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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TWINS/칼럼

상업광고에 등장하는 노령산맥

 

호남정맥을 할 때 물을 준비하기 위하여 지방의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좀 기이한(?) 내용을 맞닥뜨립니다.

즉 남양에서 만들어 파는 '천연수''라는 생수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그 생수통의 포장지를 보면 '청정 백두대간 노령산맥 주화산'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 문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물의 수원지가 청정지역임을 알리기 위하여 백두대간을 끌어드렸고 그 백두대간의 아들 격인 노령산맥을 집어 넣었으며 그 노령산맥 중에서도 주화산이라는 지역에 있는 것이니 애비의 이름을 보고 그 아들의 이름도 평가해 달라는 취지로 이해합니다.

즉 그 문구를 넣은 사람들의 취지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백두대간을 보고 깨끗한 청정지역임을 연상하고 그 제품을 구입하고 안전하다고 확신하면서 마실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산줄기를 걷는 산꾼들은 그 문구를 보면서 씁쓸해지는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어집니다.

그저 '태백산맥 노령산맥 주화산'의 청정지역이라고 불렀으면 오히려 이 서운한 감정이 좀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듭니다.

 

주지하다시피 산맥이라는 이름은 우리가 만든 이름도 개념도 아니며 그저 일제 침략이 본격화 될 무렵인 1902년 일본의 지질학자인 '고또 분지로'가 만든 개념을 근대지리학이라는 명분 아래 식민지 지리교육의 커다란 틀 안에서 산맥 개념을 배운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것이 우리 전통 산줄기와 물줄기에 대한 이해 즉 인간과 자연의 상생이라는 전통적인 풍수개념 하에 만들어진 여암 신경준 선생님의 '산경표'에 대한 몰이해라는 측면은 고사하고라도 현재까지 학자들에 의해 별다른 연구나 탐사 없이 그저 지질학적인 면에 충실하다보니 과학이라는 미명 하에 우리의 산줄기 이름들이 파묻혀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더욱이 최근의 폭발적인 산행 인구 증가로 인하여 전통적인 산줄기 개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이 산줄기를 직접 발로 걸어보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어 그 아쉬움은 더 크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니 백두대간 노령산맥 주화산이라는 이름은 곧 김마사오 혹은 이마사히로 등과 같은 뉘앙스로 들리는 건 비단 저만 느끼는 것일까요?

 

지질학이란 기본적으로 지구를 연구하는 자연과학이므로 지구의 역사를 밝히는 학문으로 그 내용은 지각의 구성물질, 구조, 성인(成因), 지구의 무생물계와 생물계의 역사 등이다.(김주한, 지형학 243쪽)

반면 지리학이란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자연·인문 현상의 공간적 다양성과 이들간의 상호 관련성 및 주요 지역적 유형을 연구하는데, 특히 인간의 천연자원 사용과 인간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기본적으로 지질학은 지표면에서 벌어지는 현상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도 된다.

 

잠시 여기서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19세기 중반부터 제국주의 열강들의 아시아 침탈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