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열심이니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갑니다.
지난 주말은 홀대모 가을 모임때문에 대간이 지나는 속리산의 피앗재 바로 아래에 있는 피앗재 산장에서 오랜만에 원로 산꾼들과 자리를 함께 하는 영광을 가졌습니다.
항상 보아도, 항상 들어도 제가 넘 볼 수 없는 당신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저의 미천한 산행 능력을 확인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과의 짧은 동반 산행을 통하여 독도(讀圖) 요령을 또 하나 터득하는 방법도 익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한글날이라 가까운 금북으로 들기로 합니다.
노모(老母)때문에 당일치기 산행으로는 아주 적합한 곳입니다만 이제는 서울에서 점차 멀어지니 당일로는 짧은 구간밖에 진행을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어쨌든 지난번 좀 길게 진행하려 했던 차령~차동고개 구간을 작전 실패로 아쉽게 중간 지점인 각흘고개에서 끊었던 나머지 구간을 당일치기 산행으로 짧게 마무리 지으려 계획을 세웁니다.
구간이 구간인 만큼 아직은 마루금 산행에는 초보인 지인 1명을 대동하는데 얼마나 마루금 산행에 적응을 하려는지 궁금도 해 지는군요.
각흘고개에 접근하는 방법은 지금은 아산시로 바뀐 온양에서 들어가는 방법과 공주시 유구읍에서 들어가는 두 가지 방법인데 다행히 온양과 유구를 왕복하는 100번 아산 시내버스가 있어 시간만 제대로 맞춘다면 진· 출입하는데 별 문제가 없습니다.
차량을 이용하여 온양온천역 독일안경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는 06:40분(매시 40분에 출발) 첫 버스를 타고 각흘고개로 갑니다.
산행 개요
·
1. 산행일시 : 2013. 10. 9. 수요일
2. 동행한 이 : 홀로
3. 산행 구간 : 금북정맥 5구간 (각흘고개~봉수산~천방산~극정봉~절대봉~서재~차동고개)
4. 산행거리 : 20.7km (올해 누적 산행 거리 1,210.34km)
지 명 |
거 리 |
도착시간 |
소요시간 |
비고 |
각흘고개 |
|
07:30 |
|
|
봉 수 산 |
4.0(km) |
08:52 |
82(분) |
10분 휴식 |
천 방 산 |
3.8 |
10:42 |
130 |
20분 휴식 |
극 정 봉 |
3.8 |
12:19 |
97 |
13분 휴식 |
절 대 봉 |
2.7 |
13:18 |
59 |
|
서 재 |
1.3 |
13:52 |
34 |
|
차 동 고 개 |
2.2 |
14:36 |
44 |
|
계 |
17.8 |
07:06 |
06:23 |
실 운행시간 |
산행 기록
07:25에 각흘고개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려 개를 무려 5마리나 키우는 주유소를 보면서 행장을 갖춥니다.
공주시와 아산시를 연결해 주는 각흘고개.
07:30
그 이정표가 있는 들머리에서 오늘 산행을 시작합니다.
여기에서부터 봉수산까지는 119 구조목이 정확한 거리 간격이 아닌 대간 약 350m 정도마다 하나씩 박혀 있습니다.
지난 주 홀대모 모임에 처음 참석하여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바랑산 선배님을 만납니다.
논산 분인데 금북 구간에 있으며 고향 부근에 있는 산 이름을 따 '바랑산'이라는 닉을 사용하신다 하시고, 이번 표지띠도 준희선생님께서 직접 디자인하여 보내 주신 것이라고 하시는군요.
저간의 사정을 몰랐던 저는 '철저하게 준희 선생님을 모방'한 이 표지띠의 주인공을 잠시나마 이상한 분으로 매도를 하였으니...
선배님 죄송합니다.
07:41
오늘의 첫 이정표도 만납니다.
등로 사정이 너무 좋습니다.
이 정도면 4차선 도로를 걷는듯한 느낌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가운데로 봉수산 일대가 보이고 좌측으로는 '∩'자 형태로 이따 진행하게 될 마루금을 봅니다.
오늘 아침은 어제 마신 술의 여파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라면 한 그릇으로 때웠더니 이제야 소식이 옵니다.
10분 정도 볼일을 보는데 소비하고 등로를 이어갑니다.
08:00
쉴 자리도 없는 '쉼터'를 지나고,
대간이나 정맥을 하면서 늘 인상적으로 만났던 '강성원 우유'.
최근 저는 숙성한 복분자 효소에 타 먹기 위하여 우유배달을 신청하면서 산꾼이 만드는 식품은 믿을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강성원 우유를 시켜서 먹고 있는데 예전에 '파스퇴르 우유'를 먹는 기분이더군요.
역시 산꾼들이 만드는 것들은 모두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08:12
'구만봉'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390봉을 지나고,
아직까지는 힘도 들지 않는 편안한 등로에서 워밍업을 하는 기분으로 즐깁니다.
탑산마을을 가운데 두고 좌측으로는 이따 진행할 정맥 마루금을 보면서 진행하다보니,
이제 봉수산 정상을 앞두고 한 차례 된비알이 시작되는군요.
08:45
봉수산 갈림길 삼거리를 앞두고 송악면 길상사로 빠지는 삼거리를 지나자마자,
08:48
바로 봉수산 삼거리입니다.
비록 정맥길에서 살짝 빠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 일대가 다 봉수산일터이니 당연히 갑니다.
그러면서 잠시 공주시를 떠나 아산시와 예산군의 군계를 잠시 따릅니다.
08:52
봉수산(鳳首山) 정상석을 보고 여기에 있는 3등급 삼각점(예산306)을 찾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선답자의 산행기에 나와 있는 삼각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비록 훼손되어 사용하지않는 삼각점이라도 최근까지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거한 것 같습니다.
괜스레 삼각점을 찾느라 시간만 허비합니다.
잠시 진행할 마루금을 보고 삼거리로 돌아나와 이제부터는 아산시를 떠나 공주시와 예산군의 군계를 따라 마루금을 진행합니다.
09:21
나무 의자 3개가 있는 460봉을 지나면서 이제 간간이 나무 의자를 만나게 되니 잠시 앉아갈 수 있는 여유도 부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봐도 좋은 우리의 산입니다.
간벌한 곳도 이제 많이 푸르름을 되찾았는데 수종은 무엇인지....
저 멀리 보이는 줄기가 앞으로 진행하여야 할 금북의 줄기나 되나요?
10:03
잘 정비된 이정표도 만나고,
10:18
탑산리고개도 지납니다.
10:22
다시 이정표를 만나면서 졸려서 나무 의자에 누워 잠시 눈을 붙여 봅니다
10여분 정도 졸다가 다시 진행을 합니다.
나무 계단도 만나고....
10:39
그러고는 바로 천방산 삼거리입니다.
10:42
배낭을 벗어놓고 천방산을 와보지만 조망도 없고 산패 하나만 있는 천방산 정상의 정경입니다.
11:01
.......
11:05
이치리 갈림길을 지나고,
11:11
부엉산이라는 믿지 못할 산이름을 가진 봉우리에 올라 잠시 김밥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오늘 아침에 라면 한 그릇이외에 먹는 것 없이 산행에 임했는데 역시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고 걸으니 힘이 많이 드는군요.
한 줄 먹고 다시 일어납니다.
11:17
억새밭 지대라고 지도에 표기되어 있는 잡목지대를 지나니 다시 의자가 있는 봉우리에 오르고,
11:23
다시 잡목지대를 걷다 보니 이제 다음 목적지인 극정봉도 얼마남지 않은 느낌입니다.
11:34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의 부침이 심한 줄기입니다.
이런 것들은 산꾼들은 빨래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다만 고도 편차가 그리 나지 않아 걷기에 그렇게 무리는 없습니다.
11:41
오지재에 도착합니다.
다시 잠이 쏟아집니다.
의자에 누워 15분 정도 눈을 붙입니다.
12:01
360봉을 지나는데,
우측으로 예산군 대술면 이치리 마을이 보입니다.
이제 벼도 다 익었고 이 지역은 태풍도 그냥 비켜 지나갔으니 대풍인 것 같군요.
12:19
된비알을 치고 올라가니 삼각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2등급 삼각점(예산 24, 충청남도 예산군 대술면 이티리 산 149-2)입니다.
전에는 없던 국토지리정보원 삼각점 안내판에 누군가가 선생님의 산패를 갖다가 맵시있게 붙여 놓았군요.
아마 바랑산님의 작품이 아닌가 조용히 짐작해 봅니다.
하여간 바랑산님도 대단한 정성이십니다.
12:35
그러고는 400봉을 지나면서 맥친구산악회의 유대장님을 봅니다.
유대장님 오늘은 또 어느 산줄기에 드셨나요?
12:42
오솔길 같은 멋진 길로 마루금을 살짝 비켜 지나가는 길도 있습니다.
12:45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고개를 지나,
우측으로 마을도 보고 멀리 산줄기도 감상을 하면서 지납니다.
13:18
명우산은 언제 지났는지 눈치도 채지 못할 정도로 티가 나지 않는 봉우리였는데 좀 부드러운 봉우리로 올라섰다 싶더니,
유대장님이 붙여 놓은 코팅지로 확인할 수 있을만큼 이곳도 눈에 띄지 않는 그런 봉우립니다.
그 봉우리 밑에 있는 굴도 확인을 합니다.
정말 깊은 굴인데 컴컴해서 뭐가 보일리도 만무입니다.
13:34
우틀하고,
13:42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우측으로 저수지가 보이고,
13:52
그러고는 간이화장실이 있는 서재로 바로 떨어집니다.
여기저기 볼 것도 없이 그냥 우측으로 달라붙어 올라가니,
서재로 이어지는 임도가 보이고 그 뒤로는 340봉과 이어지는 봉우리입니다.
14:02
간벌지 좌측으로 잡목 숲을 진행하다 보니 아래 마을 쪽으로 명곡저수지가 보이고 그 저수지에는 낚시꾼들이 많아 몰려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14:03
평산신씨 묘소를 지나는데 이제부터 시간 체크를 해 봅니다.
오늘은 저 혼자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니고 오랜만에 몸풀이 산행을 하는 친구와의 산행이라 시간을 넉넉히 잡아 차동고개에는 4시 가까운 시간에 떨어지는 것으로 계획을 하여 유구에서 4시 10분 온양온천역행 버스를 탈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아무래도 3시 10분 차를 탈 수도 있을 것 같아 발걸음의 보폭을 좀 넓힙니다.
14:05
서낭당 고개를 지나,
14:10
잡목으로 가득찬 260봉을 오릅니다.
휘어진 개선문나무를 보고,
14:24
잡목이 가득한 곳을 가시나무를 헤치며 진행을 하여 오르니,
삼각점 안내판의 뒷모습이 보이고,
4등급 삼각점(예산427)이 있는 294.2봉입니다.
선생님의 산패도 확인하고 옆에 제 표지띠도 걸어 둡니다.
제 1+9가 마무리되는 11월 중순경 선생님께서는 그 마무리를 낙남으로 하라 하시는군요.
아무래도 낙동이나 낙남으로 하는 것이 그래도 우리나라의 끝을 보는 느낌도 들고 그래야 부산에 와서 환영식을 할 게 아니냐는 고마우신 말씀이십니다.
낙동을 마칠 때는 맨발선생님과 '산새들의합창'의 삼돌이님의 환대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1+9 졸업이라 더 큰 환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요?
너무 늦게 시작한 산줄기라 부끄럽기만한데...
하여간 10월말까지는 호남을 땜빵 포함해 다 마치고 11월에는 남은 금북에 올인해야 할 것 같군요.
14:32
수원김씨 가족묘를 지나는데 찻소리가 시끄럽게 들립니다.
이제는 고속도로가 아닌 #32 국도를 힙겹게 올라오는 화물트럭 엔진음입니다.
14:36
예정시간보다 1시간은 더 빨리 도착했습니다.
날씨도 너무 덥고 저 개인적으로는 어제 늦게까지 마신 술로 잠도 제대로 못잤을 뿐만 아니라 아침 해장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면서 그래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군요.
그렇다면 지난 번 차령에서 출발할 때 그냥 여기까지 내뺄 걸 괜히 각흘에서 멈춘 것 같다는 후회가 드는군요.
294.2봉을 내려오면서 유구택시(7,000원)를 불렀는데 도착하여 스틱을 접고 있을 때 택시가 정확하게 도착하는군요.
유구터미널에서 이온음료를 한 통 한숨에 마시고 느긋하게 기다리다가 버스를 타고 온양온천역으로 와 차를 회수하고 이른 시간에 귀경을 합니다.
오늘은 예상과 저의 우려와는 달리 제 보폭에 맞춰 구간 진행을 한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마디 하여줍니다.
그렇지 않고 중간에 막걸리 타령이나 하고 퍼지기 시작하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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