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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2009. 3. 17.~2009.9.13.)

백두대간 제10구간(삼마골재~궤방령)

산방기간이라 덕유산 코스를 걸러야 하는 나는, 나의 운행을 그 산방 통제구간을 피한 다른 어느 구간에서 시작하고, 그 기간이 끝나면 다시 이을 부분을 나의 운행능력과 그 능력에 따른 운행시간 그리고 곧 있을 프로야구 일정 등과 함께 고려하여야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즉 덕유산 구간을 통과하여 계속해서 운행하다가 다른 일정이 있으면 그 다음 시간에 있는 순으로 차근차근 운행을 하면 될 것인데, 중간에 산방기간과 같은 부득이한 이유로 잘리는 부분이 있고 더욱이 나의 산행은 나를 기다려 주는 버스나 기차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잇는 구간까지 접근하는 수단과 방법, 토요일 운행 중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의 유무, 운행을 마치고 난 후의 귀경 방법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하여야만 하였다.

 

그래서 우선 8구간을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우선은 가능할 것 같은 육십령∼빼재 구간으로, 연 이어질 제9구간을 빼재∼삼마골재로 잡는다면 접근하는 용이함과 하산 후 영동역을 이용하여 귀경길의 편리함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이번 제10구간의 시발점은 당연히 삼마골재가 되어야 하였고 그 첫날 구간은 궤방령 혹은 추풍령까지로 잡으면 될 것이다.

즉 궤방령에는 산장이 있고 추풍령 역시 숙식이 가능한 곳이 많을 것이어서 다른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에서이다.

 

열차표를 예매했다.

3. 20. 영등포에서 오후 21:27, 상행선은 김천에서 16:32으로 예약을 하였다.

그리고 영동 택시회사에 전화를 걸어 새벽에 갈 수 있는 방법과 요금(40,000원) 등을 문의하여 계획을 확정지면서 영동역에 하차하여 잠깐 눈을 붙일 수 있는 24시 찜질방도 알아 놓았다.

 

금요일.

2009. 3. 20. 23:55 영동역에 하차하여 영동 택시 기사 강기사님(010-3747-5415)으로부터 알아 놓은 '청석 불한증막'을 찾았으나 역 근처에 있다는 말과는 달리 눈에 띄지 않아 하는 수없이 근처 지구대 경찰공무원에게 문의하니, "그 한증막은 여기서 멀다."고 하면서 마침 그 근처 순찰을 돌아야 하니 같이 가자고 한다.

우연찮게 경찰 순찰차를 타고 도착한 위 한증막은 역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이었으며 그럭저럭 하룻밤 자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새벽 4시가 되자 약속한 대로 강기사님은 자신의 처와 함께 도착해 있었고 나는 부근 야식집에 들어가 비빔밥을 시켜 먹으면서 점심용으로 채소 김밥 두 개를 포장하여 달라고 부탁을 했다.

산행이 시작될 물한계곡(勿閑谿谷) 매표소까지는 상당히 멀었다.

어두운 새벽 공기를 가르고 달리는 택시 안에서도 계곡의 물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계곡이 깊은 곳이었다.

 

 

 

05:20 택시를 돌려보내고 2000. 9. 28. 세워 놓은 안내석을 보고는 왼쪽 황룡사 길을 버리고 오른쪽 '민주지산'으로 표지판이 되어 있는 곳을 따르자 이윽고 '삼도봉 4.4 km'라는 표지판이 보이니 삼마골재까지는 3.9km라는 얘기다.

 

 

 

 

  

몇 분을 더 오르니 민주지산으로 빠지는 지름길이 나타나고 1.2km를 더 지나자 이윽고 잣나무 숲에서 다시 민주지산 갈림길 표지판을 보게 되고 '돌주암골'을 오른쪽으로 두고 나무계단을 오르니 너른 풀밭이 나타나고 이내 삼마골재다.

 

정면으로 해인리 방향의 산군들이 운무 위로 그 윤곽만을 보여주고 있었고 표지판은 밀목령이 2.1km 떨어진 곳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06:10.

이제 본격적인 대간산행이 시작이다.

 

 

 

같이 서 있는 또 다른 표지기에는 밀목령까지는  2.1km임을 가르켜주고 있었고, 반대편 뒤로 보이는 부항면 해인리 너머의 비룡봉 능선은 아직 깨지 않은 적막의 분위기를 이야기하듯 운무와 그 와곽선만을 보여 주고 있었고, 나의 운행방향인 왼쪽 길로 접어드니 바로 헬기장이 있었다.

 

 

 

 

 

 

 1123.9고지로 오르는 길은 억새풀이 안내해 주고 있었으며 바람은 몹시 불었으나 오히려 그 바람이 땀을 식혀주어 상쾌한 이른 봄의 새벽내음을 맡을 수 있는 나는 더 없이 산행에 좋은 날씨라는 생각을 갖게한다.

뒤를 돌아보니 삼도봉이 어둠을 뚫고 어렴풋이 보이고 어느덧 멀리 능선 위로 해가 솟았다는 것을 확인할 무렵 나는 1123.9 고지에 섰고, 밀목령이 1.02m가 남았다고 정교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오른쪽으로 크게 돌면서 부드러운 길을 가볍게 내려서며 오르기를 몇 차례 반복하자 이내 밀목령이다.

김천시 부항면 대야리와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를 잇는 이 고개는 과연 이곳이 옛날 사람들이 넘나 들던 곳인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표지기가 흐드러지게 널려있는 것을 보면서 Tony Orlando의 노래가 생각났다.

I can't believe I see a hundred yellow ribbons round the old oak tree. 

1111고지를 오르는 길에 하얀 빨랫줄이 걸려 있어 그것이 뭔가하고 의아하게 생각을 하였는데 이내 그것이 임산물을 재배하고 있다는 김천시민의 경고문 팻말이었고 그  뒤로보이는 능선이 너무나 멋있다.

 

 

 

화주봉이라는 1,175고지를 지나는데 폐광지역이 보이며 지반이 무르므로 조심하라는 경고표지판이 보이고 옆으로는 그 흔적들이 보인다.

 

 

 

잡목들 사이로 너무도 뚜렷한 길을 지나니 앞으로 1207고지인 석교산이 보이고 멀리 계곡 사이로 마을이 보인다.

 

가야할 능선 즉 석교산 혹은 가래골뒷산이 보이는데, 그 너머 1062고지가 있을 것이고 그 뒤로는 중간 기착지인 우두령이 있을 것이다.

 

 

 

08:40.

석교산에 도착하여 배낭을 삼각대로 하여 받쳐놓고 셀프서비스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석교산을 뒤로하고 1,120.1m로 뻗어 나가는 능선분기점을 지나 1,162m에 위치한 헬기장을 지나자 바로 질퍽한 진흙탕으로 등산화는 그 무게를 더해가만 간다.

비구니 스님 두 분이 반갑게 합장을 하며 지나가고 이어 네명의 산객이 또 산인사를 나누며 내 뒤로 간다. 

 

 

 

그 진흙밭이 봄이 왔음을 암시하듯 푸른 어린 나무가 이미 퇴색한 낙엽과 적갈색 나무와 대비를 이루고 있었고, 왼쪽 잡목 사이로 흥덕리 마을 일부분이 보이기 시작하자 이내 연두색 철망이 목장 경계를 나타내 주고 있었고 그 뒤로 내려서자 우두령이다.

09:45.

삼마골재부터 여기까지 9.5km를 3시간 35분 걸렸다.

 

 

승용차 두 대와 1.4t 반트럭 1대가 서 있는 우두령을 물 한 모금 마시고 출발한다.

 

 

870봉을 바라보며 다시 대간으로 올라섰다.

 

삼성산까지 오르는 길은 잡목으로 조망이 너무 좋지 않다. 

10:30. 삼성산에 도착하자 멀리 바람재부근의 고랭지채소밭이 보이고 그 뒤로 형제봉, 신선봉이 보인다.

 

 

다시 오르막이 계속되면서 눈 앞에 여정봉(1,030m)이 전개되고, 그 여정봉에 오르자 오르쪽으로 삼성암이 보이고 그 뒤로 보이는 곳이 대항면 주례리이다.

아까 들리던 운판(雲板)소리도  저 삼성암에서 나는 소리였으리라.

 

 

 

멀리 바람재 정상이 보인다고 생각하자 이내 나무의자가 있으며 그 뒤로 태양열 자가발전기가 보이는 표지판 앞에 도달했고 그 길을 내려서자 산판길이다.

 

 

 

이 곳은 산판길을 따라가는 것보다 그냥 대간을 고집하여야 하고 사실 그 대간길이 더 지름길이기도 하다.

궁촌리 마을 민가 뒤로 황악산 줄기를 바라보며 걷다보면 다시 산판길과 만나게 되고 그 정면으로 바람재로 내려서는 나무 의자 두 개가 있는 대간길이 나타난다.

 

 

그 내리막 입구에 들어서니 그 아래로 공사판 같은 채소밭이 보이며 헬기장과 1.4t 반트럭이 서 있었는데, 한참 뒤 그 트럭의 주인과 우연찮게 해후를 하게 되었다.

 

 

 

 

 

우두령까지 4.45km라는 표지석이 보이고  나는 나무그늘이 있는 바람재의 나무 의자에 앉아 점심인 김밥을 한 덩어리 먹고 있는데 아까 내려온 바람재 정상쪽에서 산객이 한 분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그 분에게 사진 한 장 부탁하고 다시 형제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형제봉으로 가기 위하여 다시 경사를 오르자 등 뒤로  바람재 정상이 보이고 이내 신선봉 갈림길에 들어서며 내가 800m를 열심히 올라왔음을 보여준다.

 

 

 

500m를 더 운행하자 형제봉(1,030m)이 나타나고 뒤로는 산판길이 선명한 능선이 보이며 우측으로 직지사의 모습과 시가지의 모습이 보이자  바로 황악산이다.

 

 

 

 

황악산(1,111m)에 도착하여 폼을 잡을 시간도 없이 삼식이 같은 모습으로 다른 일행들에게 사진 1장을 부탁하였고, 시끄러운 그들 일행을 뒤로 하고 대간으로 향하려 하는데 신장개업 한 매점이 눈에 들어온다.

대항면에 살고 있다는 김을식씨는 오늘부터 장사를 시작했는데 올 시즌에는 계속 올라올 것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황악산은 평일에 보통 300여명 정도, 휴일에는 500여명이 넘는 산꾼들이 이곳을 들른다고 하며 생수는 500ml가 1,000원 캔맥주는 냉장이 잘 된 것이 3,000 원인데 자신의 친구와 함께 바람재에서 물건을 지게를 이용하여 짊어지고 올라왔다고 한다.

그래서 바람재에 있던 그 반트럭의 주인이 그였음을 알게 되었다.

캔맥주로 목을 적시고 헬기장을 가로질러 운행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 산은 등산객이 많은 곳이다 보니 '등산로 아님'이라는 팻말이 자주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샛길이 상당히 많은 듯하였다.

그런데 표지판에는 대간길을 알리는 표시는 없고 '직지사'로 하산 하는 길이라는 표지판만 있어 순간 길을 잘못 들었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올라가는 산객에게 물어보자 "다른 길인 것 같은데요."라는 말을 듣고 다시 헬기장까지 올라갔다 오느라 40분의 시간을 허비하였다.

 

한참이나 내려와서야 어시골산도 표시되어 있는 표지판을 만날 수 있었다.

바라건대 아까 표지판에도 '대간길'이라는 글이나 '운수봉' 혹은 '어시골산'이라는 글도 병기하였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680고지인 운수봉을 지나자 잡목 사이로 오른쪽으로는 복전리의 '복전지', 왼쪽으로는  어촌리의 '오촌소류지'가 보인다.

 

 

무슨 나무의 꽃인지 모르겠으나 봄을 알리는 꽃이 이 능선에도 있었고, 뒤로 보이는 푸른 솔 뒤로 황악산 정상이 보인다.

 

 

 

한참이나 급경사를 내려가자 큰 산판길이 나오고 이내 포장도로가 나오며 도로 오른쪽으로 산장이 보인다.

15:34.

이곳에서 물을 보충하고 추풍령으로 출발을 하려고 하였으나 아무래도 허기진 배를 끓어안고  랜턴을 밝히며 마무리 산행을 하게 될 것만 같아 오늘 산행은 여기서 마무리 하기로 하였다.

오늘 접근 거리는 3.5km, 도상거리 22km, 운행시간은 접근시간 50분, 대간운행 시간 9시간 24분.

직지사  간판때문에 알바한 시간 40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궤방령은 예전에 과거를 보기 위하여 한양으로 갈 때 이 고개를 넘어 가게 되면 급제를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으로, 산장지기 내외는 약 16개월 전부터 이 산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방이 너무 깨끗하고 따뜻하였고 침구도 정결하였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기로 하였는데 백반은 4,000원을 받았는데 너무도 푸짐하게 들어간 돼지고기를 안주삼아 소주 한 병을 마시고 내일 운행 계획을 세우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