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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2

[백두대간 2차] (대관령 ~ 선자령 ~ 대궁산 ~ 곤신봉 ~ 매봉 ~ 소황병산 ~노인봉 ~ 진고개)







여행이든 산행이든 아니면 잠행이든...

어쨌든 '行'자가 붙은 단어를 실행한 다음 그 행적을 더듬어 돌이켜 보는 것도 참 재미 있고 의미 있는 작업일 것 같습니다.

그 결과가 의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말입니다.

일생에 단 한 번 밖에 없었을 그 날 그 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되돌아 보는 것은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안타까움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산행에 대입해 봅니다.

일반 산행은 그 곳을 다시 방문하거나 답사하여 그 비슷한 감정을 되새길 수도 있을 것이지만 '목적 산행' 즉 '산줄기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그 줄기를 다시 가는 기회가 그렇게 쉽게 올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대간을 마치고 나면 정맥에 들어야 하고 정맥을 끝내면 기맥이나 지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탐험가만이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마루금파도 공감하는 대목입니다.

이번에 제가 우연한 기회에 '해밀'을 알게 되어 대간 2회차 산행을 진행하게 된 것도 어찌보면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며 걷는 즐거움을 느끼고자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다른 데 더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혼자서 대간을 처음 진행할 때 저는 멋도 모르고 그저 걷기만 하였습니다.

그렇게 걸으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저절로 대간을 졸업하게 되었고 ...

무엇에 쫓기는 지 조급한 마음으로 3년 만에 9정맥을 다 끝내버리고 그러고는 바로 지맥에 들었습니다.

그동안 소위 고수들도 만나고 산줄기에 대하여 많은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논문도 읽다 보니 어느 정도 산줄기에 대하여 개안開眼을 하게 되더군요.


그런 상황에서 대간을 다시 진행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랬습니다.

그렇게 몇 구간 하고 나니 확실히 다르게 보입니다.

알면서 산행을 즐기니 모든 것이 보니 다 새롭게만 보입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이번 대간 2회차 산줄기 산행은 제게는 1회차나 다를 바 없다는 느낌 입니다. 

그런 느낌으로 진행합니다.

그러니 저 혼자 걸어도그렇고 혹시나 옆에 동료가 있으면 그분들은 다 제게는 사부님이시고 도반이십니다.


오늘 구간은 대간 구간 중 가장 쉬운 구간입니다.

그러면서도 이국적인 풍취를 한껏 느낄 수 있기도 하고...

민속학적으로는 '대관령국사서낭당'이 중요하겠고...

산경표에서는 오늘 구간이 별로 값어치도 없던지 대관령만 나와 있고 매봉이니 곤신봉이니 하는 산들은 없는 것을 보면 선조들에게는 안중에도 없었나 봅니다.

선자령 지나 동해를 바라보는 전망대에서 강릉을 바라보며 잠시 송강松江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고...

그리고 근자에 들어 지맥枝脈의 범주까지 산줄기를 확장한 분(조석필, 박성태, 신경수)들 덕에 소황병산에서 황병산 방향을 꼭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그 소황병산의 형 황병산은 최근에 싸드와 관련하여 신문 지상에 오르내렸던 곳이고...

노인봉에서 성량수님과 남난희님을 추억해 보는 것도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자, 그럼 오늘 구간을 시작합니다.

기상청 아니 저는 참 이런 말을 쓰지 않는 사람인데 오늘은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말을 좀 쓰겠습니다.

'구라청'에서는 우리가 걷는 구간의 일 강수량을 150mm 정도로 예상하였습니다.

이 정도에 바람까지 분다고 하면 거의 오늘 산행은 거의 포기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원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때 포기하더라도 정해진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게 바로 '목적 산행'이자 '산줄기 산행'입니다.

스패츠에 우비신 그리고 비닐까지 다 준비하여 가능한한 발을 보호할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많은 인원들이 참석을 하여 대간 완주에 대한 집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산 행 개 요 

1. 산행일시 : 2016. 9. 2. 토요일

2. 동행한 이 : 해밀산악회

3. 산행 구간 : 백두대간 (대관령 ~ 선자령 ~ 대궁산 ~ 곤신봉 ~ 매봉 ~ 소황병산 ~노인봉 ~ 진고개)

4. 산행거리 : 29.55km (올해 누적 산행거리 : 1036.49km)

  구 간

  거 리

출발시간

소요시간

비 고

대 관 령

 

03:44

 

 

새 봉

3.67km

04:53

59

선 자 령

1.59

 05:20

37

10분 휴식

대 궁 산

4.08

06:30

70

곤 신 봉

1.31

07:04

34

매 봉

4.77

08:20

76

15분 조식

소황병산

6.05

10:39

139

30분 휴식

노 인 봉

4.11

12:30

111

10분 휴식

진 고 개

3.97

14:03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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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5km

12:34

11:29

실 소요시간

 

산 행 기 록


지도 #1

대관령에 도착합니다.

안개까 너무 껴서 앞뒤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비는?

03:00부터 내린다고 구라청에서는 예보를 해놨는데 안개가 이렇게 두텁게?

그렇다면 비는 안 온다는 얘긴데....

몇 십억 들여서 슈퍼 컴퓨터를 사줬더니 이제는 또 인원을 백 여명 보충시켜 달라고?

아예 김동환 통보관을 다시 모셔다 그 분 입담과 경험에 맡겨놓는 게 낫지....

여기도 특정대학 기상학과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러니 제대로 제 기능을 못해도 철밥통...


안개비 때문에 우의를 착용하고 바로 대간길로 듭니다.

오늘 구간의 시작은 평창군 대관령면과 강릉시 성산면의 시계市界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오늘 대간입구에 버티고 서 있는 이 표지석.

음력 5월 5일이 단오端午날이죠?

강릉 단오제는 지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을 만큼 강릉 사람들의 이 행사에 대해 가지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무형문화제 제15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축제를 중국에서는 자기들 풍습을 우리가 가져갔다고 분개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중국 사람들이 떡이나 하나 먹고 끝내는 그런 명절과 강릉 단오제와는 근본부터 다릅니다.


강릉단오제는 무속 신앙과 불교 신앙의 결합체로 보여집니다.

우선 등장 인물이 범일국사와 정씨 처녀가 나오고 거기에 맛배기로 김유신 장군까지 등장합니다.

이 정도면 훌륭한 배역이잖습니까?


범일국사는 신라시대에 국사로 모셔졌던 인물인데 대사께서는 강릉 학산리에 굴산사를 짓고 수행을 하신 신라 9산5문 중 사굴산파를 여신 분입니다.

마침 외적들이 쳐들어와 난리가 났을 때 범일 국사께서 대관령에서 도술로 이들을 격퇴시켜 이곳 사람들에게는 수호신으로 여겨져 국사서낭님으로 모셔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옛날 강릉 남문동에는  정씨 성을 가진 처녀가 살고 있었는데 이 처녀가 물가에서 머리를 감고 있다가 범에게 물려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풀어 이 정씨 처녀를 찾았는데 비로 이 대관령 서낭당에 죽어 누워 있는 이 처녀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하고....

그러니 국사서낭님이 범을 시켜서 처녀를 데리고 간 것이라고 하면서 두 분의 혼례를 치러드리고 그 정씨 처녀는  여서낭님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강릉 남문동에서 멀지 않은 홍제동에 여서낭당을 짓게 되었고 대관령을 내려온 국사서낭은 이곳에서 여서낭과 보름동안 함께 있다가 남대천 굿당으로 내려가고....


이 축제는 4월 1일을 초단오라고 하여 그날부터 시작하여 5월 5일에 절정을 이른다고 합니다.

강릉단오제는 유교식으로 제를 지내고 무녀가 국사서낭님을 모시는 굿을 하는데 이 단오제의 산신제가 열리는 곳이 바로 대관령 꼭대기인 이곳이고 이 안으로 들어가면 서낭당이 있습니다.


그리고 김유신 장군은 대령신大嶺神 즉 대관령신으로 모셔져 무속인들이 받드는 여러 신들 중의 한 분이라고 합니다.


제가 예전에 대간을 하면서 이리로 하산을 할 때 실제 무속인들이 굿을 하고 있는 광경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운이 좋았었습니다.

서낭당 표지석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우측으로 이정표가 보입니다.

이정표를 따라 우틀하면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선자령, 직진하면 국사서낭당으로 갈 수 있습니다.

대간 마루금은 우틀이지만 국사서낭당 옆으로도 마루금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고....

희미하게 보이는 이정표는 선자령을 가리키기는 하지만 눈을 커다랗게 뜨든지 해야지 이건 뭐...

우측으로 군시설이 있었는데 철거를 하고 대간을 복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안내문입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나 시설하지 마시지...

동쪽에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기는 하지만 안개를 가지고 오는 바람이라 상당히 습합니다.

이곳이 1000고지가 넘는 곳이니 이런 안개구름 같은 것만 넘어오지 대간 마루금 우측 아래 그러니까 강릉시내에는 비가 오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우측으로 922.4봉을 지납니다.

원래는 그 봉에서 4등급삼각점(구정402)을 확인하려 했었는데 안개가 워낙 심하고 이 콘크리트 도로 우측의 산은 빽빽하게 나무가 들어 차 설사 그 부근으로 접근한다 하더라도 그 삼각점 찾기가 쉬워보이지 않아 그냥 진행하기로 합니다.

우측으로 KT지국을 지나고,

지도 #1의 '가'의 곳을 지납니다.

여기서 좌틀하면 국사서낭당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예전에 제가 대간을 할 때 이 길로 내려갔었습니다.

우틀하면 옛 대관령 길로 떨어져 반정으로 내려가게 되고...

속도가 너무 빨라 후미그룹을 기다리기 위해 잠시 쉽니다.

쉬는 도중 '홀가분'대장님 특유의 농담성 뻥(?)을 들어보니 "지금 우리가 너무 빨리 진행을 해 시속 4km를 넘어섰다."고 하시는군요.

그래서 쉬는 거랍니다.

그럴 경우 오늘 진고개 도착시간이 12시 전후라고도 하시고...

사실 지금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기는 합니다.

하여간 힘든 시간에 대원들의 피로를 풀어주는데 능수능란하신 분입니다.

직진합니다.

다용도 목적의 카메라탑을 지나고

이제 콘크리트 도로를 버리고 좌틀하여 숲으로 들어갑니다.

1050.4봉을 지나고,

항공무선표지소 방향에서 올라왔다면 이곳에서 마루금에 합류하게 됩니다.

지도 #1의 '나'의 곳입니다.

새봉1059.5m을 우측에 두고 사면치기로 진행합니다.


지도 #2

그러고는 선자령입니다.

사실 선자령은 이름이 보여주듯이 고개입니다.

그러니 마루금으로 보자면 양 봉우리 중 제일 낮은 안부이어야 하고 산줄기의 양쪽 즉 성산면의 초막교나 평창군 도암면의 청연암에서 올라오자면 주위 산줄기에 비해 그나마 낮은 곳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선자령은 그저 봉우리입니다.

실제 지도를 보면 여기는 1155.7m의 무명봉이었고 지도 #2의 '다' 정도가 선자령이었을 겁니다.


그러던 것이 1990년 이후 대관령을 중심으로 이 선자령과 제왕산839.5m 그리고 능경봉1121.9m 등이 겨울산행지로 각광을 받게 되자 그래도 고개를 가지고 봉우리라고 할 수는 없을 터, 아마도 그 옆의 고개 이름을 가지고 이리로 와서 지금같지는 않지만 작은 정상석 하나 세워놓고 선자령으로 부른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뒷면에는 백두대간과 1정간 13정맥이 그려져 있고 선자령의 유래에 대하여 뭐라고 써 있기는 한데 날씨가 이 모양이어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사진도 그저 ....

그나마 삼각점만은 확실하게 잘 보입니다.

2등급 삼각점(도암23)을 확인합니다.

이제 곤신봉을 따릅니다.

직진하여 고도를 떨어뜨리면,

이내 임도를 만납니다.

우틀하여 매봉을 따르고,

이 목초지는 에코그린(주)가 산림청에서 임차를 하여 사용하고 있는 곳이니 "함부로 들어오지 마라"고 하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대궁산을 한 번 구경이라도 하고 싶어서 이대장님께 이야기하고 먼저 진행하려고 하니 '영동양반'님이 함께 가시자고 하는군요.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둘이 먼저 치고나갑니다.

비가 좀 내립니다.

잠깐 폰으로 촬영을 합니다.

임도는 차 바퀴자국이 많이 나 있습니다.

이 도로를 이용하여 풍력발전소를 만들었겠죠.

바람개비 돌아가는 소리가 아주 기분 나쁩니다.

예전에 함백산 너머 비단봉에서 앞이 안 보이는 안갯속을 걷다가 저 소리를 멧선생들이 노래부르는 소리로 착각을 하고 한 시간 정도 속을 태운 기억을 하면....

바람도 불고 ...

어니언스의 '외길'도 흥얼대면서 갑니다.

06:10

여기입니다.

여기서 좌틀하면 곤신봉1135.2m이고 우틀하면 대궁산을 지나 멍어재 ~ 원대재를 지나 소동산58m~춘갑봉61m ~24.1봉에서 강문을 지나 경포천이 동해로 들어가는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약 22.8km의 대궁단맥이 됩니다.

이 단맥은 곧 사천면을 만나 사천면과 성산면의 면계面界가 되는 길이기도 하고...


오늘은 이 대궁단맥을 진행하는 게 아니고 대궁산 구경만 하고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냄새만 맡고 오기로 합니다.

또 대궁산을 싸고 있는 대공산성(보현산성)은 어떤 모습인지도 보고 오렵니다.

참고도 #1 대궁단맥

초원 언덕을 넘어서자 급경사로 떨어집니다.

상당한 된비알입니다.

좁다란 마루금이 확실한 단맥 산줄기임을 보여주는 군요.

바위봉 두 개를 지나,

06:31

대궁산1008.3m 정상에 섭니다.

일반 산행을 하는 산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어서 그런지 비상약품 함도 준비되어 있군요.

973.1봉에 가서  4등급 삼각점(구정401)도 확인하고 싶었으나 비도 스멀스멀 오는 게 영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

그냥 돌아가기로 합니다.

돌어가는 길에 대궁산을 다시 쳐다보고....

대간 갈림 삼거리에서 여기까지 약 1.3km가 되니 왕복 2.6km 정도의 거리입니다.

등로 우측에 있는 대공산성 표석도 다시 봅니다.

바위로 되어 있는데 이 산성 서쪽은 제대로 된 형체를 가늠하기 어렵고....


백제 온조왕이 병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하여 쌓았다는 설과 발해의 대씨(大氏)가 쌓았다 하여 대공산성이라고 불린다는 전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가까운 곳에 보현사가 있어 보현산성(普賢山城)으로도 불리고.....

그런데 5세기 이전에 이 지역은 고구려 영역이었고 백제는 이곳까지 힘이 미칠 수 없었으며, 5세기부터 시작된 신라와 말갈의 접경 지역은 니하성(泥河城)으로 판단하는 견해도 있으나 발해의 대씨가 축조한 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고....


아직은 실체를 모르는 고대성으로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좀 친해진 '영동양반'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영동양반님의 이번 대궁산 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하시는군요.

3년 전 이 대간을 처음 하실 때 남진을 하셨는데 그 때 길을 잘못 들어 이 길로 접어들으셨다는 것이죠.

당시 동료 1명과 함께 선두에서 진행을 하시다가 우연찮게 이 길로 들으셨다는데 길이 이상스럽게 너무 내려가기만 하더랍니다.

결국 이 대공산성까지 와서야 비로소 마루금에서 이탈하신 것을 확신하고 다시 되돌아 가셨다는 것인데...

알바를 하시려면 이런 알바를 하는 게 산행에 훨씬 득이 될 것 같습니다.

그 때는 알바를 하시느라 별반 볼 것도 못 보고 불안해하며 걸으셨는데 오늘은 의도를 하고 진행하시는 거니 뿌듯하기도 하시겠고....

재수 좋은 사람은 넘어져도 조개밭이라더니....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오늘은 안개때문에 아무 것도 보지 못합니다.

재미있게 얘기 잘 들었습니다.

한참을 된비알을 오르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다시 우의를 꺼내 입습니다.

숲속에 버려져 있는 안내판과,

그 옆의 통제판도 봅니다.

산방기간에는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제 언덕은 다 올라온 겁니다.

그러고는 대궁산 삼거리입니다.

다시 대간 마루금으로 복귀합니다.

아까는 안개가 짙어 이 이정표를 보지 못하고 우틀했었는데...

2.6km 왕복하는데 50분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팀을 따라가기 위하여 좀 서둘러야겠습니다.

여기부터는 평창군 대관령면과 강릉시 시천면의 시계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우틀하니,

 

07:04

바로 곤신봉 정상석이 보입니다.

대원들의 발자국이 보이고...

예전에 대간 남진을 할 때 하도 더워서 우측 숲으로 들어가 걸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지도 #3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현장을 지나고....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었죠?

배역 설정도 괜찮았고.....

지도 #3의 '라'의 곳입니다.

진초록 색깔을 감상하며 지날 곳인데 오늘은 그저 이런 정도...

언제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겠습니까.

약간은 몽환적夢幻的인....

우틀하여 1147.3봉의 삼각점 좀 보고 와야겠습니다.

어이쿠!

정상은 이렇게 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틈새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대간 특히 이런 곳은 정상과 정상 부근에 있는 삼각점과는 완전히 단절시켜 놓았습니다.

관광객들로부터 훼손을 방지하고자 방문을 허락한 곳 이외에는 꽉 막은 것입니다.

환경 보전의 목적이 큰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이 특히 우리같은 '삼각점파'를 위하여 삼각점으로 가는 길을 터 놓으셨을 리 만무하고....

지맥길이 더 그립습니다.

4등급 삼각점(도암422)을 찾는 건 포기하고 내려와,

관광셔틀 버스가 올라오는 주차장을 지나,

목책을 따라 걷습니다.

북서풍의 영향으로 한 쪽으로 기운 나무들을 보며 걸으니,

예전 매점이 있던 곳에서 아침을 먹고 막 일어나는 일행들을 만납니다.

대원들은 먼저 떠나고 우리는 옛 매점 안으로 들어갑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15분 정도 소요됐군요.

음.......

바람개비 소리는 여전하고....

여기서 사천면을 버리고 연곡면으로 들어섭니다.

이제부터는 평창군 대관령면과 강릉시 연곡면의 시계를 따라 걷습니다.

지도 #3의 '마'의 곳입니다.

매봉鷹峰 표지판이 조금 이른 곳에 설치해 놓았습니다.

여기서는 우틀해야죠.

우측에 매봉으로 올라 3등급삼각점(연곡320)도 확인해 보아야 하겠지만 같은 이유로 포기합니다.

대원들이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바람에 낮은 키의 풀들이 기울어져 흔들리고 있고....

우의와 배낭커버의 색깔이 멋진 조화를 이루는군요.

심한 말로 "뻥 갑니다."

이 강릉에는 세 가지가 제일 많다고 하죠?

김씨, 최씨 그리고 소나무.

음산함과는 거리가 있는..............

Mrs Lafuma.

이 나무 뒤에는 호수가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고....

영화 Notebook의 백조가 노닐고 있을 것 같은 호수...

이번엔 폰으로......

키가 높고, 낮고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고.............

좌측은 삼양라면에서 국가로부터 임차한 땅이라는 대부지 경계 표지판이 군데군데 박혀 있고...

푹풍의 언덕 ...............

사진을 찍었을 땐 몰랐었는데 지금 보니 무지 멋진 장면입니다.

색의 조화....

서양 낭만파 화가의 유화油畵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그림 보기 정말 어려울 것 같은데...

다시 "돌아가는 저 길에 외로운 저 소나무...."

목장 철책 흔적......

전에 지날 때에도 혼자서 열심히 찍어댔었는데....

좀 먼 거...

입니다.

정말 황홀한 시간입니다.

이런 기분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팻말!

"되돌아 가라..."

글쎄요.

정말 정신이 확 깨눈군요.

열 받고 기분 나빠 되돌아가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왔습니다.

하는 수없이 일단은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1137.1고지를 지나,

평범한 길을 따르면 됩니다.

유강 후미대장님이 새끼발가락 때문에 몹시 힘들어 하시는군요.

좀 기다렸다가 1169.2봉에서 유강 대장님과 함께 보조를 맞춥니다.

진통제라도 있으면 드리련만...

목책을 만나 직진합니다.

목책 우측으로는 굳게 닫혀 있고...

목책을 넘어 진행하면 연곡의 소금강으로 떨어지니 아주 위험한 곳이죠?

우측으로 물이 흐릅니다.

수량이 아주 풍부합니다.

대간길 우측으로 흐르는 물들이니 이 물은 다 모여서 경포천을 만나 동해로 흘러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대간은 우리나라 동과 서를 구분하는 줄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걷고 있는 대간길 우측으로 흐르는 물은 동해로, 좌측으로 흐르는 물은 서해로 흘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곧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대동여지도 숭실대 본本 발문跋文에 표기되어 있는 이 산자분수령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산은 분수령으로부터 온다."라고 해석하여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산자분수령이 "산은 물을 가른다."는 말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산경표를 비판하는 학자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대동여지도의 여러 본 중 '숭실대본'만을 보고 그런 주장을 펴시는데 그 본을 보더라도 '두만강 자분수령 豆滿江  自分水嶺'이라고 하여 '강자분수령'으로 읽거나 '두만강'과 '자분수령'을 띄어서 읽어야 하기 때문에 그 해석도 약간은 무리가 뒤따릅니다.

고산자 어른께서 그런 걸 모르고 쓰셨겠습니까?

그런데 여기가 좀 어렵습니다.

지도 #3의 '아'의 곳인데,

목책을 넘어 여기서 이렇게 분명히 물을 건넙니다.

이 물은 아까 본 그물의 상류 쪽이고...

물을 건넌다!

그리고 그 물은 동해로 간다!

산자분수령의 예외?


참고도 #2


산자분수령에 예외가 있을 리 없습니다.

지도를 좀 확대해 봅니다.

여기서는 참고도 #2의 '사'에서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 목책을 건너지 말고 좌측 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그러면 노란선을 따라 1191.2봉으로 올라 '자'의 곳 부근에서 다시 마루금에 합류하게 되는데 '자'의 곳 부근은 잡목 등으로 인해 진행이 거의 불가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마루금파들은 노란선으로 진행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굳이 '아'의 곳으로 진행하게되어 있을까요?

사견으로는 백두대간이 아닌 태백산맥을 종주하던 적어도 1985년 이전부터 이미 잘 닦여진 길이라고 보여집니다.

즉 마루금과는 상관없는 '태백산맥 종주대'가 이 부근을 지날 때 그냥 부드러운 길로 치고 올라갔던 길을 뒤에 오는 사람들도 그렇게 따라 올랐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태백산맥이라는 이름으로 종주를 하던 시절에는 산자분수령을 몰랐었으니까 ....

만약 그들 즉 태백산맥 종주라고 걷던 이들이 산경표를 알았고 적어도 산자분수령의 원리만 체득했었더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여기가 대간길이 아니고 지맥길이었으면 분명히 지맥꾼들은 노란선으로 갔을 겁니다.

대간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처음 산줄기 산행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그런 분들이 악착같이 마루금을 가실 일은 그리 흔치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맥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대간과 정맥, 기맥은 다 끝내셨고, 가사 길이 없는 지맥길이라도 악착같이 정글도로 길을 내면서 노란선으로 가실 분들이라....

 

국립공원 지역에서 정글도를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는 노릇.

이런 사실만 인지하고 물을 건넙니다.

우측으로 차돌박이도 보이고....

무조건 오르기만 하면 되는 비알.

예전에 이 안내판도 많이 보이던데 오늘은 하나밖에 못 보았습니다.

자세히 관찰하면 이 판은 거의 500m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표지판은 설악의 황철봉에서도 볼 수 있었죠.

처음에 이것을 보았을 때에는 군인들 야간 행군 시 가이드 역할을 하는 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닐 것 같고 국공파나 119에서 이정표나 구조목 대신에 설치하여 놓은 것이라 추측합니다.

이런 곳에 이정표를 설치하면 출입금지라는 안내판과 이율배반적인 행위일 것이니....

출금지역을 진행하다 사고가 난 인명을 구하기 위한 국공파나 119의 최소한의 배려로 이해합니다.

약간 우회하여 이 목책 옆으로 나옵니다.

감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고....

소황병산으로 가야죠.

바로 우측으로 가면 노인봉으로 들어가는 목책이 서 있긴 합니다만....

좌측으로 가슴을 확 열어젖히고 초원(?) 속으로 뛰어듭니다.

소황병산입니다.

여기까지 와야 마루금을 제대로 진행하는 게 되겠죠?

이런 날 이런 곳에서 나침반이나 GPS 트랙이 없으면 진행하기 곤란합니다.

"여기 쓰인 이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희미해진다면....."

음..

삼각점을 찾아가는데 '黃'자를 잘못 표기한 이 안내판은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뒤로 오르면,

안내판이 보이고,

1336.8봉의 2등급삼각점(연곡26)도 확인합니다.

이 줄기가 황병지맥이 되는것이고....

이참에 황병지맥을 살펴볼까요?


우선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이 백두대간 길은 산경표를 보고 그은 산경도를 보고 가는 것입니다.

이 산경표는 서울대 규장각에서 소장하고 있는 '해동도리보'에 나오는 산경표와 정신문화연구원에 있는 '여지편람' 등 두 개의 산경표가 필사본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육당 최남선이 설립한 조선광문회에서 1910년 인쇄한 영인본 '산경표'인데, 이 산경표에는 "편찬자가 누구인지 모른다.(撰者 未考)"고 확실히 밝힌만큼 지금도 산경표의 저자에 대해서는 신경준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게 현실입니다.

각설하고 산경표에는 이 정맥까지만 나와 있는데 이 산경표의 대간, 정맥의 원리에 착안하여 우리나라 전 국토의 산줄기를 정리하신 분이 박성태 선생의 신산경표와 신경수 선생의 수체계이론입니다.

물론 대학가의 지리학자들은 이를 시답잖게 생각하고 있으니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있을 리 없고...


그러니 재야 학자(=산경표 교도 혹은 마루금파)들은 대간이나 정맥에서 분기하는 줄기들 중 도상거리 30km이상의 것을 지맥으로 하자고 하면서 전국에 있는 산줄기들을 찾아 그었습니다.


그것들 중 정맥급에 해당되거나 정맥에 준하는 줄기들을 기맥으로 하자고 제안(말이 제안이지 실제는 정定)합니다.

그래서 신산경표에서 남한에 그어놓은 게 6기맥(한강,땅끝,영산, 진양, 금남, 금북), 157지맥입니다.

이것을 최근에 5개 지맥을 더 추가하여 162개 지맥이 되었고...


이것을 박성태선생이 '신산경표'라는 책을 펴냈으니 현재 재야에선 이 책이 기맥과 지맥에 관한 한 '주류主流'로 평가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박성태 선생이 그어놓으신 162개 지맥을 따라서 걷는 분들이 허다하고...

저도 지맥을 약 50개 정도 진행을 했고...

안타까운 것은 박성태 선생께서 그어 놓으신 지맥 줄기를 검증하는 기관이나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조물주가 말씀하신 대로 이건 뭐라고 하면 이거고 저건 뭐라고 하면 저거라는 식입니다.


박선생님의 훌륭하신 업적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자는 것보다는 이게 과연 산자분수령의 대원칙에 합당하느냐 아니야 하는 검증작업은 최소한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전에 한강기맥에서 갈라진 영월지맥 -제가 판단하는 바에 따르자면 영월지맥이 아니고 치악지맥이지만-을 진행하면서 쓴글을 인용하보겠습니다.


어느 분들은 읽어보고도 잘 모르겠다고 하시니 저는 저의 졸필을 항상 탓하고 있습니다.

한강기맥에 있어서 신산경표에서 그린 남쪽 방향의 지맥枝脈을 봅니다.

이 역시 대전제는 산자분수령.

그리고 바다가 아닌 내륙에서 그 맥이 잠기므로 제일 큰 강(主江)은 남한강이니 그 남한강과 기맥과의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점만 찾아가면 간단하게 해결이 될 것입니다.


대간에서 갈라진 한강기맥과의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줄기는 바로 오대천입니다.

그러므로 산경표에서 오대천의 역할은 이 오대천이 남한강을 만날 때까지 지맥을 잘 이끌어 주는 역할입니다.


참고도 #1 오대천의 발원점


황병지맥....

백두대간의 소황병산에서 분기하는 황병지맥은 두타산 ~ 상원산 ~ 옥감산봉을 거쳐 송천으로 잠기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황병지맥 줄기를 에워싸고 있는 물줄기는 송천이 아니라 오대천 아닌가요?

황병지맥을 싸고 있는 물줄기는 한강과 오대천이 아니냐는 말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잠시 그 다음 물줄기인 평창강을 봅니다.

평창강이 어느 물줄기를 싸고 있는 지를 보면 이것에 대한 답을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도 #2 평창강과 한강의 합수점


그 다음 물줄기인 평창강과 남한강의 합수점으로는 주왕지맥이 잠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까 황병지맥의 산줄기의 끝을 불당재 ~ 상원산 ~ 옥갑산봉 ~송천으로 할 게 아니라, 불당재 ~ 갈미봉 ~ 백석봉 ~오대천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오대천의 역할은 여기까지 입니다.

참고도 #3 제시해 본 황병지맥의 줄기


이렇게 되면 기존 49.7km의 황병지맥이 52.6km로 더 길어지게 됩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산자분수령이란 그 산줄기를 에워싸고 있는 두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여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그리고 그 원칙은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이 황병지맥의 끝을 '신산경표'에서는 송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잠기는 것으로 정리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산경표의 기본원리인 산자분수령에 의할 때 송천과 남한강의 합수점이 아닌 오대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이 황병지맥이 맥을 다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송천은 매봉 쪽에서 내려오는 산줄기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그을 경우 한강기맥에서 갈라지는 지맥들은 다 다시 수정을 해야 합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그리고 해밀에서도 정맥과 지맥까지 하고 있으니 조금 더 살펴 볼까요?

그러면 이해가 조금 더 쉬워질 것입니다.


그 다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평창강이 바톤을 이어 받게 됩니다.

참고도 #4 주왕지맥 산경도


주왕지맥....

그 다음 지맥인 주왕지맥을 보면 이는 주왕지맥을 싸고 있는 평창강과 남한강의 합수점으로 가기 때문에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대로 타당하고....

문제는 다음 강입니다.


영월지맥...

평창강이 자기 역할을 끝내면 그 다음은 섬강이 남한강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섬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에서 잠기는 맥은....

우리가 영월지맥으로 알고 걷고 있던 줄기의 일부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참고도 #5 영월지맥의 끝


신산경표에서의 한강기맥의 삼계봉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친 줄기는 태기산 ~ 덕고산 ~ 치악산 ~ 남대봉 ~ 감악산 ~ 가창산 ~ 태화산을 지나 남한강으로 그대로 들어갑니다.

신산경표는 그 줄기를 특히 그 지방의 이름을 사용하여 영월지맥으로 이야기 하였고 우리는 그렇게 알고 진행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누누이 이야기한 것과 같이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어긋나게 됩니다.

영월지맥의 끝은 여타 내륙에서 맥을 다하는 다른 줄기와는 달리 두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점이 아닌 그저 나홀로 남한강에 잠기는 그런 모양새입니다.

영월지맥이라고 특별한 산줄기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삼계봉과 한강기맥에서 발원하는 물줄기가 모강母川 내지는 母江인 남한강과 만나는 곳으로 가야 맞는 거 아니겠습니까.


즉 평창강은 이미 주왕지맥을 만남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모두 끝냈으므로 즉 평창강의 역할은 주왕지맥을 이끌어 주는 데 있었으므로 그 다음 지맥은 섬강이 한강을 만나는 합수점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것입니다.

참고도 #6 치악지맥의 예시도....


그럴 경우 지맥은 삼계봉에서 시작을 하여 치악산을 지나 남대봉(여기까지가 기존의 영월지맥)에서 가지를 쳐 백운산 ~ 미륵산 ~ 긴경산(기존의 백운지맥)을 지나 섬강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 하는 줄기가 되어야 하고 이 줄기가 주왕지맥 다음의 지맥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닌가요?

산자분수령이 그런 거 아닙니까?

지맥支脈은 산줄기를 에워싸고 있는 두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점合水点 즉 두물머리에서 끝나게 되어 있다는 만고의 진리....


분명히 한강기맥의 삼계봉에서 발원하는 물은 섬강이 됩니다.

고로 그 섬강은 그보다 상위의 물줄기인 남한강에서 자신을 내놓은 산줄기를 다시 만나야 하는데 결국 그 끝은 영월로 가는 게 아니고 치악산에서 우측으로 틀어 백운산을 지나 긴경산을 거쳐 남한강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끝나는 맥 그게 그들이 싸고 있는 지맥이 됩니다.

그럴 경우 지맥의 주행 거리는 기존의 134.3km가 아닌 111.0km로 다소간 짧아지게 됩니다.

당연히 기존의 이름도 영월지맥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 이름은 최고봉이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치악산의 이름을 따서 가칭 '치악지맥'이라 부르는 게 타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영월지맥의 나머지 줄기는?


참고도 #7 신갑산지맥


지도를 보면 이 '치악지맥'과 기존의 영월지맥 사이에서 발원하는 제천천이 남한강과 만나는 곳으로 진행하면 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남대봉 ~감악산 ~석기암 ~ 가창산(38.4km + 0.9km) ~ 갑산~대덕산 ~부산(64.2km)에서 남한강과의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는 85.5km의 줄기로 확정되게 됩니다.

곧 기존의 갑산지맥이 여기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이 줄기의 이름은 최고봉인 감악산의 이름을 따서 감악지맥이라고 하여야겠지만 이미 신산경표에서 갑산지맥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으므로 갑산지맥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놔두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럴 경우 기존의 갑산지맥과의 주행 상의 혼란을 우려하여 新갑산지맥으로 하면 어떨까요?


그런데 이렇게 될 경우 나머지 금수지맥이나 천등지맥 등은 유감스럽게도 수경水經을 따라 가게 되므로 다 분해되어 그 길이가 30km가 안 되는고로 지맥의 실체를 가질 수가 없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분맥分脈'이라는 개념을 동원하여 이들을 구제하고자 제안합니다.

기존 산경山經을 따르던 줄기 중에 30km가 넘는 줄기들은 산자분수령에 의하여 지맥의 실체를 갖지는 못하지만 이들을 분맥分脈이라고 하여 이어가자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금수지맥이나 천등지맥 그리고 영월지맥의 자투리 부분이 금수분맥, 천등분맥 그리고 태화분맥 등의 이름으로 남게될 것입니다.


성지지맥....


이것으로 섬강의 임무는 끝나게 되고 이 섬강 다음에는 흑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같은 원리로 금물산을 떠난 줄기인 성지지맥은 성지봉 ~ 덕갈고개 ~ 삼각산을 지나 우틀하여 수리봉 ~ 한치고개 ~ 매봉산 ~ 주읍산 ~개군산을 지나 흑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이 잠기게 되고 이 지맥의 거리는 55.9km보다 다소 짧은 49.3km의 줄기가 됩니다.

이 줄기를 기존의 성지지맥과 구분하기 위하여 신성지지맥으로 부르기로 합니다.

참고도 #8 신성지지맥 줄기


기존 성지지맥의 나머지 줄기도 잘게 분해가 되어 지맥으로서의 실체가 상실하게 됩니다.


혼란스러우시지요.

뭐 그렇다고 해서 산줄기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박성태 선생님의 큰 업적이 반감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들은 다 박성태선생님의 신산경표를 근간으로 해서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에 설사 제 견해가 맞다고 하더라도 이 모든 것들은 선생님께서 하신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이런 박성태 선생님의 업적이나 명예에 조금이라도 누累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더욱이 저는 위와 같은 내용들을 박성태 선생님을으로부터 배웠기 때문에 선생님을 폄훼貶毁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누구라도 제 글로서 충분히 느끼시리라 믿습니다.



무슨 쓸 데 없는 소리하는 지 모르시겠다구요?


예. 그러실겁니다.

그저 그어놓은 대로 다니면 될 것을....

하지만 이왕 가는 거 제대로 알고 가자는 것입니다.

지금 해밀에서 영춘지맥이라는 이름으로 걷고 있는 걸 봤습니다.

용어야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만은 산자분수령에 위배된다는 의심만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참 머리 굴렸으니 또 갈길을 가야죠.

예.

초지는 단백질원이므로 절대로 안 들어갑니다.

카메라 때문에 국공파들이 자리를 지키지 않아 좋군요.

목책을 우회하여 통과합니다.

평이한 길이고 직접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한결같이 다 봉우리는 사면치기로 우회하게 되어 있으니 봉우리란 봉우리는 다 '통과'입니다.

그렇게 1187.8봉을 통과하고 1193.5봉은 지나고 나서야 인식을 할 정도입니다.

1280.2봉을 올라서서는,

우틀하고....

1262.4봉에서도 카메라 때문에 우틀하여 우회합니다.

카메라 때문에 선답자들이 새로 개척한 루트라 길 상태가 조금 안 좋긴 하군요.

그래도 어떻게 이런 새로운 길을 냈는지...

대간파들의 집념을 확인하는 대목입니다.

그러고는 노인봉입니다.

예전의 다 허물어져 가는 추억이 깃든 대피소가 아니라 무인으로 바뀐지 상당히 오래 되었습니다.

문을 두드리면 나오던 운파 성량수님이 생각나는군요.

초등학교 선생을 하시다가 무엇에 홀렸는지 산으로 들어와서는 국토해변일주, 동계 태백산맥 단독 종주를 하고 차령산맥 종주를 하다가 남한강에서 끊긴 산줄기를 만나고서는 차령산맥 종주를 접었다고 얘기하시던 성량수님.

노인봉산장지기를 하시다가 소금강 산행을 왔다가 조난당한 두 여대생을 구하고는 그 중 한 학생과 맺은 백년가약.

그리고 두 딸.

2004년 만나고는 끝이었는데 상계동 어딘가에 노인봉산막을 차렸다는 얘기를 듣긴했었는데 아직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하도 기인이라서리...

그렇게 노인봉이 좋아서 살고 하고 싶어하는 분을 국공파는 기어코 쫓아내고야 말았고....

그 노인봉 구경이나 해야겠수다!

우틀하면 소금강 내려가는 길이니 좌틀하고,

노인봉 삼거리에서 우틀하여 노인봉1338.8m으로 올라섭니다.

삼각점은 우측의 1335.1봉에 있죠.

정상에서 기념 촬영 등을 하고 내려갑니다.

우측으로 진행을 막고 있지만 살짝 삼각점만 구경하고 오겠습니다.

깊숙히 들어가야 합니다.

3등급삼각점(연곡319)을 확인하고 돌아나오려는데,

부산의 삼돌이님이 부르시는군요.

며칠 전 통화를 해서 목소리는 확인했는데 이런 곳에서 또 만나다니요...

삼거리로 걸어나와 우틀하여,

하산 모드로 진행합니다.

무료한 길을 걷습니다.

시간도 남으니 좌틀하여 1242봉의 삼각점이나 보고 와야겠습니다.

이곳도 마찬가지군요.

멧선생 놀이터를 헤쳐가며 간신히 왔는데 잡목과 풀때문에 도저히 찾을 수 없습니다.

1242봉의 4등급삼각점(연곡452)도 찾기를 포기하고 나옵니다.

곧 유강 대장님과 어울림님을 만나게 되는군요.

천천히 보조를 맞추면서 내려옵니다.

나무 계단을 거꾸로 내려오게 되니 유강대장님의 발가락 고통은 조금 덜해지는 것 같군요.

이정표도 하나 지나고...

여전히 좋은 분위기 속에 누가 벌초를 하는지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는데,

인사성 밝은 국공파군요.

실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생각하니 이곳은 출금지역이 아니군요.

멋쩍은 웃음을 속으로 짓고는 저도 인사를 합니다.

다 왔습니다.

얼마전 만월지맥을 하러 왔기에 그나마 낯 익은 진고개의 풍경.

그 진고개에서 오늘 구간 산행을 마감합니다.

오늘 사실 산행 시작 전에는 태풍의 여파 운운하는 구라청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산줄기에서는 별다른 힘듦없이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멋진 산행을 했습니다.

어니언스도 보고 워즈워드도 보고 영화 노트북까지 봤으니....


다음 구간은 댓재 ~ 백봉령.

그러니까 두타 ~ 청옥 ~ 이기령 ~ 원방재를 이어가야 하는데 주위에 볼거리들이 워낙 많고 특히 원방재에서는 알탕까지 했던 기억이 나는 곳이니 멋진 대간길이 되리라 생각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