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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호남정맥(2013.2.23.~2013.11.3)

호남정맥 8구간(과치재~연산~만덕산~국수봉~유둔재)

 

제가 좋아하는 프로야구의 용어 중 더블헤더(doubleheader)라는 것이 있습니다.

부치는 힘을 보완하기 위하여 즉 우리나라의 경우는 열차 7량 이상이면 총괄제어장치를 이용한 기관차를 연결하여 운행을 하게 되는데 화차 100량 이상을 한꺼번에 견인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기관차 두 대 혹은 세 대 이상을 달고 운행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두 개의 기관차가 맞물리고 진행하는 모습을 머리가 붙어 있는 것 같아서인지 그들은 doubleheader라고 한다는군요.

야구에서 우천 혹은 상당한 이유로 연기가 되었을 경우 이미 정한 패넌트 레이스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하여 평소에 하는 야간 경기를 하기 전인 낮에 한 경기를 더 소화하는 즉 부득이 하루에 두 게임을 하게 되는 경우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루에 두 게임을 하는 경우를 야구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doubleheader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같이 산줄기를 타는 사람들은 긴 줄기를 한 번에 완주할 수 없기 때문에 진행하시는 분들의 능력과 시간, 접근 방법 등을 고려하여 구간을 나누어 종주를 하게 됩니다.

이 때에는 당연히 개인이냐 그룹이냐 혹은 산악회에서 가느냐에 따라서 그 구간이 달라지게 될 것이나 보통 당일 산행은 10~20km내외, 무박 산행은 20~30km 내외로 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좀 무리를 하여 무박 산행이나 1박 2일 산행에서의 두 구간을 야간 산행을 하면서 진행을 하게 된다면 조금 더 길게 진행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 번 제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그린산악회의 호남정맥 구간 중 9구간 즉 과치재~유둔재 구간을 제 업무 일정 때문에 차질이 생겨 부득이 참석을 하지 못햇습니다.

천상 그 구간을 하기 위해서는 저 혼자 시간을 내어 진행을 하여야 하는데 그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습니다.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는 이유가 뭐겠습니다.

접근과 귀경의 편리함 그리고 새로운 산우들과의 만남.

뭐 그런 것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산줄기 산행하시는 분들치고 산행 능력이 없으신 분들은 별로 없을 것이므로 길찾기에 대한 부담은 논외로 하더라도 말입니다.

어쨌든 그 한 구간을 정리를 하여야 하는데 묘안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결국 두 구간을 한 방에 정리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먼저 한 구간을 야간 산행을 통하여 진행하고 나머지 한 구간은 그린산악회의 그 구간 도착 시간에 맞추어 저도 보폭을 맞춘 다음 2구간 날머리에서 함께 행동을 하여 귀경을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체력입니다.

도상 거리만 보더라도 제1구간이 과치재~유둔재까지 약 23km, 제2구간이 그 유둔재~어림고개까지 약 20km.

여기에 정맥길에서 좀 빠져 있는 수양산까지가 약 0.7km, 까치봉 까지다 0.3km 정도가 되니 두 구간을 다녀 온다면 약 2km 정도가 더 소요되고 시간 상으로는 40여 분 더 소요되니 이 구간은 현장에 임하여 컨디션에 따라 조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어쨌든 그 거리는 총 43km 조금 넘을 것인데 그렇다면 그 구간은 지리산 화대종주 구간, 수도권의 강남7산 구간 정도가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 구간을 하였을 때 화대종주의 경우 15시간 조금 넘었고 강남 7산의 경우는 놀고 마시고 흥청망청 진행하여 17시간 정도.

그렇다면 이 구간이 고도표를 참조해보면 시속 3km 정도 되는 제 능력으로 보면 8구간이 8시간 + α, 9구간은 8시간 정도 그렇다면 17시간이 조금 덜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럴 경우 어림고개에 후미 그룹의 도착 시간을 13:00 정도로 본다면 늦어도 금요일 오후 8시 이전에는 과치재를 출발하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겠군요.

계획을 세웠다면 준비를 합니다.

 

 

서울을 14:30 출발한 버스는 18:30에 U-Square로 이름을 바꾼 광주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바로 담양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주말이라 너무 막히는 길에서 정체를 거듭하다가 담양에 도착하니 19:50이 되는군요.

서둘러 근처 식당에 들러 밥을 먹은 다음 수퍼에서 물과 먹을 것 등을 보충합니다.

오늘부터 택시요금 체계가 변경되었다는 기사님 설명을 듣고 택시를 이용해 과치재에 내리니 20:30입니다.

 

 

산행 개요

 

 

1. 산행일시 : 2013. 4. 26.

2. 동행한 이 : 홀로

3. 산행 구간 : 호남정맥 9구간(과치재~연산~방아재 ~만덕산~국수봉~까치봉갈림길~유둔재)

4. 산행거리 : 올해 누적 산행 거리 (626.77km)

지 명

거 리

도착시간

소요시간

비고

과 치 재

 

20:40

 

 

연 산

3.5(km)

21:42

62(분)

 

방 아 재

1.2

21:58

16

 

만 덕 산

2.2

22:47

109

 

입 석 리

5.5

00:23

96

 

국 수 봉

1.4

01:03

40

15분 휴식

노가리재

4.5

02:28

85

10분 헤맴

까치봉 갈림

2.8

03:41

74

 

유 둔 재

6.8

05:42

121

 

27.9 km

09:02

08:37

실 운행시간

 

 

 

산행 기록

20:40

행장을 갖추고 신촌주유소가 있는 과치재를 출발합니다.

교통 안내판은 이곳이 곡성군 오산면과 담양군 무정면의 군계임을 알려줍니다. 

즉 오늘의 등로는 담양군 무정면과 곡성군 오산면의 군계를 따라 시작하게 됩니다.

지난 번 구간에서 전라북도는 완전히 벗어났고 이제는 전라남도 안에서 산행을 진행합니다.

20:48

신촌주유소 뒷편의 호남고속도로 옆 구도로를 이용하여 진행합니다.

신촌주유소에서 8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토끼굴을 통과합니다.

멀리서 볼 때 이곳 가로등의 불빛이 환하게 정맥꾼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길이 8분 정도의 사간밖에 소요되지 않으니 굳이 수로를 이용한다거나 고속도로를 횡단하는 무모함은 삼가하여야 하겠습니다.

토끼굴을 빠져나오 바로 좌틀하여 고속도로로 올라옵니다.

그러면 절개지 철계단이 나오고 선답자가 그러했듯이 저도 그 철계단을 오릅니다.

3단 정도로 된 절개지를 따라오르면,

좀 어수선한 길을 꺾어진 나무들을 헤치며 의식적으로 왼쪽으로 달라 붙으면 이내 좋은 등로가 나옵니다.

21:20

연산 전위봉에 올라 숨을 고릅니다.

오늘 첫번째 된비알 구간입니다.

계속 이마의 땀을 훔치며 진행합니다.

오늘은 보름이라 그런지 달이 너무 밝아 랜턴이 필요없을 전도이지만 숲에 들어오며 그 혜택을 덜 받으니 그래도 랜턴은 필수 품목입니다.

어떤 분은 야간 산행에 랜턴 없이 진행을 하여도 그 어둠에 눈이 금방 적응을 하게 된다고 하는데 돌부리나 나뭇가지들로부터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저는 랜턴을 착용하는데 익숙해 있습니다.

21:39

연산 바로 못 미처 좌측에 있는 통명지맥 갈림길을 지나,

바로 우측의 반사경까지 설치된 무덤 뒤로 진행을 하여,

정맥 삼거리에서 광주 백계남 선생님의 안내판을 봅니다.  

21:42

그러고는 연산에 오릅니다. 

이 연산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봉우리입니다.

이제는 도엽명도 담양에서 독산으로 바뀌고 그 바뀐 독산 도엽명에는 1등급대삼각점이 1개 그리고 2등급 삼각점이 5개가 있는데,

 

 

  ①이 곳에 바로 2등급 삼각점(독산 22, 전라남도 담양군 대덕면 문학리 산2-2)이 박혀 있는 곳이며, ② 이 봉우리에서 지금까지 같이 진행하던 담양군 무정면을 버리고 대덕면을 만나는 삼면봉(三面峰)이 되는 곳이며 ③ 그 담양군 대덕면과 오산면을 가르는 군계 즉 꾀꼬리봉(450m), 기우산, 통명산(765m), 천덕산을 지나 보성강으로 떨어지는 약 38.7km의 통명지맥이 분기하는 곳이기도 하며 ④ 그리고 이제부터는 도엽명도 담양을 벗어나 '독산'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편 이 통명지맥에서 여러 개의 줄기들이 분기하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모후지맥으로 그 줄기는 이 통명지맥 상의 차일봉에 이르러 남쪽으로 줄기 하나를 내어 밤실산, 운월산(676m) 그리고 제법 높은 모후산(944m)을 빚고 동복천으로 그 줄기를 잠구는 약 30.6km의 줄기의 뿌리가 되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조금 전 지나온 통명지맥 삼거리는 이미 보았고 삼각점도 확인하였으므로 지금부터는 잠시 함께 진행했던 곡성군을 떠나 온전히 대덕면 안으로 진행을 합니다.

 

 

 

 무덤을 지나,

 보름달을 보며 조금은 훤한 등로를 따라 진행합니다.

21:55

과수원 같은 곳을 지나며 고도를 낮추더니,

21:58

이내 방아재로 떨어집니다.

이 방아재 우측으로는 문학리라는 마을이 위치해 있는데 한자어로도 文學里이니 담양의 가사문학과도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22:09

우측으로는 계속 마을 불빛이 따라오지만 파인더 안으로 들러오는 빛은 거의 없군요. 

400봉을 지나 무명봉에 위치한 무덤에서 좌로 틉니다.

22:13

임도를 만나고,

다시 숲으로 든 다음,

또 된비알을 치고 오릅니다.

22:41

폐헬기장을 지나니,

22:46

또 다른 폐헬기장이 있는 만덕산 갈림길이 나옵니다.

만인에게 덕을 베푸는 뜻의 만덕산을 지나게 되는데 이 만덕산에서 북진하는 줄기는 264.4봉을 지나, 매봉, 영천산을 거쳐 오례천으로 잠기는 약 10.5km의 단맥이 됩니다.

그 단맥을 따라 정상석을 확인하기 위하여 우틀하니,

다시 또 이정표가 나옵니다.

의아해 하며 여기서는 좌틀.

22:47

그러고야 만나는 만덕산 정상입니다.

조망은 좀 있는 곳이나 이런 한밤중에 불빛 이외에는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습니다.

이 만덕산의 주봉은 할미봉이라는 이름을 가졌군요.

22:50

만덕산을 되돌아 나와 아까 지났던 만덕산 삼거리에서 직진을 하니 반가운 표지띠 한 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계셨을 배창랑 선생님의 호남정맥 2차 진행 표지띠입니다.

선생님은 1+9를 2회 종주 목표로 진행하시다가 2차 마지막 줄기인 호남정맥에서 10여 구간을 남기고는 잠시 생각을 바꾸십니다.

즉 약간은 줄기 산행에 식상함을 느끼셨는지 목표를 수정하여 우리나라 1,000m 이상급 산을 512개 선정하여 그 산들을 차곡차곡 진행하시게 됩니다.

지금은 거의 다 완주를 끝내가시는 상태일텐데 갑자기 호남이 생각이 나셔서  그러셨는지 지난 주 이곳을 지나시면서 2차 표지띠를 걸어두셨군요.

항상 강건하시고 정맥 2차 진행 빨리 마무리 하시고 멋진 산행기로 후답자들을 안내해 주십시오.

22:54

잠시 부드러운 정맥길로 이어지다가,

물통구리전망대라는 곳에서,

입맛만 다시게 되고,

22:57

다시 신선바위라는 전망 좋은 곳도 지나치지만 그림에 떡일뿐....

23:04

삼거리를 만나 입석리를 따르고,

23:12

입석리가 가까워지니 이정표가 자주 나오는군요.

산성의 흔적같은 석축을 넘어 진행을 하니,

23:19

이정표의 안내표지판이 없어진 이정표를 지나 숲으로 다시 들고,

23:25

그러고는 이내 길가에 박혀 있는,

4등급 삼각점(독산 408,  전라남도 담양군 대덕면 용대리 산148-1)을 확인합니다.

23:30

입석리로 떨어지는 임도를 만나지만,

정맥길은 숲으로 들어가고,

23:36

그 숲을 들어서자마자 바로 만나는 말뚝입니다.

이곳이 호남정맥의 중간지점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남호남정맥이 백두대간으로부터 갈리는 영취산부터 계산한 것이고 분명 산경표에는 금남호남정맥과 호남정맥을 구분하고 있으며 우리도 그에 따라 나누어 진행하고 있으므로 순수한 호남정맥만을 놓고 본다면 조약봉 분기점부터 도상 거리로 약 295.4km정도되는 곳일 것이니 다음 다음 구간 정도에 도착할 서밧재 정도가 호남정맥의 중간점이라는 이름을 가져도 될 것 같군요.

아마 이 말뚝은 금남호남정맥을 호남정맥에 포함시키자고 하는 분들이 노력을 기울이신 것 같은데 정맥은 산자분수령에 의거하여 물의 흐름에 따라 이름이 지어지는것이지 호남에 있다고 호남정맥에 포함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13정맥 중 호남정맥과 해서정맥만이 특별히 지역 이름을 따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11정맥은 모두 강 이름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금남호남정맥 좌우로 금강과 섬진강이 흐르는 것을 뻔히 보고도 금남호남정맥을 호남정맥에 포함하겠다고 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23:41

그러고는 만나는 임도에서 드디어 수양산을 봅니다.

된비알을 치고 올라갑니다.

상당한 경사입니다.

23:52

수양산 가는 삼거리에서 잠시 갈등을 합니다.

정상에는 비록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 밖에는 없다고도 하고 밤에 아무런 조망도 없을텐데...

00:02

그렇다고 하여 오늘 구간 중 최고봉이라는 상징성도 있는 곳을 안 갈 수도 없고....

정상석도 없는 수양산 정경입니다.

초소 바로 뒤에는 4등급 삼각점(독산 407, 전라남도 담양군 대덕면 용대리 산239)이 박혀 있고...

선답자의 산행기를 읽어보면 이정표에서 수양산을 다녀오는데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분은 임도를 기준으로 얘기한 것인데...

그런데 이정표가 있는 임도로는 다시 복귀할 것이 아니므로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보다 조금 전 지나온 삼거리를 기준으로 하여 '편도 10분 거리'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00:10

수양산 삼거리로 복귀하여 좌측의 길을 따릅니다.

무덤 몇 기를 지나 넓어진 등로를 걷습니다.

개짖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는 걸 보니 마을이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돌무덤이 있는 민가를 지나자마자,

00:23

바로 입석리 마을 표시가 보이며,

그 옆의 기념석도 보입니다.

등로는 바로 길 건너의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진행합니다.

00:31

콘크리트 도로가 끝나는 곳에 위치한 민가의 개 다섯 마리가 눈에서 녹색 빛을 뿜어내며 열심히 짖고 있습니다.

제 폰에서 나는 음악 소리와 멋진 조화(?)를 이루는군요.

그 민가 우측의 임도를 따라 오르다,

그 임도가 끝나는 곳에서 우틀하여 다시 숲길로 들어갑니다.

그 개소리 듣는 것보다 고라니 우는 소리가 더 듣기 좋은 것 같습니다.

00:50

콘크리트 임도를 슬쩍 지나쳐 다시 산길로 들어가고,

그 숲길을 따라 된비알을 치고 오르니,

01:03

갈림길이 나오고 여기서 잠시 우틀하여 진행합니다.

그러면 산불감시 무인카메라가 있고,

2등급 삼각점(독산 21,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외동리 산29-3임)이 있는,

국수봉입니다.

이 국수봉을 지나면서 잠시 북진하여 대덕면을 벗어나 대덕면과 창평면의 면계를 따라 진행합니다.

이 마루금은 약 0.8km를 진행하여 486.3봉에 이르러 완전히 대덕면을 버리고 창평면 안으로 진행하는데 계속 직진하는 마루금은 월봉산과 주산을 세운 다음 증암천교로 떨어지는 단맥을 이룹니다.

참으로 준희선생님은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전국 산봉우리의 지맥이 갈라지는 곳까지 다 이런 팻말을 해 달아놓으셨으니 그 노고란....

그렇게 30~40kg 되는 배낭을 지고 다니시느라 요즘은 무릎이 나빠지셔서 고생을 하고 계시지만 산에 대한 대한 열정은 아직 여전하십니다.

선생님.

빨리 쾌차하셔서 후배들을 많이 지도해 주셔야지요.

밤이라 뵈는 게 없으니 표지띠들을 보면서 그 분들을 대하듯 인사나 나누며 진행합니다.

조고문님도 뵙고 산타래 선배님도 인사드리고...

오늘은 또 어느 지맥으로 드시는지....

01:09

국수등에서 북진을 하며 마루금을 따라 내려오는데 비석 몇 개가 홀연히 서 있고 그 옆으로는 마른 억새풀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으며 봉분 몇 기가 일렬로 서 있는 곳을 지납니다.

무덤이야 야간 산행을 하면서도 늘상 지나는 곳이지만 기분이 선뜩해지면서 '月下의 共同墓地'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신문이 없어서 신문지를 이마에 붙일 수도 없고...

좌측으로 철망이 나오면서 이 부근이 염소 목장일 것이라는 감만 잡습니다.

잠시 임도가 나오다가 다시 숲으로 들고,

우측으로 철망을 두고 진행하다가,

01:21

좌틀하여 숲으로 든 다음,

열려진 철문을 지나니,

01:23

우측으로 산불감시초소가 보이고,

그곳은 아주 멋진 조망터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저는 아무 것도 볼 수 없군요.

다시는 이 짓 안 하리라고 마음 먹습니다.

좌측으로 철망이 나타나며 집에서 불빛이 나오는 것을 보니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목장입니다.

01:39

조망이 아주잘 될 것 같은 조망바위입니다.

시장기를 느끼며 여기서 아까 담양에서 사온 샌드위치를 먹습니다.

일행이 없는 홀로산행이다 보니 배가 고파도 웬만하면 그냥 진행을 하기 때문에 좀 쉽게 지치게 될 것 같습니다.

15분 정도 쉬다가 땀이 식어 추워옴을 느끼며 다시 일어섭니다.

편안한 등로를 따라 진행을 하니,

02:17

안내철판이 서 있는 활공장입니다.

02:24

연이어 나타나는 제2활공장.

이곳은 헬기장을 활공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군요.

여기서 직진하여 간간이 찻소리가 들리는 노거리재로 향합니다.

02:28

노가리재입니다.

그런데 고갯마루에는 동물이동통로 즉 에코브리지가 만들어져 있고 절개지는 낙석방지망이 쳐져 있어 절개지로는 오르지 못하게 되어 있군요.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가며 우측을 주목합니다.

02:33

그런데 다시 돌아와봐도 우측으로 길이 보이지 않아 다시 좌측을 주목하며 걸어내려 가니,

02:36

좌측으로 희미한 길이 보여 무조건 잡목을 치고 들어가니 이 이동통로가 나와 이리로 진행합니다.

바로 철탑을 지나고,

02:58

온전히 창평면 안에서 걷던 등로를 벗어나 이제는 고서면을 만남에 따라 이제는 고서면과 창평면의 면계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03:06

그러고는 바로 431.8봉을 만나는데,

이 봉에는 4등급 삼각점(독산 401,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오강리 산15)이 박혀 있군요.

03:16

그러고는 고서면을 지나 남면으로 접어들면서 남면과 대덕면의 경계를 걷게 되는군요.

03:24

해남터 갈림길에서 한시를 한 수 보고,

그 이정표를 보노라니 기가 막히군요.

유둔재까지 7.14km라...

그렇다면 과치재~유둔재까지의 거리가 24km 정도가 아니라 27km가 넘는다는 이야기가 되고 그렇다면 유둔재까지 남은 시간은 약 2시간이 더 걸린다는 이야기...

힘이 갑자기 쪽 빠짐을 느낍니다.

곧 대원들은 산행을 시작할테고 그렇다면 두 시간 정도 차이가 난 상태에서 쫓아가야 하는데....

03:29

일단 한 번 빠진 힘은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가 봅니다.

힘들여 최고봉을 오릅니다.

03:41

까치봉으로 갈라지는 갈림봉입니다.

여가서 약 300m 더 진행을 하면 4등급 삼각점이 있는 까치봉(425.3봉, 독산 405,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 풍암리 산64-2)인데 그냥 통과합니다.

이정표의 구간거리는 거의 맞는 거 같고...

지도를 봐도 그렇고...

05:00

유둔재 근처에있는 봉우리라서 그랬는가요.

누군가 유둔봉이라 이름 지어놓은 459.1봉입니다.

4등급삼각점(독산 409)를 확인합니다.

어산이재를 지나는데 이제 완전히 날은 밝아 랜턴은 이미 꺼서 보조 가방에 넣은 상태입니다.

05:22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마지막 봉우리를 지나,

이제 건너편의 무등산 줄기도 눈에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이제 등로는 고도를 급격하게 낮추고, 

묘지를 지나,

임도를 지나다 보니,

대나무 숲을 빠져나오게 됩니다.

05:42

유둔재입니다.

앞서 간 류산님이 두고 간 물을 한 통 다 들이키고 나니 몸은 새로워 지는 것 같은데 영 기분이 찝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쫓아가면 오늘 밤에 진행할 낙남 구간은 어려워질 것 같고,

그렇다고 예정한 구간을 안 갈 수도 없을 것 같은데 마침 동네분이 묘지를 살핀다고 하면서 부부가 함께 차를 타고는 제 앞에 서면서 말을 거시는군요.

이 분들에 따르면 이 길은 구도로로서 지금은 아래 터널이 생겨서 차량 통행이 뜸하다고 하시는군요.

내려갈거면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십니다.

차로 5분 정도 걸리는 남면 소재지에서 광주로 가는 버스가 07:00에 있으며 광주에서 남면으로 들어오는 버스는 07:20에 있다고 하는군요.

이 지역 주민들은 비록 행정구역은 담양군이지만 생활권은 광주로군요.

인심 좋은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오늘 산ㅁ행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뭔가에 속은 것 같은 기분은 여전합니다. 

3km가 주는 허탈감이라는 게....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한 저에게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있겠습니까.

광주터미널로 돌아와 U-square에 있는 사우나에 들어가 몸을 씻은 다음 때도 밀고 휴게실에 들어가 잠을 자고 일어나니 11시가 조금 넘는군요.

귀경하여 저녁을 먹고 다시 잠실로 나가 낙남행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