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지맥만 전문으로 하는 산악회가 있는 걸 보면 이제 우리나라 지맥꾼들의 저변도 많이 넒어진 느낌입니다.
주로 무박 산행을 하고 있는 '백두사랑산악회'야 더 이상 설명이 불필요한 곳이지만 이번에는 무박보다는 당일치기로 지맥 산행을 즐기는 '산악랜드'와 오지 지맥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전에는 아구지맥이라 불려졌었고 박성태선생님께서 2010년 신산경표 개정증보판을 낼 때 안일지맥으로 그 이름을 바꾼 후부터 지맥꾼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아구지맥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안일지맥으로 부르면서 답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입니다.
어떤 상황의 변화가 있었을까요?
옛지도는 물론 지금도 국토지리정보원 1/50,000 지도에는 아래와 같이 고시만 되어 있지 새지도를 편찬하지 않은 관계로 아직 안일왕산이라는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선답자인 조은산 선배님의 글을 인용해 보면....
2007.01.09 최중교님이 아구지맥 답사 후(산행기) “역사에서 사라진 산, 안일왕산(安逸王山)”을 지적
2011.10.10 박성태선생님이 울진군에 지명 제정신청 민원접수
2012.03.23 울진군의 무반응에 박성태님 재차 독촉
2012.10.29 국토지리원 지명고시
국토지리정보원 고시 제2012-1268호(2012.10.29) 국토지리정보원장
행정구역 |
지명종류 |
경도 |
위도 |
제정지명 |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리 산11 |
산 |
129-14-54.67360 |
37-00-17.96620 |
안일왕산 |
논의가 된 대동여지도에서 '사라진 산'을 보면,
공식적으로야 2012. 10. 29. 이후로 안일왕산이라는 이름이 고시됨으로써 이 이름을 따 안일지맥이 되었겠지만 기록을 보면 최중교님이 답사한 2007년도에 높은산님(동아지도로 보이는 지형도에는 안일왕산이라는 이름이 있었음) 그리고 2009년도에는 신경수님이 안일왕지맥이라는 타이틀로 답사를 진행한 것을 보면 꾼들 사이에서는 신산경표 개정증보판 이전에도 안일(왕)지맥이라는 이름은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 하나가 936.5봉의 전위봉인 927.4봉에서 소위 쇠치지맥이 하나 더 가지를 친다고 얘기들 하는데 이를 무조건 안일지맥에 편입시켜야 하는 게 타당하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이 안일지맥과 쇠치지맥 중 어느 게 주맥(主脈)이고 어느 게 가지 줄기냐 하는 문제와도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갈림봉에서 고직고개~갈령재로 주행하는 줄기와 쇠치지맥 그리고 안일지맥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보기로 하며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하여 겹침줄기에 관해 살펴봅니다.
겹침 줄기에 관하여....
산경표에 의할 때 정맥은 대간이나 다른 정맥에서 분기하는 산줄기입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정립된 용어는 아니지만 우리 산꾼들에게는 이제 일상적인 용어가 된 기맥(岐脈)은 대간이나 정맥에서 그리고 지맥(支脈)은 대간이나 정맥 혹은 다른 지맥에서 분기하는 줄기입니다.
한 정맥이 다른 정맥에서 분기하였다는 것이 곧 겹침줄기 문제인데 산경표에서는 북쪽의 청북정맥과 청남정맥 그리고 해서정맥과 임진북예성남정맥 등의 겹침줄기(소마대령~웅어수산 약56.7km, 두류산~양지봉분기점 약87.1km)에는 독립된 정맥 이름을 부여하지 않은 반면,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의 겹침줄기는 한남금북정맥,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은 금남호남정맥이라는 이름을 부여하여 독립된 줄기로 보았습니다.
참고도
청천강과 예성강의 발원지
이 차이점은 10대강(압록강, 두만강, 청천강, 대동강, 예성강, 임진강, 한강, 금강, 섬진강, 낙동강)이 어디서 발원을 하느냐에 있습니다.
즉 청북지맥과 청남정맥의 분기점에서 발원하는 청천강 바꿔 말하면 청천강의 북쪽 울타리가 되는 청북정맥 산줄기와 남쪽 울타리가 되는 청남정맥 산줄기를 가르는 청천강의 발원지가 이 두 정맥의 분기봉인 웅어수산(2019m)이며 예성강의 발원지는 양지봉 분기점이 되는데 이는 대간에서 갈리는 정맥과의 사이에서 10대강이 발원하게 된다는 산경표의 대원칙에 위배됩니다.
10대강은 정맥이 대간에서 분기되는 곳에서 발원해야 .....
그래서 산경표에서는 이 겹침줄기에 정맥 이름을 부여하지 않고 이름이 없는 '무명(無名) 줄기로 놔두어 그 줄기를 대간의 연장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렇게 봐야 청천강이나 예성강 등은 대간과 정맥이 분기하는 갈림봉에서 발원하는 강이 되어 산경표의 모든 정맥은 우리나라 10대강의 울타리가 된다는 원칙에 충실하게 되는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를 남북의 종단하는 백두대간이 그 줄기를 횡(橫)으로 연결하였다는 점과 남쪽의 겹침줄기와 비교했을 때 그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남쪽의 한남금북정맥이나 금남호남정맥의 경우에는 북쪽의 그것들과는 사정이 조금 다르긴 합니다.
즉 이들 줄기들 사이에서는 10대강이 발원하지 않으므로 굳이 그 겹침줄기를 무명으로 놔두지 않고 한남금북정맥과 금남호남정맥이라는 이름을 부여하여도 큰 문제가 없었으나 여기에도 하나의 산줄기를 굳이 두 개의 이름으로 나누어 부른다고 하는 일관성의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됩니다.
이러한 산경표 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박성태 선생님은‘신산경표’를 저술하시면서 겹침줄기를 하나로 잇고, 이 이은 줄기는 주행하는 방향의 지방 이름을 따서 가령 청북정맥(약447.0km)과 청남정맥(345.1km)의 경우에는 무명줄기를 더 긴 쪽인 청북정맥에 포함시킨 다음(주행거리 503.7km) 이름은 관서정맥으로 명명하고,
마찬가지로 해서정맥의 경우에도 기존 해서정맥이 양지봉 분기점~장산곶까지의 주행 거리가 약395.4km로 예성남임진북정맥(약156.9km)보다 더 긴 점에 착안하여, 기존의 무명 줄기여서 백두대간 줄기로 보았던 두류산(1323m)~양지봉 분기점까지의 구간 87.1km를 긴 쪽으로 편입하여 해서정맥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다만 그 끝을 그냥 바다(장산곶)가 아닌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인 대동강 하류로 틀어 기존의 395.4km에서 452.9km로 주행거리에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었습니다.
물론 이 작업은 일부 산꾼들에게는 Bible과도 같은 산경표를 임의로 해석했다는 비난이 있기는 합니다.
주줄기와 가지줄기 (主脈과 支脈)
어쨌든 이런 산줄기의 겹침줄기를 해결하고 이름을 부여하는 작업은 참으로 힘들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게 주줄기이고 어떤 게 가지 줄기이냐-대간과 정맥의 문제와 같이-의 문제를 따져보는 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산줄기를 찾는 것 보다는 더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의 지형을 보면 중부백두대간-우리는 지금 지형 내지는 지리문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태백산맥’이라는 지질학적 용어는 의식적으로 배제하고-은 동고서저(東高西低)의 모양새를 하고 있어 많은 산줄기들이 서해바다를 향해 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산줄기가 그런 모양이니 당연히 거기서 발원하는 모든 물줄기(10대강 중 8개)들도 대개 서해 쪽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하나의 산줄기에서 다른 하나의 가지 산줄기가 갈라질 때 필연적으로 그 사이에서는 골이 생기게 되고 그 골에서 물이 나와 그 물들이 모아져 내가 되고 그 내는 천(川)이 되며, 그 여러 천들이 모아져 강(江)이 되고 그 강은 마침내 바다로 흘러 들어가게 되기 마련이고 이는 만고의 진리입니다.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있는 게 산맥(山脈)이론 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위에서 말한 산줄기의 기본이 곧 백두대간이 되고 그 백두대간에서 갈라지는 그 수많은 산줄기 중에서 10대강을 품는 줄기를 특별히 정맥이라 불렀던 것을 서지학(書誌學)적으로 만든 것이 곧 여암 신경준 선생이 편찬하였다고 전해지는 -유력한 이설(異說)이 있음- 산경표입니다.
이 산경표를 근본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박성태 선생의 신산경표라는 책이고, 아직 책으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산경표에 기반을 두고 나름대로 우리 산줄기를 박성태 선생님과는 다른 논조로 풀이하고 있는 것이 신경수 선생님의 수체계(樹體系) 이론입니다.
主脈이 잠기는 곳
두 분 모두 산경표의 이러한 원칙에 착안하여, 산경표가 정맥까지만 기술하고 있으므로 나머지 산줄기들을 일일이 찾아 기맥이니 지맥(30km급 이상의 줄기를 지맥이라 부르자고 약속), 분맥 등의 용어를 사용하여 해설을 하였던 바, 공통적으로 우리 산줄기들의 그 끝은 바다나 강이어야 하고 바다일 경우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합수점, 강(江)이나 천(川)일 경우는 두물머리로 떨어져 그 맥이 다 하는 곳으로 본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두물머리도 그냥 두물머리가 아니고 그 모(母)줄기로부터 처음 갈라질 때 그 골에서 발원하는 물줄기를 다시 만나는 강이나 천이 그보다 하나 더 상급에 있는 강(江)이나 천(川)과 만나는 두물머리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는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지맥은 대간이나 정맥, 기맥 혹은 다른 지맥에서 갈라질 때 그 주 산줄기와 해당 지맥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이 10대강과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맥을 다하는 지맥.
그 지맥이 주지맥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이 기맥이나 지맥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 것이냐 또 정맥과 마찬가지로 겹침줄기가 있을 경우 그 겹침줄기의 편입 문제 등이 대두됩니다.
또 이 겹침줄기 문제는 그 끝이 바다로 가는 줄기이냐 강으로 가는 줄기이냐에 따라 달라지며 바다로 가더라도 동해로 가느냐 서해 혹은 남해로 가느냐에 따라 또 달라집니다.
이 문제들 중 강으로 잠기는 문제를 다룰 수 있는 case가 제가 최근에 진행을 한 금남호남정맥에서 분기하는 천황(만행)지맥과 성수지맥이 문제입니다.
천황(만행)지맥과 성수지맥의 문제....
주지하다시피 이 두 지맥은 금남호남정맥의 팔공산에서 분기하는 줄기에서 가지를 친 지맥들입니다.
그런데 이 두 줄기는 팔공산에서 약 2km정도 진행을 하여 마령재 부근에서 갈라지게 되는데 이 겹침줄기를 누구의 몫으로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됩니다.
이는 30km를 지맥의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지맥에 들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도 결부가 되고 줄기 이름을 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에 산꾼들로서는 중요한 것입니다.
관련하여 첫째, 어느 산줄기가 팔공산의 주줄기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는 간단하게 어느 산줄기가 팔공산과 그 줄기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줄기와 그 보다 상위 개념의 물줄기와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잠기는가 하는 말과 같습니다.
지도를 봅니다.
참고도 2
산줄기 주행 거리의 장단(長短)
우선 길이를 놓고 보자면 겹침줄기 2km를 제외하고 성수지맥으로 가는 줄기는 마령재~무량산~오수천이 56.7km가 되고, 천황지맥은 마령재~고리봉~요천까지 57.5km여서 도상거리로는 천황지맥이 0.8km더 깁니다.
그러나 사실 산줄기의 장단(長短)으로 겹침줄기가 있는 지맥의 주종(主從)을 파악하는 것은 위험한 구분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산줄기의 구분은 10대강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이 원칙은 하위 개념인 지맥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줄기가 두물머리에서 만나는가?
이것을 이 지맥 줄기에 대입을 하여 보면 보시다시피 팔공산과 여기서 가지를 친 이 산줄기 북쪽으로 발원하는 물은 바로 섬진강이 되며, 남쪽으로 발원하는 물줄기는 요천이 되어 지맥의 고리봉 부근에서 이 요천보다 더 큰 10대강의 하나인 섬진강과 만나게 됨을 볼 수 있습니다.
주봉인 팔공산에서 가지를 칠 때 나오는 물이 요천이 된다고 하였으므로 이 요천보다 한 단위 위에 있는 강.
곧 10대 강 중 하나인 섬진강과 만나는 곳으로 향하는 줄기가 이 두 지맥의 주줄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볼 때 주 지맥은 천황지맥이 되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당연히 겹침줄기 2km도 이 주줄기에 편입이 되어 약 59.5km의 줄기가 천황(만행)지맥이 되게 된 것입니다.
한편 가지 줄기인 성수지맥과 본가지인 천황(만행)지맥과의 사이인 마령재 부근에서 발원하는 물줄기가 바로 오수천이 되고 이 오수천이 섬진강과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성수지맥은 그 맥을 다하게 되어 그대로 56.7km의 성수지맥이 되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는 지맥 이름에 관한 문제인데 자세한 내용은 제 산행기 천황(만행)지맥 3구간을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안일지맥의 경우....
오늘은 안일지맥을 걷는데 이 안일지맥과 쇠치지맥 또한 겹침줄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동해 쪽으로 흘러들어가는 산줄기나 물줄기들은 중부백두대간이나 낙동정맥의 경우에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즉 대간이나 정맥에서 발원하는 물줄기들은 동고서저의 특수한 지형 때문에 그 길이도 짧아 지맥급에 드는 줄기도 그리 많지 않아 서해나 남해 방향과는 달리 그다지 어려울 게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동해로 흘러들어가는 물줄기를 보면 10대강에 비견(比肩)되는 32개의 강과 천이 있습니다.
강이라고 해봤자 100km가 살짝 넘을 정도여서 오히려 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랑천이나 단천 남대천의 그것들보다 더 짧은 것들이니 그저 이름만 강에 불과합니다.
어쨌든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작은 내나 천들은 다 이 32개의 강과 천으로 모아져 동해안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으므로 이 요건에 충족만 된다면 줄기의 장단은 기술한 바와 같습니다.
낙동정맥의 삿갓봉(이 역시 공식 명칭은 아님)에서 갈라지는 큰 줄기는 언뜻 보더라도 세 개가 보입니다.
참고도3
비교해 봅니다.
여기서 우선 줄기 '나'의 쇠치지맥은 바로 바다로 떨어지고 그럴 경우 길이 또한 30km에 미치지 못하므로 주지맥 경쟁에서 탈락합니다.
다만 갈림봉인 927.4봉에서 갈라지는 줄기인 '가'는 32개 천들 중의 하나인 가곡천의 하구로 흘러 들어가고 있으므로 둘째 요건인 주행거리의장단을 비교해 봐야 할 것 같군요.
안일지맥의 경우는 겹침줄기를 제외하면 25.5km이고, 참고도의 '가'의 줄기는 고직고개~갈령재를 지나는 17.9km의 줄기에 불과하므로 겹침줄기 5.3km는 긴줄기인 줄기 '다'에 편입되어 30.87km가 되어 가까스로 '지맥'이라는 족보에 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설사 참고도3. 상의 매봉산(실제 응봉산)으로 간다고 해도 23.2km에 불과하여 응봉지맥이라는 이름을 얻지는 못하였을 것이고 신경수 선생님에게 가서 의지하여 낙동안일왕응본분맥이라는 다소 좀 긴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쇠치지맥은 오토지맥 등과 함께 신산경표 개정증보판이 발행된 이후에 새로이 발견(?)된 지맥으로 최근에 용천북지맥이 하나 더 추가되었으니 이제는 남한의 지맥은 현재 157지맥으로 정립이 된 것 같습니다.
산행기....
죽전을 출발한 산악랜드 전용버스는 이천휴게소에서 대원 한 분을 더 태우고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봉화, 소천을 지나 석포면에서 좌틀하여 버스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소로로 들어섭니다.
전용버스였으니까 망정이지 일반 대절버스였으면 죽어도 안 들어 갔을 정도의 상당히 좁은 도로입니다.
석포면소재지에서 석포리천을 따라 들어갑니다.
예전에 낙동정맥을 할 때 폭설때문에 더 가지 못하고 삿갓봉 부근에서 탈출하던 곳을 일부 진행하는 루트입니다.
낯익은 백화도량.
계곡이 불신계곡이고 동네 이름 또한 반야여서 완전히 불교적인 동네로 인식될 법도 하건만 사실 이곳의 지명 반야는 평평한 들판이 있는 곳이라고 해서 반야라고 부른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한자 표기는 반야(般若)가 아닌 盤野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 하게도 백화도량이라는 불교식 기도처를 만들어 놓고는 하느님 운운하는 것을 보니 조금 이상한 곳 같은 냄새가 납니다.
산 행 개 요
1. 산행일시 : 2015. 08. 08. 토요일
2. 동행한 이 : 산악랜드 대원
3. 산행 구간 : 봉화군 석포면 반야 ~삿갓봉~대밭목재~쇠치지맥 갈림봉~면계갈림봉~주미재
4. 산행거리 : 17.39km (올해 누적 산행거리 : 581.00km)
구 간 |
거 리 |
출발시간 |
소요시간 |
비 고 |
백화도량 |
|
12:06 |
|
|
삿 갓 봉 |
5.41km |
13:39 |
83 |
10분 휴식 |
990.5봉 |
3.02 |
15:09 |
30 |
10분 휴식 |
대밭목재 |
1.87 |
16:00 |
51 |
10분 휴식 |
쇠치갈림 |
0.73 |
16:24 |
24 |
|
면계갈림 |
1.74 |
17:10 |
40 |
10분 휴식 |
주 미 재 |
2.27 |
18:04 |
54 |
|
민 박 촌 |
2.35 |
18:23 |
19 |
|
계 |
17.39km |
06:17 |
05:37 |
실 소요시간 |
산 행 기 록
지도 #1
버스는 여기서 적당한 곳까지 후진으로 가서는 차를 돌릴 것 같군요. 내려서 복장을 갖추고 주변을 살펴보고 있는데 대원들은 벌써 보이질 않습니다. 짐작을 안 했던 바는 아니지요.
이 산악랜드 대원들의 연령 분포도를 보면 대개 6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얘기는 곧 산줄기 선수(?)들만 모였다는 것입니다. 몸무게 60kg대의 신장은 170cm 전후.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차에서 내리지마자 바로 치고 나아가기 시작하는데 저 분들 따라잡으려고 하다가는 바로 가랑이가 찢어집니다. 그냥 천천히 자신의 페이스 대로 진행하는 것. 그게 그분들과 함께 산행하는 요령이라면 요령일 것입니다. 겅상북도 석포면 석포리 안의 소로를 따라 진행합니다.
반가운 이름과 지명들... 낙동정맥 트레일이라든가 석개재. 산꾼들 모두 정맥이나 이런 지맥이라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또 모르는 이들에게 전파해 주는 노력이 아쉽습니다. 짝짓기를 하는 매미 녀석들. 벌써 여름이 다 가고 있는건가요?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를 흥얼거려 봅니다.
석개재 갈림길에서 우틀하여,
본격적으로 임도로 들어섭니다.
그러고 보니 안일지맥의 접근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지 않은 것 같군요. 오지 중의 오지 안일지맥을 진행하기 위한 첫 구간은 세 가지 정도로 대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전통적인 루트는 아무래도 석포면에서 2번 도로를 타고 석개재로 올라 낙동정맥 마루금을 7.5km 정도 진행하여 삿갓봉에 이르는 방법일테고, 그 다음 방법이 석포면에서 택시나 트럭 등을 이용하여 법화도량 혹은 지금 이곳까지 이른 다음 임도와 희미한 길흔적을 따라 삿갓봉으로 접근 하는 방법(GPS 측정거리 5.41km).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최근에 개발된 대광천 루트로 자차를 이용하는 분들이 애용하는 코스입니다. 산림청 소속 관리인이 지키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민박촌에서 임도를 타고 삿갓봉 가장 가까운 곳까지 올랐다가 계곡을 치고 올라가는 방법인데 약 2시간 가량 가까이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건만 허락된다면 민박집의 트럭을 이용한다면 상당한 시간을 단축시킬 수도 았을 것입니다.
쇠치지맥을 이용하는 방법은 가능하다면 3번 루트가 가장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참고할 것은 쇠치지맥은 송이 채취 문제로 절대 가을을 택해서는 안 된다는 게 선답자들의 조언입니다. 드디어 낙동정맥 마루금에 닿았습니다.
앞 사람과 거의 10분 정도가 차이 났는데 어느 정도 따라잡은 것 같습니다. 사설을 늘어놓자면 대간이나 정맥 등 일반 마루금 산행하시는 분들의 선두와 후미 차이는 약 1시간에서 2시간 등 진행하는 거리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지맥 산행하는 분들의 그 시간 간격은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최대 30분 정도라고 보면 무난합니다. 그만큼 기량들이 고르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닙니다. 지도 #2
정상에는 4등급삼각점(장성456)과,
산불감시카메라가 높게 설치되어 있어 이것이 곧 랜드마크 역할을 하여 멀리서도 이 삿갓봉을 중심으로 주변 산군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준희선생님께서 수고를 해 주셨고....
이제부터 오늘의 본업인 안일지맥 산행을 시작합니다.
이 말은 곧 경상북도 울진군과 강원도 삼척시의 도계를 따라 걷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삼돌이님의 표지띠도 보이는데 요즘은 산행이 뜸하신지... 우려했던 상황.
전혀 벌어지지 않습니다. 송이 채취꾼들 때문인가요? 마루금은 상상 이상으로 양호합니다.
이렇게 예쁜 한국식 소나무. 그 중에서 황장목으로 눈요기도 하고....
1010.5봉을 지나 지도 #2의 '가'의 곳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점심 대용으로 빵 좀 먹고 대원들이 나눠주는 과일도 먹고.... 이 지점에서는 골짜기를 타고 임도로 빠지는 비상 탈출로로 이용이 가능한 곳 같습니다.
..................... 무지 큰 금강소나무입니다.
금강이라는 것은 diamond 즉 모든 것에 최고이며 가장 값어치 있는 것을 쓸 때 금강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조계종에서도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하는 게 부처님의 공사상(空思想)을 가장 깊이 있게 다룬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이기 때문이라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런 금강송과 왜송(倭松)을 비교한다는 것은 좀...... 일본인들이 이런 소나무들을 싹 없애고 왜송을 심어놓은 다음에 우리가 애국가 2절을 부르려고 하니 마음이 아파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판국에 일본한테 항의를 하지 말자고 망언을 일삼고 있으니 그 언니도 마음이 답답하기는 할 것 같은데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도 있으니....
849.3봉을 지나면서 약간 우틀합니다.
부드럽게 바위 구간도 나타나고... 발 끝을 조심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필요한 곳에 표지띠들도 잘 달려 있습니다. 도계탐사팀, j3, 감마로드.....
921.5봉을 지나면서 산으로님과 잠시 노닥거리는데 뒤에 대원들이 오면서 또 먹을 것을 풀어놓으십니다.
한 여성대원은 오늘 드신 게 채하셨는지 영 불편해 하십니다. 바늘이라도 가지고 다닐 걸....
저 귀로 보이는 낙동정맥 스카이라인.... 우측에 뾰족하게 첨탑같은 게 보이는 삿갓봉. 그 앞으로 966.6봉이 보이고...
소광리로 빠질 수 있는 루트입니다. 이곳은 임도가 잘 만들어져 있어 산림자원을 다루는 분들이나 이 산과 더불어 생활하는 주민들 심지어는 우리 같은 산꾼들까지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요긴한 인프라입니다. 왼쪽 숲으로 치고 들어가,
삼각점을 확인하고, 선생님의 지극정성도 봅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안일지맥을 아구지맥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해 전에 답사를 마치셨는데 작년에 쇠치지맥을 하기 위하여 박성태 선생님 고희기념 겸하여 박성태선생님 내외, 여영선생님, 정병훈 선생님 내외, 춘천 김우항 선생님 내외 등 8분이 울진 덕구온천 옆 휴양림에 BC를 치시고는 안일지맥은 재답사, 쇠치지맥은 초답사를 하시면서 이 표지판을 새롭게 다셨습니다. 그러다보니 낡았던 표지띠도 새 것으로 바꾸니 최근에 안일지맥을 마친신 것 처럼 보여졌습니다.
990.5봉에서 희미하지만 응봉산으로 봅니다.
매봉입니까 응봉입니까. 지금 제가 서 있는 이봉우리에서 북쪽으로 이루어진 골이 용소골인데 이 골짜기는 석개재 이후부터 낙동정맥 마루금에서 동쪽으로 흘러내려 가는 물과 삿갓봉 이후 지금 걷고 있는 이 마루금과 저 응봉산 줄기에서 북쪽과 서쪽으로 흘러내리는 물이 모아져 덕풍계곡이 되니 그 규모가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씁니다. 그러니 지리산의 칠선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장 계곡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숩니다
오늘은 쉬는 횟수가 많아지는데 날씨가 덥워 숨을 고르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뒤에 따라오는 분들과의 보조를 맞추기 위함도 있습니다. 제일 뒤에 오는 분은 혼자서 상당히 힘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꼭 필요한 곳에 제 표지띠를 달아 놓아 그분은 물론 뒤에 오는 후답자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도 #3
여전히 마루금 사정은 양호하고... 조금 시간이 늦어질까 걱정은 되지만 어쨌든 맨 뒤에 오시는 분이 도착을 해야 버스는 출발을 할 것이니 그 분의 페이스만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산죽밭이 시작됩니다. 이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라는 생명력이 부럽습니다. 산으로님은 선두와의 간격을 좁히시겠다고 먼저 치고 나가시고....
그러고는 대밭죽재에 도착합니다.
제일 뒤에 오시는 분은 여기서 탈출을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맥하시는 분들이야 산욕심들이 많으셔서....
119 구조목이 반갑습니다.
이곳을 오려면 숲해설사 분과 함께 동행을 하여야 한다고요?
몇 군데만 하시겠죠.
소나무 위주로...
도계갈림봉.
972.4봉인데 이곳에서 강원도와 이별을 하고 온전하게 경상북도 안으로 들어가 울진군 서면과 북면의 면계를 따라 진행을 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J3에서 부착해 놓은 이 표지판만이 이곳이 그저 응봉산과의 갈림길이라는 정도의 정보만 제공해 주었었는데,
이제는 준희선생님께서 명백하게 분기점 표지판을 부착해 놓으셔서 지맥꾼들이 산행을 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사비를 들여 이렇게 노고를 아끼시지 않는 선생님은 이 시대의 참산꾼, 참지맥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틀하여 진행하면서,
바위봉이 소나무의 거북껍질과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오늘 오후 내내 하늘에서는 마른 천둥이 정말이지 시끄럽게 쳐댑니다.
정맥 마루금 쪽에서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는게 곧 소나기라도 한 차례 퍼부을 태세입니다.
사실 오늘같은 날은 이런 소나기야 진심으로 반기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오늘 포항쪽이 38˚라고 하고 울진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다행히 여기는 900고지를 오르내리는 산속이니 좀 나을 것 같습니다.
865.3봉을 지나 좌틀합니다.
지도 #4
지도 #4 '나'의 곳입니다.
좀 너른 곳이어서 알바하기 딱 좋은 곳입니다.
조심스럽게 진행을 하면서,
소나무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는데 곧 소나기가 퍼부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안부를 따라 암봉으로 직진을 하면 계속 북면과 서면의 면계를 진행하게 되지만 여기서 마루금은 우틀하여야 합니다.
우측으로는 후곡천을 사이에 두고 낙동정맥 1139.6봉에서 가지 친 줄기들이 줄을 이어 서 있고....
저 멀리 정맥이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측에 보이는 제일 높은 봉우리가 안일왕산 같습니다.
우틀하여 공히 서면 안에서 마루금 산행을 진행합니다.
쭉쭉 뻗은 소나무 숲 사이로 진행을 하는데 아무래도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때마침 카톡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신호가 오는군요.
열어보니 한강기맥에서 갈라진 성지지맥을 진행하고 계신 준희선생님으로부터 제 표지띠를 몇 개 보고는 제 생각이 나서 메시지와 함께 전화까지 주셨습니다.
맨발사부님과 함께 진행하시면서 오늘 성지지맥을 다 마치셨다는 것입니다.
무릎도 좋지않으신데 이렇게 마루금 사랑에 여념이 없으신 선생님을 생각하노라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때 "후두둑" 소리와 함께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선생님과 제대로 말씀도 나누지 못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아야 하는군요.
비때문에 하는 수없이 전화기는 다시 비행기모드로 둔 다음 카메라와 함께 비닐봉지에 쌓아서 보조주머니에 넣고.....
가지 치기 작업을 한 668.1봉에 올라서는 비를 피해 살짝 카메라를 빼서는 주위를 촬영합니다.
왼쪽으로 아구산이 보입니다.
진행방향 우측으로 진행을 하다보니 가지치기 작업의 여파로 길이 복잡해집니다.
바쁜 와중에 간단하게 알바 한 번 하고 ....
서둘러 내려오다 보니 가지 하나를 생략해 버렸습니다.
그러고는 가짜 주미재입니다.
임도를 따라 하염없이 약속장소인 소광리로 내려옵니다.
후곡천 다리를 건너는데 반트럭이 임도로 들어섭니다.
우틀하여 민박집으로 가면 대원들이 어쩌구 저쩌구....
나중에 밥을 먹으면서 알게 된 이야기인데 다른 대원들은 다 이 트럭을 타고 주릿재부터 민박집까지 이동을 하셨군요.
저야 끝에서 5번째로 내려오기도 하였고 그 정도 부터는 거의 각개전투 수준이니 홀로 내려오는 게 당연하기도 하였으니 아런 편의 서비스를 받지는못했지만 산앋랜드 집행부의 성의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집행부에서 준비해 주신 음식을 하산주와 함께 먹는 중에도 뒤에 함께 내려오지 못한 대원이 걱정이 되는군요.
한 분 두 분 내려오는데 아니나 다를까 맨 뒤에 오시는 분 현재 계시는 그 분의 위치가 묘연하군요.
두 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하는 수없이 대장님 한 분이 남고 귀경하여 귀가를 하기 위한 마지막 시간이 되어 출발합니다.
20:30.
다행히 23:00경 죽전에서 내릴 때 그 대원이 마루금 건너편으로 무사히 하산하여 민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대원들 모두 자신들의 일인양 박수를 치고 환호로써 대원의 무사귀환을 반가워하는군요.
이게 산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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