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아예 장마가 온다고 합니다.
매주 주말에 오던 비가 이번에는 그냥 비가 아니라 장맛비가 오니까 산에 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말로 들립니다.
목요일도 일기예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데 상황은 예보와 같이 돌아갈 것 같습니다.
이번 주는 제가 속해 있는 미니 카페인 '7080다모아'에서 감악지맥 마지막 구간을 동참하겠다고 공지해 놓은 터여서 자칫하면 여러 명의 스케쥴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아주 긴장이 됩니다.
여하튼 그 비 덕분에 토요일은 어머니 댁에 가서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토요일 그러니까 2010. 7. 17. 오후 5시 배낭을 매고 대원들과 만나기로 한 의정부를 가기 위하여 우산을 쓰고 출발합니다.
대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사우나에서 잠을 자고는 내일 비가 그칠 것을 기원하며 잠에 들었으나 걱정은 여전합니다.
2010. 7. 18. 04:30
간간이 비가 내립니다.
06:10
가능역에서 25-1번 버스를 타고 사기막고개를 향합니다.
06:52
사기막고개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계백님이 지적하신 대로 이 설머치 고개를 이 동네에서는 '사기막고개'로 부르고 있습니다.
바로 이 고개 아랫동네에 전에는 사기 그릇을 굽는 움막이 있어서 그 이름을 따 사기막(沙器幕)골이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사실 설머치고개는 바로 이 지점이 아니라 무건리 빈베이 마을에서 감골로 넘어가는 고개였었는데 국립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지도에 그 설머치고개가 이 고개 인근에 있음에 착안하여 그 이름을 차용하여 설머치고개로 붙인 것 같습니다.
설마치란 이름도 적성면의 마지리와 무건리 등이 설인귀와 관련이 있는 이름으로 위 지점에 있는 고개를 이르던 말이 맞습니다.
한편 설마리의 설머치란 마을이 이 고개에서 2.5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반해 사기막골은 불과 1.1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이 고개가 사기막고개라는 점에 무게를 더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지역 주민들은 관습적으로 이 고개를 사기막고개로 부르고 있고 버스 회사에서도 이 고개를 공식적으로 사기막 고개로 부르고 있으니 저도 계백님의 의견에 동의를 합니다.
각설하고 사기막고개에 내려 주변을 둘러봅니다.
공사 중인 터널이 멀리 보입니다.
사기막 고개를 쳐다보고....
오늘 이어갈 산줄기의 들머리입니다.
이 곳이 공사현장인 관계로 표지띠가 남아날리 만무이므로 반대방향의 마루금과 이쪽의 마루금이 이어지는 부분 즉 절개지의 가장 오른쪽 부분으로 들머리를 잡으면 간단합니다.
모두들 산행 준비를 합니다.
스틱도 늘이고 ....
오늘 산행의 포인트는 스패츠입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비때문에 축축하게 젖었을 빗물로부터 바지와 신발을 보호하기 위하여서 입니다.
07:05
자,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모두 완주를 목표로 하지만 무릎이 좋지 않은 벌떡님과 바이다님은 혹시 중간에 탈출을 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여러 곳을 일러 두었습니다.
미녀님도 이런 장거리는 설악산 이후로 처음이기 때문에 두 분과 마찬가지입니다.
07:10
역시 평산지기 형님이 위병소 보초를 서고 계시군요.
"안녕하시지요. 요새는 산행 범위를 북한산으로 좁히셨습니다. 정맥을 걷는 모습을 뵙고 싶습니다."
나무들이 이틀간 물을 먹어서 그런지 온통 검은 빛 뿐입니다.
07:25
잠시 조망이 트이는 곳이 있군요.
357m의 전망 바위입니다.
멀리 노고산이 보이고 가까이는 지난 주 내려온 지맥 산줄기 입니다.
조금 전 올라 온 봉우리 하나가 좀 뭉툭스러워 보입니다.
외쪽으로는 남면 신산리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07:35
화생방 타종 기구를 지납니다.
07:40
계속 군대 용어로 이어집니다.
이곳에서 무원마을 형님은 군생활응 하셨다고 하는데 이곳을 지나시면서 감개가 무량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돌구님'이시군요.
안녕하세요.
평소에는 표지띠를 아끼시던 분인데 감악지맥 마지막 구간에서는 상당한 양의 표지띠로 후답자의 안전산행을 돌보아 주셨씁니다.
07:46
넓지막한 길이 나옵니다.
군용비상도로입니다.
이때 트인 하늘로 감악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악귀봉이며 임꺽정봉이며....
오늘같은 날씨에 이 정도의 조망이라면 정말로 행운입니다.
07:54
가스실입니다.
누구나 군대생활의 추억이 있겠지만 신병교육을 받을 때 이 가스실에서의 그 맵고 곤혹스러웠던 기억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될 거 같습니다.
이 곳에서 뺑뺑이를 돌다 저 가스실로 들어가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도 그 때 이야기를 하며 잠시 '쮸쮸바"를 먹습니다.
08:07
빨리 올라갑시다.
08:14
바위 덩어리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08:20
또 조망이 되는 바위입니다.
정면으로 감악지맥 산줄기가 시원하게 뻗어 있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을 가운데로 오른쪽은 군 시설물들이, 왼쪽으로는 신암저수지가 보입니다.
08:34
뒷 쪽을 바라봅니다.
임진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계류가 보입니다.
08:41
초소가 보이며 삼거리인 듯한 곳입니다.
바위가 미끄러워 로프를 이용하여 바위를 오릅니다.
바위를 올라는데 갑자기 웬 염소가 나타납니다.
한 마리인 줄 알았는데 또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그 뒤로 한 마리가 더 저를 보도니 놀라면서 반대방향 절벽으로 뛰어내려갑니다.
그러고는 한 마리도 나타나 제 앞을 쏜쌀 같이 지나칩니다.
하마터면 부딪칠 뻔 했습니다.
총 네마리의 염소가 바위 뒤로 도망치고 있습니다.
紺嶽
설인귀는 당나라에 귀화한 거란 사람으로 고구려 정벌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악산 주변에는 그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설인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는 신분이었으나 기골이 수려하고 힘이 센 구척장사였다고 한다. 어느 날 우연히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갑옷 등 무구(武具)를 캐내었는데, 워낙 무거워 아무도 입지 못하자 설인귀가 그것을 입고 적성 일대를 돌아다니며 무술을 닦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훈련장이던 곳에는 무건리(武建里)라는 지명이 있고, 말발굽이 가장 많이 지나간 자리는 마제리(馬蹄理·지금의 마지리)라는 지명이 있다. 또 설인귀가 말을 타고 넘나들던 고개에는 설마치(薛馬峙·지금의 雪馬峙)라는 지명이 각각 생겨났다고 한다.
설인귀가 죽은 후 설마치 고개 길가에 마을사람들이 추모비를 세운 모양이다. 추모비 앞을 수령들이 말을 타고 지나갈 때 말이 가지 않아 하마하여 지나갔으나 무지한 백성들이 비석 뒤에 숨어 용변을 보아 불결해지자 어느 날 밤 심술을 부려 비석을 감악산 정상(675m)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감악산만이 정상표지석이 없다. 정상표지석을 대신할 파주시 향토유적 제8호인 설인귀비만 있을 뿐이다.
이 비는 오랜 세월 동안 마모되어 글자가 지워졌다 하여 몰자비(沒字碑), 또는 빗돌대왕비 등 여러 이름과 함께 전설로 구전되고 있다. 고려 때에는 봄 가을 조정에서 향(香)과 축(祝)을 내려 제사를 지냈다 하며, 감악산 신으로 봉했다는 설인귀비는 오랜 세월 글자 한 자 남기지 않고 마모되어 추측만 무성하여 더욱 신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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