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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2009. 3. 17.~2009.9.13.)

백두대간(제25구간, 댓재~백복령 29.1km) 나홀로 산행

피재 ~ 댓재 구간을 마친 2009. 8. 14.  오후 9시경 잠이 들었나 싶더니 눈을 떠 시계를 보니 11:25이다.

그 후 계속 1시간마다 깨며 잠을 설친다.

03:00경

밖이 시끄러워 민박집(30,000원) 창을 열고 내다보니 관광버스 한 대가 라이트를 켠 채 댓재 마루에 서 있다.

방문을 여니 찌개며 반찬 그리고 밥이 쟁반에 놓여 있다.

휴대용 가스버너를 켜고 김치찌개를 데워 넘어가지 않는 밥(5,000원)을 꾸역꾸역 넘긴다.

도시락(4,000원)을 챙기고 얼려 놓은 물을 꺼내어 민박집을 나선다.

바람이 몹시 불고 댓재 부근은 온통 안개로 시야가 뿌옇다.

 

 

현재 온도가 16°인데 체감온도는 더 내려갈 것 같다.

관광 버스에서 내린 안내산악회 사람들은 준비 운동을 한다며 크게 떠들고 있어 이것도 조용히 잠을 자는 산짐승들에게는 공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조용히 몸을 풀고 올라가도 될 것을 왜 모두 한 목소리를 내어 구호를 붙이는지....

2009. 8. 15. 04:25

어제 봐 둔 산신각에서 두타산신께 인사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이제 태백을 넘어 두타로 들어서는 것이다.

두타(頭陀).

‘버리다, 씻다, 닦다,’라는 의미의 범어(梵語)로서 곧 두타행이라 함은 ‘세속의 모든 번뇌를 버리고 불도를 닦는 수행’을 뜻한다고 한다.

오늘만큼은 수도자의 심정으로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진다.

 

 

오르자마자 어떤 이유에서인지 철책이 넘어져 있어 나는 그 쓰러진 철책 위를 지난다.

 

 

04:35

갈림길이 나오면서 우측으로 진행할 경우 댓재 옛길 즉 상사전리에 이른다는 표지판을 지난다.

결국 예전에는 이런 좁은 산길로 산척의 하장사람들과 미로 사람들은 왕래를 하였다는 말이 된다.

 

 

 

 

04:42

햇댓등에 다다른다.

청타산악회에서 설치해 놓은 표지석이 서 있다.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이 표지섣은 야간 산행이나 초보 산행꾼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 표지석 위의 진행 표시에 유념을 하여야 한다.

즉 이 길은 흐름상 직진을 하여야 하는 곳이고 그 직진을 유도하게끔 직진 방향으로 길도 나 있다.

만연히 그 소위 ‘흐름’이라는 것을 따르다보면 필경 ‘알바’다.

예습을 할 때 분명히 머릿속에 새겨 두었던 ‘급좌회전’이라는 주의 문구를 여기서 떠올려야 한다.

표지띠를 따라 거의 270° 정도를 왼쪽으로 틀어 하산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나의 신념을 의심할 정도로 즉 그 길은 큰 내리막인데 붙어 있는 대간 표지띠조차가 다른 코스에서 올라오는 두타산행 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계속 가지게 할 정도로 그 내리막은 400m 정도나 계속 된다.

 

 

이윽고 표지판이 나오기는 하나 여기도 진행방향으로 ‘두타산’이 아닌 ‘통골’로 표시 되어 있어 ‘통골계곡’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통골재’를 말하는 건지 의심스럽기는 매한가지이다.

04:50

그 표지판을 지난다.

 

 

 

돌이 많이 박혀 있는 오르막이 시작되고 간간이 서 있는 표지판도 거리를 나타내는 숫자는 누군가에 의해서 지워졌는데 아마도 실제거리와 맞지 않는 숫자가 기재되어 있어 산객들이 오해를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임의로 지운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05:20

잡목들 사이로 동해 쪽으로 붉은 기운이 도는 것이 이제 날이 밝을 시간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진행방향으로 두타산이 보이고 멀리 청옥산까지 가늠할 수 있다.

 

 

 

한결 조망이 좋아졌다.

그만큼 나의 위치도 높아졌다는 뜻일게다.

 

 

05:26

삼각점이 있는 1021고지를 지난다.

 

 

05:34

햇댓등에서 2.5km 진행하였다는 표지판을 지난다.

 

 

05:46

거리 표시 숫자가 지워진 표지판을 지난다.

이내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05:53

드디어 통골재다.

 

 

 

청타산악회의 표지석이 있는 이곳에서 직접 하산하는 길도 있으나 이는 계곡 쪽으로 향하는 곳이기 때문에 비가 올 경우에는 대간 길을 이용하라는 안내판도 서 있다.

 

 

이내 내리막이다.

 

 

06:27

통골에서 0.9km 진행했다.

 

 

06:49

오르막이 이어지고 두타산 정상 바로 아래 전망이 트인 곳이 나타난다.

 

 

 

청옥산에서 고적대로 이어진 마루금이 부드럽다.

지나온 마루금 뒤로 운해가 펼쳐져 있다.

 

 

 

06:53

그러고는 두타산이다.

정상석이 있고 잘 다듬어진 묘지가 위치해 있다.

간식을 먹고 뒤 따라오는 묵호 청년과 잡담을 한참이나 나누다가 함께 청옥으로 방향을 잡는다.

고향이 묵호라는 청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묵호를 떠나 현재 서울에 살고 있는데 자신의 출신학교 교가에도 나오는 두타산을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고 한다.

오늘은 이기령까지만 진행을 하려고 하는데 목표치에 도달할 경우 이번 달 말부터 바로 지리산부터 대간을 진행하려 한다고 한다.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와 ‘홀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내리막에 들어선다.

 

 

07:19

이제 600m 내려 왔단다.

 

 

07:33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범털봉을 지난다.

개털봉이 아니고 범털봉이라....

 

 

이렇게 희귀하게 생긴 나무도 있다.

 

 

07:49

박달령이다.

무릉계곡으로 바로 하산할 수도 있는 이곳은 탈출로로도 괜찮을 것 같다.

 

 

 

07:55

문바위재에 도착한다.

이제 청옥산도 코앞이다.

이곳에서는 반대방향인 번천으로도 하산이 가능하다.

그 표지목 바로 옆에는 청타산악회의 표지석도 같이 서 있다.

청옥산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가파른 돌밭 길을 오른다.

 

 

08:29

학등이다.

 

 

 

 

 

08:31

이내 청옥산(1403.7m)이다.

헬기장이 있고 태양열 발전을 이용한 무인 무슨 시설 같은 곳이 있는 청옥산은 아무리 봐도 이름이 그에 걸맞지 않은 것 같다.

조망도 되지 않고 다만 해동삼봉(海東三峰) 중의 하나로 청옥(靑玉)이 발견 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아미타경에 나오는 일곱 가지 보석 중의 하나인 청옥은 어쨌든 불가와 연관이 되는지 여러 개의 절집이 이 부근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내리막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걷는다.

 

 

08:59

연칠성령이 0.5km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난다.

 

 

 

09:08

연칠성령에서는 사원터를 거쳐 용추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09:16

잠시 조망이 터진 곳에서 고적대를 바라본다.

 

 

 

 

 

뒤로는 완만한 청옥의 능선과 고산분령이 즐비하게 뻗어 있고 너덜 구간이 시작된다.

 

 

 

 

당연히 조망이 잘 되는 곳이 연이어 나온다.

청옥과 두타가 부드럽다.

중봉으로 이어지는 계곡도 상당히 깊은 것 같다.

 

 

 

 

 

 

09:44

그렇게 너덜 구간을 지나자 고적대(1353.9m)다.

의상대사가 수행을 하였다고는 하는데 그럴만한 곳은 없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느 부근에서 하였다는 것인지 그 진위에 의심이 갔다.

 

 

진행 방향으로 암봉이 삐죽삐죽 절벽을 이루며 서 있다.

 

 

임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기령이 가까워진 것 같다.

 

 

 

10:15

잡목 구간을 오르내리자 절벽을 뒤로 목책이 서 있고 나무 의자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 도착한다.

졸리기도 하고 배도 고프다.

그 나무의자에 누워 한숨 자고 싶어 누워보았으나 햇볕이 들어 다리 부분이 뜨겁다.

 

 

10:23

다시 일어나 좁은 길을 걸으니 이내 고적대삼거리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데 삼부자인 듯한 일행이 백복령에서 온다고 하면서 반갑게 산 인사를 건넨다.

잡담을 나누다 헤어진다.

이제는 배가 고파 더 이상의 진행은 힘들 것 같아 적당한 곳에서 밥을 먹기 위하여 쉴 곳을 찾는다.

 

 

 

10:45

고적대와 청옥, 두타가 한꺼번에 조망이 되는 뻥 뚫린 곳을 발견한다.

지체할 필요도 없이 신발을 풀고 자리를 편다.

물을 말아 먹는데 김과 김치 그리고 멸치볶음만 있으면 된다.

시원한 물이 목을 넘기고 밥알이 배를 채운다.

나무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들이마신다.

함포고복(含哺鼓腹)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슬슬 일어나려 하는데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만 나보다 30분 늦게 출발하였다고 하는 분이 도착한다.

자리를 내주려 하는데 말을 시켜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보니 금방 친밀감을 느낀다.

3일째 대간을 타고 계신 그 분은 화방재~피재를 마치고 어제는 피재~댓재를 걷고 나와 같은 댓재 민박집에서 자고 나보다 30분 정도 늦게 출발하여 지금 이곳에 도착하였다는 것이다.

발목을 잡혀 그 분이 식사를 하는 동안 잡담을 나누는 동안 아까 보았던 묵호 청년이 얼굴에는 잔뜩 선크림을 바른 채, 인사를 나누며 지나간다.

1시간을 훨씬 넘게 잡담을 나누고는 함께 자리를 턴다.

내려가는 길에 백복령에서 출발했다는 홀로 산객을 만난다.

이렇게 혼자 혹은 친구, 가족들과 함께 산행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참으로 반갑다.

동지애란 과연 이런 것일까?

 

 

12:31

갈미봉(1260m) 정상에 선다.

이곳에서 수병산(1201m), 괘병산(1130m)를 거쳐 임도를 따라 부수베리로 탈출하는 길도 있다.

 

 

 

 

13:09

수량이 풍부한 샘물을 만난다.

이기령 바로 직전에 있는 이 샘물은 길 바로 옆에 있고 이곳에는 나무 의자도 두 개나 있어 밥을 먹기에도 아주 적당하고 비박도 가능할 정도로 터도 넓다.

한참이나 물을 마시고 세수도 하면서 식수를 다시 보충하고 길을 떠난다.

 

 

13:29

자연적으로 생긴 숲이 아닌 조림을 한 것이라 착각을 할 만큼 주위와는 다른 분위기의 나무를 만난다.

 

 

책을 보면 이 구간은 잡목과 넝쿨로 운행이 아주 어려운 구간이라 하여 상당히 긴장을 했는데 다행히 가지치기 작업을 해 놓아서 그리 어려움 없이 운행을 진행할 수 있다.

 

 

 

13:39

898고지를 지난다.

이기령까지는 아직도 1.1km 남았단다.

나무 의자가 두 개나 놓여 있어 쉬기에도 더 없이 좋겠다.

 

 

 

길은 여전히 좋다.

숲 사이로 임도가 보인다.

 

 

 

 

13:53

이기령이다.

임계의 도전리와 가목리 사람들이 삼척 바닷가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구하기 위하여 이용하였던 길이다.

이곳에서도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 임도에는 백두대간 안내표지판이 크게 걸려 있다.

 

 

정면으로 난 길로 들어선다.

 

 

 

 

14:13

상월산(970.3m)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는 헬기장에 도착한다.

 

 

삼각점이 박혀 있는 상월산을 지나 안부로 내려 선 다음 조망이 확 트인 목책을 만난다.

14:35

혹자들은 이곳이 진짜 상월산(980m)라고 하는데 아까 970.3봉이 비록 높이는 낮더라도 그곳에 삼각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지리원에서는 그곳을 상월산으로 보는 것 같다.

 

 

 

바로 앞에 1022봉이 보이고 그 연봉을 넘어 저 멀리 도로가 보인다.

백복령으로 이어지는 도로일게다.

그렇다면 가야할 길이 아직도 멀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멀어도 좋은데 지금 나는 원방재까지 뚝 떨어졌다 무려 300m가 넘게 차이나는 표고차를 극복하여야만 하는데 우선은 기가 질리는 것이다.

한숨부터 나온다.

 

 

 

내려간다.

이렇게 공포의 산죽 밭도 가지치기가 다 잘 되어 있다.

그래서 산행기는 항상 최근 것을 봐야 할 것 같다.

책은 그만큼 오래 전에 쓰인 것일 테니까...

 

 

 

15:01

원방재(690m)다.

백복령까지 7.09km 진행을 하여야 한다.

여기서 땀 좀 닦으려 뒤에 있는 계곡으로 간다.

시끄러울 정도로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나고 야영장까지 부대시설로 갖추어 놓은 이곳에서 알탕을 하고 싶은 생각도 났으나 대낮에....

하는 수없이 웃통을 벗고 샤워를 하며 땀을 닦는다.

물도 보충을 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15:28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오르기만 하면 된다.

스틱의 움직임과 보폭을 맞추어 최대한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하여야 한다.

이런 오르막길에 무슨 조망이라 할 것도 없으니 열심히 호흡만 맞추면 된다.

 

  

15:49

그런데 아무리 지금 오르고 있는 1022봉이 육산이라 하더라도 이런 조망을 할 수 있는 바위덩어리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상월산과 높은상월산을 조망하여 본다.

 

 

 

16:26

헬기장이 있는 1022봉에 도착한다.

2.09km 올라오는데 1시간 정도 걸렸으니 꽤 고역을 치룬 듯한 느낌이다.

배가 고프다.

987.2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90° 우회전을 하여 숲으로 들어서야 한다.

뙤약볕을 피해 그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잡목 그늘이 나오며 제법 평평한 곳이 나온다.

먹다 남은 밥을 물에 만다.

같이 산행을 하고 있는 그 분도 주먹밥에 물을 부어 김치와 참치 캔을 반찬으로 또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한다.

KT에서 임원으로 재직하고 계신 그 분은 집에 양해를 구하고 휴가를 이용하여 대간 길을 진행하고 계시다고 하면서 자신이 아직 가지 못한 비재~늘재, 늘재~버리미기재 등의 구간에 대하여 묻는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 대간을 타는 것도 돈이 없는 사람은 하기 힘들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30분 정도 시간을 허비하다 다시 일어선다.

 

 

987.2봉에 올라 1022봉을 바라본다.

 

 

달방동 계곡도 바라본다.

계속 오르내리를 반복하다 보니 완전히 탈진 상태가 되고 카메라 촬영을 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18:29

어쨌든 그래도 걷는 한 목적지에 도달은 하게 되어 있다.

백복령이다.

국립지리원에서 발행한 지도에는 白伏嶺으로 되어 있지만 산경표에는 百福嶺으로 되어 있는 등 한자 표기는 각양각색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이 고개의 이름이 ‘뱃복이재’라고 하여 ‘뱃복’은 ‘배꼽’의 옛말이어서 산새가 카르스트 지형에서 나타나는 ‘돌리네’가 많아 그렇게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을 짐작케 할 수 있다.

한편 42번 국도가 지나는 이곳은 20C 초만 해도 소금고개로서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즉 정선 땅에 사는 이들은 남한강에서 올라오는 물자는 영월 이상으로 오기 힘들어 부득이 소금만큼은 이 길을 이용하여 강릉과 삼척에서 나는 소금을 구하여야만 하였다고 한다.

날머리를 확인하고 내일 새벽에 오를 들머리도 확인한다.

그러고는 그 유명한 백복령 간이매점으로 가서 그 분과 함께 옥수수 막걸리로 뒤풀이를 한다.

그 분은 택시를 타고 강릉을 거쳐 서울로 올라가고 나는 예약해 놓은 백복령 팬션하우스로 간다.

그런데 분명 예약을 할 때에는 1박에 30,000원으로 했음에도 계산을 하려하자 성수기이기 때문에 40,000원을 내야 한단다.

기분 좋게 살자며 다른 이야기를 생략하고 달라는 대로 주고 만다.

오늘 산행 거리 : 29.1km

오늘 소요 시간 : 14시간 04분(점심 및 휴식시간 1시간 30분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