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ain't over till it's over.
요기 베라의 이 명언만큼 대간꾼이나 정맥, 지맥꾼들에게 다가오는 말도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 말을 '해랑'님께서 해주시는군요.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최근 느끼는 게 어느 구간 할 것 없이 만만한 구간은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구간이나 한 봉우리 오르면 다시 내려가서 안부를 지난 다음 다시 치고 올라가게끔 되어 있습니다.
뭐 그런 거야 우리 땅의 지형이 그렇게 생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느끼는 생각이지만 그 힘듦이라는 건 항상 그 구간이 끝나는 마지막에 다가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제 날머리에 도착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하산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마지막 한 봉우리가 더 나타나는 상황!
체력은 고갈됐고 휴식이라는 달콤한 기대감에 억지로 내려왔는데 또 한 봉우리가 남았다니....
그때의 배신감이란 우리만 아는 걸 겁니다.
해랑님께서 그걸 깨닫고 계시다니...
그럼 그만큼 기량이 올라오셨다는 얘기가 될 것도 같습니다.
대간의 여러 구간 중 이런 배신감을 주지 않는 구간으로 그나마 편히 진행할 수 있는 구간을 꼽는다면?
저는 첫 손가락으로 대관령 ~ 노인봉 구간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두 번째로 추풍령 ~ 비재 구간을 꼽습니다..
그렇다면 추풍령 ~ 비재구간 중에서는?
글쎄요...
보통 그 구간을 2구간 혹은 3구간의 소구간으로 나눈다면?
저에게는 그나마 좀 어려운 구간이 추풍령 ~ 큰재 정도가 될 것 같군요.
그러고는 큰재 ~ 신의터재나 신의터재 ~ 비재 구간은 오십보백보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랬던 거 같습니다.
산 행 개 요
1. 산행일시 : 2016. 9. 22. 토요일
2. 동행한 이 : 목동산악회
3. 산행 구간 : 백두대간 (추풍령 ~ 금산 ~ 사기점고개~작점고개~무좌골산~맷돌봉(용문산)~국수봉(웅이산)~큰재)
4. 산행거리 : 19.68km (올해 누적 산행거리 : 1087.82km)
구 간 |
거 리 |
출발시간 |
소요시간 |
비 고 |
추 풍 령 |
|
04:38 |
|
|
금 산 |
0.9km |
05:00 |
22 |
|
사기점고개 |
4.67 |
06:50 |
110 |
|
작점고개 |
3.37 |
08:04 |
74 |
|
무좌골산 |
1.38 |
09:34 |
90 |
70분 조식 |
맷돌봉(용문산) |
3.96 |
11:18 |
104 |
10분 휴식 |
국수봉(웅이산) |
2.48 |
12:43 |
85 |
25분 휴식 |
큰 재 |
2.92 |
14:42 |
119 |
40분 휴식 |
계 |
19.68km |
10:04 |
07:39 |
실 소요시간 |
산 행 기 록
지도 #1
24:00 자정에 출발하여 한잠 푹 자고 나니 추풍령입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니 다시 조금 더...
04:20
이제 일어나야죠.
슬슬 행장을 갖춥니다.
마마님표 막걸리 한통을 배낭 옆주머니에 차고 신발끈도 다시 맵니다.
여기서 30,000원을 받긴 받아야 하는데...
추풍령 구간의 시작과 끝은 여깁니다.
자, 그럼 오늘 구간을 시작할까요?
샬롬님이 안 오셨으니 오늘은 7명이 단촐하게 진행합니다.
오늘 구간은 지난 구간에 이어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과 경북 김천시 봉산면과의 도계道界입니다.
첫 번째 이정표.
구간 들머리는 우측 도로 옆을 따라 마을길로 들어서면 됩니다.
민가 두어 채를 지나 포도 비닐하우스도 지나면,
시절이 시절인지라 나무 덩굴로 들머리가 굳게 닫힌 듯합니다.
초반부터 좀 땀 좀 흘려야겠죠?
추풍령이 해발 211.2m이고 이 금산이 385.3m이니 약 170m를 극복해야 하는 거군요.
이정표가 나옵니다.
전에는 좌측으로 가서 금산의 실체를 보려고 했었는데 가봤자 낭떠러지만 볼 뿐 사실 아무 것도 볼 게 없었습니다.
그냥 우측을 따라도,
마찬가지로 금산 정상을 볼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선생님을 뵙습니다.
우리나라 산줄기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십니다.
새롭게 대간을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좀 낯선 분이지만 정맥꾼이나 지맥꾼들에게는 거의 신화적인 분으로 각인이 되어 있습니다.
마루금 곳곳에 이런 안내판이 붙어 있어 정맥이나 지맥 내내 선생님을 뵈며 진행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대간에 붙어 있는 그 많은 것들은 이제 다 훼손되어 이렇게 몇 개 남아 있는 흔적에서 선생님의 수고로움만 확인합니다.
우틀하여 고도를 낮춥니다.
물론 금산의 이 로프 건너는 낭떠러지입니다.
일본인들이 채석장을 만들어 백두대간을 훼손한 것을 고속도로 낸다고 또 훼손을 하고...
그래도 자병산만큼은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좌틀하고,
지난 번 지리산에서 봤던 거네요.
이게 아마 동물들 생태환경을 관찰하기 이하여 찍는 사진같습니다.
그만큼 이 부근에 야생동물들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반증도 될 거 같고....
그러고는 들기산501.3m입니다.
순수한 우리말 같은데...
뭘 든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살기 좋은 곳으로 찾기 위하여 든다는 것인지...
이정표니 뭐니 하는 것들도 없고 다만 저 현수막에 누군가 매직으로 '들기산'이라고 써놨을 뿐...
그런데 요즘이 멧선생 짝짓기와는 상관없는 시즌인데 마루금 양옆에서 씩씩대는 녀석들의 소리가 들리는군요.
인간들 소리가 나니 지들끼리 연락을 취하는 소리인가?
해주 오씨 묘를 지나고,
여기가 작동재 같습니다.
지도 #1의 '가'입니다.
지도에는 작동재는 안 나오고 '작동재밑'만 나오니까...
오늘 구간 중 최남단입니다.
지도 #1의 '나' 지점인데 여기서 좌틀하고,
471.8봉을 지나면서 좋은 길이 더 넓어집니다.
그러고 만나는 임도.
사기점고개입니다.
예전에 홀로 대간길을 가다가 이런 길을 만날 때 잠시 의심을 했었습니다.
지도 #2
이 길이 아니고 좌측이나 우측의 좀 높은 둔덕을 따라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러나 어느 정도 가다보면 이 임도를 버리고 다시 마루금으로 오르게 되더군요.
지도 #2의 '다'의 곳에서 우측 산길로 접어듭니다.
우측으로 난함산733.4m이 보이는데 안개구름에 덮혀 있군요.
지금 이곳이 500고지가 조금 넘으니 난함산卵含山은 상당히 높게 보입니다.
알을 품은 산이면 우리나라 개국설화하고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고개를 쳐들고 봐야 할 정도로 높습니다.
일단 그 난함산으로 오르는 콘크리트 도로로 올라섭니다.
우틀하여 저 길을 따라 오르면 철문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난함산 KT기지국으로 들어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뒤에 오는 대원들을 잠시 기다립니다.
그러고는 바로 아래 표지띠를 따라 치고 올라갑니다.
597.1봉입니다.
웬만하면 우틀하여 난함산을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은데 혼자가 아니어서...
여기서 김천시 어모면을 만나면서 이제부터는 어모면과 추풍령면의 도계를 따릅니다.
다시 아까 그 임도를 만나,
잠시 그 임도를 따르다 다시 숲으로 듭니다.
또 임도를 만나서는 좀 길게 임도를 따릅니다.
이럴 경우 만연히 습관적으로 임도를 따르게끔 되어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고 여러 사람이 걷다보면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게 되고...
그러다가는,
틀림없이 마루금을 벗어나기 마련입니다.
지도 #2의 '라'의 곳에서는 직진하여 숲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그러면 가시나무 숲을 지나 10분 정도 걸어,
차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4번 도로로 내려섭니다.
우측을 보면,
작점고개 표석과 김천의 상징물인 말이 보입니다.
여기서 아침을 먹기로 합니다.
이 표석이 정감이 더 가는군요.
이곳을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장동재'라 표기되어 있습니다.
1시간 10분이나 아침시간에 할애를 하고...
다시 진행해야죠.
표석 뒤 대간길로 들어섭니다.
지기재 산장의 지기님 잘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이 청량리이시던가?
하여간 예전에 이 산장에서 하루 신세지고 속리산까지 갔었는데....
지도 #2 '마'의 곳에서 좌틀하고,
이 꽃은 제 철을 잊었는지...
조금 치고 올라가면,
정상엔 이런 코팅지만 있는 무좌골산입니다.
여기서 4등급삼각점(김천403)도 보고....
지도 #3
평범한 길을 따라 갈현을 지나고,
지도 #3의 '사'의 곳에서는 좌틀합니다.
그러면 바로 앞 언덕에 움막을 친 옛 기도처를 봅니다.
예전에 이곳을 지날 때 우측 아래에 있는 기도원에서 들리는 찬송가 소리를 들으면서 지났던 기억이 나는군요.
지금은 문이 떨어져 나가고...
호젓한 대간길을 걷습니다.
고도를 조금 높이기 시작합니다.
바위 구간을 통과하고,
일단 686.5봉으로 이어지는 봉으로 남쪽 끝으로 올라섭니다.
여기부터는 좀 완만하게 고도를 높이면서,
686.5봉으로 올라섭니다.
급우틀을 하고,
헬기장을 지나자마자,
삼각점과 정상석이 보입니다.
2등급삼각점(김천21)과,
용문산이라는 정상석이 있는 맷돌봉입니다.
이 맷돌봉을 우측으로 용문산기도원도 있고 동네가 교회와 기도원으로 가득찬 곳입니다.
아마 어모면 능치리 이 부근이 기돗발이 좀 받는 곳인가보죠?
어쨌든 국토지리정보원의 맷돌봉을 밀어내고 용문산이라는 정상석이 있는 곳입니다.
지도 #4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국수봉으로 향합니다.
반대방향에서 오는 분들이 가끔 눈에 띄는군요.
웅북리 삼거리를 지나,
나무 계단을 밟고,
670.9봉을 지나,
지도 #3의 '아'봉을 지납니다.
이정표의 국수봉을 따르고,
안부로 떨어집니다.
지도 #4의 '자'의 곳입니다.
이곳이 특기할 만한 점은 물이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70m라고 표기하여 놓았는데 '푸우'님과 '몽양'님이 다녀오신 바에 따르면 170m는 된다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워낙 가파른 곳이라 두 분의 체감거리가 그 정도되는 것인지...
그러고 보니까 예전에 저도 이 안내판을 본 기억이 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25분 정도 쉬다가 다시 피치를 올리기로 합니다.
몽양님과 내대로님은 땀을 너무 많이 흘리시니까 사실 수분 섭취가 아주 중요하긴 합니다.
용문사로 떨어지는 삼거리(734.2봉)에서 좌틀하면서 여기서 김천시 어모면을 버리고 상주시 공성면으로 접어듭니다.
덕유산을 지나면서 초점산에서 김천시를 만나고는 여기까지 길게 오랫동안 함께 했었습니다.
국수봉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 국수봉에는 국수봉이라는 정상석 대신 웅이산熊耳山이라는 이름의 정상석이 자리하고 있군요.
상주시에서 최근에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수봉을 웅이산으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산경표를 잠깐 볼까요.
속리산을 지난 대간은 구봉산 - 봉황산 - 웅현 -웅이산 - 고산으로 연결이 되는군요.
그런데 웅이산熊耳山을 보면 '공명고현 서남35리'라고 설명을 하였는데 이는 功名은 功城의 오류로 보이니, "상주시 공성면에서 50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산"이라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국수봉이라 하여 掬水峰이라는 한자를 쓰는데 掬水란 뜻이 두 손으로 손바닥을 오목하게 오므려서 물을 뜨는 것 혹은 그렇게 뜬 물을 말하는데 이 봉우리가 그런 모양새라는 것인지는 발 모르겟습니다.
하지만 이 산이 중국의 웅이산같이 톱발풀이라는 시초蓍草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하고, 이 부근의 지명이 熊이라는 마을이 있어 상웅, 중웅, 하웅 등의 마을로 구성된 웅북리가 있는 걸 보면 웅이산이 맞을 것 같습니다.
더욱이 산경표에서 웅이산이라고 했을 정도면 예전부터 명성이 있던 산 아니겠습니까?
아주 타당한 결정입니다.
웅이산은 2012. 5. 18. 국가지명위원회에서 확정 고시된 이름입니다.
여기서 가방털이를 하기로 합니다.
남은 족발에 막걸리를 다 먹고 일어납니다.
노곤해 지는군요.
50분 정도 놀다가 일어납니다.
그러고는 682.34봉에서,
4등급삼각점(상주448)을 확인하고 좀 서두릅니다.
B조가 벌써 와서 대기하고 계시다는군요.
어느 산악회나 빠른 분들은 후미를 기다리느라 많이들 수고를 하시게 됩니다.
오랜만에 밀뱀 한 마리 보고....
평범한 내리막길을 걸어,
481.2봉을 오르는데 이건 오르는 게 아니고 이렇게 호젓한 길을 걷는 겁니다.
오늘의 마지막봉인 481.2봉을 넘습니다.
그저 밋밋하군요.
경고문이 있는 약초재배지를 지납니다.
멧선생 포획용 덫을 설치해 놓았으니 출입을 금해달라고 하는 내용인데....
조심해서 드나드십시오.
우리같은 산꾼들이야 그냥 다니기도 바빠서리....
지기재 산장 안내문을 보고,
이제 다 왔습니다.
정면 우측이 옥산초교 인성분교가 있던 것인데 지금은 상주시생태교육장으로 바뀌었는데 시설이란 시설은 다 잠겨 있군요.
이 바로 우측에 폐가가 한 채......
제가 1차 대간을 하면서 이 폐가와 관련하여 올린 글이 있는데,
이 폐가에는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셨었는데, 새벽이고 밤이고 대간꾼들의 관광버스가 도착해서 승하차하는 소리가 할머니의 안면을 방해하기 일쑤였단다. 또한 그들이 그렇게 이곳에 도착해서는 함부로 이 집에 들어와 임의로 물을 떠가고 심지어는 샤워까지 하는 사람이 있어 할머니는 결국 물을 한 번 씩 떠가는데 1,000원의 돈을 받기로 하였단다.
그리고 수도를 틀기 위해서는 전기스위치를 작동하여야 하게끔 장치까지 만들어서 산꾼들로부터 ‘악랄한 할머니’라는 오명을 듣게 되었다.
이러한 내용을 바로 옆 동네 양옥집에 사는 할머니의 손자는 인터넷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는 할머니의 그런 행동을 만류하였지만 이미 한 번 틀어진 할머니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손자는 물론 자식들의 노력도 무위로 끝났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찾은 그 폐가에는 그 할머니는 물론 그 스위치도 없었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다는 얘기다.
오늘 산행을 여기서 마무리하고 바로 우측에 있는 수도가 있어 간단하게 씻고 차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혹시 이 수도가 예전의 그 할머니 수도와 한 라인이었을 것입니다.
할머니는 저 하늘나라에서 대간꾼들이 깨끗하게 그리고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잘 산행을 하는지 지켜보고 계실 거 같습니다.
비록 할머니의 이 폐가는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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