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진리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 무엇입니까?
"산줄기는 스스로 분수령"이며 이는 곧 "산줄기는 물을 건너지 못한다."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산줄기는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 즉 합수점合水点에서 끝난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합수점을 우리말로는 두물머리라고 하고....
이 만고의 진리에 예외가 있습니까?
오늘은 백운지맥을 마무리하는 날입니다.
백운지맥이라고 쓰고는 있지만 사실 치악지맥 혹은 치악기맥을 마무리하는 날이라고 하는 게 더 합당합니다.
누누이 말씀드리건대 이 줄기의 시작은 치악산의 남대봉 부근이 아니라 한강기맥 상의 삼계봉三界峰(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없는 이름이지만 평창군, 횡성군, 홍천군 등 세 개의 군郡이 만나는 곳이라 하여 박성태 선생님께서 지은 이름임)입니다.
참고도 #1. 우리가 삼계봉이라고 부르는 봉우리는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1104.6봉으로만 표기되어 있음
그리고 이 줄기는 한강기맥에서 분기한 줄기이므로 산자분수령 원칙에 의하여 한강기맥과 거기서 분기하는 이 줄기의 사이 즉 골짜기에서는 반드시 물이 나오게 되는데發源 이 물이 모여서 섬강이 되는 것입니다.
- 사전들을 보면 이 1104.6봉이 무명봉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섬강의 발원지를 바로 옆의 태기산1258.9m이라고 나와 있음-
그러니 이 줄기는 산자분수령 원칙에 의하여 반드시 에워싸고 있는 물줄기 즉 섬강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여야 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고로 신산경표의 영월지맥은 산자분수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줄기 아닙니까?
- 백운(치악)지맥 2구간 산행기 참조
참고도 #2
보시다시피 삼계봉 즉 1104.6봉에서 분기한 빨간선은 섬강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는 게 분명히 보이는데 반면 파란선은 어떻습니까?
섬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더욱이 다른 어떤 강과의 합수점으로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영월지맥을 이 산자분수령에 대입한다면 산자분수령의 원칙은 무너지는 거 아닙니까?
그럼 신산경표는 왜 파란선으로 갔을까요?
추측해보건대 산줄기가 긴 쪽을 따라서 간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파란선으로 갔을 경우 134.3km > 빨간선으로 갔을 경우 110.2km.....
이는 산자분수령의 대원칙인 수경水經을 무시하고 산경山經을 중시한 결론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다른 이유를 발견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그래도 괜찮은가요?
물론 "아무 데로나 가면 어떠냐. 뭘 그리 시시콜콜 따지냐."는 반문에는 "그럼 그냥 산맥이나 다니시지 웬 산줄기?"라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기는 하지만...
기존 원산경표의 정맥이 10대강과 바다가 만나는 합수점으로 가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다 바다로 향하게 하고 그 10대강과 바다가 만나는 합수점에서 정맥의 끝을 맞추었으며 그렇게 해서 남한 7정맥을 만든 게 신산경표의 태도 아닙니까?
이때 산경표를 건드렸다고 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반대 여론을 무마한 게 신산경표가 표방한 '산자분수령' 이었고 저 역시 이 신산경표의 흔들림 없는 그 산자분수령의 원칙을 믿었었기 때문에 2014년 5월호부터 12월호까지 7회에 걸쳐 '월간 산'에 '남한 7정맥 가이드'라는 글을 싣기도 하였었는데....
박성태 선생님께 불경스럽기는 하지만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신산경표 상의 백운지맥 4구간을 치악지(기)맥이라는 이름으로 걷기로 합니다.
산 행 개 요
1. 산행일시 : 2016. 6. 28. 화요일
2. 동행한 이 : 해올산악회
3. 산행 구간 : 백운(치악)지맥 마지막 구간 (후용고개~긴경산~합수점)
4. 산행거리 : 10.93km (올해 누적 산행거리 : 746.96km)
구 간 | 거 리 | 출발시간 | 소요시간 | 비 고 |
후용고개 |
| 09:25 |
|
|
긴 경 산 | 2.58km | 10:20 | 55 |
|
211.3봉 | 4.34 | 11:52 | 92 | 24분 휴식 |
합 수 점 | 4.01 | 13:35 | 103 | 20분 조식 |
계 | 10.93km | 04:10 | 03:26 | 실 소요시간 |
산 행 기 록
지도 #1
오전 09:25분 정도 되었을텐데 지난 번 백두대간을 할 때 물에 빠졌던 카메라가 오작동을 하는군요.
시간 표시가 엉터리입니다.
오늘은 시간 체크가 사진 상으로는 어렵겠고 다행히 폰의 오룩스 지도에 표기한 웨이포인트waypoint로 대강 맞춰보겠습니다.
오늘 구간의 들머리인 후용고개입니다.
손곡리 표석을 보고...
오늘 들머리를 찾는데 대원들이 여기저기 쑤셔보지만 마땅한 곳이 없습니다.
절개지가 완전히 직벽이라 올라가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어디쪽도 가파르긴 마찬가지라 그냥 버스 정류장 뒤로 바로 치고 올라가기로 합니다.
오늘 산행은 부론면과 문막읍의 면게를 따라 올라가지만,
09:31
지도 #1의 '가'의 곳에서 좌틀함으로써 바로 부론면으로 들어가서 진행하게 됩니다.
09:37
지도 #1의 '나'의 안부를 지나고,
'다'의 곳에서 잠시 삼각점을 확인하기 위하여 좌틀하여,
09:51
260.1봉으로 들어갑니다.
산패와,
4등급 삼각점(엄정403)을 확인하고 다시 되돌아 나옵니다.
10:03
평범한 등로를 지나 302봉을 지납니다.
우측으로 노림리 광명터 마을과 영동고속도로를 봅니다.
10:08
안부를 지나자마자,
된비알이 시작됩니다.
좀 힘겹게 오릅니다.
그런데 오늘 이런 구간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니 별 두려울 게 없습니다.
10:20
기둥 말뚝같은 4등급삼각점(엄정402)이 서 있고,
백두사랑산악회의 산패가 걸려 있는 긴경산입니다.
헬기장으로 된 이 긴경산이 갖는 의의가 자못 큽니다.
즉 아래 참고도 #3의 빨간선으로 가느야 아니면 하늘색선으로 가느냐 하는 점이 대립되고 있습니다.
즉 논쟁의 촛점은 여기서 어디로 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쟁점은 마루금에 관하여 상당한 연구와 공부를 하시고 이 백운지맥을 2016. 1. 1. 새해 첫 산행으로 한방에 진행을 하신 백두사랑산악회의 '본듯한 이대용 대장님'이 지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본듯한 대장님의 자료를 좀 가져왔습니다.
참고도 #3
우선 하늘색선의 논거는 ①국가하천지도에서 능선을 뚜렸하게 그어 주었다(아래 참고도 #4)는 데 있는 것 같고,
참고도 #4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참고도 #5
②누가봐도 명백하듯이 합수점 위로 개천이 하나 흐르고 있어 참고도 #3의 빨간선은 물을 건너-실제로 걸어보면 제방을 따라 걷기 때문에 이어진 것으로 착각하기 십상임- 합수점으로 오게 되어 있기 때문에 역시 하늘색선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반하여 빨간색선은 박성태 선생님께서 산경도에 그렇게 그려줬다는 단순한 논리입니다.
참고도 #6
살펴보건대,
첫째, 243봉에서 우틀한 산줄기는 우선 '가'의 곳에서 한 차례 물을 건너고 '나' 부근에 이르러서는 어디로 가야할 지 종을 잡을 수 없습니다.
산자분수령에 위배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현장에서 진짜 걸어보면 물줄기는 만날 일이 없을 겁니다.
분명히 누구든 걷는 길은 이미 평탄 작업이나 배수로 작업이 다 되어 있어서 걷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거니까 말입니다.
둘째, 국가하천지도에서 마루금을 잘 그어주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심하게 말하자면 언제 우리가 국가하천지도를 보고 마루금 산행을 했습니까.
그 선도 참고도 #4나 참고도 #5에서 보듯 제방(++++++++++++++)을 쌓고 농지정리를 한 다음에 나온 그림일 것이고 더욱이 참고도 #5의 개천은 탄탄하게 시멘트로 쌓은 수로입니다.
물줄기를 바꿨다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물줄기를 '가'의 곳으로 바꿨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대동여지도나 일제시대 초기의 지도를 보면 확실할 것 같은데....
셋째, 산세를 보자면 하늘색선보다는 아무래도 빨간선이 맞을 것 같습니다.
긴경산을 지나 비산비야 지대-공장 지대로 구릉지를 깎아 공장용지로 만들어서 예전의 모습을 찾기 어려움-를 거쳐 168.9봉에서 좌틀하여 섬강을 따라 내려오는 줄기의 산세가 부드럽고 뾰족하게 합수점으로 진행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하늘색선은 243봉에서 급우틀하여 합수점으로 오는 것보다는 아예 직진하여 뒷산을 거쳐 한강과 법천천이 만나는 합수점으로 가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즉 뾰족하기 보다는 뭉툭해 보여 아무래도 합수점으로 가는 줄기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넷째, 수경水經이 아닌 산경山經으로 봐도 빨간선은 도상거리 약6.6km로 하늘색선의 4.8km보다 더 깁니다.
제 억지 주장이기는 하지만 저는 빨간선으로 갑니다.
참고로 산줄기에 관한 한 한끗발하시는 '산으로'님도 진행은 하늘색선으로 하셨지만 진행하고 난 다음의 소회는 " 아무래도 산세로 보아 빨간선이 자연스럽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하시는군요.
우틀하여,
멀리 창남이고개를 넘어오는 영동고속도로를 보면서 가파르게 비탈을 내려갑니다.
여기가 물탕골입니까?
뚜렸한 길은 49번 도로가 가까워 올 수록 희미해집니다.
망개꽃들이 지천인 묵정밭을 지나는데 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지도 #2
아!
이게 말로만 들었던 가루개의 개농장?
지도 #2의 '라'의 곳인데 송아지만한 도사견들이 들어 있는 개장을 지나는데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공포의 도가니입니다.
눈어림으로만 300 마리는 족히 될 것 같은데 만약 저 놈들이 낡은 우리를 부수고 나온다면.....
너무 겁이 나 황급하게 빠져나옵니다.
10:48
그러고는 49번 도로로 올라섭니다.
마루금은 공장들이 점거하고 있어 잠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우측으로 긴경산을 봅니다.
한국폴리텍에서 좌틀하여,
저 사택 뒤로 올라서야 하는데 덩굴과 잡목으로 인해 도저히 뚫고 들어갈만한 길이 보이질 않습니다.
올라서야 옛 영동고속도로 흔적을 볼 수 있는데....
포기하고 좌측 공장 옆으로 가서 비닐하우스(수박밭)를 향해 진행하면서,
무산소류지를 통과하여,
암거를 통해 영동고속도로를 통과합니다.
아까 한국폴리텍 사택 뒤로 올라섰으면 이쪽으로 내려왔을 것인데....
참고도 #7
마루금은 빨간선 정도가 될 것이고...
공장들을 피하여 도로를 따라 진행하다 '가'의 곳에 있는 사택 뒤로 올라 '나'의 곳에서 옛 고속도로 길을 만나 내려와 위 암거를 지난 다음 우틀하여 '다'의 곳에서 다시 마루금에 합류하여 168.9봉을 찍었어야 했는데.....
11:11
암거를 통과하니 대원들이 이른 점심을 드시고 계십니다.
후배 조순기님과 함께 눌러앉습니다.
조순기님이 싸가지고 오신 떡갈비가 안주가 되고...
11:35
그만 일어나야죠.
1668.9봉은 무시하자는 의견이 많아 그냥 가루개고개 쪽으로 진행합니다.
이 분도 조금 잘라 진행하셨나?
임도를 따라,
지도 #2의 '마'의 곳에 있는 가루고개로 올라갑니다.
원래는 저기서 왔어야 했는데....
11:52
211.3봉에서 3등급 삼각점(엄정317)을 확인합니다.
등로는 확연하게 좋아집니다.
그런데 대원 한 팀이 또 자리를 피셨군요.
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15분 정도 앉아 있다 일어납니다.
12:19
205.8봉을 지나고,
12:24
안부를 지나는데,
12:35
지도 #2의 '바'에 이르러 마루금은 잡목이 길을 막고 서 있는 직진 방향인데 우측으로 등로는 떨어집니다.
'맨발'사부님의 표지띠는 직진 방향으로 걸려 있습니다.
역시 사부님이십니다.
사부님께서는 다른 분들이 진행한 트랙을 다운 받아 진행하는 법이 없이 항상 사부님 당신 스스로 맵소스를 만들어 오룩스에 넣어서 다니시기 때문에 절대로 알바를 하시는 경우가 없으십니다.
참고도 #8
분명 사부님께서는 빨간선으로 진행하시어 보국사를 본 다음 암거를 통하여 나와서는 구도로를 따라 진행하여 마루금에 다시 접속하셨을 겁니다.
지도 #3
하지만 저같은 하수下手는 좋은 길을 따라 영동고속도로 교각으로 나와,
여주 방향으로 좌틀한 다음,
도로에 접속하여,
12:46
정면에 보이는 마루금 합류 지점에서 우측 임도로 들어가서는 바로 좌틀하여 마루금에 접속합니다.
12:56
그러고는 139.6봉으로 오릅니다.
정상에는 죽천선생님의 표지띠를 비롯해 '봉따먹기'의 대가들 표지띠도 많이 보입니다.
희미하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걸을만한 마루금을 걷습니다.
묘지에서 우틀하고,
간간이 표지띠들도 보이지만,
역시 중요한 포인트에는 여지없이 사부님 표지띠입니다.
직진하는 마루금을 버리고 좌측 마을길로 내려옵니다.
담배밭도 보이고,
13:35
음....
섬강입니다.
토정 이지함이 간현유원지 부근에 있는 두꺼비 모양의 바위를 보고 붙였다는 蟾江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가사문학의 대가 정철의 관동별곡에도 이 섬강이 나온다고 하여 찾아보았더니,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듁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동 八팔百백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하다.
延연秋츄門문 드리다라 慶경會회 南남門문 바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옥節졀이 알패 셧다.
平평丘구驛역 말을 가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강은 어듸메오, 稚티岳악이 여긔로다.
모의고사에 자주 나왔던 문제인 천석고황은泉石膏肓은 아직도 제가 즐겨 써먹는 사자성어이고...
제방을 따라 걸어 합수점에 섭니다.
사진 왼쪽으로는 신산경표상 오갑지맥이 , 그 우측으로는 독조지맥 그리고 강건너로는 성지지맥이 맥을 다한다고 하는데 성지지맥 역시 이리로 오면 안 되고 흑천으로 가야 함은 지난 번 산행기 때 말씀드렸고....
성지지맥....
이것으로 섬강의 임무는 끝나게 되고 이 섬강 다음에는 흑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같은 원리로 금물산을 떠난 줄기인 성지지맥은 성지봉 ~ 덕갈고개 ~ 삼각산을 지나 우틀하여 수리봉 ~ 한치고개 ~ 매봉산 ~ 주읍산 ~개군산을 지나 흑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이 잠기게 되고 이 지맥의 거리는 55.9km보다 다소 짧은 49.3km의 줄기가 됩니다.
참고도 #8 성지지맥 줄기
기존 성지지맥의 나머지 줄기도 잘게 분해가 되어 지맥으로서의 실체가 상실하게 됩니다.
즉 섬강의 역할은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치악지맥을 받는 데 있고 성지지맥과 한강기맥의 사이에서 발원한 흑천은 위 지맥의 빨간선이 흐르고 있는 줄기를 책임지게 됩니다.
그러니 지극히 당연하게 성지지맥은 흑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해야 합니다.
이게 산자분수령의 원리이니까 말입니다.
이로써 치악지맥으로 걸은 백운지맥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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