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을 권역별로 구분한다면 설악구간, 오대구간, 태백구간, 소백구간, 속리구간, 덕유구간 그리고 지리구간 등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중에서 가장 넉넉하게 대간꾼들을 안아주고 포용해 주는 산.
덕유(德裕)입니다.
북진을 하는 대간꾼들은 영취산에서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을 떠나 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할미봉 너머 장수덕유에서 남덕유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을 보면서 잠시 위안을 받게 됩니다.
더욱이 남덕유 우측으로 이어지는 금원산과 기백산의 진양기맥을 보노라면 그 줄기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발걸음이 좀 더 빨라지는 것을 대간꾼들이라면 누구나 겪어본 경험일 것입니다.
남덕유에서 삿갓봉 너머 무룡산 ~ 백암봉 ~ 중봉 ~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마루금의 힘찬 생동감은 비 개인 날 아침 혹은 폭설이 오고 난 다음날 마른 바람을 맞으며 볼 때가 절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대방향에서 보는 덕유는 어떨까요.
같은 조건이라면 좌측으로는 수도지맥의 수도산과 가야산 그리고 남덕유 좌측으로 진양기맥의 금원산이나 기백산 그리고 좀 더 뒤로 지리의 반야봉이 보인다면 좀 더 좌측으로 고개를 돌려 영신봉을 보고 바로 옆의 툭 튀어나온 천왕봉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희열감이란!
그럴 때면 남덕유 우측의 백운산은 잘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이미 눈이 고급이 되어 버렸으니....
혹시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감을 가지고 빈 자리 하나를 부탁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마침 그랜드의 많은 대원들이 홍도로 여행을 떠났고 그 영향인지 오늘은 자리가 조금 비운 채 들머리인 빼재로 향합니다.
5년 전 백두대간을 할 때 노무현 대통령 발인하는 날이었을 겁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그렇다고 제 주제에 시청 앞 광장에 가서 김제동이하고 사회를 볼 것도 아니어서 그냥 동서울터미널로 가서는 거창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황점 가는 버스를 갈아 탄 다음 황점에서 삿갓재 대피소로 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삿갓재에서 소사고개까지 진행을 했었고.....
점심은 빼재의 문닫은 휴게소 옆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패트통에 간신히 담아 목을 축였던 그런 곳이 빼재였었는데....
그런데 그동안 터널이 생겼군요.
구도로로 올라갔어야 했는데 내용을 잘 모르시는 지부장님은 터널을 빠져나와 김장을 하느라 바쁘게 일손을 움직이는 민가 앞에 버스를 세우십니다.
산 행 개 요
1. 산행일시 : 2014. 11. 15. 토요일
2. 동행한 이 : 그랜드산악회
3. 산행 구간 : 백두대간(빼재~못봉~횡경재~백암봉~동엽령)
4. 산행거리 : 13.2km (올해 누적 산행거리 : 1423.66km)
구 간 | 거 리 | 출발시간 | 소요시간 | 비 고 |
빼 재 |
| 11:31 |
|
|
못 봉 | 5.6km | 13:26 | 55 |
|
횡 경 재 | 2.2 | 14:10 | 44 |
|
백 암 봉 | 3.2 | 15:15 | 65 |
|
동 엽 령 | 2.2 | 16:11 | 56 | 20분, 1km |
계 | 13.2km | 04:40 | 04:20 | 실 소요시간 |
산 행 기 록
지도 #1
10:52
능선이 보이는 곳 가운데 이동전화 중게탑이 있군요.
거기까지 어떻게 올라간다!
11:00
산삼이나 먹고 올라가야지 초장에 힘을 다 빼버린다면 그 또한 낭패이니....
체조로 간단하게 몸을 풀고 오늘 산행을 시작합니다.
아침에 꼈던 안개는 이제 다 벗어진 상태이고 바람이 부니 웬만한 건 다 날라갔을 겁니다.
시멘트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데 우측에 아주 잘 단장된 산양삼 재배단지.
아마 이곳이 조금전에 본 빼재 산삼원과 연결된 곳 같군요.
거창군에서는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뒤를 돌아보니 빼재 부근에서 발원하는 물들이 모여 신기천을 이룬 다음 흘러들어가는 거창저수지가 보이고,
11:20
아뿔사!
예전의 추억이 담긴 그 휴게소는 철거를 하고 있는 중이군요.
생태시험장으로 탈바꿈하게 된다고 하는데 많은 대간꾼들에게는 이야기 꺼리들을 제공해 주었던 그곳이 이제는 그 흉물스럼움을 벗게 되는군요.
11:23
두어 달 쉬셨다고 하셨습니다.
허리를 좀 무리하셔서 산줄기 산행을 못하시는 바람에 살만 늘리셨다고....
노익장을 과시하시는 박대장님께서 오랜만에 그랜드와 함께 하시는 거라고 하시는군요.
수령.
빼재라는 말이죠.
그런데 왜 붉은 페인트로 음각된 부분을 채웠는지....
예전에 새벽에 육십령을 출발하여 할미봉에 올랐을 때 그 색깔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방향 표시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는 우측의 덕유산 방면으로 진행을 하는데 반대방향은 대덕산이 그리고 직진을 하면 삼봉산으로 진행을 한다는 것입니다.
백두대간을 북진하는 경우 빼재에서 잠시 물 한 모금 마시고 휴식을 취한 다음 진행하는 곳이 삼봉산 즉 삼봉덕유인데 도대체 어디로 가라는 이야기인지.....
도로를 따라 내려갔다가는 영영 대간길에 들지도 못하고....
이정표가 얼마나 중요한 것입니까.
2006. 10. 30. 거창군에서는 말 그대로 거창하게 이런 표석만 세워놓았지 아마도 지금까지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위가 오리지널 빼재.
11:24
저 아래 좌측으로 나무데크가 있는 곳이 삼봉 덕유로 올라가는 들머리....
터널 때문에 아까운 24분을 허비한 느낌입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백두대간 빼재~동엽령 구간을 시작합니다.
너른 대간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얼큰하게 취하신 어르신들이 잠시 대간길을 걷고 내려오시는 것 같습니다.
11:31
지적도근점을 봅니다.
11:47
오늘의 첫 이정표를 만납니다.
지나온 방향이 신풍령으로 표기되어 있군요.
신풍령은 빼재, 수령, 상오정재라고도 불리는데 그래도 이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친근한 이름은 아무래도 빼재입니다.
상오정이야 무충 쪽 상오정 마을에서 따온 이름이니 전라도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겠고 하지만 빼재의 경우는 얘기가 좀 복잡해집니다.
즉 빼재는 원래 고갯마루에 짐승을 잡아 먹고 난 후 버려진 짐승의 뼈가 많이 있어서 '뼈재'로 불리던 곳이었는데 고개넘어 전라도 사람들보다는 고개 남쪽의 경상도 사람들이 이 고개를 많이 이용했을 터, 경상도 사람들 특유의 'ㅣ' 모음 하나가 '뼈재'에 첨가되어 '뼈재'가 '빼재'가 되었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그것을 일제강점기 때 한자로 표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빼재'를 경관이 수려한 곳이라고 지레짐작하여 '빼어날 수, 고개 령'하여 '秀嶺'으로 붙인 게 유식한 분들의 입을 전전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하는군요.
그럼 '신풍령'은?
사실 이 빼재는 육십령이나 삼봉덕유 너머의 부드러운 소사재 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이 빼재를 좀 널리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까.
어쨌든 김천과 황간을 연결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유명하다 할 추풍령에 빗대어 이 고개를 새로운 추풍령이라 하여 신풍령(新風嶺)이라 하였고 조금 전 철거를 하던 휴게소도 '신풍령 휴게소'로 불리던 곳이었는데...
이정표에 여러가지 이름으로 혼재를 하면 처음 대간을 하는 분들에게 혼란을 줄 염려도 있으니 아예 이 이정표에도 '빼재'라고 하였으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생기는군요.
11:49
1039.9봉의 삼각점(무풍438)을 지납니다.
어제 온 눈으로 양지 쪽은 그런대로 걸을 만 하였지만 내리막길은 서쪽을 바라보고 있어 조금 미끄럽긴 하더군요.
12:20
1198.5봉에 이르러 우측으로 방향을 틉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같이 진행한 고제면을 버리고 북상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어느 등산지도를 보면 이곳을 '대봉'이라고도 표기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이름을 억지로 붙여놓으면 나중에 혼란만 가중될 것이고 아까 본 수령과 같이 그 유래 또한 지은이의 의도에 따라 각색되기 마련일 것입니다.
어쨌든 여기서 좌틀하는 줄기는 칙목재, 호음산을 거쳐 거창 위천으로 잠기는 약25.2km의 긴 단맥(단맥은 10km~30km급의 줄기를 부르는 용어로 30km~100km급을 지칭하는 지맥의 하위 개념)이 됩니다.
횡경재 삼거리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측으로 갈미봉이라는 정상석이 숨어 있는 것을 봅니다.
거창군에서 갖다놓은 표석인데 해발고도도 1210.5m라고 써 놓아 아까 빼재 표석과 함께 거창군의 산에 대한 인식의 한 단면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씁씁해지는군요.
물론 위에서 잠깐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 1198.5봉에서 좌틀하여 진행하는 고제면과 북상면의 면계가 되는 줄기는 윗칙목재, 아랫칙목재 그리고 그 옆의 칡목골 등 칡과 관련된 지명을 지나는 고로 '칡 葛' '산이름 嵋'를 써서 葛嵋峰'이라 이름을 지었는지는 몰라도 산이름이나 고개 이름을 그렇게 인위적으로 막 지어서는 안 딘다는 것입니다.
혹시 예전부터 이 봉우리를 위와 같은 의미에서 갈미봉이라 불렀었고 현지 나이 드신 주민들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면 그것은 거창군에서 빨리 지명위원회를 소집하여 이 산명을 확정지어 그 다음의 절차로 진행되어야 맞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12:43
1263.2봉에 오릅니다.
좌측으로 조금 전에 본 1198.5봉에서 갈라진 줄기가 윗칙목재로 흘러내려가는 모습을 봅니다.
그 줄기 우측으로 소정리 마을이 보이고...........
우측에서 내려가는 줄기가 좀 이따 만날 못봉 옆 헬기장에서 갈라지는 줄기입니다.
잡목 사이로는 아까 빼재에서 삼봉덕유로 향하는 줄기가 살짝 보이고.....
드디어 힘찬 덕유의 골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우측으로는 중봉으로 올라가는 줄기들이 힘에 버거워 보이고....
이 1263.2봉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면 흥덕산(1283.1m), 지봉(1263.3m)으로 연결하는 줄기이고 그 줄기는 곧 무주군 설천면과 무풍면의 면계가 됩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설천면을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13:02
이정표를 지나,
지도 #2
부드러운 길을 오르니,
13:26
못봉(1304.7m)입니다.
별 특징 없는 못봉에는 그저 삼각점(무풍312) 하나만 박혀 있고 길도 이 삼각점 옆이 아닌 바로 옆으로 진행하게 되어 있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곳입니다.
13:36
오죽하면 이정표나,
정상석도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 나온 자리가 아닌 그 옆의 헬기장에 세워놓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거창군의 산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으므로 헬기장이 있고 정상석을 세울 자리도 있고 하니까 별 생각없이 그냥 여기다 박은 것 같습니다.
여하튼 조망 하나는 끝내줍니다.
아까 보았던 소정리 마을......
진행할 마루금....
제2덕유봉인 중봉이 가운데 버티고 있고...
눈길을 걷게 되니 신발이 젖어오는 것을 느끼겠습니다.
14:10
드디어 송계사로 내려가는 삼거리인 횡경재입니다.
송계사로 내려간다는 얘기는 곧 소정리 마을로 간다는 말이고.....
이젠 백암봉 혹은 송계삼거리 이정표만 따르면 됩니다.
14:27
송계삼거리를 따르고.....
지도 #3
덕유 주릉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 가운데 볼록 솟아 있는 거....
드디어 지리의 천왕봉이 들어옵니다.
그 옆의 부드러운 능선을 보여주는 것은 반야봉이겠군요.
그 좌측은 기백산 정도....
중봉이 보이면서 북덕유 특유의 부드러움이 윤곽을 들어냅니다.
가운데 삿갓봉.
그 뒤 남덕유와 우측의 장수덕유....
좌측 뒤로 지리의 주릉.....
중앙 쪽이 금원산, 기백산...
기백산은 계속 좌측으로 진양기맥을 이어가고....
지나온 줄기 뒤로는 수도지맥이...
좌측으로 수도산......
대간의 대덕산에서 분기한 수도지맥이 수도산으로 향하고.....
지나온 능선과 그 뒤로 살짝 보이는 삼봉 덕유산 방향의 대간길....
이제 중봉과 좌측의 향적봉까지 보이는군요.
15:14
드디어 백암봉(1500.4m)입니다.
후미는 거의 1시간이 넘게 차이가 났으므로 향적봉을 다녀와도 충분한 시간이긴 합니다.
그런데 아까 후미대원들을 횡경재에서 송계사 방향으로 내려 보낸다는 이야기를 듣긴하였는데....
처음부터 마음 먹었던 일이니까 우틀하여 향적봉을 향합니다.
그리고 이 향적봉으로 가는 루트는 대간에서 갈라져 향적봉(1614.2m), 봉화산(884.5m), 마향산(731m)를 거쳐 남대천으로 잠기는 도상거리약 31.9km의 덕유지맥이 됩니다.
그 덕유지맥으로 들면서 때 이른 상고대를 봅니다.
15:23
가다보니 시간 상 랜턴에 의지하여 내려가야 할 것이 뻔한 고로 그러느니 해지기 전에 하산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미련없이 돌아섭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중봉과 향적봉을 보고.........
백암봉, 삿갓봉 그리고 가운데 지리 천왕봉........
아직 약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족보에는 상고대입니다.
동엽령 바로 뒷봉우리인 1358.2봉.
이게 덕유 주릉의 참 모습입니다.
무룡산 너머 뾰족한 삿갓봉.
남덕유 우측의 장수덕유......
30년 전이군요.
무식하게 텐트까지 지고 진행을 하여 남덕유에서 바로 아래에 있는 샘터에서 퍼지던 기억이...
지금은 없어진 철사다리가 간당간당 했었는데....
지나온 길을 돌아봅니다,
뒤는 부드러움인데 남진하는 덕유의 모습은 영 다르기만 합니다.
병곡리 방기실 마을이 보이는군요.
16:11
그러고는 동엽령입니다.
무룡산으로 진행하는 길도 부드럽게 펼쳐져 있고.....
오늘 대간 산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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