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일로 인하여 대간 산행은 다음 주로 미루고 이번 주는 하는 수없이 TV로 對 OB전 야구에 목을 맬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금요일, 토요일 나의 사랑하는 LG 양아들은 나의 기대에 부응하여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그들을 대파하여 대간의 품에 안기지 못하는 나를 그나마 위안을 해 주었다.
사랑하는 나의 아그들.....
그런데 몸이 근질근질하여 아무래도 일요일에는 가까운 야산이라도 찾아야 하겠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일요일 관악산을 찾는다는 우리 다모아님들의 글을 본 것 같아 산행계획을 찾아보니 아직 나의 머리가 돌은 되지 않았는지 09:30 사당역 5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한 일정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렇게 님들과 합류하여 산행하기로 결정하고 일찍 잠에 들었으나 야구 시청 중 이슬이를 어쩡쩡하게 마셨는지 03:30에 깨어 더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한다.
2009. 7. 5. 08:55 사당역 5번 출구로 나선다.
아직 아무도 없다.
아무래도 님들을 깜짝 놀라게 해 주기 위해서는 조금은 엉뚱한 짓거리를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정난기가 발동한다.
이때 예습을 할 때 사진을 통해서 본 낯익은 한 사람이 5번 출구를 나선다.
전언에 의하면 내가 함께 하지 않았던 방태산 산행에서 후미대장을 맡았던 분으로 그 날 산행을 같이 했던 인연으로 우리 카페에 가입하였다는 바로 그 산청님인 것 같았다.
당연히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산청님이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올 때까지 대단하신 우리 님들은 출구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제 풀에 죽은 나는 나의 현위치를 태백산으로 속인 채 '벌떡'님께 전화를 한다.
예상대로 놀라는 말투의 벌떡님에게 항상 같이 올랐던 코스로 오르는 게 산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해 주는 척하며 은폐, 엄폐에 적합한 관악산 입구로 이동한다.
산청님은 혼자서 그렇게 실컷 웃고 계시라고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기실 옆에 계신 분은 나와는 동갑내기인 물보라 님으로 동행할 분이었다.-
작업현장에 가기 전에 막걸리와 물을 사고 족발로 정상주를 마실 준비를 해본다.
지루한 기다림을 참지 못해 잘난 인물사진을 남겨본다.
이크 떴다!
히히덕(?)거리며 오늘 산행의 주인공들이 파인더에 들어온 것이다.
약수터까지 잠행을 하려 하였으나 혹시 놓칠 염려도 있어 암행을 포기하고 나의 현 위치를 밝히고 깜짝 놀라는 님들과 산행을 시작한다.
앞장을 서신 산청님은 산에 관한 한 관록의 소유자로 산사람답게 땀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분이셨다.
나도 땀에 대해서는 전혀 뒤질 바가 없다고 생각하였었는데 그런 자부심(?)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약수터에서 전열을 정비하기 위하여 잠시 쉬는데 벌써 땀에 흠뻑 젖은 그의 티셔츠를 보면서 그것을 확인하였던 것이다.
설악산 산행을 한 뒤 오랜만에 만나는 행복님은 여전히 산행에 여유가 넘쳐 있는 듯 보였다.
평상시에 운동을 열심히 하여 기초 체력을 다졌고 그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산행을 즐기시니 참으로 멋진 인생을 살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는다.
행복님 옆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경청하고 계시는 분이 물보라님으로 오늘 산행을 인연으로 우리 카페에 들어오신 신참이신데, 무술년생이신데 도저히 그 나이로 보기 힘들 정도로 아주 지나치게 젊어 보이는 분이시다.
앞으로 우리 카페를 위해서 열심히 활동을 하여 주실 분으로 다시 한 번 입회를 축하드린다.
미녀님.
정말이지 총무라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데 그걸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다.
살림살이 하랴, 직장 다니시랴 거기에 그 어려운 산악회 총무일까지...
나는 돈다발을 한 트럭 갖다주면서 하라고 해도 돈 만 가지고 안 한다고 할 사람인데 우리 산악회를 위해서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하여 주시는 미녀님께 이렇게나마 경의를 표한다.
오늘도 수고 많이 하여 주십시오.
총무 미녀님 옆에서 무언가를 경청하고 있는 비슬님.
자신은 비슬(琵瑟)이라는 닉이 '비실'이와 비슷하게 연상이 되어 싫다고 하는데 나와 함께 한 첫 산행지가 대구의 비슬산이고 비슬이라는 이름도 귀한 악기를 말하는 만큼 자신의 외모에 비해 너무나 평가절상된 그런 닉임에도 불구하고 싫다고 하니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산행을 열심히 하려고 자신은 노력을 하는데 그 유명한 설악산 사건과 도솔봉 사건으로 치명타를 맞아 6개월간 그 좋아하던 산행을 하지 못한 공백기간이 있어 오늘 산행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물보라님이 싸오신 시원한 수박을 먹어본다.
대단한 정성이시다.
싸오는 사람은 힘이 들어도 먹기만 하는 사람은 언제나 즐겁다.
이렇게 뻔뻔하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만 하고는 입만 싹 닦으면 그걸로 끝이다.
오늘의 여성 4인방이다.
다모아가 결성된 이후 처음으로 여성 회원이 남성 회원보다 초과된 첫 산행으로 기록되었다고 뒷날 기록원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낙성대 갈림길을 지나 오르막을 오른다.
관악산은 확실히 돌이 많은 악산(岳山)임에 틀립이 없다.
송악산, 화악산, 감악산, 운악산과 함께 경기 5악 중에 하나로 손꼽힐만큼 바위 덩어리인 관악산은 특히 비오는 날이나 눈이 많은 겨울에는 피하여야 할 산 중에 하나이다.
물보라님도 바로 이 관악산에서 복숭아뼈가 골절되어 상당기간 산행을 하지 못하였다고 하는 산증인이시다.
반면 이런 악산일수록 조망이 좋아, 이렇게 탁트인 바위위에서 사방을 조망할 수 있다.
악산을 운행하는 산행의 기쁨이 있는 곳이 바로 이런 악산의 묘미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일원과 낙성대 쪽 그리고 가야할 곳인 관악산 정상의 철탑을 조망해 본다.
19세 이하 모방 금지 장면으로 두 분은 XX생명보험에 4억원 짜리 생명보험에 가입하셨다고 하는데, 벌떡님의 입은 웃고는 있지만 눈은 공포감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질끈 감았던 것 같다.
국기봉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해 본다.
특유한 '으랏찻차' 구호도 외쳐본다.
그 소리 아니 함성에 놀라 잠자리가 도망간다.
관음사 갈림길에서 기념 촬영을 해본다.
이렇게 이동슈퍼에서 막거리 등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서울 근교 산행의 특권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동 슈퍼의 난립과 바가지 상혼은 보는 이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너무도 충분하다.
하지만 일단 그 냄새를 맡은 우리 일행은 발걸음을 많이 옮기지 못하고 하는 수없이 자리를 편다.
물보라님은 음식을 먹기전 물티슈로 손부터 깨끗이 닦는다.
그런데 행복님은 손도 닦지 않고 바로 안주거리 준비하신다.
아닌가?
벌써 손을 닦고 봉지를 뜯고 계신 것이다.
역시 술이 좋긴 좋은 것이다.
힘이 드는 산행의 중간이었지만 막걸리를 풀어 놓자 다들 기대감에 찬 듯 만면에 미소가 흐른다.
으랏찻차를 한 번 외쳐본다.
벌써 한 통을 비우고 두 통째다.
따기 기술자인 벌떡님의 노련한 손 솜씨를 지켜본다.
전직 수사관(?) 출신인 산청님의 고문이 시작된다.
즉 나와 야인님이 만나게 된 동기 다시 말해서 접선 동기, 과정 그 후의 행적 등이 집중 추궁 되었다.
사실대로 진술하였지만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예 같잖다는 것 같다.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행복님의 변론으로 그 위험한 순간은 슬쩍 넘어가는 것 같다.
영문을 모르는 물보라님의 천진스러운 웃음이 보기 좋다.
하마바위를 지난다.
수방사 뒷편 교통로를 조망한다.
아까 막걸리의 여파일까?
여성 동지들이 물을 버리러 가신다.
서울대 방향과 수방사 방향을 다시 조망해 본다.
하늘에 보이는 점 하나가 잠자리이다.
물을 버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겸연쩍어서일까?
벌떡님외에는 나를 똑바로 보지 못한다.
그래도 다시 '으랏찻차'
남자들끼리만 '으랏찻차.'
이번엔 미녀님까지 '으랏찻차.'
이번엔 떼거지로 '으랏찻차.'
배경을 바꿔서 '으랏찻차.'
셀프카메라를 찍으시나?
셀카?
아!
물보라님을 촬영하고 계시던 중이셨구나!
"누구는 모델로 활동하고 계신데 우리 낭군은 딴 짓만 하시고... "
불만이 많으신 우리 비슬님.
"그래 나는 물이나 마시자."--미녀님
"그래 나는 숨자."---행복님
조망을 해 본다.
연주대가 가까와졌다.
그렇게 '으랏찻차'를 외쳤으니 목이 마를 수밖에...
산청님이 측은하게 바라보신다.
헬기장이 나오고 또 슈퍼다.
그 헬기장이 위치한 구조 표말 번호가 K11이다.
그곳을 지나면 곧 가파른 오름이 시작된다.
앞서가는 사람들의 힘들어 하는 모습을 손가락질까지 하는 미녀님.
마치 지난 설악 산행에서 오색에서 내려 올 때의 자신의 모습을 잊은 듯하다.
손가락질 아니라구요?
당연히 아니겠지요.
한결 여유가 있으시다.
확실히 설악산과 관악산은 난이도에서 차이가 많이 나긴 나는가 보다.
봐라!
저 여유 있는 벌떡님의 워킹을....
드디어 로프 구간이 시작된다.
고개를 들라고 하여도 안 드신다.
땀에 쪄들은 듯한 산청님.
땀을 주체를 못하신다.
여기까지 오면 일단 8부 능선은 정복한 셈이다.
오늘은 잠자리를 참 많이도 본다.
일행들을 기다리느라 잠시 쉬고 있는 비슬님.
막간을 이용하여 찰칵.
물보라님이 먼저 나타나신다.
다음은 땀님.
아니 산청님.
다음은 철녀 행복님이신데 입을 벌리신 것은 힘이 들어서 입으로 호흡을 하시느라 그러시는 게 아니고 다만 리듬을 맞추기 위한 님의 독자적인 산행 방법일 것이라는 게 내 진단이다.
맞지 않나요, 행복님.
오늘 두 분 상당히 여유 있어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산행에는 2군에 있다가 1군으로 올라온 그러니까 부상에서 회복한 두 분(물보라님, 비슬님)의 워밍업 산행이기도 하여 그들이 자신들보다 기량이 떨어질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상당한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을 무슨 효과라고 하는데 가령 소다가 소화제로서의 약효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사람이 배가 아플 때 소다를 먹고는 낫는 경우와 같은 케이스다.
어쨌든 두 분은 힘이 남아 돈다.
내 말이 틀렸다구?
미녀님은 수긍하시고 가시는데....
비슬님 : 어! 스텝이 엉기는데.... 이번에 또 떨어지면 동네병원이 아니고 대학병원 으로 후송인데...스펄! 왜 이런 데로만 가는 거야. 나쁜 놈의 스키들....
미녀님 : 조심해요! 부상자 생기면 나 총무자리에서 쫓겨난단말이에요.
벌떡님 : 어느 새끼야! 돌 떨어뜨리는 놈이!
혹은 야 스키야 흙 밟지마!
산청님 : 인간들... 뺑이들 치고 있네.
비슬님 : 그~래... 나 뺑이 치고 있다. 왜?
휴 다 올라왔다.
안녕하세요오....
미녀님 : 다행이다.
총무직 간신히 유지하겠네.
고마와요. 비슬님.
벌떡님 : 어 ! 정말 다 올라갔네. 기적이다!!!
산청님은 우리의 단체 사진을 찍어 줄 '찍사'를 섭외하기 위하여 원하지도 않는 다른 팀의 찍사를 자청하여 작업 중인데, 미녀님은 이를 다른 님들에게 설명을 해 주고 있다.
단체 사진 촬영도 하고 점심밥을 먹고 하산을 하는데 정상주를 먹는 과정에서 이동 슈퍼의 횡포에 찜찜한 마음으로 하산을 한다.
축 처진 우리를 보고 웬 아저씨는 "무슨 일이냐."고 참견을 하지만 우리 일행 그 누구도 그 말에 답변을 하는 이는 없다.
물보라님도 의기소침해 있고...
그 일에 신경을 쓰느라 미녀님은 미끄러질 뻔 하였다.
비슬님은 '똥 만졌다고 생각하자."며 빨리 잊어버리자고 하며 똥을 닦아내는 흉내를 낸다.
님들은 족욕을 한다며 계곡에 남고 나는 사무실 일 때문에 먼저 하산을 한다.
그 바람에 뒷풀이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집에 오다가 아구찜에 소주 반 병 먹고 귀가 하여 고단한 그러나 재미 있었던 산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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