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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TWINS/현오의 백두대간 꿰뚫어 보기

생물生物인 백두대간!!! - 구룡폭포에서 확인하다.

 

아주 오래 전에 즐겨 들었던 음악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몽환적이고, 어느 정도는 환상적인 음악입니다.

아마 베트남 전쟁과 맞물려 조금은 실험적인 요소가 강한 전위적인 음악이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마치 안개 속을 걷거나 구름 속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그런 음악입니다. 

분위기 만큼은 짙은 보라색deep purple일 겁니다.

 

So long ago, was it in a dream? Was it just a dream?

이렇게 시작하는 음악입니다.

I know, yes I know it seemed so very real

Seemed so real to me

가사는 음률과 어울려 듣는 이의 손을 잡고는 어디론가 안내를 하는 분위기입sl다.

Took a walk down the street through the heat whispered trees

I thought I could hear (hear hear hear) somebody call out my name (John)

As it started to rain(John), two spirits dancing so strange

Ah! Bowakawa, pousse pousse X3

 

Beatles의 리더였던  John Lennon의 #9 dreams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John이 꿈속에서 경험한 것을 꿈에서 깨자마자 바로 악보에 옮긴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자신도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아름답게 들린다."고 했을 정도로 자신에 관한 얘기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각자 듣는대로 느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저는 이 음악이 쉽게 다가옵니다.

저뿐이 아니라 산에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So long ago, was it in a dream?, was it just a dream?

I know, yes I know it seemed so very real

Seemed so real to me 

 

Took a walk down the street through the heat whispered trees  

I thought I could hear (hear hear hear) somebody call out my name (John)

As it started to rain (John), two spirits dancing so strange       

Ah! Bowakawa, pousse pousse X3

 

 

2주 넘게 산에 가지 못하니까 꿈속에 산이 나타나고 백두대간이 어릿어릿 떠오릅니다.

특히 남원 주천면 덕치리와 호경리 사이에 있는 구룡폭포가 저를 괴롭힙니다.

'현오가 걷는 지리산' 시리즈에 이 구룡폭포 얘기를 어떤 형식으로 넣느냐에 대한 고민입니다.

 

그 구룡폭포를 처음 만날 때의 분위기는 딱 그랬습니다.

폭포 상단 부분에서 마치 용 아홉 마리가 서로 뒤엉켜서 희롱戲弄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 중단 부분에 있는 바위에 부딪혀 두어바퀴 휘돌고 하단으로 떨어지는 물소리의 시끄러움은 차라리 굉음이었습니다.

물보라에 파인더를 갖다댈 때 물방울 하나하나가 부서지고, 그 작은 입자는 가는 빛과 어울려 짙은 보라색deep purple으로 보이더니 이내 회전인형이 돌면서 내는 맑은 소리가 들렸던 것이었습니다.

꿈이었나?

이게 정말 꿈속에서 들었던 그 소리인가? 

적어도 제게는 그랬습니다.

그러고는 폭포를 빠져나와 숲으로 들었습니다.

더운 여름 숲에서 나오는 열기를 뒤로 하고 길로 나오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니 아무 것도 없었고...

다만 빗방울이 막 떨어지기 시작할 때 이름 모를 새 한 쌍은 알듯 모를듯한 춤을 추며 날아가고.... 

 

꿈에서도 보았고 현실에서도 만났던 구룡폭포.

백두대간과 맞물려 있어 제게는 더욱 더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예전에는 다른 곳이 백두대간이었을 그래서 지금은 천이점遷移點의 중심이 된 구룡폭포.

지질학자나 지형학자가 아닌 산꾼 현오라는 이름으로 몽환적인 John Lennon의 #9 dreams를 들으며 비안개가 끼어 있는 그곳을 이른 아침 홀로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역시 백두대간은 생물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지도 #1

대간 팀들은 복성이재로, 저는 예정했던 대로 덕치마을로 이동합니다.

지리서부(북)능선에서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고리봉 인근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저 지리북부능선에는 비가 오거나 적어도 안개비 정도는 오겠군요.

 

새벽에 복성이재에서 출발한 대간팀은 비로부터 자유로우려나?

비가 오지 않더라도 어제 내린 비로 나뭇가지나 등로 옆 풀들을 털고 가다보면 금방 신발이 다 젖고 이내 개구리 소리까지 날 텐데....

하기야 대간길을 걷는다는 의지로 그런 불편함은 다 이겨낼 것입니다.

어쨌든 대간팀은 대간팀대로 저는 저대로 오늘 예정된 일에 매진하면 그뿐일 겁니다.

둘레길 1구간 덕치마을 부근 이정표에서 저는 직진하여 구룡폭포 순환코스로 진행할 겁니다.

그래서 구룡폭포의 생김새를 다시 확인하고 고기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이 주촌천으로 가지 않고 원천천으로 가는 것도 확인하여야겠지요?

05:56

주천방면 이정표는 지리산 둘레길 제1구간이므로 저는 직진하여 구룡폭포로 진행합니다.

고리봉과 만복대.

06:04

직진하여 구룡교를 건너면 구룡폭포 주차장으로, 우틀하면 구룡사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이 다리 아래로 원천천이 흐릅니다.

우틀하여 빠른 길로 접근합니다.

논의 벼가 누레지면서 여름 그 더웠던 기억을 잊게해 줍니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06:14

천룡암에 도착합니다.

천룡암 입구에는 네 개의 비가 서 있습니다.

구룡정을 짓게된 유래를 적은 구룡고기九龍高紀와,

 

 계契를 결성하게 된 이유와 계원들의 이름을 적은 구룡계중九龍契中 비와 구룡계비 등이 그것입니다.

구룡정은 정자가 아니라 이렇게 세 칸으로 된 한 채의 가옥입니다.

이 구룡정이 있는 천룡암 앞으로 원천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원천천은 만복대 부근의 서시지맥과 백두대간의 고리봉 부근에서 발원하여 운봉벌 남서쪽을 적시며 이렇게 조용히 흐르다,

기반암이 중생대 화강암인 이곳에 이르러 급경사의 협곡을 이루게 됩니다.

운봉 고원의 동쪽과 북쪽으로 흐르는 주촌천이었던 람천은 임천이 되어 이후 약 37.5km를 흘러 고도가 약 400m 더 낮은 남강에 유입하기 때문에, 하도河道 경사가 상대적으로 완만합니다.

그러나 원천천은 4.5km의 매우 짧은 하도 길이를 이루며 고도차가 약 350m인 고원 상의 상류부에서 넓은 곡저谷底를 이루는 하류부로 흐르기 때문에 이 부근에 이르러 원천천은 급경사의 협곡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즉 위와 같이 완만하게 흐르던 원천천은 바로 저 바위틈 사이로 들어가서는.....

 

좀 내려가서 자세히 보겠습니다.

이 부분이 천이점이 될 것 같습니다.

즉 윗 부분의 하안河岸 즉 강기슭과는 달리 이제부터는 단단한 화강암이 하저河底 즉 냇바닥(기반암)과 하안河岸을 이루고 있는 폭포 상단으로 진입을 합니다.

보시다시피 이런 바위(기반암基盤巖) 위로 흐르다보니 아무래도 침식이 어려워지고 유속流速은 빨라질 것입니다.

그러니 그나마 가장 약한 성분의 암석으로 되어 있던 부분을 뚫게 되겠죠.

이걸 조금 전 다리 위에서 보니 이렇게 좁은 협곡으로 보였던 것이죠.

내려가서 더 자세히 보도록 하죠. 

천룡암을 빠져나가 구룡사 방향으로 나갑니다.

좌측으로 이동통신 중계탑이 있어 그 뒤의 좁은 소로를 따라 가면 아주 좁고 위험한 길이 나옵니다.

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폭포 상단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게끔 조망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원천천은 상단부에서 좁은 협곡을 치고 내려와 바로 이 조망대의 바위를 때린 다음,

조망대 앞에서 휘돌아 우측으로 나가,

다시 그 아래로 물줄기를 토해 냅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서 하단부에서 중단부를 봅니다.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엄청난 양의 물입니다.

같은 시간의 이 물이,

이렇게 흘러, 

이렇게 낙차 큰 폭포가 된 것입니다.

이 정도면 지질학적으로나 지형학적으로 무슨 일이 생겼을 법 합니다.

이것을 지질학자들은 하천쟁탈stream piracy이라고 합니다. 

지형도를 봅니다.

핑크색 굵은 선이 지금의 백두대간입니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능선으로 백두대간은 고남산에서 들어와 여원재를 거쳐 수정봉805.1m ~ 노치마을 ~ 고기3거리 ~ 고리봉1305.4m ~ 만복대1433.4m → 성삼재로 진행을 합니다.

그리고 그 백두대간 라인을 따라 운봉읍과 주천면의 면계가 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복대 부근에서 서시지맥을 가지 치게 되죠?

그런데 예전에는 그러니까 몇 십 만년 전이나 그 보다 더 옛날에는 백두대간 라인이 위 지형도의 서시(견두)지맥 상 1109.3봉에서 우측으로 흘러(빨간 선) 지금의 구룡폭포(예전에는 능선이 지나가고 있었을 것임) 능선으로 진행하여 728.4봉으로 오른 다음 759.2봉(속칭 덕운봉)에서 지금의 백두대간 라인에 접속하였다는 것입니다.

즉 舊 주촌천이자 현 원천천은 아주 옛날에는 주촌천이었는데 하천쟁탈에 의해 원천천이 되어 요천으로 진행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전 그러니까 적어도 몇 천만 년 전에는 백두대간이 지금의 고남산 ~ 여원치 ~ 수정봉에서 노치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이백면과 주천면의 면계를 따라 진행하다가 728.8봉에서 덕치리 방향으로 꺾어 지금의 구룡폭포를 넘어 906.2~ 1109.3봉을 지나 만복대로 가는 루트였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신생대 제4기 이후 우리나라의 지형이 현재의 모습을 갖춘 다음 이 부근에서 하천쟁탈stream piracy이 일어났다.

운봉고원의 지질은 대부분 중생대 대보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고원의 남쪽과 북쪽에는 지리산 변성암 복합체가 분포하고 있다.

운봉고원은 해발고도 450~550m 범위의 분지상 고원이다.

남동쪽의 산지에서 주촌천周村川이 발원하여 람천濫川에 합류한 후, 북류 및 동류하여 임천강과 남강에 유입되어 결국 낙동강에 흘러든다.

한편 백두대간 너머인 운봉 고원 최남단의 고기리에서는 원천천이 발원하여 좁고 깊은 협곡을 형성하며 서쪽으로 흘러 요천에 유입되어 결국 섬진강으로 흘러든다.

운봉 고원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사가 완만한 주촌천의 유역은 침식 작용이 활발하지 않지만 경사가 매우 급한 원천천 유역은 하천의 침식작용이 매우 활발할 것이다.

그러니 좁고 깊은 협곡을 이루며 상류쪽으로 골짜기를 확대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원천천과 주촌천의 경계를 이루는 고기리, 덕치리와 주촌리 일대에서는 원천천이 주촌천 유역에 침입하여 원천천의 유역으로 취하는 하천 쟁탈(stream piracy)이 진행된 것이고 지금도 진행 중인 것이다.  

그러니 위 지형도의 지역 'B'는 운봉땅이었을 것이고 그 하천인  '舊 주촌천'은 지금같이 서진西進하지 않고 북동진하여 람천으로 합류되어 남강  → 낙동강으로 가는 물줄기였을 것이다. 또한 원천천은 지금의 고기리가 아닌 덕치리와 호경리의 경계에서 그저 호경리로 흘러 요천에 합류하여 섬진강으로 흐르는 물줄기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서시지맥 상 1109.3봉 전위봉

 

 

그럴 경우 고리봉 ~ 고기3거리 ~ 노치마을 ~ 759.2봉의 라인은 백두대간이 아닌 것이 된다.

반면 만복대 ~ 1109.3봉 ~ 906.2봉 ~ 728.8봉 ~ 759.2봉(일명 덕운봉)라인이 백두대간 라인(빨간 선)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지금의 운봉고원의 백두대간 라인은 곡중분수계谷中分水界divide in valley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 졸고 '현오와 걷는 지리산 둘레길' 초고 중에서

 

 

정리해 보면 'A'가 천이점遷移點일 것입니다. 즉 주촌천이었던 물줄기가 원천천으로 바뀐 지점이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현재 운봉 고원의 남서쪽에 치우쳐 위치한 백두대간의 분수계가 수만 또는 수십만 년 후에는 고원의 중앙부로 이동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위에서 서시지맥에서 갈라지는 옛백두대간 루트를 봤으니 이 부근으로 넘어오는 그 라인을 확인하여야 겠죠.

지도 #1의 '가'의 곳입니다.

고개 좌측으로 길이 있어서 올라가니,

그렇죠.

옛 백두대간 길이 훤히 펼쳐집니다.

좌측의 728.8봉으로 진행하여 우측의 759.2봉을 이어지는 길이 옛 백두대간길이라는 겁니다.

이제는 대간이 내려오는 고기3거리로 가서 원천천의 상류를 보기로 합니다.

60번 도로를 따라 진행하여,

고기3거리로 가서는,

고기교를 건넙니다.

다리 건너 표지판 있는 곳이 고리봉에서 내려오는 대간길입니다.

원천천 상류부의 고기저수지.

우측 하단의 원천천 물줄기가 아주 빠르게 그것도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내려오고 있습니다.

수 많은 비석들.

모두 효자비, 열녀비이더근요.

구룡폭포를 통해서  옛 백두대간 길을 살펴보고  여원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