력합니다.
드디어 삿갓봉 바로 앞에 있는 봉우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17:54
아직도 삿갓재가 1.3km나 남았다는군요.
이제 슬슬 지겨워질 시간입니다.
18:11
삿갓봉 삼거리입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체력도 바닥이 났고 시간 상으로도 어려울 것 같아 삿갓봉은 그냥 통과합니다.
서쪽으로는 완전히 해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18:16
아까 삿갓봉을 올랐다면 이곳으로 내려 왔을 겁니다.
걸음을 재촉합니다.
18:21
이제 400m 정도 남았나요.
서두르지만 발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18:30
드디어 삿갓재대피소 입니다.
오늘은 가지고 온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소주를 한 잔 한 다음 푹 자고, 실컷 게으름을 피우다 날이 밝으면 출발할 것입니다.
다만 코고는 사람들이 있을 것은 자명할 터 빨리 잠에 들어야겠지요.
식사를 하다 서울에서 오신 분, 안의면에서 오신 두 분 등 세 분과 나누어 먹은 음식과 복분자 정말 맛있었습니다.
또 산에서 뵙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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