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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2009. 3. 17.~2009.9.13.)

백두대간(제24구간, 화방재~피재) 나홀로 산행, 21.45km

이번 주는 '천상의 화원'이라고 하는 함백산 구간이다.

태백(太白)이라는 말이나 함백(咸白)이라는 말이나 모두 "크게 밝다'의 뜻이니 고치령에서 시작한 태백구간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측량 기술로 볼 때, 함백산(1573m)의 높이가 태백산(1567m)의 그것보다 7m 더 높아 함백산이 태백의 제1봉으로 구분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역사적인 의미로 보거나 우리 민족 탄생의 신화적인 의미로 볼 때도 태백의 제1봉은 역시 태백산일 것이다.

 

2009. 7. 24. 03:25

다시 화방재이다.

화방재 다시 말해서 화방치(花房峙)는 고갯마루에 철쭉과 진달래가 지천이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데, 지난 번 끊은 구간을 오늘 다시 잇는 것이다.

청량리에서 22:40 기차를 타고 태백에 02:50에 내려 김밥천국 등에 들려 김밥과 음료수를 준비하고 택시(17,800원)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주유소에는 불이 꺼져 있고 민가 역시 잠들어 있다.

 

 

그 불 꺼진 집과 폐가 사이로 등산로는 시작된다.

03:30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은 새벽 산행을 하면서 그동안 내가 겪어야 했던 고초 즉 거미줄로부터 해방되기 위하여 '홀대모'의 '평산지기'님께서 조언해 주신대로 '원숭이 마스크'를 쓰고 실험을 하는 첫 산행이다.

그 동안의 산행과 오늘 달라진 것이 바로 '원숭이 마스크'를 착용한 나의 모습이다.

야구장에서 사용하는 나팔도 목에 걸고 잡목과 산죽 숲을 헤집고 땀을 흘린다.

 

 

막 올라서자마자 반가운 표지띠가 나를 격려한다.

'달님'과 '제이제이'님의 표지띠이다.

 

 

기념으로 나의 그것도 옆에 나란히 붙여본다.

 

 

04:00

정확하게 30분 만에 수리봉(1214m)에 닿고, 옆에 있는 넓적한 바위 뒤로 나 있는 산죽 길을 따라 내려간다.

「평산지기님! 선배님! 선답자님! 형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 모든 게 선배님 덕분입니다.」

호흡의 곤란도 전혀 없고 쓸 데 없이 스틱으로 앞을 휘젓는 무속 신앙의 박수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그저 산행에만 열중하면 되었다.

즉 원숭이 마스크는 새벽 산행을 하는 나를 무던히도 괴롭혔던 거미줄로부터 해방을 시켜주었던 것이다.

 

  

너무 짙은 안개로 2m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산죽은 가지치기를 잘 해 놓은 덕분에 산행에 크게 무리가 없는 듯하다.

다만 나무에는 짙은 안개 혹은 그 전에 내린 비로 인하여 발목과 무릎 부분이 축축하게 젖어 온다.

 

 

04:25경 너른 공터를 지나자 또 낯익은 표지띠가 나를 반긴다.

지금 '낙동정맥'을 열심히 뛰고 계신 '산사랑방'님 이시다.

함께 대간을 마감하셨던 '꼭지'님께서는 '퇴행성관절염'의 초기 증상이 있다고 하신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하루 빨리 완쾌 되어 '산사랑방'님과 함께 몰운대까지 골인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04:40

1309고지에 있는 철조망이 보이는 곳에 도착한다.

철조망 너머로 웬 건물 같은 것이 보이긴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도저히 식별할 수 없고 다만 전답자의 산행기에서 읽은 바로는 '국가시설물'이라고 하고 지도에는 '군사시설물'이라고 하였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다.

철책을 따라 가니 그 시설물의 정문이 나오고 표지띠가 보이지 않아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을 잡지 못하겠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곳을 오르니 헬기장이고 그 너머로 비포장도로가 크게 나 있다.

헬기장을 찍어도 Ⓗ라는 헬기장 표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지독하여 아무리 찾아도 표지띠가 보이지 않는다.

 

 

무턱대고 길을 따라 내려간다.

그제서야 멀리 빨간 표지띠 하나가 보여 '우회전 한다'라는 말이 '우회전하여 그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는 말로 해석을 하여 군데군데 표지띠를 붙여 가면서 진행을 한다.

 

 

그 도로가 끝나고 만항재(1330m)와 만나는 곳의 철조망을 넘어 그 곳을 빠져나오자 '홀대모' '명장'님의 산행기에서 본 사진의 개폐장치가 보인다.

 

 

그 곳을 나오자 왼쪽으로 가로등이 켜져 있고 그곳이 만항재 정상인 것 같아 그곳을 확인한다.

이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포장된 도로로서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고개라고 하는데 동쪽은 태백시 혈동이고 북서쪽은 정선군 고한읍, 남서쪽은 영원군 상동읍이 된다.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 때 사회시험에 단골로 출제되던 문제가 생각난다.

"상동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것은? 중석 즉 텅스텐."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어 지금껏 기억하고 있다.

각설하고 '명장'님은 이곳에서 흐름상 왼쪽에서 이어지는 길로 들어 서, 휴게소가 있는 만항재 정상으로 올랐다가 그 뒤에 있는 군부대 등으로 진입하여야 하는 가에 대해서 약30분간 알바를 하다가 결국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찾았다고 하여 주의를 기울였던 지역이었었는데 현장을 확인해보니 역시 그럴만한 곳이었다.

'명장'님의 그것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았으면 나도 분명 알바를 하였을 그런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 그 '개폐장치'의 오른쪽 그러니까 고개를 내려가는 방향의 첫 나무에만 표지띠가 달려 있고 다른 어떤 곳에도 표지띠를 발견할 수 없었고, 흐름상 대간은 직진일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관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장'님의 글을 보고 지도를 확인하여 보니 대간길은 도로를 따라 우회전하여 계속 직진하는 길 그러니까 도로가 크게 좌회전을 하는 지점에서 다시 도로를 버리고 순수한 산길로 들어서야 함을 예습해 두었기 때문에 이런 짙은 안개 속에서도 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명장'님 고맙습니다.

 

 

 

 

즉 도로에는 야생화 안내 표지판이 서 있고 그 길을 따라 50여 m 진행하면 '함백산 등산로 표지판'이 보이고 거기서부터는 다시 흙길이다.

 

 

05:11

 

 

그 곳을 지나 계속 짙은 운무 속을 걷는다.

 

 

오르막이 계속되는 그 곳의 정상을 오르자 함백산 정상의 시설물들이 보이고 그 아래로 구름이 흘러간다.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이제 어느 덧 날도 밝아온다.

 

 

안개도 많이 걷힌 듯한 느낌도 갖게 된다.

함백산 정상이 깨끗하게 보여서 하는 말이다.

 

 

 

05:32

#91 송전탑을 지난다.

그 뒤로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창고 같은 건물이 하나 있는데 옆쪽의 동산 같은 곳이 아까 함백산 입구에서 약 7분 정도 걸려 올랐던 곳이고, 그곳에서 함백산 정상을 조망했던 곳이기도 하다.

 

 

포장도로 옆으로 나 있는 대간 마루금을 걷는다.

 

 

 

이제 안개도 없고 하늘도 깨끗하여 오늘 산행은 뙤약볕 아래서 진행하게 될 것 같은 우려를 잠시 갖는다.

시설물을 향해 부지런히 걷는다.

 

 

05:40

언덕을 오르자 태백산에서 보았던 것과 똑 같이 생긴 '천제단'을 만난다.

뒤로 한 그루의 소나무와 멀리 시설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뒤로 돌아보니 태백산 쪽으로 구름이 장난이 아니다.

내가 지난 온 저 곳은 지금도 안개가 자욱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천제단의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그곳을 넘어서자 다시 도로와 만나고 비어 있는 산불 감시 초소와 등산로 안내 표지판을 지난다.

 

 

그 곳을 들어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를 버리고 정상적인 마루금 진행 방향 안내판이 나오고 그 안내판은 마루금일 경우 함백산까지 1.2km라고 기재 되어 있어 아까 등산로 안내표지판에 쓰여 있는 0.93km와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

 

 

돌계단이 있고 로프로 등산로를 한정시켜 놓은 등로를 따라 오르막을 진행한다.

 

 

 

 

 

운해가 낮은 봉우리를 덮고 있다.

장관이다.

 

 

저 멀리 나무 뒤로 기지국의 안테나가 살짝 보인다.

계속 오른다.

 

 

 

다시 뒤를 돌아본다.

전봇대와 고압선 철탑 그리고 도로가 조화를 이룬 것 같이 보인다.

 

 

계속 오른다.

 

 

태백훈련장의 트랙도 보인다. 

 

 

구름은 금방 훈련장과 낮은 봉우리들을 뒤엎는다.

 

 

06:15

드디어 정상(1572.9m)에 오른다.

바람이 무던히도 부는 정상에서 주위를 조망해본다.

 

 

 

 

 

 

시설물과 훈련장, 만항재로 이르는 도로, 진행 방향으로는 중함백산(1505m)이 보인다.

 

 

태백시 쪽으로는 두꺼운 운해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그냥 말 그대로 구름바다다.

 

 

 

철조망을 따라 내려온다.

철조망은 주목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치되어 있는 것인데 사진을 찍기 위하여 사람들이 그 안으로 드나들어 철조망이 많이 파괴가 되었다.

 

 

고한 쪽이 눈에 들어온다.

 

  

철조망 너머로 주목과 운해를 본다.

철조망을 따라 마루금은 계속된다.

 

  

06:25

안내 표지판을 지난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틀자마자 만항재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도 길옆으로 주목이 많이도 서있다.

 

 

잠시 뒤를 돌아 함백산을 바라보았다.

 

 

 

06:34

주목이 있고 그 주목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으며 돌로 쉼터를 만들어 놓은 곳에 도착하여 김밥을 하나 먹는다.

 

 

 

 

멀리 고한쪽으로 스키장 슬로프가 보인다.

고사목을 보면서 함백산을 다시 돌아본다.

  

 

 

 

 

 

06:50

전망대가 있는 제3 쉼터라는 곳에 도착하여 착하여 태백 시내를 바라보고자 하나 운해로 인하여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운해가 너무 두껍다.

진행 방향도 조망이 되지 않는다.

 

 

 

 

고한읍이 더 확실하게 보인다.

운해가 내 앞으로 다가온다.

 

 

 

돌이 길에 많이 깔려 있고 점점 시야가 희미해지는데 내가 진행하여야 할 곳도 점점 그 운해 속으로 들어가 있다.

 

 

 

그런데 길이 '멧선생'들의 흔적으로 다 파헤쳐져 있다.

길은 완전히 안개로 자욱해져 있고 완전히 '멧선생' 천국인지 길이 온통 장난이 아니다.

나팔을 자주 불며 그들과의 조우를 예방한다.

 

 

 

 

07:11

제2쉼터에 도착한다.

태백 방향으로 80m 내려가면 샘터가 있고 서쪽으로는 정암사가 있다는 사거리이다.

정암사.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정암사에는 그 유명한 석회암 벽돌로 만들었다는 7층 모전석탑인 수미노탑이 있다.

두문동재까지는 3.12km 남았다고 한다.

 

 

07:26

두문동재가 1.39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온다.

1.73km를 15분 만에 왔다?

내가 날라 왔나?

참 못 믿을 표지판이다.

어쨌든 이 정도면 9시 관리인이 근무하기 전에 두문동재를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멧선생'은 자기 영역을 관리하느라 그랬는지 아니면 약초를 캐 먹으려 하였는지 온통 나무와 그 뿌리들을 헤집어 놓았다.

 

 

고한이 孤高해서 고한인가?

아니면 go go해서 고한인가?

 

 

계속 오르막이다.

그런데 길이 완전히 흙길이라 걷기에는 더 없이 좋으나 나는 계속 '나팔'을 불면서 간다.

 

 

 

 

07:51

은대봉 즉 상함백산(1442.3m)이다.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는 은대봉은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곳을 지나자마자 참호가 있다.

 

 

 

 

 

 

08:05

임도를 지난다.

사거리인 이곳에서 고사목이 있는 작은 길로 들어선다.

 

 

 

안개속으로 난 이 길에는 표지띠가 전혀 없이 쓸데없는 '등산로'라는 표지판이 한국식 영어로 억지로 만들어 놓은 듯한 'a pathup a mountains'까지 병기하여 놓았는데 정말로 필요 없는 곳마다 설치하여 놓아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인지 오히려 혼동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지나는 곳이 '방화선' 같고 길옆으로 헬기장이 있음을 확인한 다음에야 제 기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운행을 계속했다.

 

 

08:05

이윽고 두문동재(1268m)이다.

태백시 화전동에서 정선군 고한읍으로 넘어가는 국도 38호선이 지나는 고개로 이 고개 너머에 두문동이라는 마을이 있어 두문동재라 하며, 두문동은 고려말 경기도 개풍군의 두문동에 있던 일곱 충신이 이 곳 두문동으로 피난 와서 살았기에 두문동이라 하고, 또한 예로부터 난리가 나면 사람들이 숨어들었다 하여 두문동으로 불렸으며, 두문불출(杜門不出)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예습을 할 때 이곳을 지나 금대봉(1418.1m)부터 마루금 상의 1233.1고지와 마루금 외에 있는 대덕산의 각 꼭지점을 잇는 지역이 생태보전지역으로 2010. 5. 6.까지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고 하여 근무자가 출근을 하기 전에 도착하려고 쉬지도 않고 달려왔던 것이다.

 

 

 

 

그런데 초소 옆에 봉고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니 벌써 근무자가 있는 것 같았다.

우회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들여다보니 근무자는 아침밥을 먹고 있는 것 같았고 티브이도 켜 있었다.

근무자에게 수고하신다며 인사를 하자 "어서 오세요."라면서 백두대간 가는 길이냐고 묻는다.

그냥 얼버무리자 방명록 장부를 주며 주소 등을 기재하라고 한다.

시키는 대로 하자 팜플렛을 하나 주는데  2010년부터는 탐방예약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다만 2009. 12. 31.까지는 그러한 내용을 알리는 유예기간이라고 하면서 조심해서 산행을 하라고 하신다.

 

 

잠시 움츠려 들었던 어깨를 다시 펴고 "수고하십시오."라는 말을 남기고 너른 길로 접어든다.

 

 

 

 

08:32

대덕산과 대간길의 갈림길이다.

 

 

그 길을 들어서면 현 위치가 금대봉 바로 아래라는 표지판과 함께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멧선생' 소리가 나고 길이 많이 파여 있어 계속 LG TWINS의 응원구호인 나팔로 "OOO 안타. 워워워 워 워워 워워"를 불어댄다.

 

 

 

 

08:44

금대봉(1418.1m)이다.

양강(兩江) 즉 한강과 낙동강과 발원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으며 산불감시초소도 있다.

즉 이 금대봉이 한강의 발원지인 '검용소'와 낙동강의 발원샘인 싸리재 아래의 '너덜샘'을 품고 있다는 말이다.

 

 

08:55

용현굴 삼거리에 도착한다.

생태계보전지구라는 팻말도 세워져 있고 피재까지는 7.2km 남았단다.

 

 

안개가 너무도 심한 산죽밭을 지난다.

이런 곳에서 조망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운 이야기이다.

 

 

09:06

6.4km 남았다고 하니 800m를 11분에 온 셈이다.

그렇다면 변수가 있겠지만 앞으로 약 90분 정도면 피재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인데 비단봉(1279m)과 매봉산(1303.1m)의 오름길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09:19

다른 아무 시설물도 없이 삼각점(1245고지 정도)만 박혀 있는 곳을 지난다.

사위는 조금 밝아진 것 같지만 여전히 어둡다.

 

 

밀림지대를 지난다.

 

 

09:29

피재가 4.9km 남았다고 하니 1.5km 오는데 23분 걸렸다.

11시까지는 충분히 피재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홀대모의 '숭인당'님 표지띠를 만난다.

2007. 6. 24. '산냄시'님과 함께 가셨을 때 붙인 것 같은데 2년 동안 많이 낡아진 모습이다.

가속도가 붙는 느낌이다.

 

 

10:00

비단봉(1281m) 정상석이 있는 바위 전망대에 도착한다.

 

 

그 전망대에서는 함백산, 두문동재 등 지나온 모든 봉우리와 능선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하나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이 있다.

아까부터 계속 '멧선생'이 따라오고 그 멧선생은 한두 마리도 아닌 떼거리로 다니는 듯 보통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나팔을 불어대도 이 녀석들은 피해갈 생각도 하지 않고 계속 자기들 소리를 낸다.

약 10분은 비단봉 전망대에 머물며 그들을 주시한다.

소리가 나지 않다가 내가 움직이면 자신들도 다시 움직이는 등 이 놈들은 나와의 결전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내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소리가 '멧선생'들의 그것이 아닌 즉 38번이나 39번 국도를 지나는 찻소리가 아닌가 귀를 기울여도 본다.

하지만 그 도로는 여기서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어 그 소리가 들릴 리 만무다.

'멧선생'의 저돌적인 돌격에 대비하여 내가 올라 갈 나무를 찾아보았으나 올라가서 피신할 만한 나무도 보이지 않고 잘못하면 이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기 십상인 곳이다.

결국 지형지물도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이때 소리가 잠시 수그러드는 것을 보고 그들이 다른 곳으로 간 것으로 판단하여 안개 속의 비단봉 정상으로 오른다.

그런데 갑자기 "푸르륵 푸르륵"소리가 나면서 숲속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다.

깜짝 놀라서 다시 비단봉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도저히 전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시 돌아가려해도 용현동굴 이정표가 있는 곳까지 가야하는데 그건 정말 아니다.

또 내려간다면 혹시라도 이놈들이 등 뒤에서 공격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때 '119 구조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033-552-2274 국유림관리소로 전화를 하여 본다.

"없는 전화번호"란다.

죽일 놈들...

하는 수없이 033-119로 신고를 한다.

요지는 멧선생들이 앞에 진을 치고 있어 혼자 산행을 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방법이 없으니 도와 달라는 취지다.

정확한 나의 위치를 알리고 안전한 곳에 있으려 해도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어느 방법도 없다.

다시 위를 살짝 올려다보니 여전히 그 놈들은 일정한 소리를 내며 나를 제압하고 있다.

그런데 그 소리에 의문이 생긴다.

그 소리가 꼭 멧선생의 그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일정한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119 구조대원에게 다시 상황을 설명한 다음 이 부근의 산에 대해서 정통한 사람에게 이 상황을 얘기해 주고 판단을 받아 봐 달라는 부탁을 해본다.

이때 선답자들의 표지띠를 보고 그것에 기재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본다.

인천 구월도의 '라푸마 대리점'의 김OO님.

그곳에서 그만 두셨다한다.

군산의 자유인 OOO님.

통화중이다.

3분 정도 있다가 다시 걸어본다.

통화가 되었다.

"저 대간 산행 중인 사람인데 금대봉 지나 비단봉에 있는 표지띠를 보고 전화를 드린다."면서 상황 설명을 하자, 명쾌한 답변이 떨어진다.

"지금 거기 안개 끼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죠?" 그렇다고 하자 그것은 풍력발전소의 바람개비 소리라는 것이다.

그 소리가 꼭 멧돼지가 "씩씩"거리는 소리와 같아 착각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완전 구세주를 만나 느낌이다.

고맙다고 몇 차례 인사를 한 다음 다시 119구조대원에게 전화를 한다.

출동 중인 대원들에게 상황 설명을 하자 "그 말이 맞는다고 한다. 자신들도 그런 답변을 들었다."라는 것이다.

무조건 길을 오른다.

여전히 멧선생들의 "씩씩"거리는 소리는 나고, 나는 그들에게 전혀 개의치 않고 정상을 돌아 내리막기로 들어선다.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돌자 뱀을 잡으려 설치한 듯한 울타리를 만난다.

 

 

피재가 3.5km 남았다는 표지목을 지난다.

10:55

그 가짜 멧돼지 때문에 40분을 넘게 허비하였다.

 

 

 

 

안개 속으로 안테나 같은 철탑이 보이더니 오늘의 원흉 풍력발전소의 바람개비가 도는 곳에 이른다.

 

 

고랭지 배추밭이다.

여기서부터는 콘크리트도로 위를 걷게 되는 관계로 길 찾기에 주의를 기울였다.

 

  

멀리 왼쪽으로 빨간 표지띠가 날린다.

 

그곳까지 갔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표지띠가 보이지 않는다.

 

 

지도에는 도로를 따르지 않고 오른쪽으로 가게끔 되어 있다.

그 길로 들어서 보았지만 그 어는 곳에서도 표지띠를 발견할 수 없다. 

 

그런데 저 멀리 나무가 서 있는 곳의 전봇대에 표지띠 같은 것이 날리고 있다.

 

 

 

그 곳에 가보니 대간길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밭농사를 짓고 있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도로를 따라가다 나오는 비닐하우스 앞에 잇는 연못 옆으로 끼고 돌아가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오르면 농로를 타고 가는 결과가 된다.

대간길은 풍력발전소 옆으로 난 첫 번째 갈림길에서 우회전을 하면 멀리 4번째 전봇대에 노란 표지띠가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표지띠로 난 길은 지난 수해로 계곡이 돌길로 황폐화 되어 있어 길이라는 것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나 그 의심을 버리고 올라야 한다.

그 길을 따라 오르면 숲속을 지나 매봉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나는 주민들의 말을 따라 아까 올라가야 하는 그 길을 버리고 연못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는 우(愚)를 범하였다.

11:24

연못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간다.

동네 주민들의 배추를 수확하거나 심는 도로이다.

 

 

 

11:47

매봉산 정상에 선다.

 

 

 

지도에는 송전탑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다고 하나, 안개 때문에 조망을 할 수 없어 확실한 것은 모르겠으나 정상석이 있고, 그리고는 그 아래로 '바람의 언덕'이라는 풍차가 있으며 그 말답게 바람이 많다.

 

 

관광객들이 있는 곳을 지나 풍향계를 지난다.

 

 

풍력단지 표지석 뒤로 난 길을 간다.

 

 

12:26

이제 500m 남았단다.

 

 

 

 

 

12:40

피재에 내려선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삼수령 기념탑이 이 곳이 한강과 낙동강 그리고 오십천의 수원(水源)임을 말해 주고 있으나, 사실은 한강의 수원이 금대봉에 있는 검룡소, 낙동강의 수원이 싸리재의 너덜샘임에 비추어 상징적인 의미로 피재에 건립한 것 같다.

안개비와 나무와 풀에 젖은 빗물로 인하여 신발이 다 젖어 삼수정에서 라면을 끓이고는 밥을 말아먹고 코미디 같은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원래 이번 구간은 댓재를 거쳐 백봉령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내일도 비가 온다는 예보를 접하고는 미련 없이 태백으로 나와 목욕을 한 후, 16:00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오늘 산행 거리 : 21.45km

 

오늘 산행 소요 시간 : 9시간 10분(멧선생 대기 시간 40분, 고랭지 채  소 밭 20분 등 알바 시간 1시간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