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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 3회차

대간길로 걸은 서북능선 (한계령 ~ 한계갈림길 ~ 끝청 ~ 대청봉 ~ 오색)

 

사람들이 산행을 하는 목적은 각 개인마다 틀릴 것입니다.

누구는 심신단련, 누구는 사교 목적, 누구는 안구眼球 정화, 누구는 타의에 의해 억지로....

오늘 저는 '사실 확인 작업'을 위해 산행을 하기로 합니다.

한계령 휴게소 옆에서 서북능선으로 오르는 초입의 계단이 확실하게 108개 맞느냐 하는 것과, 설악루의 현판이 김재규의 옛 글씨 그대로 있는가 하는 것 그리고 위령비 후면에 있는 김재규의 이름 흔적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즉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자는 것이죠.

그 이외의 작업이나 눈요기는 서비스로 거저 얻어지는 것입니다.

매점과 화장실 사이의 계단 바로 옆에 있는 표지석입니다.

세어보니 108개 맞습니다.

그런데 이 설악루는 예전의 것을 보수하였고 현판도 새로 제작해 단 것 같아 김재규의 친필인지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위령비 뒷면에 있는,

사망자들을 기리는 군단장 김재규의 이름은 누군가 쪼아내서 없어진 게 확실합니다.

매번 이곳을 새벽에 지나다 보니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질 수 없었던 것이죠.

혹자들은 이 위령비가 산악인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얘기도 하던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그럼 오늘 저의 목적 산행은 다 끝났으니 이제부터 안구정화를 해야겠습니다.

사실 오늘 산행은 오랜만에 그랜드 산악회와 함께 하는 것이어서 남다른 감회가 새롭습니다.

거의 5년만이죠?

저는 2009년 백두대간을 6개월 12일만에 마치고 서원을 하나 세웁니다.

"우리나라 산줄기란 산줄기는 싹 말아먹겠다."는 것이었죠.

9정맥 - 기맥 - 지맥 이런 순서가 아니라 한강 이북부터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차근차근 산줄기를 진행하겠다는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후배 야인 김종철의 소개로 자신의 친구가 관리한다는 그랜드 산악회가 아주 건실한 그것인데 마침 이번에 낙동정맥을 시작하니 웬만하면 같이 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고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산악회와 함께 한다는 게 조금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교통의 편의, 경비 절약 등의 이점은 있을 것이므로 홀로 산행을 벗고 그랜드 차량에 탑승을 하게 됩니다.

그랜드에는 이홍규 회장님과 원더우먼 총무님 그리고 지부장님 그리고 거기에 갑장인 대원들이 4명이나 있고 대원들의 면면이 상당히 가슴에 와 닿더군요.

그때가 2011. 11. 12.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만난 총무님은 가만히 보니 구면이었습니다.

기억을 되살려보니 친구 '숨차'와 잠실에서 산악회를 이용하여 백마산 ~ 발이봉 ~ 장광산 ~ 태화산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동행했던 산악회가 바로 이 그랜드였던 것이었습니다.

아마 2005년 경으로 기억이 되니 상당한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습니다.

총무님과 찍은 기념사진도 어딘가 있었는데.....

스틱도 없이 날아다니는 총무님의 모습을 보고는 경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하여간 좋은 추억만 가지고 낙동정맥을진행하여 정맥의 끝 몰운대에서는 저의 사부님이신 '준희 최남준님'과 '산새들의 합창 삼돌이님'의 우정 산행을 끝으로 성대하게 마무리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그랜드가 대간 4회, 9정맥 완주를 마치고 명산과 해외 트래킹 전문으로 탈바꿈 했다고 하는군요.

마침 올해 봄철 산방기간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여는 첫 주말 그랜드가 택한 산행지는 명산 중의 명산 설악입니다.

그것도 설악에서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서북능선.

역시 탁월한 선택입니다.

아마 이르면 다음 달 정도 출간될 졸저 '백두대간을 걷다(가제)'의 위 확인 작업을 하기 위하여 주저함이 없이 그랜드의 문을 노크합니다.

 

오늘 산행은 그 책에 해당 부분을 인용하면서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죠.

 

수리산이 설악산?

 

드디어 설산의 대명사 설악산(雪嶽山)이네. 기다리고 기다리던 곳이야!”

그래 이제 다 왔다. 이번 구간하고 다음 구간인 미시령 ~ 진부령을 하면 그 긴 백두대간을 다 마무리하게 되는구나. 근데 설악산이 눈이 많이 오는 산이라고 해서 설악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게 아니야. 물론 신증동국여지승람같은 옛 문헌을 보면 그런 취지의 글이 실려 있기는 해. 하지만 조선시대의 그런 문헌에 그렇게 씌어져 있기 때문에 설악의 유래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지.”

그래? 금시초문이네. 전혀 의심이 없었는데.”

그럴 거야. 이 설악도 사실은 雪嶽이라는 한자의 뜻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우리말 수리에서 온 이름이야. 한자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 고유의 언어로 부르던 이름이었지. ‘수리에 큰 산을 뜻하는 악()이 붙으니 발음이 어떻게 되겠어? 수리악이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어 설악이 된 거야. 그리고 그걸 한자로 쓰려고 하다 보니 마침 이 산에 겨울이면 눈이 워낙 많이 오기도 하니까 설()을 사용하는 데 아무런 의문도 없이 자연스럽게 雪嶽山이 된 거지. 그러니 설악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때는 아무래도 세종대왕 이전이겠지.”

 

오늘은 할 얘기 많겠네?”

그래. 오색령 얘기는 지난 구간에 어느 정도 했고. 이제 설악의 서북능선을 얘기하고 대청에 가서는 대청산장과 화채능선 그리고 잡채능선도 얘기해 보자. 관련하여 우리가 대간길인 이박사 능선을 타지 못하고 소청봉으로 우회해야만 하는 사연도 살펴봐야지. 그리고 만경대 얘기도 하고 공룡으로 가서는 천화대도 봐야겠지. 저항령을 넘어 황철봉을 보면서 설악태극종주 코스도 눈여겨봐야겠지. 그러고 나면 바로 미시령으로 떨어져.”

 

한계령과 10 · 26의 주역 김재규를 떼어놓고 얘기하기는 건 쉽지 않다. 오색령이라 부르던 고개에 한계령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된 건 사실 오로지 그의 작품이다. 197112월 김재규가 1103야공단을 지휘하여 44번 도로의 확 · 포장 공사를 끝내고는 이 고개 이름을 한계령으로 부르게 한 것이다. 소동라령이었던 이름이 오색령을 거쳐 한계령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럼 오늘 구간을 시작하자. 한계령 휴게소에서 설악루를 거쳐 한계령 삼거리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우선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 계단의 개수(個數)108개이다. 불교신자였던 김재규가 다분히 의도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로 맞춘 듯한 느낌이다. 계단을 오르면 바로 만나는 정자인 설악루의 현판도 그의 글씨란다. 그러고는 공단사무소가 있는 인원 체크기 바로 옆에서 위령비를 만나게 된다. 이 공사를 할 때 동원되었다가 아까운 목숨을 잃은 1103야전공병단 공병대원 6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김재규가 세운 것이다. 그 위령비의 희생자 옆에 김재규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10 · 26사건이 일어난 후 누군가에 의하여 쪼아져 지금은 그 이름은 볼 수가 없고 다만 그 흔적만 볼 수 있다.

 

휴게소에서 44번 도로건너편 절개지.

한계령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곳이죠?

우리가 백두대간을 북진으로 진행하건 아니면 남진으로 진행하건 보통 한계령에서 소구간을 나누는 게 보통입니다.

그 이유가 바로 저 절개지 때문입니다.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17. 5. 20. 토요일

2. 동행한 이 : 그랜드산악회

3. 산행 구간 : 한계령 ~ 한계갈림길 ~ 끝청 ~ 대청봉 ~ 오색분소

4. 산행 거리 : 13.3km

구 간

거 리

출발 시간

도착 시간

비 고

한 계 령

 

09:50

 

 

한계삼거리

3.3

10:53

63

 

끝 청

3.0

13:02

129

 

대 청 봉

2.0

14:12

70

20분 휴식

오색분소

5.0

16:09

117

10분 휴식

13.3 km

06:19

05:49

실 소요시간

 

 

산행기록

참고도 #1

 

빨간선이 대간 마루금입니다.

즉 우리는 북진을 하거나 남진을 하거나 위 참고도 #1의 '가'의 곳에 위치한 공단초소를 피해서 진행하게 됩니다.

물론 호기있게 초소 옆으로 나와 철조망을 넘어 나왔다고 하는 무용담도 들을 수는 있지만 그건 정신 나간 분들 얘기고.....

그래도 자연공원법에서 통제하고 있으면 최소한의 예의는 보여주는 게 대간꾼들의 자세 아니겠습니까?

여하튼 이럴 경우 초소를 우회하여 일단 44번 도로로 나가 파란선을 따라 한계령 휴게소로 가거나 아니면 아예 그 파란선 구간을 통째로 생략해 버리게 됩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빨간선이 비탐구간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참고도 #1의 '나' 구간이나 '다'구간이 위 사진에서 보듯이 상당한 절개지여서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일이나 로프를 이용하여 암벽등반 하듯이 호기를 부려볼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공단직원의 감시 눈초리를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1004.9봉의 삼각점(설악427)을 보았다는 얘기는 들어볼 수 없는 것이죠. 

좌측에 보이는 봉우리에서 좌틀하여 내려와,

이 절개지 가운데로 내려오는 게 오리지널 대간길이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생략하게 되는 것입니다.

왜 백두대간 얘기를 자꾸 하냐고요?

아까 얘기했듯이 오늘 구간인 한계령 ~ 대청봉 구간이 공히 백두대간 라인이기 때문입니다.

설악의 4개 능선이라고 하면 공룡능선, 화채능선, 가리능선 그리고 이 서북능선을 꼽습니다.

그 중에서 여름이나 겨울에 가장 힘든 코스는 아무래도 이 서북능선이 꼽힐 겁니다.

뙤약볕 아래에서 이 구간을 진행하다 보면 머리가 벗겨진다는 말이 실감이 나기 때문이죠.

당연히 물도 구할 수 없고.....

대청봉 ~ 귀청 ~ 대승령 ~ 안산에 이르는 이 서북능선은 지리의 화대종주나 성중종주 못지 않은 대간이나 산경표의 산줄기를 알기 이전에는 산꾼들의 로망으로 불리던 코스였습니다.

 

각설하고 이제 슬슬 대간길 아니 서북능선의 일부 구간을시작해 볼까요.

준비운동을 마치고 108계단으로 올라 위령비를 지납니다.

초소에 있는 공단직원 曰 "오늘은 많은 분들이 산행을 하신다"고 하시는군요.

산방기간 참느라고 고생들 하셨습니다.

서로 덕담을 나누고 오늘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늘 산행은 인제군 북면과 양양군 서면의 군계입니다.

지도 #1

09:49

좌측으로 대간에서 흘러나간 가리봉1412.2m이 모습을 드러내고......

09:58

바위들도 손짓을 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총무님도 보고.....

10:05

국립공원 안에서 산행을 한다고 하면 우선 감수하여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돌로 깔은 바닥입니다.

발바닥과 무릎을 아주 힘들게 만듭니다.

필히 BP-20 정도의 깔창을 하는 게 그 충격을 완화시키니 미리 준비하는 게 나을 것입니다.

10:19

아!

귀청입니다.

드디어 설악의 품으로 들어온 느낌을 갖습니다.

우리나라 너덜지대라고 하면 황철봉의 너덜과 바로 저 귀청의 너덜이 제 이름값을 합니다.

물론 밀양의 얼음골 너덜도 유명하긴 합니다.

황철봉의 너덜을 동네 사람들은 '선담'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너덜, 너덜겅, 돌소렁이라고 불리지만 지질학적 용어로는 애추(崖錐)라고 합니다.

10:20

이제 1km 왔군요.

그러니 공단 이정표 상 한계령부터 중청대피소까지 거리는 7.7km 그리고 대청봉까지는 8.3km, 오색초소 입구까지는 13.3km로 계산이 되는군요.

10:25

음...

가리봉.

우측으로 대간길이자 서북능선의 연봉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10:31

평평한 길로 떨어져 길 한가운데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봅니다.

그 나뭇가지에 앉아서 사진을 찍느라 얼마나 나무를 고생시켰던지 반질반질합니다.

10:35

지도 #1 '가'의 곳의 계단을 오릅니다.

계단 안으로 들어와 있는 저 나무를 조심하여야 합니다.

정신없이 오르다 박치기하기 십상입니다.

술에서 덜 깬 상태로 오르다 신령님으로부터 호되게 당한 제 경험담입니다.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겠죠?

기억 속의 다리를 지나,

잠시 뒤를 돌아보는데....

작은점봉산1295.5m이 뾰족하게 보이는군요.

그 너머가 곰배령이죠.

10:53

그러고는 한계령 삼거리입니다.

여기서 좌틀하면 귀청으로, 우틀하면 대청으로 각 진행하게 됩니다.

한계령에서 이곳까지 보통 1시간이면 도착합니다.

오늘은 조금 더 걸렸군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를 부려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은 가족 단위로 많이 오셨군요.

어느 덧 장정으로 성장한 아들과같이 온 40대 여성.

할아버지와 함께 온 손주.

어디 한 번 둘러볼까요?

우측으로 중청이 보이고 그 왼쪽이 소청.

그리고 그 뒷라인이 공룡능선.

바로 아래가 용아장성인데 아직은 머리부분만 보이고 그 전모를 보여주기에는 여기가 너무 좁습니다.

가운데 볼록 올라온 것이 속칭 마등봉1326.7m.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저 마등봉을 세존봉으로 표기하여 놓았는데 세존봉은 비선대로 내려가는 좌측 라인에 있는 것이죠?

이따 보게 될 것입니다.

그 좌측 라인이 황철봉1379.5m 라인.

이제부터 서북능선을 타고 대청봉까지 진행합니다.

11:13

드디어 발목이 붙들리기 시작합니다.

좌측 뒤로 점봉산1426m과 그 우측의 작은점봉산이 보이니 그 뒷줄이 한강기맥입니다.

점봉산 앞의 망대암산1246.7m은 점봉산에 파묻혀 있는 것 같고....

오히려 1124.1봉이 대간길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우측의 이런 바위봉은 애교스럽고....

설악산의 4.2km 혹은 4.8km는 다른 곳의 거리보다 훨씬 길게 느껴집니다.

악산惡山이기 때문인데 이 악산은 나쁜 산이 아니고 바위가 많은 산이라는 얘기입니다.

11:28

뿌리까지 나온 나무.

사람들이 너무 다닌 게 원인이겠죠.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지....

좌측을 주시합니다.

용아장성 때문입니다.

11:46

예. 알겠습니다.

11:49

저는 살방살방 이런 거나 보고 다닐랍니다.

가리봉과 우측의 주걱봉까지 선명하게 보이는군요.

점봉산 좌측으로 늘어진 대간 라인.

그 좌측이 갈전곡봉1196.3m이니 그 뒤 희미한 라인이 오대산입니다.

 

점봉산은 특별 대우를 합니다.

나무 한 그루 집어 넣고.....

그러면 가리봉과 주걱봉도 다시.

좋다!

그 우측 그러니까 서북능선의 맹주 귀청도 한 방!

공룡이나 용아는 조금 이따!

중청과 끝청도 오케이!

12:03

1454.9봉에 올라 귀청을 한 번 더!

아예 가방을 내려놓고 DSLR 카메라를 꺼내 이걸로 찍습니다.

귀청.

가리봉과 주걱봉.

가운데 한계령도로인 44번 도로와 그 지선支線인 필례약수로 내려가는 도로의 갈림길을 봅니다. 

대간길이 명백하게 보이죠?

점봉산과 작은점봉산.

그리고 그 앞의 망대암산.

갈전곡봉.

오늘 일찍 가긴 틀렸습니다.

사진 찍으랴 조망하랴.

거기에 동영상 촬영까지.....

12:26

1464.8봉에서 이정표를 보고.....

12:39

더위에 늘어진 모습들입니다.

1460.7봉의 삼각점은 그냥 통과하고....

13:02

끝청 올라가기 바로 전에 뒤로 돌아봅니다.

이제 가리봉도 시야에서 사라질 때가 되어 갑니다.

점봉도 멀어지고....

지나온 서북능선 뒤로 가리봉과 주걱봉을 보고 좌측으로는 점봉산으로 올라가는 대간길이 선명합니다.

가리봉, 가운데 귀청 그리고 그 뒤로 안산.

끝청의 출입금지지역.

예전에는 이 길로 오색으로 내려가기도 했었죠.

13:09

끝청에 올라 또 봐도.....

안산 우측의 뒷라인이 남쪽 백두대간의 끝 향로봉과 이어진 칠절봉1172m에서 가지를 친 매봉산 ~ 명당산 라인.

그 뒤가 희미하긴 하지만 소양지맥.

개스가 끼지 않았을 때에는 명백하게 대암산1309m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육안으로는 잘 보입니다.

여기서 대암산을 보는 것보다 대암산에서 이곳을 보는 게 더 확실했던 기억이....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지저분하죠?

사진에 글을 집어 넣지않는 게 제 소신인데 오늘은 이해의 편의를 위해서  격식을 깨봤습니다.

13:16

고도를 높이니 용아가 더 확실해집니다.

용아장상의 시작을 보고 싶은데 그러면 거기에는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처인 절집 봉정암이 보이겠죠? 

혹시라도 놓칠까봐 눈을 씻고 봉정암을 찾아봅니다.

조금 더 가면 가리봉과 주걱봉은 안녕을 고하게 될 것 같습니다.

좌측끝의 소양(도솔)지맥이나 우측의 백두대간 칠절봉 ~ 향로봉 라인도 그렇고....

이런 날 황철봉 정도에 가면 그런대로 금강산을 볼 수 있을 것인데.....

큰일날 뻔했습니다.

사진이 좀 작아서 그러는데 사진 중앙 숲안에 건물  대여섯 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984년 갔을 때에는 봉장암 옆에 매점이 하나 있어 등산객들 상대로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 숙박도 할 수 있었는데 참 초라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 매점 뒤에 다 쓰러져가는 대웅전에서 스님이 한 분 계셨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몰라보게 달라졌더군요.

불교신자가 늘어서 그런가?

저 봉정암 뒤로 용아장성 릿지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지만 매년 한두 명씩은 목숨을 잃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측으로 넘어가면 정규등로로 가야동 계곡 ~ 오세암을 거쳐 백담사로 내려갈 수도 있고...

그러니 오세암 지나 내설악 만경대에서 이 용아장성을 한눈에 조망하는 루트도 고려해 봄직도 합니다. 

 

만경대를 보충하기 위해 또 졸고를 인용해 봅니다.

 

장면은 백두대간 공룡능선에서 화채능선을 보며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그래. 지난 번 점봉산에서 남설악의 만경대를 얘기했지? 거기도 만물상이 있었고. 여기도 마찬가지야. 저 집선봉 일대를 만물상이라고 해. 금강산에서 따온 이름이지. 설악에는 세 개의 만경대가 있다고 했지? , 내설악 그리고 남설악의 것 등. 외설악의 만경대가 저 화채봉 조금 못 미친 1253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오면 양폭대피소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 거기에 만경대가 있지. 거기서 보면 저 만물상이나 공룡의 천화대 등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또 내설악의 만경대는 아까 마등령에서 오세암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잖아? 그 길은 백담사로 내려가는 길인데 오세암에서 백담사로 가기 위하여 첫 번째 계곡을 건너 언덕을 오르자마자 왼쪽으로 탐방로 아님표지판이 있어. 그 뒤로 10여 분 정도 올라가면 멋진 암봉이 나오지. 거기서 왼쪽으로는 오세암 전부를, 오른쪽으로 가서 보면 용아장성릉 전부와 서북능선을 한눈에 담을 수가 있지. 만경대란 그런 곳이야.”

그럼 만경대에 특별한  시설물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암봉 같은 곳이라는 얘기네? 하신 대()라는 게 봉우리 정상이 바위로 되어 있고 그 바위 위의 평평한 곳을 얘기하는 것일 테니....여기도 만만치 않은데. 설악 전부가 다 보이네. 동해에서 북설악까지 말이야.”

그러고 보니 별 볼일 없게만 느껴졌던 중청봉도 상당히 아름답습니다.

흉물단지 두 개의 탁구공만 없다면 말입니다.

아!

그 우측으로....

드디어 대청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끝청이 이런 곳입니다.

대청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죠.

좌측 뒷라인.

점봉산 ~ 작은점봉산 ~ 우측의 가리봉......

13:35

중청봉은 우측으로 사면치기합니다.

그러면 갓피어난 철쭉 뒤로 대청봉으로 오르는 길이 펼쳐집니다.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대청을 오르기 전 일직선으로 서 있는 공룡의 등背을 볼 수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저 대간길은 왼쪽 사면을 따라 내려와서 희운각 대피소 옆으로 떨어지게 되어있고 그 루트는 공룡과 이어지죠.

그 왼쪽 능선을 속칭 '이박사능선'이라고 합니다.

비가 왔을 경우 저 이박사능선의 왼쪽으로 흐르는 빗방울은 희운간 좌측의 개울로 흘러 가야동 계곡을 따라 북천이 되어 소양강으로 흐른 다음 북한강 ~ 한강이 되어 서해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숱한 지맥들을 다 가르게 되죠? 

이박사능선 우측으로 가는 빗방울은 천불동 계곡으로 흘러들어서는 쌍천이 되어 동해로 흘러들어 가게 됩니다.

빗방을이 저 능선에서 왼쪽으로 가느냐 오른쪽으로 가느냐 그 한끗 차이가 동해로 가느냐 서햐로 가느냐 그 운명이 결정되는 겁니다.

이게 백두대간의 기본 역할입니다.

그리고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제1법칙입니다.

즉 백두대간은 나라를 동서로 구분하는 우리나라의 기본 아버지 산줄기입니다.

그 북쪽에는 우리나라의 최고봉이자 신령스러운 백두산이 있고 남쪽에는 남한의 최고봉 지리산이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놀랄만한 신의 조화이자 배려입니까!

'태백산맥은 없자'의 저자 조석필 선생은 이 신비한 조화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산들이 거기에 있을 뿐!'

 

자, 어서 빨리 가 봅시다.

13:38

소청으로 빠지는 삼거리를 지납니다.

대간을 하시는 분들은 대청에 올랐다가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야죠.

아까 그 이박사 능선이 비탐방구간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부득이 끝청삼거리 ~ 대청 ~ 끝청삼거리 ~ 소청 ~ 희운각....

그러면서 희운각에서 물을 건너게되는 것이죠

드디어 좌측으로 공룡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그 우측 뒤로는 울산바위입니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데 혼자 왔다는 40대 가량의 한 분이 울산바위가 어느 것이냐 묻습니다.

가보긴 했는데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한 번 볼까요.

분이 대명콘도에서 고기 구워먹으면서 봤다는 설악.

중앙의 저 하얀 바위덩어리가 울산바위죠.

그 왼쪽 뒤가 아까 본 신선봉

그러니 그 왼쪽 능선이 백두대간의 황철봉.

바로 앞으로 옵니다.

초록색 나무 숲 옆부터 흰산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좌측으로 뻗어가고 있는 중ㄹ기가 바로 공룡능선.

그 숲이 좌측으로 끝나는 지점에서 동쪽으로 흘러가는 바위의 이음이 천화대天花臺.

천상의 꽃길이라는 얘기죠.

그 천화대의 중심은 뭐니뭐니해도 공룡과의 이음 부분에 있는 저 멋진 범봉이죠.

예전 달력을 보면 항상 한 장을 장식하고 있던 범봉.

그 좌측의 1275봉도 잘 생겼긴 마찬가지입니다.

그 바위군의 끝에 세존봉이 서있습니다.

그러니까 황철봉 바로 앞의 뾰족한 봉우리로 보이는 곳이죠.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내려가는 능선좌측에 있습니다.

우측으로 눈을 돌릴까요.

좌측 하단이 공룡이 시작되는 신선대.

가운데 천불동 계곡을 사이에 두고 우측으로 흐르는 능선.

화채능선이죠.

가운데 최고봉이 화채봉1328.3m이고 그 좌측이 칠성봉1093.6m 그리고 우측 봉우리가 1216.7봉.

여기서 보이지는 않지만 저 화채봉에서 칠성봉과 1216.7봉이 갈리면서 골이 형성되죠(산자분수령의 제1법칙).

그 골짜기가 피골입니다.

지금은 비탐구간으로 막혀있지만 예전에 대청봉에서 설악동으로 가장 빨리 내려가는 코스는 바로 이 화채봉 루트였습니다.

대청 ~ 화채봉 ~ 칠성봉 ~ 집산봉 ~ 권금성(케이블카 이용) ~ 설악동으로 가거나 혹은 피골 서능선이나 피골 동능선을 이용했었습니다.

쌍팔년도 이야기 같습니다. 

참고도 #1  피골개념

 

추억도 되살릴 겸 지도 하나 보기로 하죠.

이 개념도에 나오는 숫자는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단 화채 능선을 봤으면 여기서 하나 더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까 잠깐 이야기했던 곳입니다.

바로 만경대입니다.

어딜까요?

대청에서 화채능선을 타고 화채봉에 오르기 바로 전에 있는 1253봉이 포인트입니다.

1253봉은 바위봉이기 때문에좌측으로 우회를 하여야 하는데 좌측으로 된비알을 만나게 됩니다.

이 루트가 양폭대피소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15분 정도 내려가면 쪽으로 기가막힌 정경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참고사진  만경대 부근에서 화채의 만물상을 보며...

 

대강 뭐 이런 곳인데 가보면 이래서 설악 설악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울산바위 우측으로 이어지는 흰 암봉의 달마봉631.9m도 좋치면 안됩니다.

황철봉 ~ 울산바위 ~ 달마봉  ~ 주봉산은 해맞이 공원으로 이어지는 설태 즉 설악태극종주코스입니다.

말이 길어지니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죠.

참고로 울산바위를 본 김에 한 마디 더 할까요?

울산바위에 대해서 여러가지 얘기가 있죠?

금강산의 바위를 옮기다가.... 혹은 고성군수와 울산시장이 자릿세 다툼이라든가...

사실 울산바위의 옛 이름은 천후산(天厚山)이었다. 바람이 세게 불면 바위에 부딪쳐 소용돌이를 치면서 마치 하늘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니 울음()산이 울산이 되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중요한 이름이 이산(籬山)인데 생김새가 울타리()를 쳐놓은 것 같다고 울타리 를 썼던 것이다. 실제로 울산바위는 아래서 보건 혹은 위에서 보건 바위로 둘러친 큰 울타리 같이 보이기는 한다. 이런 이유로 생긴 울산바위가 지역이름인 울산(蔚山)으로 와전되어 설명되기도 한다.

그 친구 많이배웠을 겁니다.

산을 보는 방법이라든지 읽는 요령이라든지.

물론 지도 읽기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

14:02

싸가지고 온 김밥을 먹으려 하지만 혼자서 청승맞아 보일 것 같아 하산하면 주최 측에서 마련한 맛있는 음식을 떠올리며 그냥 진행하기로 합니다.

20분을 지체하고 대청으로 향합니다.

예전에는 허전했었는데 그동안 보존이 잘 됐습니다.

우측으로 점봉산........

가운데 멀리 가리봉.

우측으로 귀청과 그 뒤 안산.

뒤를 돌아 중청과 우측의 소청도 보고...........

14:13

그러고는 대청봉입니다.

1등급 대삼각점(설악11)도 보고.....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내 닉을 부릅니다.

대청봉 꼭대기에서 누가 나를.....

이게 웬일입니까!

사랑하고 존경하는 해밀의 대간팀들이 정상석 촬영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며칠 전 용화 ~ 오봉 ~ 경운 ~ 마적을 할 때 함께 했던 젊은총 대장님이었습니다.

일단 한 사람이 보이니 여기저기....

홀 대장님, 블루님, 쿨총무님, 하은님, 북이언니님, 산마루님, 코대장님, 정닉님, 월드썬 님 .......

단체 촬영까지 마치고....

그러느라 대청봉 정상에서 찍을 사진들을 다 놓치고 맙니다.

15분 정도 수다떨다 하산을시작합니다.

대간길은 여기까지 입니다.

14:27

예전 대청산장이있던 자리는 이렇게 풀과 나무들이 사는 곳으로 복원되고 있고....

좌측으로 화채능선과 잡채능선(관모봉 능선을화채에 빗대어 부르는 이름) 갈림길이 보입니다.

해밀 친구들이 같이 내려가 하산식을 하고 함께 올라가자고 하지만 자리도 없는 차량에서 어디에 앉아 가라고....

어차피 금남정맥 졸업식을 할때나 아니면 백두대간에 자리가 날 때면 제 개인 볼 일을 보려 합류할 수 있을 텐데요.....

유능하신 젊은총 대장님과 이쯤에서 헤어집니다.

저는 내려가서 또 할일이 있으니까....

해밀 대간하시는 분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새벽부터 설악동 ~ 마등령 ~ 공룡 ~ 희운각 ~ 소청에서 대청까지....

처음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대장님들만 잘 믿고 따라오면서 설명 들으시면 무난하실 겁니다.

저 먼저 내려갑니다.

오래오래 뵙죠.

지겹고 조망도 없는 오색 하산길.

돌계단 때문에 조심스럽게.....

15:04

설악폭포 부근에서 물도 보충하고 머리에 물도 적십니다.

말라 비틀어진 계곡.....

대피 장소를 지나,

16:09

1시간 40분 정도 걸려 오색분소 입구입니다.

인증샷을 날리고......

주차장으로 가는데 회장님과 부부대원이 캔맥주를 마시고 있군요.

저도 한 통 얻어 마시니 속이 싹 풀립니다.

추억이 깃든 남설악 상가들.....

서울식당도 그대로 있고.....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자고요?

지역을 봐서도 장기적으로 별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런 거보다는 관리공단에 점봉산을 열어달라고 하십시오.

벌써 30면 가까이 되었을텐데....

민박촌에서 대간접속 ~ 홍포수막터 ~ 점봉산 ~ 망대암산 ~ 삼거리 ~ 십이담계곡 ~ 주전골 코스만 열어도 지역 상권에 상당한 도움이 될 텐데....

 

관터골 맞은 편에 있는 기가막힌 곳에 자리를 잡고 하산식 준비를 마치셨군요.

맛있는 곱창볶음에 시원한 콩나물냉국....

소주와 막걸리를 맛있게 먹고....

 

지부장님이 안 계시고 다른 분이 바통을 이으셨다는데 그랜드에 오시는 분들은 다 이렇게 솜씨들이 좋으신 겁니까?

진부한 글 지루하셨죠?

다음 기회에 또뵙겠습니다.

그랜드 같이 멋진 산악회.

어디서 만나기 힘듭니다.

수고들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