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G TWINS/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제10, 11구간 예습하기

ET를 만나는 곳

궁항마을(2.2km)~양이터재(2.2km)~나본마을(2.6km)~하동호(2km): 9km

 

산꾼들이 지리산 둘레길을 진행한다면 이번 구간이 가장 감개무량한 구간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대단한 것은 아니다. 우리 강산 어디든 특별하고 새롭게 느껴지지 않은 곳이 있을까마는 다만 이번 구간에서는 색다른 산줄기를 만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남한에 있는 9정맥 중 백두대간 지리산 구간에서 가지를 치는 정맥. 바로 지리산 영신봉에서 갈라지는 낙남정맥이 그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보너스로 횡천지맥까지 보게 되니 산꾼으로서는 더없는 행복이요 눈요깃감임에 틀림없다. 지맥을 만나는 건 다음 구간으로 넘기더라도 그 줄기의 이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산꾼들은 행복한 것이다.

 

낙남정맥이 지나는 제10구간

더군다나 낙남정맥이 어떤 곳인가? 우리나라 정맥 중 지리산을 가지고 있는 산줄기 아니던가!

백두산은 단 하나 백두대간만 가지고 있고 여타한 정맥이나 지맥 하나 제대로 못 거느리고 있지만 지리산은 어디 그런가! 백두대간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지 지리산은 낙남정맥이라는 걸출한 정맥을 가지고 있으며 거기에 덕천지맥, 서시지맥, 횡천지맥 등 세 개의 지맥을 거느리고 있는 것도 부족해 섬진강과 남강이라는 큰 강 두 개도 품고 있으니 어디 대놓고 충분히 자랑할 만하다.

여기에 더하여 낙남정맥은 겨레의 아픈 상처를 모두 견디며 이겨냈다. 산 곳곳에 새겨져 있는 이름 가령 칠중대고지’, ‘방화고지’, ‘여항산 전투등이 그런 걸 대변해 주고 있다.

1014번 도로는 청학동 가는 길

한편 임도를 따라 전원주택지를 지나면 1014번 도로가 지나는 궁항마을이다. 이 도로가 유불선합일경정유도儒彿仙合一更定儒道라는 좀 이름이 긴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마을인 청학동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이곳 궁항마을에서는 하동으로 가는 차편보다 옥종면 경유 진주로 나가는 버스의 횟수가 더 많다. 관습 때문일 것이다. 원래 이곳은 진주군 운곡면 관할이었는데 리를 붙이고 떼어내는 과정에서 북평면, 옥동면을 거쳐 지금의 하동군 옥종면이 되었으니 어르신들 머릿속의 이곳은 여전히 진주땅일 것이다.

 

궁항弓項은 활목을 한자로 표기한 것에 불과하다. 아주 편한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르면 양이터 마을을 지난다. 바로 위의 양이터재에서 가져온 이름일 것이다.

ET가 불시착한 장소

양이터재로 올라가는 시멘트 임도를 따르다 보면 좌측으로 자전거 하나가 보이고 우주사고라는 양철 안내판이 조그맣게 붙어 있다. ET가 자전거 타고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다 지리산에 부딪쳐서 불시착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아이들과 함께 걷는 둘레길이었다면 이걸 소재로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시멘트 임도는 이내 다시 흙길로 바뀐다. 그리고 고갯마루가 나온다. 드디어 양이터재다.

낙남정맥을 만나게 되는 양이터재

양이터재에서 낙남정맥을 만나다

 

양이터재는 아주 중요한 고개이다. 둘레길로 따진다면야 하동군 옥종면에서 청암면으로 넘어가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지만 산경표 즉 우리 산줄기로 따지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바로 낙남정맥이 지나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 숲길에서는 이 구간을 이렇게 안내해 주고 있다.

 

하동군 옥종면 위태리와 하동군 청암면 중이리 하동호를 잇는 11.5km의 지리산둘레길. 위태-하동호구간은 낙동강 수계권에서 식생이 다양한 섬진강 수계권인 지리산 남쪽을 걷는 길이다. 지리산을 사이에 두고 흐르는 물들이 북쪽은 낙동강이 되고 남쪽은 섬진강이 된다.

정맥을 걸을 때 촬영한 사진

위 소개 글에서 수계권水系圈이 바뀌게 되는 그 경계에 낙남정맥이라는 큰 산줄기가 있고 그 산줄기가 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몰라서 뺀 것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쉽게 이해시키기 위함일까? 하지만 이런 점이 필자는 불만이다. 우리 산줄기 가령 백두대간이나 이런 낙남정맥조차도 제도권에 있는 지리학자들은 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그래서 교과서에도 이름 정도만 살짝 나올 정도다. 이렇듯 일본인이 알려준 산맥에 비해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 산줄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라도 활성화 시켜 우리 자녀들이 산맥이 아닌 산줄기가 우리 생활에 더 편리하고 유용하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하지 않을까? 정작 우리 옆에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귀중한 것인지 모르고 살아왔다. 일제 식민지 교육 때문이다.

 

산경표에서 낙남정맥은 지리산의 취령鷲嶺에서 분기하는 산줄기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고는 황치~옥산을 거쳐 여항산~구지산을 지나 분산에서 맥을 다하는 것으로 적고 있다. 19세기 초에 만들어진 산경표의 지명을 지금의 그것과 비교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다만 이를 현대인의 시각에서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지리산 영신봉에서 분기하여 삼신산~길마재~칠중대고지~양이터재~방화고개~돌고지재~옥산삼거리~배토재를 지나 여항산 방향으로 진행하는 산줄기이다.

 

*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으시다면,

https://youtu.be/A2gSK-Z9tvM

 

 

어쨌든 이 산줄기의 이음이 의미하는 것은 백두대간 상 지리산 영신봉 좌측으로 흐르는 물들은 모두 이 낙남정맥에 막혀 남해 바다로 흐르지 못하고 모두 북동진하여 낙동강으로 들어간 다음 남해로 흘러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이 낙남정맥 우측으로 흐르는 물들은 섬진강으로 들어간 다음 남해로 들어가거나 직접 남해로 들어가지 낙동강을 만나는 일은 절대 없다.

이를 좀 달리 표현하면 이제 남강 수계권역 더 넓게 얘기하자면 낙동강 수계권역에서 섬진강 수계권역으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조금 어렵다. 어쨌든 산경표는 산줄기와 물줄기를 엄격히 구분하여 자연의 위치 혹은 배치에 순응하며 거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문지리 자체인 것이다.

화장실과 나무 의자 등 편의시설이 되어 있는 양이터재 양쪽으로는 정맥꾼들을 위한 표지띠들이 많이 날리고 있다. 그러고는 작은 바위들이 몇 개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바위에 씌어져 있는 글씨들이 예사롭지 않다.

“‘진리가 삶을 자유롭게 한다.’고 하신 스승의 말씀을 새기며 길을 걷습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스님이 쓰신 글 같은데 요한복음에 나오는 말씀을.... 하긴 지리에 종교의 구분이 있겠는가?

둘레길 개통 기념석

이 임도는 많은 선인들이 덕산에서 하동이나 악양을 오갈 때 이용하던 길이다. 둘레길은 우측 나무 의자 있는 곳으로 떨어진다. 계곡길이다. 더운 여름이라면 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물이 풍부하고 깨끗하니 물 보충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거기에 편백나무까지 숲을 이루고 있고 편백나무가 끝나는 곳에서는 키 큰 대나무가 그 바통을 이어받으니 그야말로 힐링 장소로는 제격이다.

그런 숲을 약 30분 정도 내려오면 마을 입구에서 좌측으로 작은 개인 사찰을 지나면 삼거리가 나오고 이제부터는 하동호 순환도로를 따라 걷게 된다. 하동호 건너편 멀리 삼신봉1290.7m에서 내려오는 횡천지맥의 칠성봉905.8m 연봉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 칠성봉의 옛 이름은 검남산이었다. 아주 중요한 봉우리로 악양을 지날 때 다시 보기로 한다.

하동호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내려온다. 하동호의 중앙 비바체 리조트 뒤로 봉긋 솟아 있는 칠성봉905.8m이 참 잘 생긴 봉우리라는 생각을 갖는다. 저 칠성봉을 따라 올라가면 거사봉1133m을 지나 삼신봉1290.7m으로 오르게 되고 거기서 낙남정맥을 만나게 된다. 조금 더 올라가볼까? 그 라인을 타고 계속 더 올라가면 바로 영신봉1651.6m을 만나게 되고 거기가 바로 백두대간이다. 그러니까 백두대간낙남정맥횡천지맥이 되는 것이다.

 

하동호~평촌마을(2km)~화월마을(1.2km)~관점마을(1.1km)~상존티마을회관(3.2km)~존티재(0.7km)~삼화실(1.2km): 9.4km

 

하동호 주차장

하동군의 청암면으로 넘어와 적량면으로 진행하는 길이다. 하동호에서의 멋진 풍광을 뒤로 하고 한국농어촌공사 사무실이 있는 주차장 좌측 계단을 통해서 제방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온다. 제방 우측 끝으로 낙남정맥 방화고지668.6,m에서 흘러내려온 봉우리가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보이니 그 산줄기 좌측으로 내려가면 지난 구간 자세히 보았던 양이터재가 나오리라!

좌측 하동호의 물을 이용한 간이수력발전소 시설을 보고 녹색 펜스를 빠져나와 좌회전하면 계속 널찍한 길이 축구장과 농구장 등의 운동시설이 되어 있는 체육공원으로 안내한다. 특별히 날을 잡아 오지 않는 다음에야 누가 여기까지 와서 이 시설을 이용할까 하는 점에 의문 부호가 찍힌다. 너무 좋은 시설을 놀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뒤로 잠깐 고개를 돌려 체육공원과 하동호의 비바체 리조트 건물의 배웅을 받는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내려 오면서 좌측 횡천강의 물의 흐름을 본다. 횡천강이라.....

 

횡천지맥은 낙남정맥에서 가지를 친 지맥枝脈

지난 구간 낙남정맥이라는 산줄기 이름도 나왔었고 횡천지맥이라는 이름도 잠깐 나왔었다. 낙남정맥이라는 이름이나 횡천지맥이라는 산줄기가 궁금해진다.

 

낙남정맥의 은 낙동강이라는 강에서 온 것이고, 덕천지맥의 덕천은 역시 덕천강이라는 고유명사에서 온 것이다. 그렇다면 보통명사인 듯한 정맥이나 지맥은 무엇일까? 사실 지맥을 자세히 살피기에는 초보자에게는 조금 어렵다. 상세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여기서는 잠깐 맛보기하는 수준으로 보기로 한다.

부언하거니와 지맥支脈은 큰 산줄기에서 다른 작은 줄기가 가지 쳐 나갈 때 즉 주맥主脈에서 좌우로 뻗어나간 가지 줄기를 支脈이라 부르는 것이니 이는 보통명사이다. 주맥이라 부르니 우선 떠오르는 게 산맥山脈이다. 그런데 이 산맥이라는 개념은 일본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郞가 붙인 그것이다. 우리 땅 이름을 일본인이 만들어 주었다니 별로 달갑지 않다. 어쨌든 산맥山脈에도 지맥이라는 개념은 존재한다.

 

반면 우리가 산줄기에서 이야기하는 지맥은 枝脈이라는 한자를 쓴다. 그리고 이 枝脈산맥이라는 지질학적 개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그것이다. 산줄기 개념이기 때문이다. 산줄기와 산맥은 다른가? 다르다. 간단히 얘기해서 산줄기는 우리들 눈에 보이는 산의 이음이다. 반면 산맥은 땅 속에 있는 것을 추측해서 땅 위로 끌어올려 그린 그림이다. 가령 땅속의 지질구조선이 생성 년대나 생성 방법이 같으면 같은 산맥이라 했다. 그러다 보니 산줄기는 곡선인 반면 산맥은 무조건 직선이다. 다시 말해서 산줄기는 자연의 선인 반면 산맥은 인공의 선인 것이다.

 

우리가 산줄기 즉 산경보다 산맥에 익숙한 이유는 그것이 절대적으로 옳아서가 아니라 교과서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1910년대부터 일제에 의해 교과서에 오른 산맥은 일반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는 있으나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한다. 즉 완전한 학설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학자들의 편의상 무리 없이 사용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질구조선을 반영하면서도 산지의 지리적인 특성을 반영하는 보다 나은 산맥체계가 연구되고 제시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산맥과 산줄기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좀 억지를 부려 한 마디로 얘기한다면 산맥이 아기라면 산줄기는 현재의 우리라고 보면 어떨까? 즉 태초에 지구가 생긴 다음 융기, 습곡, 단층, 화산 운동 등으로 지구 표면에 어떤 변화(구조적tectonic요인)가 생긴 다음 그것의 높은 부분의 이음이 시간이 흐르면서 풍화와 침식(기후climatic요인)으로 지금과 같은 산들의 이음이 되었을 때 전자는 산맥으로 보고 후자는 산줄기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니 산맥도 현재 움직임이 있으므로 생물이긴 하지만 외형 즉 분수계로 돌출되어 있는 산줄기에 비해서 그 움직임은 크지 않을 것이다. 산경표의 대간, 정맥 그리고 하위 개념인 지맥 등이 궁금하긴 하지만 너무 어려우므로 뒤로 미룬다.

 

산경표에 나온 산줄기는 1대간 1정간 13정맥이 된다. 여기서 간은 줄기이고, 은 줄기에서 뻗어나간 갈래를 말한다. 위와 같은 산지 분류 체계는 강의 수계水系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점, 국토 전체가 산줄기의 맥으로 연결되어 있는 점, 백두산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는 점 등 조선시대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선조들의 자연에 대한 인식 체계를 보여주고, 지금과 다른 과거의 산줄기 이름 등을 알려주는 등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산줄기의 다른 말은 물줄기이다. 그러니 산줄기를 보기 위해서는 수계 즉 물줄기를 보는 게 빠르고 정확하다. 두 물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라고도 불리는 합수점合水點을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산줄기의 끝이 보이고 그 끝은 자기보다 큰 세력을 가진 지맥이거나 정맥 혹은 백두대간이기 때문이다.

재삼 언급하지만 산과 산의 이음 즉 산--산이 산줄기이다. 그 산줄기를 일정한 기준으로 재단裁斷한 것이 대간이나 정맥이고 그것을 정리한 책이 산경표이다. 그 산경표에는 1대간 1정간 13정맥이 수록되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의 산줄기에 대한 언급은 거기까지였다.

 

횡천지맥은?

한편 대한산경표에서 보는 지맥의 요건은 어떠한가? 의외로 단순하다. 산줄기의 도상 길이가 30km이상이면 지맥으로 본다. 그러면서 산줄기가 물을 만나 맥을 다하는 형태에 따라 세 가지 요건 즉 합수점형, 울타리형, 산줄기형 등으로 구분한다. 여기서는 우선 30km 이상의 산줄기 중 대간과 정맥이 아닌 그것을 지맥으로 한다고만 알아두자.

 

, 그러면 저 횡천지맥의 실체를 파악해 보기 위하여 횡천강을 거슬러 올라가 볼까? 반복되는 감이 없지 않다. 횡천강은 낙남정맥 남쪽으로 흐르는 물줄기 중 최대 유역을 자랑하는 강이다. 고운호가 지리산의 지형을 이용하여 양수발전揚水發電을 한다면 이 하동호는 그저 횡천강의 물을 모아두었다가 발전을 하는 댐식 소형발전소이다.

그 발원지는 당연히 낙남정맥이라는 큰 줄기가 가지를 치는 삼신봉이다. 그러니 삼신봉 좌측은 낙남정맥이 진행을 하는 방향이니 시천천이 되어 덕천강으로 합친 다음 남강으로 가서는 낙동강에 합류될 것이다. 한편 그 우측으로 가지를 치는 줄기와의 사이에서 발원하는 이 횡천강이 섬진강을 만나는 합수점까지 진행하는 줄기가 이 지맥支脈이 되며, 그 지맥支脈의 도상 거리가 약 31.7km로 도상거리 30km가 넘으니 지맥枝脈이라는 계급을 얻을 수 있는 자격조건을 충족한다. 그래서 枝脈이고 그 주된 강 이름이 횡천강橫川江이니 횡천지맥橫川枝脈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시멘트 다리를 이용하여 그 횡천강을 건넌다. 소로를 따라 걸어 마을 골목을 빠져나오면 하동호를 내려오면서 헤어졌던 1003번 도로를 다시 만나고 그러고는 평촌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이 평촌마을은 청암면 면소재지이다. 식당과 슈퍼가 있으니 요기를 할 수도 있고 간단한 먹거리 등을 준비할 수도 있다. 1003번 도로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니 차량 통행에 각별히 유의하며 걸어야 한다. 마을 어귀에 있는 전봇대 우측으로 이정목이 보인다. 우회전하여 돌다리를 이용하여 다시 횡천강을 건넌다. 여름철 장마 때나 하동호의 물을 방류할 때에는 돌다리가 물에 잠길 수 있으므로 1003번 도로를 따라 우회하여야 하겠다.

청암면 평촌마을의 횡천강은 징검다리로 건넌다 .

횡천강을 건너 곧게 뻗은 방죽을 따라 걷는다. 잠밭교를 건너 다시 1003번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나 최근 횡천강 우측으로 시멘트길이 완공이 됐다. 그러니 그 도로를 따라 위험하게 걷느니 그냥 이 제방을 따라 걷는 게 낫다.

좌측 비닐하우스 단지 건너 1003번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질주 소리가 시끄럽다. 1003번 도로의 가로수는 벚나무라 봄이면 벚꽃 속을 걷는 맛이 상당하리라. 반면 아직 이 제방 길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관점교를 이용하여 횡천강을 건너면 좌측으로 청암면과 횡천면의 면계에 위치한 갈미봉396.6m이 눈에 들어온다.

우측 관점마을을 보면서 좌측으로 틀어 202.3봉을 좌측 고개로 넘어 명호리로 들어선다. 고개를 넘으면서 흙길이 시멘트 길로 바뀌더니 비닐하우스 몇 동을 지나면서 명호천을 건너 아스팔트 도로로 들어선다. 명사마을 표지석 몇 개를 보면서 도로를 따르다보면 좌측 갈미봉에서 내려오는 작은 물줄기가 폭포가 되어 흐르는 것들이 눈요깃감으로는 그만이다.

마을 입구가 예쁜 하존티 마을

좌측 하존티 마을 입구의 당산나무가 있는 정자에서 잠시 땀을 씻고 가자. 정자 옆에는 수준점이 있는데 주변의 빨간색 나무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 명사마을은 존티, 상촌 등 마을 여러 개를 묶어서 부르는 이름이다.

명사 마을은 옥토망월형玉兎望月形이라고 토끼가 달을 바라보는 듯한 명당에 있는 마을이라고 한다. 그 명당은 갈모봉 혹은 갓모봉이라고도 불리는 봉우리 바로 아래에 있다고 한다.

 

이곳은 마을이 생긴 이래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마을 제사로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일제 강점기 공동체 신앙에 대한 탄압으로 잠시 중단된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단다. 2010년부터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지내고 있으니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되었다. 명사마을에는 두 곳에서 신을 모시고 있다. 이 두 신은 당산 할배당산 할매로 불리는데 당산 할배는 뒷산 중턱에 있는 약 200년 정도 된 느티나무이며, ‘당산 할매는 마을 입구에 위치해 있으며 돌무덤이라고 한다.

마을을 빠져나가면서 고도를 높이면 대나무 밭으로 들어선다. 이 마을 아이들은 청암 쪽이 아니라 적량의 삼화초등학교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키가 크고 빽빽하게 우거져서 햇볕이 들어올 틈이 보이질 않는다. 숨을 깔딱거리며 존티재를 오르내렸을 아이들이 걸었던 고개 부근은 다 솔숲길이다.

존티재의 이정목
존티재의 돌무덤과 장승

돌무덤과 장승 두 기가 서 있는 이 고개가 재미있다. 이 고개 우측 능선으로 오르면 그 능선의 끝은 횡천지맥을 얘기할 때 나오던 칠성봉905.8m이다. 그러니까 이 고개가 횡천지맥에서 가지를 친 산줄기라는 것이다. 이른바 단맥短脈이라는 줄기다. 칠성봉에서 더 올라가면? 그러면 삼신봉이고 거기서 더 올라가면 지리산 영신봉이며 거기서 계속 북으로 올라가면? 그러면 그 끝은 백두산이다. 우리나라 모든 산의 끝은 백두산이고 그 백두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백두대간으로 올라서야 한다. 그렇게 나라의 산줄기들은 다 하나로 연결이 된 것이다.

이제 청암면을 버리고 적량면 안으로 들어선다. 좌측으로 잘 정돈된 무덤을 보고 좌측으로 틀면 포장도로가 나오고 이른 봄이라면 고사리를 말리느라 여기저기 널려 있는 비닐 매트를 흔히 볼 수 있다.

우측으로 폐교된 삼화초교를 리모델링한 생태아트파크를 보면서 제11구간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