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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한강기맥의 지맥, 단맥

섬강(영월)지맥 마무리 (화동1리 ~ 주천지맥분기점 ~ 태기산 ~ 삼계봉 ~ 생곡리)

 

 

신산경표에서 영월(기)지맥(이하 '영월지맥'이라고 표기함)이라고 부르고 있는 섬강지맥을 땜빵하는 날입니다.

섬강지맥 졸업 구간이기도 하죠.

섬강지맥이라고 하니까 낯설게 들리기도 할 겁니다.

사실  제가 신산경표에서 규정하고 있는 산줄기 체계 가령 지맥의 분류 기준, 방식, 이름, 근거 등에 관하여 의심을 품게된 단초를 제공해 준 산줄기가 바로 이 영월지맥입니다.

영월지맥이라는 이름을 갖기 이전에는 영춘지맥이라고 불렸다고 하죠?

저는 그 자체가 이상했습니다.

언제는 영춘지맥이었다가 새롭게 영월지맥이 되었다?

 

영춘이라는 이름은 영월과 춘천이라는 지역의 이니셜을 딴 이름이라는 걸 누구나 쉽게 인식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게 전혀 별개의 이름인 가령 '갑을지맥'이었다가 영월지맥으로 바뀌었으면 좀 내용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즉 "음, 이게 새로운 체제 혹은 분류기준에 의해 변경된 것이로구만."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다면 더 이상의 다른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영춘지맥이 영월지맥 + 춘천지맥이라는 내용을 보고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더군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는 얘깁니다. 

참고도 #1   영춘지맥의 중복구간

영춘지맥이라고 명명한다면 소위 삼계봉1104.6m ~ 청량봉920.3m까지의 한강기맥의 일부 구간이 이 지맥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니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상당한 모순입니다.

물론 이들 두 지맥이 한강기맥에서 분기되는 지점 그러니까 삼계봉1104.6m ~ 청량봉1054m까지의 거리는 약 11.2km정도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어차피 이 두 지맥을 이어갈 때에는 하뱃재 ~ 청량봉 ~ 삼계봉 ~ 태기산 주차장 정도로 진행을 하면 그 이후 구간부터는 접속 구간 없이 연속하여 진행할 수 있는 편리성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진행하는 이들이 판단할 문제이지 세워놓은 원칙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아무런 까닭도 없어 보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영춘지맥이라는 이름이 영월지맥과 춘천지맥으로 변경된 것은 아주 타당하고 당연한 결과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삼계봉이나 청량봉 등 이 두 봉우리의 이름도 국가에서 공인한 이름이 아닌 이 두 지맥을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편의에 따라 작명된 산이름입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맥岐脈이니 지맥枝脈이니 하는 용어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들 개념은 우리가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그것들이 아닙니다.

이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좀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910년 육당 최남선은 일제로부터 우리나라 고전을 지키고자 조선광문회를 만들어 '산경표'를 영인본으로 발간합니다.

이 영인본 '산경표'를 1980년  이우형 선생이 인사동 고서적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됩니다.

 

이에 앞서 1903년 일본인 고토 분지로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산줄기 개념인 '산맥山脈'을 마치 자신이 새롭게 명명한 이름인양  '조선 산맥론'이라는 자신의 논문에 버젓이 도용盜用하였습니다.

그러고는 일제 통감부, 총독부에 의해 그 산맥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산줄기들이 분해되어 지리교과서에 실리게 되었고 그것은 정당한 산줄기 체계기 되어 우리를 가르쳤습니다.

 

그러던 것을 이우형 선생이 산경표를 발견하면서 일제가 우리 산줄기 체계를 곡해曲解하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즉 산맥 즉 태백산맥이 맞느냐 산줄기 즉 백두대간이 맞냐는 것입니다.

저는 이 논쟁을 '제 1차 산맥논쟁'으로 부릅니다.

- 2005년 국토연구원 김영표 박사에 의해 주도된 제2차 산맥논쟁은 이 내용과 무관하므로 거론하지 않기로 함

 

이 '제1차 산맥논쟁'에 힘입어 백두대간을 답사하는 열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허상 즉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의 지질구조선을 걸을 수 없으니 눈에 보이는 실상인 백두대간을 걷자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뒤로 미루겠지만 이우형, 박용수 같은 이들에 의해 산경표가 해제가 되고 그리고 조석필 같은 이에 의해 산경표의 1대간 9정맥이 정착되기에 이르릅니다.

 

물론 여기에는 1988년 한국대학산악연맹의 학술지 엑셀시오와 1990년 월간지 '사람과 산'에 특집으로 실린 관련 내용들이 한 몫을 하게 됩니다.

이어 조석필 선생의 '산경표를 위하여'와 그 책의 개정증보판  '태백산맥은 없다'가 산맥을 차별화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게 됩니다.

즉 조석필 선생은 이 '태백산맥은 없다'에 기맥이니 지맥이니 하는 개념을 제안 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선생은 1대간 9정맥에 한정되어 있는 산줄기의 개념을 기맥, 지맥까지 확장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백두대간은 간幹 즉 기본 산줄기이니 더 건드릴 게 없고 맥脈은 가지 줄기이니 얼마든지 개념 확장이 가능하다는 취지였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산줄기들 중에는 정맥급에 해당하는 즉 10대강 혹은 10대강에 버금가는 세력을 가지고는 있는 줄기들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산경표에 이미 13정맥을 한정하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정맥이라는 이름을 부여해 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들 줄기에 정맥 대신 기맥岐脈이라는 계급을 하나 도입하여 부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는 한강기맥, 영산북기맥 그리고 땅끝기맥을 제시합니다.

여기까지가 조석필 선생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톤을 이어 받은 이가 신산경표의 저자 박성태 선생입니다.

선생은 2004년 발간한 신산경표에서 당연히 기맥 개념을 도입합니다.

나아가 기맥에 이어 지맥으로 산줄기의 영역을 확장합니다.

그리고 2010년 개정판에서는 북한의 산줄기까지 포함시키면서 남한의 경우 1대간 7정맥 6기맥 157지맥-최근 5지맥을 추가하여 162개 지맥이 됨-으로 산줄기를 정리하기에 이르릅니다.

그러니 여기에서 거론이 되고 있는 지맥枝脈은 산맥이나 일반 지리학이나 지형학에서 얘기하는 산맥의 가지줄기인 지맥支脈과는 다릅니다.

즉 지맥枝脈은 그 이름과 붙여져 고유명사로 활용되고 있으며 반면 지맥은 그저 보통명사의 역할에 그친다는 것이죠.

어쨌든 박성태 선생의 신산경표가 발간을 저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산줄기 역사상 일천년래 제일대사건'이라 칭합니다.

 

한편 선생은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즉 남한의 한북정맥, 낙동정맥 등 9개의 정맥을 7개의 정맥으로 정리를 한 것입니다.

- 7개의 정맥 해설에 관하여는 월간 산 2014. 5월호 ~ 같은 해 12월호에 게재된 졸고拙稿 '남한의 7정맥 가이드' 참조-

산경표의 대원칙인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충실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즉 정맥은 10대강을 가르는 산줄기이므로 당연히 그 10대강과 바다가 만나는 합수점으로 가야하고 거기서 맥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산경표의 호서정맥과 금강정맥이 그 결과물입니다.

 

여기서는 간단하게 신산경표의 호서정맥과 한남정맥 그리고 산경표 상의 한남금북정맥, 금북정맥, 한남정맥을 그 예로 보기로 합니다.

참고도 #2  신산경표의 호서정맥, 한남정맥 산경도

 

위 참고도 #2의 빨간선이 한남금북정맥이고 파란선이 한남정맥 그리고 검은선 + 녹색선이 금북정맥입니다.

산경표를 근거로 그은 그림입니다.

살펴보면 겸침줄기인 빨간색의 한남금북정맥은 백두대간 상의 속리산에서 분기하여 금강과 한강의 지류를 발원시킵니다.

그러니 이 조건은 정맥의 조건에 부합합니다.

그러나 이 정맥이 맥을 다하는 곳은 이들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합수점이 아니라 경기도 안성에 소재한 칠장산 부근입니다.

모순입니다.

신산경표는 이 점에 주목합니다.

그러고는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댑니다.

그 끝을 바다와 강의 만나는 합수점을 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남정맥의 경우 한강과 서해가 만나는 곳으로 진행을 하니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금북정맥의 경우에는 그 끝이 합수점이 아닌 태안의 안흥진으로 가잖습니까.

금북.

말 그대로 금강 북쪽의 울타리가 되어야 하는 산줄기가 금강과 바다의 합수점이 아닌 안흥진으로 가다니!

선생은 백월산에서 그 줄기를 안흥진이 아닌 장항쪽으로 남진南進시킵니다.

그렇게해서 만든 산줄기가 검은선 + 노란선입니다.

그 줄기가 올바로 진행하는 금강과 관련된 정맥으로 본 것입니다.

그러고 나니 겹침줄기인 한남금북정맥의 처리가 문제됩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를 한남이나 금북에 소속시켜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그 잣대로 '길이' 즉 '도상 거리'를 내세웁니다.

승자독식제勝者獨食制가 여기에 도입됩니다.

 

금북에 해당하는 그 줄기의 도상 거리는 219.4km이고 한남정맥은 177.4km.

금북의 줄기가 한남정맥보다 세력이 더 큽니다.

따라서 겹침줄기인 옛 한남금북정맥의 158.8km는 금북줄기의 몫이 됩니다.

선생은 이 점에 관하여 "겹침줄기가 있는 경우에는 그 줄기의 끝이 반도를 향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위등급의 강을 따르는 줄기를 본줄기로 하였고, 동일등급에서는 긴산줄기를 본줄기로 하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신산경표 32).

 

그래서 생성된 줄기가 378.2km의 빨간선 + 검은선 + 노란선입니다.

새로 줄기를 만들었으니 이름을 붙여야죠.

당연히 금강이북을 지키고 있는 울타리이니 금북정맥이라고 명명해야 하나, 이 이름은 원산경표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이름입니다.

박성태선생은 호남정맥이 호남이라는 지방 이름을 붙인 것에 착안하게 됩니다.

그래서 충청남도 지방 부근이 '호서'라는 지방이름이 있으니 여기서 '호서'를 따 호서정맥이라 이름하였습니다.

그렇게 한남금북정맥은 없어지고 호서정맥과 한남정맥 등 두 개의 정맥으로 정리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겹침줄기인 호남금남정맥도 같은 방법으로 정리되어 호남정맥과 금강정맥으로 정리되고....

이렇게 남한의 1대간 9정맥이 1대간 7정맥으로 바뀌게 됩니다.

적어도 박성태 선생의 신산경표에서는 말입니다.

이럴 경우 한 가지 명제를 바로 인식하여야 합니다.

"정맥은 대간과 또 다른 정맥에서 분기한 산줄기"라는 개념입니다.

원산경표에서도 "정맥은 대간에서 분기한 산줄기"여야 한다는 개념은 겹침 줄기 문제때문에 극복이 될 수 없었는데 이 점은 신산경표에 들어서도 마찬가지 결과입니다.

 

여기에 정리하고 남은 녹색의 옛 금북정맥 자투리가 문제됩니다.

박성태 선생은 "이 줄기(129.4km)가 그래도 예전에는 정맥이라는 이름을 가졌기 때문에 격을 존중하여 기맥"이라는 계급을 부여하여 금북기맥이라 이름합니다.

기맥을 성골聖骨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골眞骨 정도로 보자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맥岐脈은 ① 정맥급에 속할 정도의 세력을 가졌으나 10대강을 구획하지 못한 줄기 가령 영산기맥, ②과거에 정맥이었으나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의하 구획을 하다보니 그 계급을 잃어버린 줄기 가령 금북기맥 등으로 정리가 가능합니다.

 

내용이야 어떻든 신산경표가 산줄기의 영역을 확장하여 이를 지도로 만들고 책으로 정리하였다는 데 있어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이 7정맥이 산꾼들이나 민간지리학자들로부터 칭송을 받는 더 큰 이유는 중요하고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충실하였다는 데 있습니다.

즉 선생은 산경표의 산자분수령의 정신에 충실하게 하기 위하여 과감하게 용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9정맥을 7정맥으로 바꾸고 나아가 그 정맥의 끝을 10대강과 바다가 만나는 합수점으로 돌리는 어쩌면 혁명에 가까운 결단이었습니다.

 

산자분수령이 무엇입니까?

물론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란 원래의 의미는 "산은 분수령으로부터 온다."라는 뜻일 것이고 이게 어법에도 맞습니다.

즉 自는' ~로 부터'라는 조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분수령은 낮은 산이나 고개를 뜻하는 고유명사일 것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는 대동여지도 발문跋文에 등장하는 말이니 산경표와도 그리 관계가 있어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 산경표에 들어오게 되면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즉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는 관용구가 된다는 것입니다.

곧 산줄기는 분수계가 된다는 것이죠.

저는 이를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제1원칙'이라 부르기로 합니다.

 

다시 신산경표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시 묻습니다.

선생이 위와 같이 9정맥을 7정맥으로 만든 주된 이유는?

예. 그렇습니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칙에 충실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즉 하나의 산줄기는 그 기본 줄기(가령 백두대간)에서 다른 가지 줄기가 갈라져 나올 때(가령 호서정맥) 그 두 줄기 사이에서는 반드시 물줄기 하나가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 가지 줄기(가령 호서정맥)는 그 사이에서 발원한 물(가령 금강)이 더 큰 물(가령 서해바다)와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를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제2원칙'으로 부르고자 합니다.

 

이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제2원칙'은 정맥뿐만 아니라 그 계급 이하의 줄기에도 공히 적용된다고 볼 것입니다.

그래서 이 원칙이 중요하고, 이 원칙은 기맥이나 지맥을 논할 때 그 중요도가 더욱 빛을 발한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내륙에서 소멸하는 산줄기에 적용을 해보면 위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하나의 산줄기 가령 한강기맥에서 분기하는 다른 산줄기 가령 영월지맥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이따 자세히 보기로 하겠습니다.

 

한편 박성태 선생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즉 정맥과 기맥 이하의 산줄기에 눈을 돌립니다.

그러고는 전국의 산줄기를 지도에 그린 다음 백두대간. 정맥, 기맥에서 가지를 쳐 나간 산줄기들을 추려 낸 다음 그 중에서 30km급 이상의 줄기를 다시 추려냅니다.

'30km'라는기준을 세운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안정적이어서 가장 선호하는 '3'이라는 숫자에 착안한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어쨌든 30km 이상의 산줄기들을 추려 지맥의 범주에 집어 넣고 거기에 이름을 붙입니다.

작명법은 ①일단은 그 지맥에서 가장 높은 산의 이름을 사용하여 이름을 붙입니다.

대부분의 지맥이 이에 해당합니다.

②그리고 산 높이에 불구하고 유명한 산이 있을 경우 그 산 이름을 붙이는데 여기에는 병풍지맥이 해당됩니다.

③또한 특정한 곳으로 가는 경우 그 지방의 이름 등을 고려해 이름을 붙이기로 한 것입니다.

가령 영월지맥이나 춘천지맥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렇게 하여 157지맥을 만들어 신산경표에 일일이 그 이름을 부여하였습니다.

대단한 작업이었습니다.

지리학자들은 이를 어떻게 보는 지는 몰라도 산꾼들의 산행 방법에 대단한 변혁이 일어났습니다.

하나의 혁명이었습니다.

 

사실 기존에 능선 종주산행의 대표적인 것이 태백산맥 대종주, 화대종주, 서북능선 종주 등이 대단한 꾼들 사이에서만 진행되던 것들이었습니다.

어찌보면 독점물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백두대간이 알려지고 이어서 정맥, 기맥, 지맥 등이 알려지면서 종주 산행은 일반화 되기에 이른 것입니다.

즉 이제는 백두대간, 1대간 9정맥 종주 등에 이어 157지맥 종주에 도전하는 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아는 현상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인터넷의 보급은 이를 더 거들고 오히려 촉진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산악회도 우후죽순 늘어나고 대간, 정맥 나아가 지맥만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산악회와 모임들이 늘어나는 것도 어찌보면 자연스런 현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신산경표의 효과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산자분수령의 토대하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산꾼들은 마치 "절대로 물을 건너지 않기로 맹세를 한 사람들의 집단" 같았습니다.

한편에서는 신산경표에 대한 연구를 하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에 의해 신산경표의 모순점을 하나둘 씩 검증을 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작업의 일환으로 비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는 한결같이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제2원칙'을 준수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지루하시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오늘 진행하는 영월지맥은 한강기맥에서 분기하는 산줄기입니다.

영춘지맥이라는 이름은 절대적으로 안 됨은 이미 말씀드렸고...

간단하게 영월지맥을 봅니다. 

참고도 #3  신산경표 상 영월지맥

인터넷을 찾아보면 대체로 영월지맥은 이렇게 설명되고 있습니다.

한강기맥 상의 삼계봉(1,065m)에서 남쪽으로 분기한 산줄기가 태기산(1,261m)에서 서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풍취산(699m), 매화산(1,084m), 치악산 비로봉(1,288m), 향로봉(1,043m), 남대봉(1,182m)까지 달리다가 다시 남대봉에서 동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 감악산(954m), 용두산(871m), 삼태산(876m), 영월의 태화산(1,027m)을 지나 남한강에서 그 맥을 다하는 약 146km의 산줄기를 말한다.

문제는 한 사람이 이렇게 쓰면 다른 모든 사람들은 이걸 무슨 신줏단지나 되는양 무조건 퍼 나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눈에 띕니다.

"그 맥을 다하는..."이라고 만 말할 뿐 합수점이라는 말이 빠졌습니다.

다시 그 영월지맥의 진행상황을 살펴보까요?

 

영월지맥은 삼계봉을 출발하여 태기산을 넘어 산줄기를 타고 내려오다 처음에는 백덕지맥을 낳고 남대봉에서는 백운지맥을 낳습니다.

그 백운지맥은 천등지맥과 봉화지맥을 낳는군요.

계속 진행하는 영월지맥은 다시 갑산지맥과 금수지맥을 낳고는 태화산이 있는 영월에서 남한강으로 잠깁니다.

구약의 창세기편을 보는 듯하군요.

어쨌든 이 지맥은 지맥의 끝인 영월이라는 지방 이름을 따서 영월지맥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합수점이 아닌 그저 남한강으로 들어간 것만 나옵니다.

지도를 보면 오히려 평창강과 남한강의 합수점으로 가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참고도 #4 주왕지맥, 백덕지맥 그리고 영월지맥 지도

 

하지만 평창강의 역할은 이 영월지맥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산줄기입니다.

위 참고도 #4에서 보듯 평창강은 오히려 주왕지맥과 관련이 있는 물줄기입니다.

보시다시피 주왕지맥은 한강기맥에서 분기하는 줄기이고 평창강은 이때 한강기맥과 주왕지맥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줄기입니다.

즉 평창강은 이 주왕지맥만 책임지면 되고 또 그게 맞습니다.

이른바 '산자분수령의 제2원칙'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주왕지맥은 계방산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분기하여 평창강과 자신보다 상위 개념의 물줄기인 남한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는 줄기라는 얘기입니다.

위 참고도 #4의 주왕지맥지도를 보면 그렇게 나와 있지 않습니까?

 

그 다음 줄기가 영월지맥입니다.

이 영월지맥도 위 주왕지맥과 같은 경로로 같은 방식이 공히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줄기는 가장 유명한 산인 치악산의 이름을 제치고 영월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신산경표에서는 '특정한 곳으로 가는 줄기'라고 해설을 달았습니다.

특정한 곳이라...

추측해보면 그저 산경을 위주로 파악했다는 게 제1감第1感입니다.

오히려 치악지맥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도 #5  섬강

 

영월지맥을 분기 부분을 좀 더 확대하여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그리고 산경표의 정신에 입각하여 백지도 위에 그림을 그려봅니다.

이 줄기가 삼계봉에서 가지를 칠 때 이 갈라진 줄기에서 발원하는 물줄기가 있습니다.

바로 섬강입니다.

 

정철의 관동별곡에도 나오는 바로 그 섬강입니다.

平丘驛(평구역) 말을黑水(흑슈)로 도라드니,

蟾江(셤강)은 어듸메오, 雉岳(티악)이 여긔로다.

 

그렇다면 이 영월지맥이 가야 할 곳은?

이 영월지맥이 맥을 다하는 곳이이 어디냐는 것입니다.

이미 눈치채셨을 겁니다.

바로 섬강과 이 섬강보다 상위 계급의 강인 남한강이 만나는 곳.

그 합수점에서 이 영월지맥의 맥이 끝나야 합니다.

아까 주왕지맥도 그랬죠?

평창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에서 맥을 다했으니까....

산자분수령의 제2원칙에 따라 이 줄기는 이 섬강과 섬강보다 한 끗발 높은 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일 터!

그 합수점만 찾으면 됩니다.

참고도 #6  섬강과 남한강의 합수점 

 

자주색 - 겹침 줄기, 하늘색 - 백운지맥, 연고동색 - 신산경표 상 영월지맥

위 지도의 연두색으로 싸인 부분.

거기가 섬강과 남한강의 합수점입니다.

따라서 이 줄기가 맥을 다하는 곳은 바로 그 줄기여야 한다는 것이죠.

이게 산경표의 기본 원리에 충실한 이론입니다.

후에 이야기할 대한산경표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고요.

줄기를 찾아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 합수점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입니다.

이른바 수체계이론樹體系理論이죠.

신경수 선생이 주창한 이론이기도 하죠.

우리나라 산줄기의 체계를 나무와 같다고 보는 겁니다.

즉 뿌리는 백두산이고 줄기는 백두대간 그리고 큰 가지들은 정맥 작은 가지들은 지맥이라고 보는.....

 

그러면 아이러니컬하게도 신산경표의 백운지맥을 그대로 따라 올라가면 치악산의 남대봉에서는 본 궤도로 접어들게 됩니다.

즉 남대봉 ~ 1104.6봉(이른바 삼계봉)에서는 신산경표의 영월지맥이 그대로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지맥은 남대봉(79.8km)에서 좌틀하여 감악산 ~ 가창산 ~ 태화산으로 진행을 하여 그냥 남한강(54.5km)으로 들어가는 그 맥은 산경표에 충실하지 못한 진행입니다.

주왕지맥에서는 분명 합수점으로 갔는데 영월지맥에서는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을 한다?

일관성의 결여입니다.

생각건대 신산경표는 산경 즉 산줄기가 긴 쪽으로 무조건 진행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오히려 치악산 남대봉에서 우틀하여 신산경표 상의 백운지맥(46.9km)을 따라 진행을 하여 섬강과 남한강의 함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는게 산경표의 기본 정신에 맞다고 할 것입니다.

신산경표에서 그렇게 산자분수령을 외쳐 9정맥을 7정맥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였음에도 정작 지맥에 와서는 산자분수령이 아니라 긴 산줄기 위주로 편제를 하였다는 것은 아무래도 산경표파들로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자분수령에 충실하다고 할 '대한산경표'에서는 이 올바른 줄기를 이름하여 섬강지맥이라고 부릅니다.

어차피 수계水系를 따라야 올바른 산줄기가 나오는 만큼 그 강江 혹은 천川의 이름을 그대로 붙이자는 것입니다.

그게 오히려 그 강이나 천에게도 책임감을 실어줄 수도 있을 것이니 일견 타당하다고 보여집니다.

대한산경표의 취지를 지지합니다.

 

이럴 경우 주행거리는 영월지맥이 134.3km, 섬강지맥이 126.7km로 섬강지맥이 조금 짧습니다.

역시 신산경표는 산경위주로, 대한산경표는 수계 위주로 지맥이 그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영월지맥의 나머지 줄기의 처리도 문제가 됩니다.

 

참고도 #7  제천지맥

지도를 보면 이 '섬강지맥'과 기존의 영월지맥 사이에서 발원하는 제천천이 남한강과 만나는 곳으로 진행하면 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남대봉 ~감악산 ~석기암 ~ 가창산(38.4km + 0.9km) ~ 갑산~대덕산 ~부산(64.2km)에서 남한강과의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는 85.5km의 줄기로 확정되게 됩니다.

곧 영월지맥의 자투리 구간과 기존의 갑산지맥이 여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볼까요?

섬강지맥이 섬강과 남한강의 합수점을 향하여 진행하다 태기산을 조금 더 내려간 지점에서 좌측으로 줄기를 하나 내고 그 줄기와의 사이에서 주천강을 발원시킵니다.

주천강도 책임을 느끼는 만큼 임무를 부여하여 주기로 합니다.

그 주천강은 이 섬강지맥에서 가지를 친 줄기를 싸고 진행합니다.

그러다가 자신보다 상위 등급의 강 즉 평창강을 만나는 합수점에서 이 산줄기를 소멸시킵니다.

참고도 #8  주천지맥

 

즉 이 산줄기는 태기산에서 1.3km 진행한 분기점에서 좌측으로 분기하여 청태산1194.2m,  백덕산1350.1m등을 거쳐 주천강과 평창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게 되고 도상거리 약 56.1km의 산줄기가 됩니다.

신산경표는 이 산줄기를 가장 높은 봉우리인 백덕산의 이름을 따서 백덕지맥이라 이름하였습니다.

이 백덕지맥은 '산자분수령의 제2원칙'에 충실합니다.

영월지맥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입니다.

영월지맥은 백덕지맥이나 주왕지맥과 다른 '특별산줄기'입니까?

그렇지 않잖습니까.

그럼 다른 줄기를 더 보겠습니다.

 

그 윗줄기인 주왕지맥은 이미 살펴봤고 섬강 다음의 흑천을 봅니다.

참고도 #9 흑천지맥

같은 원리로 한강기맥 상의 금물산을 떠난 줄기인 신산경표 상의 성지지맥은 한강기맥에서 가지를 칠 때 흑천을 발원시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흑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합수점으로 가면 간단해집니다.

즉 성지봉 ~ 덕갈고개 ~ 삼각산을 지나 우틀하여 수리봉 ~ 한치고개 ~ 매봉산 ~ 주읍산 ~개군산을 지나 흑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이 잠기게 되고 이게 올바른 주행입니다.

그럴 경우 이 지맥의 거리는 성지지맥(녹색선)의 55.9km보다 다소 짧은 49.3km의 줄기(참고도 #7의 진분홍색)가 됩니다.

역시 산산경표는 긴 산줄기 즉 산경을 따랐습니다.

산자분수령을 왜곡했다기 보다는 충실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대한산경표에서는 수계水系를 근본으로 산줄기를 그었기 때문에 그 산줄기의 이름을 강 혹은 천의 이름을 따 작명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섬강지맥이니 흑천지맥 그리고 평창지맥이니 주천지맥 등입니다.

다소 낯설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혼란스러우시지요.

뭐 그렇다고 해서 산줄기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박성태 선생의 큰 업적이 반감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들은 다 박성태선생의 신산경표를 근간으로 해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대한산경표의 견해가 맞다고 하더라도 이 모든 것들은 선생께서 하신 작업의 모조품 혹은 이른바 짝퉁입니다.

따라서 이런 박성태 선생의 업적이나 명예에 조금이라도 누累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위와 같은 내용들을 박성태 선생으로부터 배웠기 때문에 선생의 폄훼貶毁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누구라도 제 글로서 충분히 느끼시리라 믿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그럼 오늘 구간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다만 오늘 구간이 영월지맥으로 시작한 산줄기를 섬강지맥이라는 이름으로 마무리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좀 아이러니칼 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해밀산악회의 지난 구간의 날머리는 화동1리 보건진료소였다고 하는군요.

버스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합니다.

일부는 바로 태기산으로 가고 7명만 이곳부터 진행하기로 합니다.

산 행 개 요 

1. 산행일시 : 2017. 1. 8. 일요일

2. 동행한 이 : 분당해밀산악회 지맥 팀

3. 산행 구간 : 섬강지맥 마무리 (화동1~ 주천지맥분기점 ~ 태기산 ~ 삼계봉 ~ 생곡리)

4. 산행거리 : 21.05km (올해 누적 산행거리 : 47.15km)

  구 간

  거 리

출발시간

소요시간

비 고

화동1

 

08:57

 

 

지맥 접속

1.00km

09:28

31

주천지맥분기

6.59

11:55

147

20분 휴식

태 기 산

1.26

 12:32

37

삼 계 봉

6.57

15:11

159

30분 점심

생 곡 리

5.63

17:59

168

15분 의식

21.05km

09:02

07:57

실 소요시간

 

 

산 행 기 록

 

지도 #1

 

08:57

산행 준비를 마치고 지맥으로 듭니다.

오늘 산행 시작은 횡성군 둔내면입니다.

사실 지맥길은 이 화동진료소 뒷쪽이므로 마을길을 따라서 그 뒤로 가면 되련만 대원들은 일단 도로로 나가 다른 길로 진입하겠다고 하는군요.

6번 도로 뒤로 주천강이 보이는군요.

이 주천강은 주천지맥을 싸고 진행을 하다가 평창강과 합류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저 뒤로 보이는 주천지맥이 맥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진행을 합니다.

09:28

1km정도를 걸어 지맥에 접속합니다. 

지도 #1의 '가'의 곳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횡성군 청일면을 만나 둔내면과 청일면의 면계를 따라 진행합니다.

예전에 이 길을 지날 때 걸어 놓은 제 표지띠를 봅니다.

대원들도 함께 반가워 하시는군요.

'산줄기를 따라서'가 아니라 '산줄기를 찾아서'입니다.

09:43

임도를 만나는군요.

잠시 편안한 등로를 유지합니다.

09:43

임도 위는 잔설이 남아 있지만 겨울을 느낄 정도는 아직 아닙니다.

고압선 송전탑이 홍천 방향으로 내려가고,

섬강의 원류인 계천 건너 신대리 마을 뒤로 봉복산 라인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우측 뒤로 한강기맥의 삼계봉에서 내려오는 줄기와 봉복산으로 이어지는 줄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09:49

잠시 좌측으로 들어가 651.4봉의 삼각점을 확인합니다.

그 봉에서 약간은 파손된 4등급삼각점(청일472)을 확인합니다.

자작나무 군락지를 봅니다.

이 자작나무를 보면 늘 영화 '닥터 지바고'를 떠 올라게 되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나무입니다.

오늘 함께 한 대원들 중 한 분 닉이 자작나무님이시죠?

10:09

우측으로 고야골을 보고,

10:26

#177 철탑에 이어 #175 철탑을 지납니다.

10:28

태기산의 바람개비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좌측으로는 삼계봉에서 이어지는 줄기들입니다.

한강기맥은 저 줄기 뒤로 이어지겠죠.

10:41

762.8봉에 오르기 위해 피치 좀 올립니다.

상당히 더운 날씨입니다.상의 겉옷 하나를 벗고...

지도 #2

10:47

지도 #2의 '나'에서 다시 임도를 만납니다.

그리고 여기서 청일면과 헤어지고 온전하게 둔내면 안으로 들어가 지맥길을 이어갑니다.

우측으로 6번 도로로 차량의 진행 모습이 윤곽만 보입니다.

그러고는 974.4봉에서 4등급삼각점(봉평451)을 봅니다.

11:32

산죽밭이 지겹게도 계속됩니다.

찻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11:55

태기산으로 올라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올라섭니다.

주천지맥이 분기하는 곳입니다.

작년에 주천(백덕)지맥을 할 때 왔던 곳이기도 합니다.

당시 백두사랑산악회에서 부착해 놓은 산패를 봅니다.

이 주천지맥은 주천강과 평창강의 합수점에서 맥을 다한다고 이미 얘기했었죠?

한편 여기서 평창군 봉평면을 만나게 되는군요.

따라서 여기부터는 평창군과 횡성군의 군계를 따릅니다.

좌측으로 멀리 둔내면 둔내가 보이고 그 뒤로 치악산 줄기도 보입니다.

태기산 정상을 향해 지맥을 이어갑니다.

4륜 구동뿐만 아니라 일반 승용차도 체인을 달고 올라오셨군요.

일반 산악회도 세 팀이나 올라오고....

태기산과 그 좌측으로,

중앙 우측 삼계봉 라인과 그 뒤 좌측으로 한강기맥의 운무산978.5m이 고개를 내밀고 있군요.

그 뒤 멀리 가리산1050.7m까지도 눈에 들어올 정도니 아직 시계는 양호합니다.

수리봉에서 대학산으로 이어지는 기맥길이 지금은 기억 저 편에 있는 거 같습니다.

멀리 홍천지맥(신산경표의 춘천지맥).....

우측으로 보광 피닉스 파크 스키장이 보이고....

12:10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태기산으로 올라가는 긴 계단이 보입니다.

도로는 좌측으로 이어지고....

12:31

도로를 버리고 철문을 통해 계단으로 향합니다.

그 계단 입구에서 잠시 쉬기로 합니다.

보광피닉스 파크 우측 뒤로 청태산1194.2m이 눈에 들어오고,

세 번째 바람개비 뒤로 치악산 비로봉1282m이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고 그 비로봉의 목 부분에 걸린 봉우리가 매화산1083.1m이군요.

그 좌측으로 조금 움직이면 뾰족한 모습을 한 백덕산1350.1m이 특이하게 눈에 들어오는군요.

주천지맥의 맹주죠?

12:32

부대 앞 철조망에 접근을 했습니다.

좌틀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부대 안으로 들어가 정상에 있는 2등급삼각점(봉평25)도 확인하고 싶지만 ....

쌍팔년도 전봇대.

지도 #3

12:39

부대 정문으로 나오면서 태기산을 빠져 나옵니다.

가운데 뾰족하게 보이는 백덕산.

우측의 치악산 라인....

지금 걷고 있는 섬강지맥의 라인이 확실하게 보이는군요.

우측 골짜기로는 섬강이 흐르고 좌측 가운데  세 번째 바람개비 사이로 주천강이 흘러 나중에 평창강을 만나 평창강에 흡수가 될 것이고....

가운데 섬강이 흐르는 골짜기.

이 물은 여주와 원주 경계에서 남한강에 합류가 될 것이고...

그러니까 이 줄기 즉 섬강지맥를 에워싸고 있다는 게 확실하게 이해가 갑니다.

그 남한강은 이 우측에서 이어지는 한강기맥을 양수리 두물머리까지 책임을 지고 갈 것이고....

우측 바람개비 뒤 봉우리가 삼계봉1104.6m.

그런데 육안으로는 우측 바람개비 좌측 날개 부분의 뾰족봉이 진짜 삼계봉인 거 같이 보입니다.

뭐 먹을 게 있다고 차를 가지고 여기까지 올라왔는지....

일렬로 늘어선 바람개비.

네 번째 바람개비 정도에서 숲으로 들어 삼계봉을 향해서 올라가야겠죠?

직진하는 길은 태기산성으로 가는 길.

삼한시대의 전설과 관련 있는 곳이죠.

우측 중앙 최고봉이 계방산1579.1m이니 그 가운데 잘룩한 곳이 운두령이겠군요.

그 계방산은 그 뒤로 오대산과 이어져 다시 우측의 백두대간과 이어지겠죠.

......................

태기산 정상과는 거리가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적당한 곳에 정상석을 만들어 놨군요.

멋진 정상석입니다.

12:55

오토켐핑을 하는 분들도 많이 있고....

태기산성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13:03

지도 #3의 '라'의 곳입니다.

좌측 표지띠를 따라 숲으로 들어가 지맥을 이어가야 하는데 배가 고프군요.

우측 바람개비 옆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대원들이 가지고 온 담금주 몇 잔을 먹으니 속이 따끈해지는군요.

30분 정도 오찬시간을 갖고 다시 지맥길로 듭니다.

눈이 발목 이상으로 들어오는군요.

눈이 이렇게 많이 쌓였는데 선답자의 발자국이 없다면 진행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만한 곳입니다. 

참고도 #9

산죽밭으로 내려가서 능선으로 달라붙기까지의 진행 루트를 확대해 봅니다.

지맥길은 위 참고도와 같이 교묘하게 마루금을 이어가야 하는 곳입니다.

이 분지 같은 곳의 낮은 곳에서도 여전히 산자분수령의 제1원칙은 당연히 적용이 됩니다.

즉 위 마루금 좌측으로 흘러가는 물줄기는 섬강이 되고 우측으로 흘러가는 물은 평창강이 됩니다.

이 평창강은 남한강에 합류된 다음 이 섬강지맥이 끝나는 곳에서 이 섬강과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오묘한 자연의 진리이자 우리 선조들이 통찰洞察한 산자분수령의 진리에 다시금 감탄을 하게 됩니다.

지도 #3 '마'의 곳에서 이정표의 덕고산을 따릅니다.

아마 왜 삼계봉三界峰이라 표기하지 않고 덕고산으로 표기하였냐 하고 의아해 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즉 지맥꾼들에게는 삼계봉으로 표기하여야 이해가 빨리 가고 쉬울 것 아니겠냐는 반문입니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삼계봉은 공식명칭이 아니고 신산경표에서 설명의 편의상 삼군 즉 평창군과 횡성군 그리고 홍천군 등 삼 개 군의 경계가 되는 곳이라 하여 삼계봉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그러니 산림청에서는 이정표를 제작하면서 함부로 삼계봉이라는 비공식적 이름을 쓰지 못한 것이죠.

14:04

1076.3봉으로 오릅니다.

습설濕雪이라 신발은 물론 스패츠까지도 젖어들어 축축한 기운이 발에 전해집니다.

엄청난 산죽밭입니다.

부드럽기는 하지만 역시 습설로 진행이 용이하지만은 않군요.

14:20

여름철에 지나려면 잡목 때문에 고생 좀 할 것 같습니다.

14:34

1065.8봉을 오릅니다.

현재 상태로는 아까 본 바와 같이 정면에 잡목으로 가린 봉우리로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도에는 분명 우측 봉우리 방향으로 진행하게 되었는데...

14:35

1065.8봉입니다.

14:39

직진하던 길이,

14:46

다시 이정표를 만나 덕고산을 따라 우틀합니다.

지도 #3의 '바'의 곳입니다.

역시 지도는 100% 신뢰하여야 합니다.

우틀하면서 아까 짐작했던 바와 같이 좌측 봉우리가 삼계봉이 아닌 봉으로 판명이 되고 좌측으로 섬강의 발원지가 되는 계곡이 선명하게 봅니다.

15:11

그러고는 삼계봉이라고 부리는 1104.6봉입니다.

많은 표지띠들이 이 봉우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해 주고 있군요.

잠깐 완산제를 지내기로 합니다.

산줄기를 마감했을 때 꼭 치뤄지는 해밀신악회 특유의 의식입니다.

산신령님께 삼배를 올리고 퇴주잔을 돌리고는 하산을 서두릅니다.

15분 정도 머물렀군요.

사실 우리 팀은 한강기맥을 하는 것이 아닌 섬강지맥을 진행하는 팀입니다.

그래서 시간도 늦은 지금 하산을 서둘러야 했는데 그 루트를 삼계봉 ~ 구목령 ~ 생곡리로 잡은 겁니다.

그럴 경우 3.72km + 5km이면 약 8.72km를 더 가야할 것이고 그럴 경우 예상 시간은 2시간 반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없어......"

지도 #4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지도 #4의 빨간선을 타고 내려가는 것(A루트)이 시간과 체력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하산 코스를 구목령으로 잡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이 길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16:11

내려가면서 뒤늦게 그 대안을 생각했지만 대원들을 돌려세우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만약 제가 아는 다른 분들 같으면 분명 이 루트를 생각했을 것이고 당연히 그렇게 진행을 했을건데....

후회막급입니다.

곧이어 두 번째 B루트를 차선책으로 택하려 했으나 선두가 너무 멀리 가 있고....

결국 진행하는 루트처럼 능선을 타고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계곡으로 내려와 사면치기로 겨우 임도로 올라서게 됩니다.

17:11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습니다.

17:35

임도를 따라 내려오는데 설상가상으로 내리던 진눈깨비가 비로 바뀝니다.

17:59

다행히 우리를 태울 승합차가 무리를 해서 좀 더 먼 곳까지 올라오셨습니다.

차에 오르자 한기가 엄습합니다.

어쨌든 훌륭한 대원들과 좀 찝찝한 면은 없지 않으나 그래도 그 긴 섬강지맥을 완주했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군요.

홍천으로 이동을 하여 원조 닭갈비 집에서 맛나게 한 잔을 푸고 귀가를 합니다.

분당 해밀산악회 대원들.

섬강지맥이 아닌 영월지맥 완주를 툭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